2026.04.18

산책하듯 떠나는 대마도

입력 2026-04-18 06:00

[계절여행] 가까워서 더 가벼운 여행길

▲와타즈미 신사 도리이.(하나투어)
▲와타즈미 신사 도리이.(하나투어)

손에 익은 업무와 익숙해진 학교생활이 봄기운처럼 나른하게 몰아치는 4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엔 시간과 체력, 마음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시기다. 이럴 때야말로 산책처럼 가벼운 여행이 필요하다. 여권 하나만 있으면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국경의 섬 ‘대마도’를 다시 들여다본다.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본 아소만.(하나투어)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본 아소만.(하나투어)

반나절이면 국경 넘어 대마도라네

비행기표를 예매하거나 휴가를 내는 거창한 계획도 필요 없다. 주말 아침, 늦잠 자는 대신 부산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고속선에 올라보자. 불과 1시간 남짓이면 점심은 일본 대마도에서 먹을 수 있다. 저녁이 되면 돌아오거나 주말 하룻밤 묵어도 좋다. 바쁜 일상 속 짧지만 완벽한 휴식이 되어줄 대마도는 가까운 거리만큼 부담 없이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다.

짧은 여행이지만, 대마도가 보여주는 풍경은 답답한 도시와 사뭇 다르다. 탁 트인 시야를 감상하고 싶다면 에보시타케 전망대로 향해보자. 대마도에서 유일하게 동서남북 360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겹겹이 포개진 산과 잔잔한 아소(淺茅)만, 그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드는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대마도 최북단에 위치한 한국 전망대도 놓칠 수 없다. 한국까지 불과 49.5㎞. 날씨가 맑은 날에는 부산의 해운대 엘시티와 광안대교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밤이면 부산항의 화려한 불빛이 바다 건너 아른거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저기가 우리 집이야”라고 농담을 던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 이곳이 ‘국경의 섬’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가네이시 성.(하나투어)
▲가네이시 성.(하나투어)

대마도에 남은 우리의 역사

대마도의 행정 중심지인 이즈하라는 짧은 일정으로도 알차게 역사 탐방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항구에 내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주요 명소가 모여 있어 바쁜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동선이 아닐 수 없다.

이즈하라 시내 중심 돌담길을 걷다 보면 소(宗) 가문이 거주했던 가네이시성이 나타난다. 1990년에 복원된 성의 정문 ‘노문’은 대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으로 꼽히며 성문다운 위엄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여행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성 내부에 자리한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다. 조선왕조 제26대 고종황제의 고명딸, 덕혜옹주. 그녀는 1931년 일본의 강압에 의해 쓰시마 번주 가문의 소 다케유키(宗武志) 백작과 정략결혼을 해야 했다. 옹주는 딸 정혜(正惠)를 낳았으나 정신질환과 이혼, 딸의 실종이라는 비극을 겪었고, 1989년 낙선재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이 비석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세워졌다가 방치된 것을 2001년 11월 10일 대마도 거주민들이 복원한 것이다. 비석 앞에 서 있노라면 망국의 황녀가 겪어야 했던 시대의 아픔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하나투어)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하나투어)

▲하치만구 신사.(하나투어)
▲하치만구 신사.(하나투어)

이즈하라의 또 다른 매력은 골목 산책이다. 하치만구 신사는 어부와 병사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일본의 토속신앙지지만, 우리에게는 구한말 의병장 최익현 선생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대마도로 유배되어 온 선생이 처음 3개월간 수용 생활을 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일본 신사 한가운데서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던 선생의 꼿꼿한 정신을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나카라이 도스이 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춘향전’을 일본에 처음 소개한 대마도 출신의 기자이자 소설가 나카라이 도스이의 생가를 개조한 곳이다. 이즈하라 특유의 아름다운 돌담길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기모노 체험도 가능하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돌담길을 거니는 경험은 대마도 여행의 특별한 추억이 된다.

▲미우다 해수욕장.(하나투어)
▲미우다 해수욕장.(하나투어)

동화의 숲, 신화 속 바다

겨우내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건 역시 자연이다. 대마도의 자연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다.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연과 동화되는 휴식을 원한다면 슈시강 편백나무 숲길을 추천한다. 7㎞에 달하는 산책로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한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단풍이 아름답다. 봄에 걷는 숲길 또한 싱그럽다. 숲을 거닐다 보면 봄의 요정이 숲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일본 해변 100선’에 선정된 미우다 해수욕장은 대마도에선 보기 드문 천연 모래 해변이다. 에메랄드그린 빛깔의 투명한 바다는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연상케 한다. 수심이 얕아 아이들과 함께 발 담그고 놀기에도 제격이다.

▲와타즈미 신사 전경.(하나투어)
▲와타즈미 신사 전경.(하나투어)

와타즈미 신사는 대마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바다의 여신 ‘도요타마 히메’를 모시는 곳이다. 신사의 본전 정면으로 바다를 향해 늘어선 다섯 개의 도리이(鳥居, 신사 입구의 기둥 문)가 압권이다. 도리이는 일본 신사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우리나라 사찰 입구에 세워지는 일주문(一株門)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밀물 때 바다에 잠기는 두 개의 도리이는 더욱 신비롭다. 마치 용궁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사 뒤편 산책로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조용히 걸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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