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벤치

기사입력 2019-11-26 16:43 기사수정 2019-11-26 16:43

▲공원에 있는 팔걸이형 벤치(사진 김미나 동년기자)
▲공원에 있는 팔걸이형 벤치(사진 김미나 동년기자)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 벤치.

분명 태생은 긴 의자 같은데 어느 틈에 가지런히 쪼개져 개별의자 같기도 한 아리송한 벤치가 있다.

긴 의자 중간중간에 뜬금없는 팔걸이가 겉돈다. 개개인의 자리를 보장하고,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방지하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노숙자가 누워 긴 의자를 다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인심 메말랐네, 정 없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벤치는 침대가 아니라며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 눈치를 보며 불편을 감수해야 하냐고 잘 했다는 반응도 있다.

어느 나라나 노숙자는 있기 마련이라 이런 일에 대한 논란은 다른 나라에서도 적지 않다,

영국에서는 유명 레퍼가 ‘적대적 디자인’이라 불리는 벤치 팔걸이에 항의해 제거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프랑스에선 노숙자가 앉거나 머무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상가 앞 철심 박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사람을 쫓는 벤치라는 말과 함께 근본대책도 없이 맨바닥으로 노숙자를 내몬다는 아린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벤치가 사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노숙자가 사람을 쫓는 것이라는 항의성 반론도 나온다. 자기 집 대청마루 쓰듯 벤치를 점령한 노숙자들 때문에 쉬고 싶어도 서성대다 그냥 돌아선다는 것이다. 한파에 동사도 예방하고 다수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공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까.

이런 이유로, 저런 이유로 인해 온기도 없이 말소리도 하나 없이 덩그러니 홀로 남겨져 외로운 벤치의 마음을. 도란도란 주고받는 사람들의 속내를 살짝 엿듣고 싶은 비어있는 벤치의 가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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