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를 대비해 가입해둔 실손의료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다. 올 초에는 9~10%나 상승했다. 안 그래도 힘든 시절을 견디고 있는 가입자들은 울상이다. 보험업계는 손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손해율을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보험료 개입이 과도하다는 업계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손의료보험료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
분당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최근 어깨 통증이 심해 시내 모 병원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의사는 CT 촬영 후 A 씨에게 두 가지 치료 방법을 제안했다. 일단 굳은 어깨를 풀어주는 주사를 5회 정도 맞고 도수 치료를 10회 해보며 경과를 보자 했다. 주사 한 대 값은 20만원, 도수 치료 1회 비용은 15만 원이었다. 계산해보니 총 250만 원. 얼마 전 보험료가 너무 올라 실손보험을 해지한 A 씨는 깜짝 놀랐고, 결국 치료를 포기하고 병원을 나왔다.
요즘 의사가 문진 중 환자에게 자주 묻는 말이 있다. 바로 “실비보험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환자에게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항목의 고가 진료를 권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과잉 진료로 2019년 기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를 넘었다. 문제는 고가 진료가 바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비급여 항목 진료가 늘어나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면 보험사들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 매년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의료쇼핑하듯 과잉 진료를 받는 사람들의 의료비를 가끔 병원을 찾는 가입자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매년 10%씩 상승하면 보험 가입자는 20년 후 현재 기준의 약 7배, 30년 후에는 약 17배나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대로 가다간 가입자가 병치레가 많아지는 고령자가 됐을 때, 비싼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들만 보험 유지가 가능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밥그릇 싸움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가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