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고 있었다

입력 2021-03-02 10:21

브라보 인생 100세 공모전 수상작 [시 부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른 꽃을 본다

벽에 걸린 채 나를 기다렸다는 듯


한때 실핏줄 하나하나에도 촉촉이 물올랐겠다

비와 바람에도 꺾이지 않으며 향기를 키웠겠다

뿌리가 잘려나간 후에도 꽃대는 결연히 버텼겠다


공중의 습기까지 끌어와 가늘게

꽃을 받치고 있는 저 힘으로

훗일을 기약할 수 있다


화려했던 한 시절을 각인하고 있다


벽에 마른 등 기댄 채 초점을 잃었던 날들,

한 잎 두 잎 바닥에 클릭되는지

헐렁한 내가 넘겨진다


퇴색을 얻은 후에야 알았다

꽃은 죽은 것이 아니라 이대로

영원을 간직하는 중이었다는 걸


마른 꽃이 벽을 환하게 틔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뉴스

  • [포토 에세이] 가을 호수의 아침
    [포토 에세이] 가을 호수의 아침
  • ‘고교 동창’ 박영철 화백·송남영 시인…함께 하는 전시의 특별함
    ‘고교 동창’ 박영철 화백·송남영 시인…함께 하는 전시의 특별함
  • [Trend&Bravo] 추석 극장가, 세대별 원픽은? 추천 영화 5선
    [Trend&Bravo] 추석 극장가, 세대별 원픽은? 추천 영화 5선
  • 나이 들수록 더 뜨거운  인생 이야기
    나이 들수록 더 뜨거운 인생 이야기
  • 나의 아픈 추억, 벚꽃이 흩어지는 날
    나의 아픈 추억, 벚꽃이 흩어지는 날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