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화 속 내밀한 부부 이야기

기사입력 2021-07-14 08:00 기사수정 2021-07-26 09:39

[배정원의 性인문학]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대한성학회장, 보건학 박사, 배정원TV 유튜버>

이번 그림은 중국의 춘화다. 그림의 배경은 사람들의 복식으로 미루어 명나라이고, 부귀를 누리는 고관대작의 집에서도 내실 침소다. 그림에는 총 다섯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중 복식이 가장 화려한 두 사람의 남녀가 섹스 당사자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그들의 방사를 돕는 도우미다. 도우미 중 두 사람도 옷을 벗고 있으나 오늘 운우지락을 누릴 주인공은 침대에 엎드린 젊은 여인의 등에 기댄 귀부인이다.

노란 비단옷을 입은 당당한 풍채의 남자는 늘어뜨린 구레나룻과 수염이 길고 새카만 데다 젊은 얼굴은 아니나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인다. 마치 부인에게 인사라도 하러 온 듯, 방사를 나누는 중인 이 남자는 방 안에 여인들이 여럿 있어도 전혀 서두르거나 쑥스러워하지 않고 아주 느긋해 보인다. 곁에 시중드는 두 여자의 어깨에 턱하니 팔을 걸치고, 심지어 자신의 음경마저 맡긴 채 부인을 바라보는 눈길이 다정하기까지 하다.

부부간의 섹스는 참으로 은밀한 행위인데, 이들은 어쩌자고 세 여인을 불러 자신의 성행위를 거들게 하는 것일까? 중국 춘화를 보면 섹스를 하는 두 사람을 곁에서 자연스레 지켜보거나 도와주는 여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고대 중국에서는 남녀 간의 성이 자연스런 일이었고, 또 아랫사람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대상이 아닌 하찮은 이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찬찬히 볼라치면, 세 사람의 젊은 여인 중 옷을 벗고 팔을 베개에 괸 채 침대에 엎드린 여자는 하녀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녀는 남자를 부축(?)하고 서 있는 두 여인과 달리 머리 장식이 화려할 뿐 아니라, 발은 조그맣고 앙증맞은 전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곱게 화장한 얼굴의 표정도(화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두 여자와는 달리 긴장돼 보인다. 전족은 남당 시대의 2대 통치자인 ‘이욱’이 유행시켰다고 하지만 명청 시대에 전족 유행이 꽃을 피웠고, 산다 하는 집안의 딸들은 모두 전족을 해서 ‘귀한 집안 처자’임을 과시해야 했다. 따라서 그 젊은 여인은 아마도 남자의 첩일 것이다. 그녀는 침대 위에 올라서 본부인과 남편의 정사를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도 그들의 섹스에 동참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리라. 이날은 본부인(1호 부인)이 남편과 운우지정을 나누는 중인가 싶다.

네덜란드 직업외교관 R. H. 반 홀릭이라는 동양학 학자가 저술한 ‘중국의 성풍속사’를 보면 중국의 권력과 부귀를 가진 남편들은 일부다처제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중국은 가문의 대를 잇는 의무가 중요해 아들을 많이 낳아야 했으며, 따라서 여자의 성적 의무도 오로지 후사를 잇는 것으로 남자들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는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전통은 여자들을 억눌렀지만 나름 집안의 위계가 엄격했다. 또 여러 명의 아내들은 본부인의 수하에 있었으며, 심지어 시어머니가 죽으면 시아버지의 다른 부인들도 아들 본부인의 뜻을 받들어야 했다니 본부인의 위세는 자못 등등했다.

본부인은 남편이 집에 없을 땐 모든 권한을 대신했고, 평소에는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했다.

물론 남편은 정처라도 내쫓을 권한이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아내의 집안도 만만치 않았으며 그 권한을 인정해주는 것이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를 어찌 평화롭게 다스리겠는가?

고대 중국의 성에서 중요한 것은 아들을 수태하는 것이 제1이요, 여자의 음기로 남자의 양기를 보충하는 것이 제2였는데, 사실 그 충만하게 채워진 남편의 ‘양기’를 누리는 것 또한 우선은 본부인이었다. 양기를 높이려면 다른 여자들과 자주 섹스를 하되 사정을 하지 않고 여자의 음으로 자신의 양을 보충해야 한다. 쉽게 말해 첩들에게서 ‘음기’를 보충한 후 힘을 축적해 그 힘으로 본처와 관계를 하여 우수한 아들을 낳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고, 그 다음이 자신의 정력 보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모든 처첩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야 했으니 아내가 많을수록 그 의무는 무거웠으리라. ‘예기’에서도 아내 중 한 사람이라도 소홀히 하는 것은 아주 중대한 ‘무례’라고 했다. 여러 명의 첩과 사정을 하지 않고 조절하며 섹스를 하고, 본처에게 그 양기를 안겨야 했으니 그 또한 때론 ‘죽을 맛’ 아니었을까?

또 남편은 아름다움이나 나이로 처첩과의 교접 횟수나 차례를 정해서는 안 되었다.

‘첩이 비록 늙더라도 나이가 쉰이 되지 않았으면 남편은 닷새에 한 번은 그녀와 교접해야 한다’에서부터 ‘부부의 의무는 70이 넘어야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무조건 처첩을 많이 거느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었을 것 같다.

어쨌든 남편은 첩과 밤새도록 있어도 안 되고 온 밤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정부인에게만 있었다고 하니, 평생을 남편에게 종속되고 통제받아야 했던 억울함이 본부인에게는 좀 가벼웠을까?

다시 그림으로 돌아오자. 지금 젊은 첩의 등에 기대어 남편의 삽입을 받아들이고 있는 부인은 정말 당당해 보이지 않나? 그녀의 머리 장식은 참으로 화려하고, 표정은 느긋하게 남편의 성기를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왼손으로는 술잔을 올린 작은 쟁반까지 들고 있는데, 그 술잔은 남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녀를 위한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등을 받친 첩의 자세나 표정으로 봐서 정부인의 위세는 등등하기만 하고, 침대 옆에 입위의 체위로 선 채 하녀의 손에 맡겨진 남편의 음경은 그래서인지 체격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

어쨌거나 오늘은 그녀의 날, 그동안 충전한 남편의 ‘양기’가 그녀를 흐뭇하게 하려는지!

<이 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1년 7월호(VOL.79)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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