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미국 시사전문지 ‘US News & World Report’가 55세 이상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건강과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내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위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집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비율이 2년 전 본지가 조사한 결과보다 훨씬 높아졌다. 다만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신체적, 인지적 문제 또는 이동성의 한계 등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에게 간병이라는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간병 인력 공급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와이파이 및 AI와 결합된 홈센서를 통해 집안에서 노인의 움직임 및 환경 패턴을 감지함으로써 연중무휴 24시간 이용 가능한 재택 간병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집에서 냉장고를 얼마나 자주 여는지, TV에서 채널을 얼마나 자주 돌리는지 등 일상 데이터를 종합해 간접적으로 노인의 상태를 파악해내기도 한다. 아울러 챗봇 등 AI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위기 상황을 주변에 알리거나, 복약 시간이나 약속을 일러주고, 대화를 주고받는 등 반려자와 같은 역할도 해내리라 예측했다.
릭 로빈슨(Rick Robinson) AARP 고령친화기술 협력 총 책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간병 위기 문제의 해답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간병의 대상이 되는 노인을 비롯한 가족 및 전문 간병인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이점들을 전망하면서도 "AI만으론 의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단순 노화나 가벼운 만성질환 등을 지닌 노인이 아닌, 위험 정도나 증상이 심한 질환자에게 AI 간병인만으로 대체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 아울러 현 단계로서는 AI가 허구의 메시지를 구현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판독이 어려워 액면 그대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제도 언급했다. 때문에 AI 간병인을 두더라도 결국 사람이 확인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ARP는 현 시점에서 완벽히 AI가 간병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간병인의 서비스 향상에는 일조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AI를 통해 노인 질환에 대한 정보나 투약하는 약에 대한 설명 등을 듣기도 하고, 보험 혜택이나 지원책 등에 대해서도 요청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바이오마커(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와 접목한 기술이 발달하면 약국, 병원 등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환자의 상태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 가능해진다는 이점도 언급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라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고독사 위험군의 전력·통신·수도 등 평소 사용패턴을 학습 후 사용량 급변 등 응급상황 감지 시 안부 확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밖에 국내 3대 통신사(SKT, KT, LG U+)에서도 자사의 ICT 기술을 활용, 지자체와 협력해 AI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AI 노인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또한 현재로서는 응급 상황에 대한 감지나 소통의 도구 등으로 활용되며, 관제 센터 등에서 사람의 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형편이다. 현재로서는 노인의 이동성 확보 및 물리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AI가 간병인의 도움을 대체하기보다는 지원하는 대책으로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