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부조회화 창시자’ 박철 개인전

기사입력 2014-03-20 08:49 기사수정 2014-03-20 08:49

‘지(紙)에 수복(壽福)을 담다’展 5월 4일까지 광주 영은미술관

‘한지 부조회화’의 창시자, 박철 화백의 개인전 ‘지(紙)에 수복(壽福)을 담다’展이 광주에 있는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가 ‘한지 부조회화’ 장르를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당시 작가는 안동대 출강을 오가며 안동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인근 시골 마을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곳에 버려진 고가의 각종 문짝들, 부서진 와당, 허물어진 기와조각들과 말안장, 멍석, 여물통, 독과 단지 등을 보며 작가는 작품의 주 소재로서 확신을 가해 그만의 기조방식, ‘한지 부조회화’ 장르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1990년대부터 바이올린과 멍석, 맷방석 등의 형태를 그대로 캐스팅해 한 화폭 속에 조화시키는 일명 ‘앙상블’ 시리즈가 등장한다. 한국의 전통적 고유미를 지닌 맷방석이나 멍석 등과 바이올린의 날렵한 곡선이 절묘한 어울림을 자아내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상징물들이 한지(韓紙)라는 공통 분모 속에서 새로운 조형미를 마음껏 펼쳐낸다. 자칫 매우 어색할 수 있는 대비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옛 것과 새 것, 혹은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 표면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요철은 작품에 쓰이는 재료들을 석고나 시멘트로 눌러 형태의 음각을 만든 뒤, 완전히 굳어진 형태 위에 한지와 고서적의 낱장들, 그리고 빈랑, 오배자, 정향, 도토리, 밤, 쑥, 소목, 홍화, 황백과 같은 천연 염료를 조색 후, 약 10~30여 회 짓이기고 두들긴 후에서야 비로소 작품의 완성본이 탄생된다.

작가는 이렇듯 자연(自然)에 의한 극히 우연(偶然)한 효과와 오랜 시간에 의해 변화된 느낌 즉 고연(古然)을 표현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모든 물질은 시간에 의해 필히 소멸된다는 필연(必然)의 법칙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인고의 정성을 통해 화면 위에 펼쳐내는 절묘한 앙상블 속에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온기가 느껴지는 심심(深心)과 수복(壽福)이 담겨져 있는 작품 22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영은미술관 제 1전시실에서 오는 5월 4일까지. 문의 (031)761-0137

경기일보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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