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허락한 정부 활성화 방안, 실버타운 업계 판도 바꿀까

기사입력 2024-07-24 11:20 기사수정 2024-07-24 13:38

사업자 부지 선택의 폭 넓혀… ‘유사 분양’ 변화 올까 업계 ‘주목’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 (어도비 스톡)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 (어도비 스톡)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를 살펴보면 실버타운(시니어 레지던스)을 세울 때 토지·건물을 소유하도록 한 규제를 풀어 토지·건물을 임대해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민간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입주를 위해 넘어야 했던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형식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토지·건물을 사업자가 소유해야 하는 현행법에서 '임대 방식'이 허용되도록 노인복지법의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시설을 설립하려면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해야 한다는 제약하에서는, 초기 비용이 커 생보사들은 사업 진출을 막는 규제로 인식해 왔다. 폐교나 공공 부지에 대한 임대는 허용됐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졌기에 입소 수요가 많지 않다. 서울 내 일부 폐교 사례를 제외하면 실제 활용된 사업은 드물다.

기존 제도하에서는 사업자가 토지·건물을 소유하고, 임대 방식으로만 실버타운 운영이 허용돼 일종의 ‘유사 분양’ 방식의 양산을 낳았다. 투자유치를 위해 관광 단지 등 부동산 가치가 높은 지역에 시설을 짓고, 실제 분양이 아닌 ‘임대권을 분양’하는 방식을 취했다. 때문에 소비자의 소유에 대한 걱정은 늘 따라다녔다. 일각에선 인구 이동이나 교통량이 많은 관광 단지 내 고령자 시설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공급이 부족해지자, ‘완판’된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서비스 수준이 점차 낮아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부지 확보에 대한 문턱을 낮춰 의료 접근성이 높고, 가족의 왕래가 편한 도심 지역에 설립을 유도하게 된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투자가치를 따지고, 가족을 보기 위해 노후에 혼잡을 감내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분양형 실버타운의 설립도 허용하면서, 소유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도심 내 유휴시설을 실버타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 허가와 용적률 완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지방 대학 소멸이나 노인 요양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높은 의료와 교육 시설을 갖춘 대학 내에 실버타운이 들어선다면 생활지원 서비스의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서비스 지속에 대한 걱정도 해결된다. 지금까지 실버타운은 최소 시설·인력 기준만 있었을 뿐 애초 약속했던 서비스의 실행이나 유지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았었다. 시행사에서 약속하는 서비스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 대비책도 많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는 서비스 전문사업자를 육성하고 관리도 직접 나서겠다는 취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고령자 대상 민간 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에 60세 이상 ‘유주택자’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고, 실버타운의 경우 기존 자가주택을 활용한 주택연금 계속 수령을 허용하고, 자가주택의 임대까지 허용한다는 부분이다. 중장년들에게 자가 주택은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현금 흐름 수원지이자 자녀를 위한 상속 수단으로서 중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시설 입주를 꺼려했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매력이 높아진 셈이다.

법무법인 가온 배정식 본부장은 “갖고 있던 주택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고, 집안의 물품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실버타운 대중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상대적으로 고급 실버타운의 서비스는 더 높아지는 등 시장의 구분이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을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공급이 예상되는 만큼 대기 수요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번 정책을 통해 민간 자금 진입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투기 수요 차단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김동환 교수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상품은 임차인 확보가 제한적일 수 있어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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