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장난감병원 ‘키니스’가 문을 연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가본 적 없는 길… 외롭고 험난했다. 사실 난 일찍이 은퇴 후를 고민했다. 인하대 금속공학과 교수를 지냈는데,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아이디어가 스쳤다. ‘아, 그래. 장난감병원!’
장난감은 대개 건전지로 작동한다.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음료를 흘리면 고장 나기 일쑤다. 그걸 고치려면 전자 신호나 회로를 읽을 줄 알아야 해서 주변에 손을 벌렸다. 동료 교수와 전자 업체 연구원 대부분 흔쾌히 승낙했다. 덕분에 은퇴 후 바로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사비 3,000만 원을 들여 비영리 민간단체 키니스장난감병원을 설립했다.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박사’라고 부른다. 실제 박사인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장난감 박사’라는 뜻이다. 우리는 무보수 재능기부로 장난감을 고친다.
<키니스장난감병원 시스템>입원 치료 의뢰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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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여부 결정
*70% 이상 치료 확률이 확보되면 입원이 허락된다. 치료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되레 실망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치료 확률이 희박해도 의뢰자가 원하면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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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치료
입원하는 장난감은 매년 1만 개에 달한다. 박사가 6~7명뿐이라 종일 허리 펼 새도 없다.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시중 가전제품과 달리 장난감은 다소 허술하게 만들어져 고치기 난해한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땐 치료를 위해 부품을 새로 사거나 박사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이 경우에도 택배비 외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다.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장난감을 고치고 싶다. 매일 뜻밖의 동심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먼 훗날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장난감병원 설립자로 기억되고 싶다. 키니스가 오래오래 아이들 곁에 함께하길…!
키니스장난감병원 김종일입니다. 힘닿는 한 계속해서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고칠 겁니다. 훗날 최초의 장난감병원 설립자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에디터 조형애 취재 이지혜 디자인 유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