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기념] 소중한 애독서의 10년 성장을 지켜보며

기사입력 2025-04-01 08:00 기사수정 2025-04-01 08:45

독자 기고 - 이호갑 동아노인복지연구소 연구위원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10여 년 전 제가 선릉 인근에 있는 강남 구립 종합노인복지관인 ‘강남시니어플라자’ 관장에 취임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이하 ‘브라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브라보’ 잡지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브라보’에 강남시니어플라자를 소개할 기회도 주셔서 기억에 남을 소중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액티브 시니어가 좀 더 다양한 활동과 배움을 추구하는 선진형 노인복지관으로, 강남시니어플라자가 출범해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실버타운인 ‘삼성노블카운티’ 임원 출신인 저는 관장으로 취임 후 강남 지역 1만 명 시니어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했으며, ‘브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서 시니어 회원님들의 활동상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브라보’ 같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지가 거의 없었기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훌륭한 시니어 전문지가 출범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마이너 분야 전문지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발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2016년 노인복지관 관장을 그만두고 ‘브라보’는 제 기억에서 거의 잊고 있었는데, 최근 은행 업무를 보러 가서 대기하다가 소파 옆 서가에 꽂혀 있는 잡지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강, 주거, 여가, 패션, 금융 및 심지어 성생활까지 시니어에게 유용한 분야의 다양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서가에 지난 1년치 ‘브라보’ 잡지들이 거의 그대로 있어서 왜 유독 버리지 않고 꽂아놓는 걸까 의문이 들었는데,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대부분 시니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대학에서 노년학 강의를 해달라는 의뢰가 올 때마다 저는 강의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브라보’를 찾아보며 참고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유용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저에게 ‘브라보’는 살아 있는 시니어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매년 80만 명 가까운 시니어들이 은퇴하면서 은퇴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도 훨씬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30년 전 삼성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노블카운티’ 실버타운을 만들 때만 해도 시니어 관련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 네이버 뉴스를 비롯해 방송·언론 매체들을 보면 시니어 관련 뉴스가 대략 30%로 넘쳐나고 있으며, 그 내용도 다양한 분야의 깊이 있는 기사들이 많이 소개되고 해외 사례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강남시니어플라자 관장 시절 저는 시니어 회원님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주무관청의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하여 회원님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관장님과 함께하는 맛집 투어’ 동아리를 조직해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집 투어를 했고, ‘관장님과 함께하는 문화산책’ 활동은 가볼 만한 전시회, 음악회,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또한 시니어 자원봉사대를 조직해 진정한 자원봉사 활동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하는지 몸소 체험하도록 한 후 강남구 관내에 자원봉사 활동을 확대해나가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홀로 되신 시니어분들이 건전하게 교제할 수 있도록 전문가 코디네이터와 함께 ‘SRC(시니어 로맨스 클럽)’를 조직해 1기부터 6기까지 약 6개월간 만남의 장을 만든 일입니다.

이렇게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2년간 숨가쁘게 전개했던 많은 활동이 지금은 노인복지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대부분 시행되고 있으며, ‘브라보’에도 그러한 시니어분들의 다양한 활동이 종종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남시니어플라자에도 형편이 좋은 분들만 계신 게 아니었습니다. 회원님 중에는 삶을 살아가면서 사기를 당했다거나 실직을 했다든가 사업이 부도나서 건강을 해쳤다든가 배우자를 먼저 보내셨다든가 가정에서 거의 버림받다시피 한 분 등 역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힘겹게 지내시는 분도 상당수 계셨습니다. 이런 분들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도 부족합니다. 자신과 유사한 실패를 경험한 분들의 경험담을 미리 접했더라면 똑같은 실패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느꼈는데, ‘브라보’에 소개되는 시니어들의 사례와 활동은 대부분 성공 스토리 위주였습니다. 시니어들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실패 사례도 대단히 소중한 경험인데, ‘브라보’가 그러한 생생한 실패 사례를 소개해준다면 어려움에 처한 시니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심각한 저출생으로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시니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과거 은퇴 후 편안히 지내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시니어 문화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시니어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륜과 경제력으로 젊은 세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브라보’가 생산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요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AI에 시니어가 뒤처지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시니어 맞춤형 AI 프로그램도 소개해 시니어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를 헤쳐나갈 사회개혁 활동으로 ‘새로운 시니어 운동’의 횃불 역할을 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브라보’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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