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연금은 고령자들의 주택을 소득화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용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혜진 입법조사관은 ‘주택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역할 강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주택연금은 공적연금의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제도적 미비로 인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2024년 말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는 13만 명 수준이며, 이 중 대부분은 70세 이상 고령층이다. 주택을 담보로 하면서도 현재 거주를 유지하며 일정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노후소득원으로 평가되지만, 전체 고령 주택보유자 중 가입률은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낮은 가입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가입자와 한국주택금융공사 간 정보 비대칭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가입 시점의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정해지지만, 수령액 증가폭이 주택가격 상승이나 고령 가입자의 기대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80세 이상 가입자의 경우 9억 원과 12억 원 이상의 주택을 담보로 할 때 월 수령액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조는 고가 주택 보유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하며, 수령액 총합을 고려할 때 60세 전후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 가입자들이 해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가입이 급증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는 월 수령액이 고정되어 있어 상승장에서 연금보다 매각 차익을 우선하는 결정이 늘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① 가입 대상 주택가격 요건의 완화
– 현행 12억 원 이하인 공시가격 기준을 완화해 고가 주택도 포함하면 계약 종료 후 매각 유동성도 확보되고, 기금 건전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홍콩 등은 가격 상한 없이 운영 중이다.
② 주택가격 변동 반영형 월수령액 옵션의 도입
– 일정 주기마다 주택 시세 변화를 반영해 수령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면, 상승기 해지를 방지하고 가입자 이익도 보장할 수 있다.
③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보 공개 확대
– 수령액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명확한 산식 및 변동 요인 설명이 필요하다. 현재는 가입자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④ 주택 임대소득 등 보증채무 이행방식의 다양화
– 현재는 사망 시 주택 매각으로 채무를 정산하는데, 향후 임대수익을 통한 정산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의 인구소멸지역, 매각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정혜진 조사관은 “공적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 보장이 어렵고, 실물자산인 주택을 활용한 소득화 수단은 시급한 과제”라며 “정교한 설계와 함께 가입자 입장에서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원문은 국회입법조사처 누리집(nars.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