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노인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노인이 이끄는 기술입니다.”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5 시니어산업-에이지테크(Age-Tech) 포럼’에서, 경희대학교 에이지테크연구소장 김영선 교수는 이같이 강조하며 시니어 중심의 산업 전환을 촉구했다. 이번 행사는 경희대학교 에이지테크 연구소가 주최한 행사로, 산업계·학계·공공기관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행사의 개회사를 맡은 경희대학교 홍충선 부총장은 “2025년 한국은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제는 산업과 정책, 돌봄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고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희대학교는 에이지테크 연구소, 교육연구단,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니어산업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향후 케어로봇센터, 영양헬스케어센터, AI센터 등을 중심으로 에이지테크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CES 2025에서도 에이지테크 분야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산업계와의 기술 협력, 정책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기업과 기관 간 실질적인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산층 시니어가 에이지테크 핵심 타깃 될 것”
이날 ‘시니어 소비자 트렌드와 기술 연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영선 교수는 ‘시니어는 더 이상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시장의 주체’라고 규정하며,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산업 전략의 대전환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망한 시니어산업 시장 규모는 2030년 기준 약 126조 원 수준이지만, 경희대 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271조 원에 이른다”며, “이는 시니어 10명 중 7명이 ‘자신을 위해 더 소비하겠다’고 응답한 최근 조사 결과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70대보다 80대에서 스마트가전,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구매력이 더 높게 나타나는 사례를 들어, 고령자들이 단순한 수혜자나 소비 후진군이 아님을 강조했다. “기술은 노인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활용하는 시장의 중심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이지테크를 세 가지 축으로 설명했다. 첫째, 고령자의 자립을 돕는 기술(스마트홈, 피지컬 로봇 등), 둘째,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한 시스템(원격의료, 케어 로봇, AI 기반 서비스), 셋째,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 리터러시 제고다.
그는 “한국 시니어는 비용보다 정보 접근성에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며, “기술 보급 이전에 정보 전달과 디지털 문해력 향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의 경우 기술 수용성은 가격 문제에 기인하지만, 한국은 정보 부족이 더 큰 장벽”이라며, “시니어가 기술을 알지 못하면 그 어떤 서비스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중산층 시니어를 핵심 타깃층으로 지목했다. “중산층 시니어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신뢰가 높고, 실제로 지불 의사와 장기 사용 지속률이 모두 높게 나타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약 53%가 ‘돈을 내고 쓰겠다’고 응답했고, 평균 사용 기간도 7.7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거버넌스와 제도 정비가 절실… 지금이 전략적 전환점 돼야”
또한 CES와 맥킨지, IMF 보고서를 인용해 “에이지테크는 헬스케어, 웰니스,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 ICT를 능가하는 연평균 2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전략 전환의 티핑포인트(어떤 사회적·기술적 변화가 급격히 확산되거나 방향이 바뀌는 전환점)”라며 제도 정비와 정부 주도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핀란드, 싱가포르 등은 이미 정부 차원의 전략과 플랫폼을 구축해 에이지테크를 육성 중이며, 한국도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고,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 설계가 이뤄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고령친화 산업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이 밖에도 행사에서는 일본 테크노에이드협회의 기요쿠니 소시마 기획부장의 ‘일본 헬스케어 중심의 AgeTech 산업 동향’, 슬립포레스트 신원철 대표의 ‘수면 기반 시니어 헬스케어 연구’, 고형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고령사회정책국장이 ‘에이지테크 기반 실버경제 육성정책’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