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조가 어우러지는 여행
시조는 그저 글귀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라보며 삶의 깊이를 담아낸 하나의 철학이며, 문화유산이다. 그들은 자연을 향한 마음을 고백하며 시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풀어내고자 했고, 그 마음은 시로 남아 후세에 전한다.
그리하여 시조는 그 시대의 풍경을, 사람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하나의 울림이 됐다. 물결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는 그 자리에 서면, 시조 속의 마음이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선조들의 풍류가 아닐까. 오늘날에도 선조들과 같은 땅을 걸고, 자연을 담은 시조를 읊조리며, 그들처럼 풍류를 즐기는 유람이 가능하다. 시로 그려낸 명승지에서 선조들의 삶과 사유를 느끼는 경험은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된다. 자연과 더불어 시조를 읊으며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음미하는 여정이야말로,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긴 보물을 찾는 방법이 아닐까.
‘탐라’, 외따로 있으나 뺄 수 없는 그 섬

고려 말과 조선 초에 활동했던 양촌 권근은 1396년 ‘탐라’라는 제목의 응제시를 짓는다. 응제시란 황제의 명에 따라 지은 시라는 뜻이다. 조선 개국 초 1396년에 명나라 태조 주원장을 만나러 간 권근은 칠언율시 형식으로 제주의 특징을 소개했다. 특이한 점은 지금의 한라산 표기와 다른 한자를 사용하는 것과 권근이 제주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는 한라산의 풍경과 특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행 정보
시에서 먼바다를 지나 한라산을 목격하는 순간과 배가 드나드는 항구의 풍경을 언급한다. 당시 제주도가 물리적이나 심리적으로 육지와 동떨어진 외딴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옛사람의 정취를 따라 하늘길이 아닌 바닷길로 제주를 찾으려면 목포, 해남, 완도, 부산 등에서 출발하면 된다. 제주도 중앙에 솟은 한라산은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 5월부터 삼각봉 대피소와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손목의 띠지나 스마트폰의 QR코드로 예약자를 확인하므로, 정상까지 오르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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