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시 수지도서관의 ‘AI로 작가 되기’ 교육은 AI을 활용해 동화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편집해 출판까지 해내는 디지털 창작 실습형 프로그램이다. 책을 만든 이들은 대부분 40~50대 중장년으로, AI 활용은 다소 어렵게 느끼지만 창작을 향한 열망은 누구보다 뜨거운 세대다.
도서관 교육으로 다시 태어난 ‘작가의 꿈’
수지도서관 ‘AI로 작가 되기’ 수료생 유안휘 씨는 1972년생으로 직장에서 기획 업무를 했지만 마음 한쪽에 글쓰기와 작가의 꿈을 품었던 사람이다. 컴퓨터가 낯선 편은 아니었음에도 생성형 AI는 생소했다. AI 교육을 신청한 계기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였다.
교육을 따라가며 그는 놀라운 전환을 경험했다. 머릿속에만 머무르던 구상이 글과 그림 원고가 되더니, 인쇄된 책과 전자책이 되고 판매까지 이뤄진 것이다.
수강생 대부분이 그림은 ‘미드저니’로, 텍스트는 ‘챗GPT’로 제작하는 반면, 유 씨는 챗GPT 하나로 그림까지 완성했다. 왜였을까?
“프로그램마다 그림체나 스타일이 다른데, 원하는 캐릭터 이미지가 챗GPT에서 더 잘 구현됐거든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써보면서 저에게 더 편하거나 잘 맞는 프로그램을 찾게 됐어요.”
그가 만든 동화책 ‘엄마의 밀당’은 실제 경험에 상상을 가미해 구성한 이야기다. 살림과 육아의 고단함, 미루기만 했던 꿈에 도전하는 일화 등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에피소드를 동화적 시선으로 풀어냈고, 그 모든 장면은 AI와의 대화를 통해 구조화된 스토리와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그는 특히 “AI에게 전문 출판 편집자의 시선으로 원고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해 퇴고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유 씨는 전자책을 번역해 아마존 같은 외국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거나, AI를 이용해 책 소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출판을 몰라도 AI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이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이끈 사람은 김미진 강사다. 그는 9년 동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해온 전문가로, 복지관에서 고령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작한 수업을 도서관, 학교, 공공기관까지 확대해왔다.
“중장년층 또는 그 이상 연령대 수강생들은 처음엔 AI가 뭘 해줄 수 있는지도 모르고 오세요. 하지만 AI에게 ‘나는 누구이고 뭘 하고 싶은지’를 말하듯 전하면 그 순간부터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는 첫 수업에서 짧은 시와 그림을 생성해가는 과제부터 시작해 점차 동화책이라는 완성된 프로젝트로 이어가는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빠르게 제공해주지만, 중요한 건 참가자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이에요. 결국 AI는 그걸 표현해주는 도구일 뿐이죠.”
프로그램은 총 7차로 진행되며, 수강생들은 챗GPT(텍스트), 미드저니 또는 코파일럿(이미지), 캔바(편집), 교보문고 퍼플(POD 출판)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해 출판 가능한 수준의 동화책을 만든다.
“‘AI로 작가 되기’는 수업시간만으로 제작을 완성하기엔 빠듯해 단톡방도 운영합니다. 인쇄용 고해상도 이미지 정리, 출판 플랫폼 업로드 등도 끝까지 지원해요. 대부분의 수강생이 새벽까지 열정을 불태우며 완성해갑니다.”
또한 그는 동화책을 기반으로 번역이나 영상화 등으로 활용하라고도 권한다.
김 강사는 도서관이 아닌 복지관 등에서 스마트폰만으로 참여 가능한 시니어 대상 수업도 진행한다. 시니어 수강생 가운데는 AI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활용이 더 어렵다고 털어놓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원고를 손 글씨로 적어 오는 경우도 있다고.
“AI 활용 자체는 스마트폰 익히기보다 쉬워요.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해도 AI가 다 알아듣거든요. 어렵게 타자를 치지 않아도 돼요.”
그가 소개한 사례 중에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감정의 중개자로 활용한 수강생도 있었다. 어느 시니어 수강생은 외국에 사는 손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AI에게 말하듯 전달했다. 그러자 챗GPT는 그것을 시구 형태로 바꾸어주었고, 여기에 손주와 닮은 캐릭터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그림을 곁들였다.
“AI는 이제 시니어에게도 낯설기만 한 기술이 아닙니다. 삶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죠.”
수지도서관의 ‘AI로 작가 되기’는 현재 3기가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더욱 체계화된 AI 창작 교육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도서관에는 AI 주제 전용 도서 전시대와 시니어를 위한 전용 열람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단순한 강의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디지털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영상으로 다시 태어난 동화책수강생 심혜진 씨는 자신이 만든 동화책을 영문으로 번역한 뒤, AI 보이스와 배경음악을 입혀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