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 노인 돌봄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 현장의 준비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국회입법조사처, 국가인권위원회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등의 공동주최로 '제19차 노인인권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초고령사회 인구감소지역 노인 통합돌봄 보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돌봄 시설 편중, 지역 간 건강 격차, 지자체 역량 불균형 등 통합돌봄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현재 229개 전 지자체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대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돌봄이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 등 필요한 서비스를 지차체가 직접 또는 연계해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 "지자체 중심 재편 없이는 통합돌봄 작동 어려워"
첫 발표자로 나선 김보영 영남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 돌봄 제도가 재가 서비스의 시간 제한, 요양병원 중심 구조 등으로 인해 예산 증가가 돌봄의 질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 노인맞춤돌봄 등 관련 제도가 제각각 운영되면서 현장의 서비스는 파편화됐고 통합판정조사와 지자체 조사가 이원화돼 조사를 반복해서 하는 비효율성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전략적 기획자' 역할을 하며 지침을 정비하고 지자체는 '현장 실행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해야 돌봄통합지원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발표자인 김동현 한림대 보건과학대학원장은 인구감소 지역과 노인 집단에서 나타나는 건강·의료 접근성 격차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역사적 요인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농촌 고령층의 높은 자살률, 의료 인프라 부족 등은 수도권 중심주의와 연령 차별주의가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통합돌봄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대형 병원 중심에서 벗어나 보건소와 같은 지역의 1차 보건의료 체계를 재정비하고 지역을 잘 아는 의료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자체에 책임만 부과하기보다 법·예산·인력 세트로 보완해야"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건강권 격차가 심화된 인구감소지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고 있는 김이배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 전문위원의 지적은 통합돌봄 추진 과정의 또 다른 핵심 과제를 드러낸다.
김 위원은 내년 법 시행을 앞두고 기초자치단체가 충분한 권한과 재정,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임만 커지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공무원 증원 동결, 기준인건비 제도, 전문인력 부재 등으로 인해 돌봄 대상자 발굴, 서비스 연계 같은 핵심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의 최소 운영 기준을 중앙 정부가 제시하고 정교한 분권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민간-기업-마을이 분절된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기능 복지거점 구축(복지복합센터)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의 유의미한 성과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지자체의 현재를 반영한 구조 재설계에 달려 있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내년 3월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 보완의 실질적 속도를 내지 않으면 그 피해는 지금의 노인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또는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 한일시니어포럼] ‘초고령사회,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다’](https://img.etoday.co.kr/crop/190/120/225202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