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두면 손해” 퇴직연금 물가도 못 따라갔다

입력 2026-01-23 06:00

수익률 연 2%...방치할수록 가치 감소

(챗GPT 생성이미지)
(챗GPT 생성이미지)

퇴직연금이 노후의 든든한 자산이라는 인식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줄곧 "노후자산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돼 왔다. 특히 물가와 임금이 오르는 환경에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보험연구원이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 평가와 보험산업의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퇴직연금의 구조적 한계와 사전지정운용 제도 도입 이후 실제 수익률 변화와 가입자 선택 행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3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약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3%를 웃돌았다. 명목상 자산은 유지되고 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가치 기준으로는 노후자산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게 형성되는 배경에는 자산 운용 구조의 문제가 깔려 있다. 연구진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상당 부분이 예금과 보험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변동성에 대한 부담과 원금 손실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장기 운용에 필요한 투자 비중 확대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은 장기 자산임에도 단기 안정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운용 행태를 보여 왔다. 보고서는 이런 구조가 수익률 정체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고, 관심이 없으니 운용도 바뀌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전지정운용 제도 도입 이후 일부 개선 신호는 나타났지만, 가입자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전지정운용 가입자 가운데 대부분은 여전히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노후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려는 선택은 확산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전지정운용을 선택 사항으로 두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자동 운용을 기본으로 하고, 원하면 탈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 확대, 수익률 중심의 사업자 평가 체계 도입, 저성과 상품의 정비, 정보 공시 강화도 함께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퇴직연금이 안전한 저축에 머무는 한 노후소득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퇴직연금이 노후를 지키는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가만히 두지 않는 연금이라는 인식 전환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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