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문화 이슈] 시니어와 연결되는 연예·문화 이슈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왜 떴을까?ENA 범죄 수사 스릴러 드라마 ‘허수아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구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사실 이춘재 사건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차례 다뤄진 소재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한국 범죄 영화의 대표작으로 통하는 작품으로, ‘허수아비’ 역시 방송 전부터 자연스럽게 비교 선상에 올랐다. 그럼에도 ‘허수아비’가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허수아비’는 4월 20일 2.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출발해 방송 2회 만에 4%, 5회 만에 6%를 돌파했다. 지난 5일 방송된 6회는 7.41%를 기록하며 ENA 월화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OTT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TV 드라마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흥행이라는 평가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형사와 검사의 공조를 그린 수사물이다. 소재 자체는 익숙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특히 3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춘재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이 이춘재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춘재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다. 33년간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은 2019년 DNA 감정을 통해 이춘재가 진범으로 특정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이춘재가 모든 범행을 자백하면서 사건은 종결됐고,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이름 역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
드라마 제목이 ‘허수아비’인 이유 역시 실제 사건에서 착안했다. 극 중 범인은 허수아비로 위장해 범죄 현장 주변에 숨어 있다가 사건을 저질렀다. 실제 이춘재 사건 당시에는 첫 번째 사건 현장 인근 논두렁에 사람 형상의 허수아비를 세워두고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는 문구를 붙였던 일화가 알려져 있다. 작품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수아비’와 ‘살인의 추억’
이춘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허수아비’는 방송 전부터 ‘살인의 추억’과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1980년대 화성(극 중에서는 ‘강성’으로 등장한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형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구조 역시 닮아 있다.
특히 1980년대를 지나온 시니어 세대라면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도 많다. 의상과 메이크업, 거리 풍경까지 당시 농촌과 산업화 시대의 공기를 세밀하게 복원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살인의 추억’이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면, ‘허수아비’는 범인을 집요하게 쫓던 사람들의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살인의 추억’이 제작된 당시만 해도 실제 사건은 장기 미제 상태였다. 작품은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 범인을 향한 분노와 염원을 담아냈다. 영화 마지막, 형사 역의 송강호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허수아비’는 이미 진범이 밝혀진 시대를 전제로 한다. 물론 극 안에서도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중요한 축이다. 1988년 속 누가 이용우(극 중 범인, 이춘재 모티브)인지 밝혀가는 과정 자체가 주요 서사다.
다만 드라마는 단순 추리에 머물지 않는다. 매 회차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는 30년이 흐른 뒤, 60대 중반이 된 강태주(박해수 분)와 이용우의 대화 장면이 등장한다. 이용우의 얼굴은 끝까지 가려져 있는데, 실제 이춘재를 연상시키는 말투와 분위기가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시청자들은 실제 사건을 떠올리며 1980년대 이용우가 누군지 추리한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인 박준우 감독은 사건 자체보다 인물의 내면과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한다. 박준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범죄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특정 시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허수아비’는 그 오랜 꿈을 이뤄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유명한 작품이 있는 만큼, 어떤 차별점과 의도를 가져갈지 작가와 계속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30년이라는 시간
박준우 PD는 작품 기획 배경에 대해 “5년 전, 사건 관련자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범인이 누구였는가보다 당시 사건 관계자들이 겪은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이춘재를 놓쳤을까’, ‘왜 사건이 30년 동안 미궁에 빠졌을까’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허수아비’ 서사의 중심축은 범인이 아닌 사건 담당 형사와 검사, 피해자 유가족, 그리고 오랜 시간 진실을 추적해온 이들이다. 원래 절친했던 친구였지만 사건을 계기로 멀어진 강태주와 차시영(이희준 분)은 각각 경찰과 검사로 다시 만나 공조 수사를 펼친다. 서지원(곽선영 분)은 기자로서 30년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배우 이희준 역시 “30년간 사건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 위로와 애도를 전하고 싶다는 감독의 말이 인상 깊었다”고 밝히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극은 1988년과 2019년을 오가며 전개된다. 이 ‘30년’이라는 시간은 시니어 세대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과거의 향수와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30년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잊고 지냈던 꿈과 사람을 찾을 수도 있겠다.
[TIP] 1980년대 향수에 젖어 볼까?드라마 ‘허수아비’는 전국 각지를 돌며 1980~1990년대 농촌과 소도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작품 속 정취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촬영지를 따라 떠나는 여행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충남 서천 판교마을 극 중 ‘강성마을’ 배경으로 등장한 곳이다. 오래된 간판과 골목, 양조장 건물 등이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마을’로 불린다. 70~80년대 시골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충남 아산 인주면 들판 허수아비가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이 촬영된 장소다. 해질녘 넓게 펼쳐진 들판 풍경이 작품 특유의 긴장감과 쓸쓸한 정서를 배가시킨다.
경기 포천 관인면 탄동리 마을 골목과 상점가 장면 촬영지다. 오래된 세탁소와 한적한 거리 풍경이 남아 있어 드라마 속 소도시 분위기를 실감 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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