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2

시니어 시장, ‘싼 제품’보다 ‘믿고 오래 쓰는 제품’ 통해

입력 2026-05-12 06:00

롤랜드버거 ‘아시아 소비자 조사 2026’… 50세 이상 소비자 안정·공동체·연속성 중시

▲롤랜드버거가 11일 발표한 ‘아시아 소비자 조사 2026’ 표지.
▲롤랜드버거가 11일 발표한 ‘아시아 소비자 조사 2026’ 표지.

시니어 시장에서 가격만 앞세운 제품 전략의 한계가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고령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건강과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품에서는 더 신중하게 움직인다. 보행 보조기, 건강관리 기기, 기능성 식품, 생활편의 용품, 돌봄 서비스처럼 한 번의 구매 실패가 안전 문제나 생활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서는 ‘싼 제품’보다 ‘믿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롤랜드버거가 11일 발간한 ‘아시아 소비자 조사 2026’은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조사는 2025년 겨울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 11개 시장의 18세 이상 소비자 3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가 주목한 변화는 소비자가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생활비 부담 속에서도 모든 제품을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고르지 않는다. 품질과 브랜드 평판, 장기적 내구성을 함께 따진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품질을 내구성, 안전성, 장기적 가치와 연결해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니어 소비자는 구매 시 가격만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제품이 몸에 맞는지, 조작이 쉬운지, 오래 쓸 수 있는지, 고장 났을 때 수리가 가능한지,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려한다. 기업이 고령 소비자에게 접근할 때 할인율이나 신기능보다 안전성, 검증된 품질, 사용 편의성, 사후관리 체계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아시아 국가별 50세 이상 소비자의 성향 분석 자료. (AI 편집 이미지)
▲아시아 국가별 50세 이상 소비자의 성향 분석 자료. (AI 편집 이미지)

50세 이상 소비자의 성향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50세 이상 소비자가 다른 연령대보다 ‘전통 중시형’과 ‘사회적 관계 중시형’에 더 많이 속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정, 공동체, 연속성을 중시하며 헬스케어와 생활용품에 지출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신뢰할 수 있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특성이 고령화와 경제적 신중함이 맞물린 일본과 한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가운데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는 33%였다. 한국의 상위 소비 항목에는 식료품, 헬스케어·의료서비스, 생활용품이 포함됐다. 향후 2년간 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식료품과 헬스케어·의료서비스가 각각 47%였고, 생활용품은 30%였다.

일본의 경우, 보고서는 고령화가 수요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분야로는 헬스케어, 건강보조제, 기능성 식품, 이동 보조기기, 홈서비스를 제시했다. 일본 50세 이상 소비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헬스케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38%는 관련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초고령사회에서 소비의 중심이 단순 상품 구매에서 건강 유지, 생활 편의, 접근성 개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기업 전략으로 ‘필수재 중심 성장’과 ‘선택적 프리미엄화’를 함께 제시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려는 환경에서도 건강, 개인관리, 식품 품질 분야에서는 내구성과 장기적 가치를 이유로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하고, 오래 쓸 수 있으며, 실제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제품이라면 시니어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브랜드 전략에서도 신뢰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보고서는 새 브랜드를 시도하려는 의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브랜드 자산, 전통, 일관성이 경쟁 우위가 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롤랜드버거는 성숙 시장에서 온·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이미 기본 조건이 됐고, 경쟁력은 매장과 온라인, 배송 등 소비자 접점을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이를 시니어 시장에 적용하면, 디지털 전환도 단순히 앱 이용을 늘리는 방식보다 매장 체험, 상담, 구매 이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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