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30

[포용금융 리포트 ②] “주변에 은행이 없어요” 소외되는 고령층

입력 2026-05-29 06:00

앱 사용 못하는 시니어, 은행·보험 모두 높아진 문턱 ‘금융 접근성 경고등’

저신용·저소득층,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 소외를 줄이기 위한 금융 정책으로 '포용 금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단순 대출 공급을 넘어 금융 소비자 보호와 경제적 자립 지원까지 포함하는 포용금융의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점검해 본다.

▲디지털 금융 격차와 접근성 차이(이미지=AI 생성)
▲디지털 금융 격차와 접근성 차이(이미지=AI 생성)

고령층과 농어촌 주민의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 전환이 빨라지면서 은행 점포는 줄고 모바일과 비대면 서비스는 확대되고 있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은 오히려 금융 서비스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포용적 금융 등 금융개혁 방안 시리즈’ 보고서 중 제3권인 ‘은행·보험 부문의 포용적 금융서비스 접근성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금융 전환 과정에서 고령층·저소득층·농어촌 주민의 금융 소외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은행권 금융 접근성 문제와 보험 가입·유지 장벽을 함께 분석하며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은행은 줄고, 고령층의 접근성은 더 멀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개수는 2012년 7835개에서 2025년 5523개로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점포 폐쇄가 가속화됐다. 2019년 말 6738개였던 국내 은행 점포는 2022년 말 5831개로 3년 만에 907개나 줄었다.

은행 창구 이용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금융서비스 업무처리의 84.6%는 인터넷뱅킹으로 이뤄졌고, 은행 창구 이용 비중은 3.9% 수준까지 낮아졌다.

문제는 고령층의 금융 이용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금융서비스 이용 시 모바일 비중이 18.7%에 그친 반면, 지점·ATM·실물카드·현금 등 대면 방식 이용 비중은 80.7%에 달했다. 디지털 금융 확산 속에서도 여전히 대면 금융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지역 간 금융 접근성 격차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비수도권·농어촌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 접근 거리가 멀어 금융서비스 이용 제약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북·전남·충남·강원 지역은 금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앱 못 쓰면 금융 접근도 어렵다”, 커지는 디지털 소외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이 금융 편의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금융 소외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층과 농어촌 주민, 디지털 취약계층은 모바일·비대면 중심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기본 금융서비스 이용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은행대리업’ 도입 필요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은행대리업은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 제3자인 대리업자가 예금·대출·환거래 등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제도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어촌·고령층의 대면 금융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보고서는 은행대리업 도입 시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기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고령층의 대면 금융 공백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와 금융당국은 수년 전부터 은행대리업 도입을 검토해 왔으며 2025년에는 관련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다만 현재(2026년 5월 기준) 시범사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와 관리 부담, 수익성 한계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 역시 소비자 보호 체계와 감독 기준, 손해배상 책임 등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향후 시범사업 과정에서 실제 금융 접근성 개선 효과와 소비자 편의성, 고령층 이용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디지털 금융 전환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소외 계층의 접근권을 함께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약관에 대해 어려워하는 고령층(이미지=AI 생성)
▲보험 약관에 대해 어려워하는 고령층(이미지=AI 생성)

“보험도 어렵다”, 고령층 ‘보장 격차’ 커져

보험 분야에서도 금융 소외 문제는 이어졌다. 보고서는 저소득층과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 등이 보험 가입이나 유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료 부담과 낮은 디지털 접근성이 동시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진은 민간 보험시장이 수익성과 위험 관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보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많거나 질병 이력이 있는 경우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고령층은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렵거나 기존 보험 유지 부담이 커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보험 서비스 확대 역시 새로운 장벽으로 꼽혔다. 최근 보험 가입과 보험금 청구 절차가 모바일·비대면 중심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활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험 가입뿐 아니라 보장 내용 확인과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도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포용적 보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단순히 보험 상품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령층과 저소득층도 유지 가능한 보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민간 보험사의 참여 확대와 함께 고령층 맞춤형 상품, 취약계층 대상 공공성 강화, 대면 상담 지원 등을 함께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포용적 금융이 금융상품 공급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실제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제도권 금융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은행대리업과 포용적 보험 모두 금융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와 책임성,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지털 금융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접근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제도 보완과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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