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바라보는 두 시선

기사입력 2014-01-24 17:31 기사수정 2014-01-24 17:31

“외국인들이 한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며 각종 행사(파티, 결혼식, 재혼식, 음악회, 공연)에 멋들어지게 입고 간다. 해외 수출 시 부가비용 탓에 한복 가격이 한국보다 3배가량 비싼데도 인기가 좋다.” 질경이 우리옷 이기연 대표가 약 10년간 해외 패션쇼와 컬렉션, 수출을 진행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경험담 중 일부다.

우리 고유의 전통 의상 한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외국인이 더 높게 평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격식을 차려야 하는 각종 행사에서 자랑스럽게 한복 자태를 뽐내는 반면 우리는 양복, 드레스 등 서양식 옷을 입고 마치 신데렐라나 귀공자라도 되는 것처럼 의기양양해 하는 우스운 꼴을 보인다. 한복의 구성과 입는 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양장에 커프스버튼(와이셔츠의 소맷부리를 여미는 장식단추)이나 행거치프(양복 가슴 포켓에 장식하는 작은 천)까지 갖춰 입는 사람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복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마음가짐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수입옷을 구매할 때는 거침없이 지갑을 열지만, 30만~50만원의 한복은 ‘돈 아깝다’며 빌려입고 마는 문화가 만연됐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족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20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한복은 홀대당하는 비참한 현실이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빔으로 한복을 지어 입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연 한복을 보고 감탄해 눈물 흘릴 한국인이 있을까. 전통문화를 계승시키고 바꾸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문화는 자국에서부터 꽃피어 확장돼왔다. 한류의 주역인 K-팝과 K-드라마가 그랬다. K-패션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것을 잃어버린 채 외국 문화를 좇고 그 세계에 젖어든다면 진정한 세계화는 없다. 겉과 속이 다른 한류는 무의미할 뿐이다. 전 세계인이 한류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를 확장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첫 번째의 몫은 우리에게 있다. 이는 불변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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