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라이프] 평균 나이 75세, 마음은 청춘악단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의 행복 메들리

기사입력 2015-11-27 08:40 기사수정 2015-11-27 08:40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
(이태인 기자 teinny@)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 (이태인 기자 teinny@)

서울 신답사거리 명문예식장이 있던 자리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합주가 흘러나온다. 힘 있고 웅장한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청년악단이 아닐까 싶고, 짜임새 있는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CD를 틀어놓은 듯 흐트러짐이 없다. 내공이 느껴지는 이 연주의 주인공은 바로 평균나이 75세의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다. 그들에게 있어 음악은 없으면 안 되는 공기와 같고, 손때 묻은 악기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평생친구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우리는 여러 곳에서 나름의 세월을 보내다가 이곳에 모였습니다. 그래도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며 왔기에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각자가 가진 소리는 다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친구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서 멋진 하모니가 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모두 행복을 세는 아름다운 신중년의 삶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김주면(金周冕·83) 단장이 9월 20일 열린 공연 ‘신중년의 길을 함께 가는 길벗들의 하모니’에서 단원들을 소개한 말이다. 그가 ‘행복을 세는’이라고 표현한 것은 ‘살아온 햇수를 세지 말고, 친구를 세어가며 살아가라’는 글을 의미 있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6년 전 아내와 사별했지만, 50여 명의 단원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행복을 세어가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이 세상을 다하는 그날까지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김주면 단장을 만나 악단의 요모조모에 대해 물어봤다.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이태인 기자 teinny@)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이태인 기자 teinny@)


시니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 배경은?

1980년대, 당시 명문예식장 대표 겸 성동문화원장이었던 신동호 회장님이 악단 창단을 준비하고 계셨죠. 1989년에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가 탄생했어요. 처음에는 저와 함께 공군군악대에 있었던 강도희씨가 지휘를 맡았어요. 창단하고 2년 정도 뒤에 제가 현직에서 퇴임하고 악단에 들어갔는데 그땐 유포니움이라는 악기를 연주했죠. 그러다 신 회장의 권유로 단장을 맡게 돼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벌써 25년쯤 됐겠네요.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본 무대를 앞두고 리허설 공연을 하고 있는 김주면 단장과 단원들의 모습.
(이태인 기자 teinny@)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본 무대를 앞두고 리허설 공연을 하고 있는 김주면 단장과 단원들의 모습. (이태인 기자 teinny@)

단원들의 특징

행사마다 참여하는 인원이 다르긴 하지만 50여 명의 단원이 주기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대부분은 학창시절 기악을 전공하고 육·해·공·해병군악대를 거쳐 경찰악대에서 평생 연주를 하다 퇴임하신 분들이에요. 그렇지 않은 분들도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죠. 나이는 제가 83세로 제일 많고, 드럼을 치는 김하용 단원도 저와 동갑이에요. 평균 나이는 75세 정도죠. 가장 젊은 친구는 지금 총무 겸 무궁화악단 홍보팀장을 맡은 허면회 단원인데 56세예요. 제 아들이랑 동갑이죠. 단원으로 활동한 지는 5년 정도 됐고, 경찰대학소속 국립경찰교향악단 출신인데 확실히 젊은 친구라 악단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덕분에 서울시 재능나눔봉사단으로 활동도 했고, 표창장까지 받게 됐죠.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려면?

대개 시니어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은퇴하고 취미로 악기를 배운 아마추어로 아는데 우린 평생 음악을 해온 사람들이죠. 저 역시 악기를 처음 손에 든 지가 70년이 넘어가고, 다른 분들도 수십 년간 악기를 다뤄온 프로예요. 그렇기 때문에 뒤늦게 악기를 배운 초보자들은 단원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그런 것을 회칙 등으로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소개로 왔다가도 단원들의 수준 높은 연주를 듣고는 발길을 돌리곤 하니까요.

▲매주 수요일이면 예전 명문예식장 지하에 자리한 연습실에서 행사 때 선보일 곡들을 연습한다.
(이태인 기자 teinny@)
▲매주 수요일이면 예전 명문예식장 지하에 자리한 연습실에서 행사 때 선보일 곡들을 연습한다. (이태인 기자 teinny@)


오케스트라 구성

적게는 40여 명에서 많게는 60여 명까지 합주해요. 클라리넷, 피콜로, 플롯, 혼, 유포니움, 알토색소폰, 테너색소폰, 바리톤색소폰, 튜바, 트롬본, 트럼펫, 베이스기타, 드럼, 아코디언 등 10여 가지 악기가 훌륭한 화음을 이루죠. 클라리넷, 색소폰, 트롬본, 트럼펫 연주자가 과반수를 차지해요. 오케스트라 내에 경음악(스윙밴드)악단, 선교악단, 캄보악단, 탱고악단, 현악5중주악단, 노래자랑운영팀 등 다양한 소규모 악단도 편성돼 있어요.


주요 활동

1년에 40~50회가량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각종 연주회를 비롯해 정부나 각 시·구청 의식 행사, 캠페인 행사, 종교 연주 행사 등 다양하죠. 2012년에는 여수엑스포 초청연주회에, 2013년에는 순천 관악제 초청연주회에 나가는 등 먼 지방까지 연주를 가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소속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행사에 나갈 때 의미가 있죠. 10월 23일과 30일에도 나주 학생독립기념일 공연에 나갔어요. 행사를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마다 명문예식장 자리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연습도 하고 친목도 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허면회 총무의 추진으로 서울특별시 열린예술극단 재능 나눔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약 5개월 동안 12회의 공연을 펼치며 표창장도 받았다.
▲지난해 허면회 총무의 추진으로 서울특별시 열린예술극단 재능 나눔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약 5개월 동안 12회의 공연을 펼치며 표창장도 받았다.

즐거운 점과 힘든 점

무엇보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훌륭한 단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행복하죠. 우리는 공연을 할 때 잘 다려진 제복을 갖춰 입거든요. 그렇게 입고 무대에 서면 관객이 우릴 보고 멋있다고 환호를 해주는데 그땐 정말 제 나이를 잊을 정도로 즐거워요. 각자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도 황홀하고, 그 연주를 듣고 박수 치며 감격하는 분들을 볼 때 보람을 느끼죠. 힘든 것은 단원들이 나이도 있고 하다 보니 건강상의 이유나 다른 사정으로 인해서 참여하지 못할 때예요.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아쉽고, 단장으로서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구성원이 빠지게 되니 합주에 지장이 생겨 곤란하기도 하죠. 돈을 받아가며 하는 것도 아니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강요하긴 힘들잖아요.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열심히 해주는 단원들을 볼 때 참 뿌듯한 마음이 들죠.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무궁화 시니어 윈드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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