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 찬성 VS 반대] 제주가 병들고 있다

기사입력 2016-06-28 16:59 기사수정 2016-06-28 17:11

▲지난 겨울 제주 여행 중 '건축학개론' 영화에 나온 한 카페 앞에서 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지난 겨울 제주 여행 중 '건축학개론' 영화에 나온 한 카페 앞에서 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필자는 한국에 돌아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제주 가족여행이었다.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보니 국내 안 가본 곳들을 가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제주는 수학여행지나 신혼여행 중심지이기도 했다. 환상의 꿈으로 가득했던 천혜의 보물섬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건강과 힐링이 대세인 요즈음에 제주 이주 열풍은 폭발적이다. 힐링의 성지로 떠오른 제주로 남은 시니어 인생을 보내려 하는 분위기도 급기야 찬반을 묻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제주는 공기가 청정하고 투명한 바다로 둘러싸여 자연환경이 단연 우리나라 최고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상 세계인의 관광지 명소가 되어 이제 명실공히 국제적인 유산이 되었다. 제주는 올레길, 둘레길 등 미음완보를 실행할 수 있는 천혜의 도보여행 코스를 지니고 있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보고 겪고 생각하며 걷는 것이다. 제주의 도보 여행은 복잡한 삶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휴식과 치유를 체험함으로써 제주의 매력을 보다 더 상승시켜 준다.

현재 다른 지역에서도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주는 이미 즐거움과 치유의 걷는 도시로 확고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전통적으로 골목길인 올레길은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넓이로 제주인의 삶의 방식이 녹아 있고, 사람이 주체가 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도로 개설과 확장으로 자동차가 통행의 주체가 되고, 사람들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이제 몇 년 사이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으로 제주공항은 온종일 북새통이다. 약 200㎞의 일주 해안선은 이미 숙박업체들의 난장판이 되었고, 중국 고객을 상대로 한 부동산 개발로 하루가 바쁘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 서서히 전통적인 제주도 흔적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외국의 낯선 붐 타운을 연상시킨다. 부동산 투자에 머리가 잘 도는 사람이 아니고는 외지인이든 토박이든 온통 혼란스럽고 불편하기만 하다.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섬의 분위기가 전혀 동떨어진 이상과열 현상에 날개를 치고 있다. 전통적 삶에 안주해오던 제주도 토박이 주민들도 이러한 현상이 사회 경제적 압박 요인으로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제주로 이주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일 까. 나름대로 저마다의 사연은 있겠지만 결코 진정한 삶의 해답은 아닐 것이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고 싶고, 여행을 하다 보니 라는 다양한 이유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부럽기에 앞서 안타까움마저 들기도 한다.

더구나 이주 이유 중 가장 많은 선호도가 연예인처럼 세컨 하우스를 짓고 올레 길 주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하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이러한 꿈 같은 이유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책 없이 제주 이주를 꿈꾸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도 포화상태고 낭패를 본 이주자들 그들을 일컬어 “눈먼 외지인”이라고 까지 하며 그들 또한 엄청 많다고 한다. 이웃들이 너나 없이 간다고 해서 무작정 특별한 목적과 철저한 계획 없이 따라 하는 행위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그 첫 번째 반대이유가 된다.

바람도 많고 비도 많은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이 있다. 제주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 지역마다 생활방식이나 환경차이가 크다고 한다. 사투리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고 주민들의 성향도 각각 다르다고 했다. 더구나 바람과 습기의 영향으로 거주의 쾌적함은 많이 떨어 진다고 한다. 잘 지어진 멋들어진 이층집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속안으로 들여다 보면 부딪쳐 겪어야 할 많은 삶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한국은 주거이동으로 지역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치를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꼭 이주를 해야만 하는가? 왜 제주도 이어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제주의 이주자들은 보다 나은 인생을 즐기며, 자연 속에 단순하고 느린 삶의 근사함으로 과연 무엇을 얻을 것 인가. 때가 되면 연어라는 물고기도 고향으로 돌아가 알을 낳듯이, 사람들의 삶은 더 편리하고 화려했지만 어디에서도 인간은 진정으로 참된 안식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쉽게 내 고향을 등지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제주도 시골 아줌마들도 90년대 강남 식 재테크에 몰려든 강남 아줌마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시장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 지역 정치 지도자들의 눈에 부동산가격 상승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역발전은 부동산 붐을 유발할 수밖에 없고 주민들에게는 지역의 가치 상승효과를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크게 본다면 우리나라 제주도의 가치는 이 섬의 고유성과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토박이는 물론, 제주로의 꿈을 갖는 외지인과 외국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이제 내려 놓아야 할 시니어의 삶들이 미래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돌아가고 순진했던 해녀들이 무분별한 투기에 관심을 쏟는다면 아름답던 섬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마지막 제주 이주 반대이유이다.

제주 남쪽바닷가에 사는 멋쟁이 한 사람은 말한다. 그는 제주이주가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왔던 모든 이력서를 버리고 과감하게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러나 제주도에서 사는 것을 부디 2박3일 단순여행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걷고 마시고 느끼고 얼마든지 우리나라 청정지역, 미음완보로 갈 곳은 여기저기 많이 널려있다.

▲인어가 된 제주 해녀상 앞에서 바람과 함께한 필자의 작은 딸 모습. (양복희 동년기자)
▲인어가 된 제주 해녀상 앞에서 바람과 함께한 필자의 작은 딸 모습. (양복희 동년기자)
▲눈 내린 한라산 입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필자의 가족들. (양복희 동년기자)
▲눈 내린 한라산 입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필자의 가족들. (양복희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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