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지난날에도 아파트의 젊은 여자들은 정신없이 바빴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부터 모임은 시작된다. 주로 저층에 사는 집으로 모이게 된다. 가벼운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 아줌마들의 수다가 점심으로, 어느 때는 저녁의 외출까지 단체로 이어지며 하루를 온통 차지한다. 그때는 그나마 답답하게 갇혀있던 젊은 여자들의 화려한 외출이었다.
요즈음은 아파트 앞 상가마다 커피숍이 있다. 젊은 주부들의 아침 모임이 밖으로 이동을 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기 위해, 돈을 지불하며 밖에서 만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분위기도 그럴듯하고 커피 맛도 훨씬 더하기 때문이란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그것은 당연지사다. 보다 나은 환경 속에 모든 것들이 변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세상 이치다.
어느 날, 택배아저씨가 현관문 벨을 울린다. 물론 도착함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현관문을 열어주니 아저씨가 말한다. 어떻게 낮 시간에 집에 있냐며 큰 눈을 뜨며 의아해서 물어온다. 필자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엘리스라도 되는 모양이다. 다른 집들은 거의 빈집이란다. 한국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찾아 대낮에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직장도 없는데 바쁘게만 돌아간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은 안타깝기도 하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어둠이 캄캄하게 깔려서 나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나이 먹은 시니어들도 바쁘기는 매 마찬가지이다. 하루 일과가 꽉 차있어 물레 방아처럼 돌아간다. 한편으로, 할 일없어 낮 시간에 TV 시청만 하는 것보다는 밖으로의 생활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 없이 시간을 때우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필자는 이제 나이를 먹은 탓인지 쓸데없이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젊은 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한다. 아직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다 포용할만한 능력이 없다. 하루를 그들과 함께하고 돌아오면 심신이 지쳐 쓰러진다. 더구나 세월 속에 단단해진 노인들은 대체로 주장이 강하고 대우받기 원하며 욕심이 많다. 필자는 감당하기 힘들어 조용히 기피한다.
오늘처럼 창밖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필자는 반드시 글을 써 내려간다. 자판을 두들기며 생각을 모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수고한다며 가져다주는 남편의 커피 한 잔은 더 없는 사랑의 표현이다. 빗소리와 함께 행복이 찾아오는 소리가 아침부터 귓가로 다가온다. 얼마나 평온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마음에 소리는 끝내 고요한 평화가 되고 성숙한 인간미가 되어 가슴을 울려준다.
행복의 소리는 별것 아니다. 마음이 평안할 때 욕심을 내려놓으며 자신을 들을 수 있으면 그 느낌이 행복이고, 그것은 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 다만 만들어 내고 느끼는 자의 몫이다. 시간을 찾아 분주하게 떠나는 모든 이웃사람들, 오늘도 빨리 빨 리를 외치는 그들에게 여유가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의 소유가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창밖 넘어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가 필자의 마음속으로 가득 차온다. 아~~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