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기사입력 2016-08-17 11:17 기사수정 2016-08-17 11:17

▲산다는 것은 험한 산길과 같다. (조왕래 동년기자 )
▲산다는 것은 험한 산길과 같다. (조왕래 동년기자 )
부고(訃告)문자를 받았습니다. 필자보다 두 살 아래의 후배이자 직장동료이었든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는 알림이었습니다. 죽었다는 아들은 30대 중반의 결혼한지 3년차인 젊은 사람입니다.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사인지 알았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 영안실로 향했습니다.

    

망자의 아버지이자 후배는 울고 또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슬픔에 겨워 넋을 놓고 있습니다. 눈동자가 풀려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이 자식을 잃은 슬픔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뭘 모르고 뛰어다니는 두 살짜리 손자와 구석에서 흐느끼는 젊고 젊은 며느리를 보는 시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쓰릴까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필자는 자식뻘의 문상은 처음이여서 장례예법 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래도 망자가 결혼을 한 성인이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향을 피우고 고인에 대한 인사로 절을 했습니다. 절을 하면서도 ‘이거 내가 절을 하는 것이 예법에 맞나’ 하는 의심은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승을 하직하는 사람인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나, 예를 표하는 것이 도리지 하면서 마음속으로 좋은 곳으로 갔다가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기원했습니다.

    

문상객중 몇몇 아는 사람들이 눈에 뜁니다. 옛 직장 동료들입니다. 어느 직장이나 특유의 직장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다녔던 직장은 길흉사 같은 큰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참석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미 퇴직을 했는데도 많은 문상객이 올 것입니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택쥐 페리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남을 위하여 흘리는 눈물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숨어있는 보석’ 이라고 했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문상을 하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문상객들이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이 왜 죽게 되었는지 이유를 서로 물었습니다. 교통사고나 사고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잠시 뒤 후배이자 망인의 아버지가 내게 다가 왔습니다. 이런 곳에서 뵙게 되어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합니다. 아들은 분가해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돌연사라하고 합니다. 며느리 말에 의하면 전날 술도 안 먹고 일찍 잤고 아내는 방에서 남편은 거실에서 잤는데 아침에 죽어있더랍니다. 이런 허망한 일이 있습니까? 가끔은 망자가 직장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하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세상에 스트레스 없는 일이 어디 있나? 젊은 놈이 그런 것 하나 못 참고.’ 하고 타박만 한 것이 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죽었는데 다음날 찾아가 보니 누군가에 도움을 청하려고 전화기를 잡아당겨 전화기 줄이 다 끊어져 있더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혼자 사는 두려움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족이 옆에 있는데도 젊은 사람이  돌연사를 하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우는데 원인 모르는 돌연사가 있다는데 더욱 놀랍니다. 고인이 된 사람은 고인이 된 것이고 살아있는 가족들이 슬픔을 이겨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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