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 수술 받은 새 어머니 병문안

기사입력 2016-08-22 17:28 기사수정 2016-08-22 17:30

▲새어머니지만, 내 효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강신영 동년기자)
▲새어머니지만, 내 효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강신영 동년기자)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하셨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아버지가 유난히 주사가 심하고 권위주의적이라 우리 형제들은 멀리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아버지가 재혼하셨으니 큰 짐을 던 셈이다. 20년을 같이 사시다가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다. 새 어미니가 혼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당연히 집안 행사 때마다 찾아 갔었지만 보통 때 일부러 찾아 가자니 마땅치 않았다. 우리가 가면 이것저것 먹을 것을 만들어야 하니 움직여야 하는데 폐를 끼치는 것 같고 막상 만나봐야 서먹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본 것도 아니고 해서 기른 정도 없다. 아버지가 재혼할 무렵 우리도 바로 결혼해서 나왔기 때문에 같이 지낸 기간도 없다. 그래서 얼굴 뵙자고 일부러 간 일은 없다.

어쩌다 전화를 해도 바로 연락이 안 되었다. 집 전화는 부재중인 경우가 많고 미사 중에는 전화를 받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성당에 다니시느라 늘 바쁘다지만,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우리도 바쁘고 사실 친어머니처럼 정이 든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명절이나 제사 때 같이 보기는 하지만, 안부나 묻는 정도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편하기도 했다.

“어머니!”라고 불러야 마땅한데도 막상 친어머니 생각에 그런 호칭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할머니!”라고 불렀다. 내 입장이 아닌 애들 입장으로 본 촌수이다.

새 어머니가 이번에 고령으로 서울대 병원에서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았다. 가족 밴드로 연락은 받았지만, 바쁘다 보니 병문안도 못 갔다. 보름 간이나 입원했다는데 못 간 것이다. 사실 친어머니 같았으면 당연히 갔다. 새 어머니이다 보니 등한 시 된 것이다. 그것이 못내 걸렸었는데 마침 조카 손주 돌잔치를 한다고 해서 모였다가 생각나서 새 어머니 병문안을 제의한 것이다. 서울대 병원에서 동네 병원으로 옮겨 거리도 가깝고 면회 시간제한도 없어 편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마침 운동 삼아 복도를 왔다갔다 하시다가 우리와 마주 친 것이다. 회복 단계라서 통증도 별로 없고 3~4개월 지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수술비도 좀 드리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처지가 나보다 훨씬 나으니 그런 부담까지 안을 필요는 없다.

무릎 외에는 건강한 편이다. 고령이지만 우리보다 더 오래 살지도 모르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다.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특별한 인연이 되었으니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잘 모실 뾰족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내가 차라도 있으면 여기저기 모시고 다닐 수 있겠지만, 여건이 안 되니 마음만 있다.

어쨌든 병문안을 못가서 찜찜하던 일이 이번 일로 덜게 되니 홀가분했다. 몸은 아픈데 찾아 줄 사람이 없을 때 외로웠을 것이다. 자식들이라고 멀쩡하게 있는데 오지 않으니 원망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더위가 좀 식으면 남한산성 불당리 계곡의 닭죽집에라도 모실 생각이다. 생전에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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