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교도소에 가보다

기사입력 2016-11-18 18:27 기사수정 2016-11-18 18:27

▲남부 교도소 로비에서 정책 기자단과 함께(박혜경 동년기자)
▲남부 교도소 로비에서 정책 기자단과 함께(박혜경 동년기자)

올 한 해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으로 활동 중인 필자는 이번에 법무부 주관으로 교도소에서의 교정교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볼 기회가 있었다.

살면서 한평생 나쁜 짓 하지 않아 교도소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면 얼마나 좋겠는지 느껴볼 기회로 흔히 접해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남부교도소 견학에 동참했다.

필자는 사람은 원래 착하다는 성선설을 더 믿는 편이지만 요즘 일어나는 흉포한 사건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쁜 사람은 선량한 사람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격리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분개하기도 한다.

법무부 소속 담당자와 정책기자단 20여 명은 구로구에 있는 남부교도소를 찾았다.

어쩐지 좀 어둡고 우울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입구에 들어선 남부교도소는 매우 깨끗하고 밝았으며 한옆으로 많은 교도관 여러분이 줄지어 서서 경례를 하며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어 마음이 놓이고 기분이 좋았다.

브리핑해 주신 교도관이나 안내해 주신 모든 교도관님이 실제 무슨 일이 생기면 잘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선량한 인상이다.

브리핑 후 시설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1급 국가 보안시설로 죄수들의 관리뿐 아니라 교정교화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시설은 매우 깔끔했다. 기계 부품 실에서는 원하는 사람을 선정해서 공업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일을 배우게 한다는데 실제 출소 후 취업도 잘된다고 했다.

현재 수감 인원은 1.100명이다. 그들의 하루 세끼 식사준비가 궁금했는데 한 끼 1.400원이 책정되어 있다는 메뉴의 반찬은 4~5가지로 깔끔하고 맛있어 보여 어떻게 그 가격에 맞추는지 물었더니 영양사는 대량구매로 질 좋은 음식 재료를 공급받고 있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은 고춧가루를 빻는 날이라 매콤하고 달콤한 고춧가루 냄새가 났는데 고추를 사다가 직접 빻아 쓰는 등 좋은 재료에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뭐 그렇게까지? 하는 안 좋은 생각이 잠시 들어 속으로 웃음이 났다.

나쁜 짓을 해서 잡혀 왔지만, 교도관에게는 교화시키고 잘 보살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조리실에서는 곧 있을 한식 조리 자격증을 대비해 실습한 수감자들이 만든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색색이 고운 구절판과 찰떡, 그리고 비빔국수가 있어 시식도 했는데 간도 잘 맞게 만들어서 모두 자격증에 성공하기를 기원해 주었다. 참고로 남부교도소엔 남자만 갇혀 있는 곳이다.

이곳엔 불안한 수감자를 위한 심리치료실도 운영되고 있어 남녀전문가 두 분과 10명의 수감자가 한 조가 되어 심리치료를 받는다고 하는데 그들이 만든 작은 그림카드를 보며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 심리치료 후 재범률이 낮아지고 있다 한다.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독방도 돌아보았다. 실제 독방은 곧 출소할 사람이나 모범수에게 허용되는 곳이라 한다.

좁은 1평 반 정도 되는 공간에 화장실과 씻는 공간이 있고 작은 책상에는 TV와 로션 등 화장품도 놓여있었다. 독방사람들은 아침에 일하러 나가고 저녁에 들어온다고 했다.

좁은 감방 안을 들여다보니 어디에 갇혀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참기 어려운 고통일 것이어서 정말 죄짓지 않고 살아야 하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남부교도소에서는 사회적응프로그램과 직업훈련을 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단단히 잘 하는 것 같았다.

친절하고 선한 인상의 교도관들 배웅을 받으며 돌아오는데 발걸음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남부 교도소 안에 천 명이 넘는 죄수가 있지만 그래도 세상엔 착하고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는다.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사람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해서 다시는 나쁜 길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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