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안아보기

기사입력 2017-05-08 17:07 기사수정 2017-05-08 17:07

첫돌이 막 지난 손녀를 보러 아들 집에 갔다. 갈 때마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아들 부부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안아주지도 않는다며 섭섭해하기도 했다. 손자가 아니라서 손녀가 별로 반갑지 않냐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손자이든 손녀이든 차별은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 매번 가자마자 할아버지 자격으로 손녀를 안으려 하면 우는 바람에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했다.

손녀를 안아본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안아보는 것만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보호해주고 싶고 아끼고 싶으면 굳이 안아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손녀는 필자가 품에 안을 때마다 울음보를 터뜨렸는데 아들 부부나 필자 모두 손녀를 달래는 데 서툴렀다. 심지어 퇴근하고 온 아들도 안아주려 하면 울음보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안는 것만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손녀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 아닌가 한다. 아직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므로 분위기나 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겨울에 입었던 칙칙한 옷이 벗어버리고 밝은 흰옷을 입고 갔다. 경험상 남의 집에 갈 때 그 집에 개가 있으면 남자에게는 경계심을 갖는다. 특히 검정색 옷을 입고 갈 경우는 더 짖는다. 개를 좋아하는 방문객 취향과 관계없이 방문객을 물기도 한다. 개 주인은 자신이 기르는 개가 명석하다며 물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지만, 개가 임신 중이거나 예민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예쁘다고 손을 머리에 대면 무는 개도 있다.

손녀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낮잠도 잤고 배도 부르고 변도 봤다는 것이다. 같이 간 딸과 잘 어울려 놀았다. 딸도 그동안 안으려 하면 울어버리는 바람에 필자 같은 설움을 많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 엄마 아빠가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동안 거실에 혼자 있게 되자 필자보다는 그래도 몇 번 더 본 딸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안겨 놀았다.

손녀는 아직 걷지 못한다. 서기는 하는데 불안하다. 서는 게 되다 보니 집안 살림을 마구 꺼내기도 한다. 테이블에 놓인 것도 일단 잡고 놀다가 떨어뜨린다. 엎어져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는 용기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딸이 손녀를 안고 내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필자에게로 가까이 왔다. 경계를 조금씩 없애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순간적으로 다리도 터치하고 팔도 터치하자 묘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 허용할 준비는 안 된 것 같았다. 이번에도 안아보는 것은 실패했다. 그러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된다.

아들 집에 갈 때마다 술을 마시곤 한다. 그래서 손녀가 할아버지를 술 냄새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좋아할 리 없다. 손녀를 안아보는 것보다 아들 내외와 술 마시는 것이 아직도 필자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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