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를 배우기로 했다. 나이 들면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으나 실행이 쉽지 않았다. 대학 시절 기타는 포크송 정도는 연주할 정도로 배웠으나 부피가 커서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다. 오카리나는 부피가 작아 일단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동네에 있는 ‘한국 오카리나 박물관’을 둘러봤다. 그래서인지 오카리나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다가 낙원상가에 갔을 때 오카리나가 눈에 띄어 가격을 물었더니 초급용은 2만 원이라고 했다. 이 역시 구미를 당기게 한 것 같다.
먼저 낙원상가에 가서 초급용 오카리나를 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인데 자색으로 모양도 예쁘고 무게도 얼마 안 나가서 좋았다. 업주는 장삿속으로 자꾸 비싼 것을 권했지만, 초보 때는 무난한 것이 좋다고 생각해 2만 원짜리로 샀다. 자동차를 처음 운전할 때는 새 차보다는 중고차로 다뤄보는 것이 요령이듯 수준이 좀 나아지면 더 좋은 것을 사면 될 일이다.
제대로 학원에 가서 배우면 좋겠지만, 따로 시간 내기도 어렵고 모임에서 배우기로 했다. 마침 모임 구성원 중에 오카리나를 해본 사람이 몇 명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만져보는 오카리나가 익숙할 리 없다. 양손에 들어오는 사이즈가 작아서 좋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구멍을 보고 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작다는 느낌도 있었다. 다행히 운지법이 중형 카메라 쥐는 방식과 비슷했다. 왼손가락은 밑에서 올라와 받치고 오른손가락은 위에서 눌러 잡는 방식이다.
오카리나는 막힌 통 속에 구멍이 여러 개 나 있다. 뒤쪽 큰 구멍 세 개 중 밑의 것은 양손 엄지로 항상 막아야 한단다. 앞쪽 오른손가락과 왼손가락을 다 막으면 ‘도’ 음이 난다. 오른쪽부터 새끼손가락을 떼면 ‘레’, 새끼손가락을 뗀 채 약지를 떼면 ‘미’, 중지까지 떼면 ‘파’, 검지까지 떼면 ‘솔’ 음이 난다. 왼손 새끼손가락은 고정으로 구멍을 막고 약지를 떼면 ‘라’, 중지를 떼면 ‘시’, 검지까지 떼면 ‘도’ 음정을 낼 수 있다.
다른 악기처럼 음을 짚는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떼어줘야 하기 때문에 좀 헷갈렸다. 연습을 많이 해야 익숙해질 것 같다. 특히 왼손 약지는 평소 쓸 일이 별로 없어 떼는 것이 순조롭지 않았다. 손가락을 쥐는 방향으로만 많이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반복하며 연습했고 반대로도 해봤다. ‘도미솔’은 기본 연습에 들어간다. 유치원 때 배우는 노래 '똑같아요'가 연습하기 좋은 곡이라 연주를 해봤다. 요즘엔 ‘오 필승 코리아’도 연습하고 있다.
모임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한 달 과정으로 ‘등대지기’와 ‘연가’를 단체로 연습하기로 했다. 초급 오카리나로 연주하기 좋은 곡이란다. 아직 악보를 보고 연주할 정도는 아니다. 일단 기본 음계만이라도 편하게 낼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할 작정이다.
문제는 연습 장소다. 집에서 연습하면 소음 때문에 당장 주민들이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산속에 들어가서 하거나 고수부지에나 가야 연습할 수 있는데 엄동설한에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