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초대권에 대하여

기사입력 2018-03-07 09:27 기사수정 2018-03-07 09:27

연극이나 음악회 등의 무료 초대권이 자주 생긴다. 일인 2매씩 초대권을 받는다. 그러나 그때마다 같이 갈 사람을 수배하는 것이 문제이다. 같이 갔으면 하는 사람은 선약이 있다며 다음 기회에 초대해 달라고 한다. 다음 순위로 대충 아는 사람을 초대하면 간다고 해 놓고도 펑크 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누구를 초대해 놓으면 신경 쓸 일이 많다. 과연 공연장에 나타날 것인가부터 시간에 맞게 올 것인가, 그리고 어디서 만나야 할지도 정해야 한다. 끝나고 나서 뒤풀이 힐 때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사람은 차가 너무 막혀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다며 화를 내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차가 막히는 것이 필자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하루 종일 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 직종이라면 대중교통 이용하라는 말도 못한다.

무료 초대권을 대하는 사람들은 공연 감상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무료라니까 일단 잡아 놓고 다른 일이 생기면 무료 초대권은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연락도 없이 안 오는 사람도 있고 당일에 가서야 나름대로의 못 오는 핑계를 대는데 진위 여부는 알 길이 없다.

초대권은 몇 만 원짜리부터 몇 십만 원하는 것까지 있다. 무료초대권이니 돈 액수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것이다. 몇 십만 원짜리 공연장에 빈자리가 숭숭 나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필자처럼 무료 초대권으로 배정한 자리일 것이다.

무료 초대권은 일단 초대권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 필자처럼 그 초대권을 다시 분배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 공연자들에 대한 예의를 요구한다. 예의라고 해서 별 것도 아니다. 그냥 참석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간다고 해놓고 펑크를 낸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올 기회까지 빼앗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사실 음악회나 연극 같은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겉으로는 좋다고 하지만, 막상 움직이려고 하면 귀찮은 생각부터 든다는 것이다. 근처에 사는 동생은 가장 만만한데 초대할 때마다 매번 시큰둥하다. 차라리 솔직하다. 연극이나 음악회나 생소해서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인2매 초대권이라면 필자가 우선 한 장을 가지므로 제수씨를 빼고 혼자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일인2매 초대권을 받고도 결국 혼자 갈 때의 심정은 침울하다. 주변에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같이 갈 사람 한 사람을 못 찾은 것이다. 믿을 사람은 혼자밖에 없는 것이다. 옆자리가 비어서 가방도 올려놓고 두꺼운 겉옷도 올려놓을 수 있으니 편하긴 하다. 다만 초대한 사람에게 한 자리를 못 채웠으니 미안할 뿐이다.

일인2매가 아니면 당연히 혼자만 신청한다. 혼자가 편하다. 100% 참석이고, 시간 맞춰 가고 끝나면 바로 집에 올수 있어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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