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가 유난히 시선을 끄는 멋진 스타일의 여자 일행들을 봤다. 그중 큰 키에 날씬하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방송 등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어 더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결혼한 지 꽤 됐는데도 청춘 못지않은 젊음을 자랑한다. 하루는 방송 진행자가 그 비결을 묻자 그녀는 “우린 친구처럼 살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또 한마디의 말도 잊히지 않는다. 자신은 전문 직업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김치 등 아줌마 냄새를 풍기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방송 진행자가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밥을 하거나 김치를 담으면 프로의 모습보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줌마처럼 보일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런 모습이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였다.
그녀를 우연히 만난 날 그날의 방송이 떠올라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까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바람대로 꽤 가꾼 듯한 모습만 보일 뿐 아줌마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프로페셔널한 모습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줌마라는 사실을 굳이 가리려는 심리는 뭘까. 자신감 부족일까, 아니면 또 다른 우월감일까.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보여주기 위해 외형의 모습에 집착하는 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세월이 좀 더 흐른 지금쯤 그녀는 삶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아는 겸손과 혜안으로 아줌마 냄새를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