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외래교수로 활동해온 이용덕(64) 씨가 도슨트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화가인 지인 덕분이었다. 스마트폰 대화방을 통해 지인에게 매일 아침 조선의 미술사에 대해 듣게 된 것. 그렇게 2년여를 들으니, 제법 지식이 쌓였고 미술에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저 나름대로도 한·중·일 미술사 책을 사서 읽으며 관심을 키워갔죠. 또, 아내가 공예를 전공해서 해외에 나가면 꼭 그 지역 미술관을 함께 들르곤 했거든요. 이래저래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영향도 받고 지식도 차올랐죠. 그러던 중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도슨트 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2017년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도슨트 교육을 수료한 뒤, 그는 곧바로 국립현대미술관 도슨트 과정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1년에 한 번꼴로 도슨트 교육생을 선발하는데, 서류전형과 면접 등 절차를 거친다. 교육 이후에도 30시간 이상 실무 활동 이력이 있어야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용덕 씨는 69시간을 채우며 2018년 말 수료증을 취득했다.
“아마 현재는 활동한 게 100시간이 넘을 겁니다. 보통 전시에 따라 공모를 통해 도슨트를 배정하는데, 유명한 전시는 그만큼 경쟁률도 높죠. 중요한 건 뽑혔다고 끝이 아니란 거예요. 대개 전시 1~2개월 전부터 관련 자료를 보고 공부를 하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시에 대한 기본 설명뿐 아니라, 관람객이 던지는 질문에도 응해야 하기 때문에 폭넓게 알아야 해요. 요즘은 관람객 수준이 높은 편인데, 자칫 부적절한 설명을 했다간 저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과 전시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잖아요. 사명감을 갖고 철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전시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덕수궁관의 경우 근대 역사와 관련한 전시가 주로 이뤄져 중장년 도슨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그 역시 조선 시대 미술에 관심이 깊어 덕수궁관 전시를 눈여겨보고 있다. 물론 새로운 도전도 마다치 않는다.
“IT나 신기술을 접목한 현대 미술 쪽으로도 다양하게 지원해보려고 해요. 미술계 동향도 살피고, 새로운 분야의 공부도 해볼 수 있으니까요. 선정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된다면 관람객들에게 인정받게끔 더욱 노력해야죠. 프로그램을 마치고 관람객들이 ‘고맙다’, ‘즐거웠다’며 손뼉쳐줄 때 참 뿌듯해요. 그 박수 소리가 도슨트 활동에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