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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된 이필모 “중년 배우로 새로운 시작”
- 이필모(49)는 결혼과 함께 배우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5년 전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슬하에 둔 그는 작품 속에서도 아버지 역할을 연이어 연기했다. 그 과정을 통해 어느덧 ‘중년 배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체감된다. 이필모는 이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배우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필모는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 출연한다. 인터뷰 당시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었던 그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에 새롭게 보여줄 모습을 묻자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점이 아닐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극 중 주인공 로운의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는 이필모. 재벌 캐릭터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친구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2021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연모’ 이후 두 번째로 아버지 연기를 펼친다. ‘연모’에서는 이휘(박은빈 역)의 아버지 혜종 역을 연기한 바 있다. “이게 세월의 흐름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한 감정이 들어요. 이제 주인공이 아니고 아버지가 되어 조력자 역을 맡게 된 것이니까요. 물론 모든 역할이 중요하고, 이전과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지만 말이죠. 그리고 중년 배우가 됐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전과는 다른 제 나이에 맞는 새로운 연기를 하게 되겠죠. 중년의 로맨스 연기를 할 수도 있겠고요.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배우 인생이 기대됩니다.” 데뷔 25주년 필모그래피 1998년 영화 ‘쉬리’로 데뷔한 이필모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저는 타고난 끼가 많은 사람이 아니고 노력형 배우다”라고 자평했다. 중학생 때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현재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저는 매우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나마 중학생 때 키가 178cm였으니, 키가 크다는 게 특징인 정도였죠. 별다른 꿈도 없이 살다가 어느 날 홍콩 누아르 영화를 봤는데, 갑자기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이는 거예요. 전문 용어로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것을 그때 느낀 거죠. 그리고 그날부터 제 꿈은 배우가 됐습니다.” 이필모는 데뷔 후 연극에 주로 출연했던 터라 인지도가 낮았다. 대중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전까지를 무명 시절로 여겼다. 노력해도 빛이 나지 않는 무명 시절. 많이 힘들었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이필모는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었다”면서 빛을 볼 날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는 2006년 KBS 2TV ‘아줌마가 간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아침드라마였지만 시청률이 2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그는 2009년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 출연하게 된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4.2%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고, 이필모는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극 중 솔약국집 둘째 아들이자 소아과 의사 송대풍 역을 연기했다. 이필모의 능청스럽고 유쾌한 연기가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딱 그 시절 나올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이었다. “배우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창 방영 중일 때예요. ‘솔약국집 아들들’은 54부작인데, 30~40회가 방영 중일 때 가장 행복했어요. 가장 바쁠 시기이기도 한데, 대중의 반응이 느껴지니까 힘이 나는 거죠. 그런데 40회가 넘어가면 그 행복한 순간도 끝나요. 마지막이 다가오니까 아쉬워지는 거죠.” ‘솔약국집 아들들’ 외에도 이필모의 가슴에 오래 남은 작품들이 있다. 가장 먼저 그는 MBC ‘빛과 그림자’를 언급했다. 극 중 악역 차수혁을 연기한 이필모는 캐릭터의 사연에 깊이 공감하며 아직까지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MBC ‘가화만사성’에서 뇌종양 환자 연기를 펼친 것, tvN ‘응급남녀’에서 냉철한 의사 연기를 한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셋째 계획 가진 필연 커플 이필모에게 작품 선정 기준을 묻자 “불러주시면 감사하고 가리지 않는다”는 겸손한 답을 했다. 특히 가장이 된 현재 그는 가족을 위해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이필모는 2019년 인테리어 전문가 서수연 씨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 담호는 2019년, 둘째 도호는 2022년에 각각 태어났다. “아침에 까치가 입에다 뭔가를 물어서 둥지의 새끼들한테 갖다주는 모습을 보고,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새끼 새들을 위해 알아서 돌아다니는 거잖아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인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부모가 되는 과정을 통해 많이 성숙해지거든요.” 이필모와 서수연 씨는 ‘필연 커플’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2018년 TV조선 ‘연애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부부로 발전했다. 첫 만남부터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던 그들을 향해 대중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부부의 근황에 대해 이필모는 “아내의 장점은 털털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내한테 늘 고마워요. 담호, 도호를 예쁘게 낳아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엄마로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죠. 저희 부부도 여느 부부와 똑같아요. 가끔 싸울 때도 있죠. 저는 오히려 부부가 안 싸우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같이 사는 것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을 수는 없죠. 한두 가지만 맞아도 잘 맞는 것이고, 나머지 여덟 가지는 맞추면서 사는 거예요.” 필연 커플의 2세인 담호와 도호 역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필모는 두 아들의 장래에 대해 “연예인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세상에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힘든 연예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연예인은 아버지가 이미 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또한 이필모는 셋째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내와 어느 정도 얘기가 된 부분이라고. 그는 “옛날부터 아이가 셋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삼 남매로 자라서 그런지 둘은 외로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딸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특별한 이유를 전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애들이 방에서 뛰어나와 아빠를 반겨주는 것이 저의 로망이에요. 사실 예전에 여자아이 옷을 사놓은 게 있습니다. 최근 딸을 갖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는데요. 부모님이 아프셔서 병원을 정말 밥 먹듯이 다녔어요. 병원에서 제일 많이 본 장면이 무엇이냐면, 중년 여성이 아버지를 케어하는 모습이에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늙고 병들었을 때 딸아이가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담호, 도호를 못 믿는다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딸아이를 갖고 싶은 욕심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죠.” 모친상, 건강의 중요성 깨달아 부모가 되면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닮아간다고 하지 않나. 이필모의 아버지는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그는 “현재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 요양병원에 계신다”라고 말했다. 삼 남매 중 막내인 이필모는 부모님의 케어를 담당했다.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닌 것도,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의 주치의·간병인과 소통하는 것도 모두 그다. 지난 3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차마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전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23일에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고, 4일 후 아버지가 골절상을 입으셨어요. 아버지는 현재 거동을 못 하시고, 귀가 거의 안 들리는 정도예요. 치매 증상도 있으시고요. 아버지께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말하지 못했죠.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간병인분이 ‘혹시 3월 초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그날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버지를 뵈러 가니까 이제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필모의 어머니는 쓰러진 후 3개월간 병상에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힐링이 필요할 때 찾는 제주도에서 어머니를 보내는 시간도 가졌지만,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뷰 당시 이필모는 영정 사진으로 쓰인 어머니 사진을 기자에게 공개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장미축제에서 그가 직접 찍은 것으로, 사진 속 어머니는 유난히도 밝게 웃고 계신다. “장미축제에 같이 갔을 때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는데…. 그렇게 좋은 곳에 많이 못 모시고 다니고, 못 해드린 게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파요. 어머니는 자식만을 위해 살았는데 말이죠. 어머니는 우리나라 격동기를 이끈 분이라고 생각해요. 나라를 위해 뭘 했다는 게 아니라 모든 힘듦을 묵묵히 견뎌내고, 자식을 잘 키워내셨으니까요. 어머니 덕분에 배우 이필모도 있는 것 같아요.” 이필모는 어머니를 보내고 ‘건강’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다. “가족이 무탈하고 건강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깨달음을 전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운동한다. 건강을 유지해 오래 일하며, 아버지로서 역할도 다하고 싶다. 중년을 넘어 노년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이필모는 “색다른 향기를 내뿜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연기 참 잘했던 배우로 기억해줬으면”이라고 말했다. “누구라도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어요. 어려움과 힘듦의 정도 차이가 있는 거겠죠.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이겨내면 행복한 시간이 올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저도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 가족을 위해 이겨낼 거예요. ‘아버지’라는 거룩한 이름을 갖고 있으니까요. 아버지의 이름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 2023-06-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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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과 단절 속, 날 알아주는 한 사람의 힘
- “아무도 없다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고 세상이 무채색이 되었다가 누군가 날 알아주면, 단 한 명이라도, 갑자기 숨이 쉬어지고 세상이 색깔을 입게 돼. 그제야 살아볼까 하지.” 가정의 달을 맞아 5월호 주제를 일찌감치 ‘날 알아주는 한 사람의 힘’으로 잡고 여유를 부리던 필자는 마감이 점점 다가오면서 여러 목소리와 이야기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차,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애만 태우다가 시댁 형님들과 나눈 대화방에서 글머리를 찾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큰형님! ‘하늘꽃’ 지고 ‘땅꽃’ 피는 계절 모진 서너 해, 역병 맞은 세상 꿋꿋하게 견디더니 긴 세월 품었던 설움 한꺼번에 폭발한 올봄. 산수유, 벚꽃이 천지사방 만발했습니다. 그동안 자기 순서 지키며 차례로 피던 봄꽃이 너나 할 것 없이 꽃망울 펑 펑 펑 터트렸으니까요. 긴 겨울 메마른 가지 애써 외면하면서 덩달아 하늘 볼 일 마다했는데, 마을마다 거리마다 천변(川邊) 따라 펼쳐진 꽃 대궐 덕분에 하늘 한껏 올려다보며 봄을 만끽했습니다. 필 때도 갑자기, 질 때도 후두둑 하더니 행여 아쉬울세라 영산홍, 철쭉, 민들레, 오랑캐꽃, 할미꽃까지 땅꽃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늘만 쳐다본다고 시샘이나 하듯 노랑, 보라, 진분홍, 연분홍 색색 향연을 펼치지 뭡니까. 독자분들이 이 글을 읽을 5월엔 아마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담쟁이덩굴, 등나무 잎겨드랑이에서 주렁주렁 앙증맞은 꽃을 피우겠지요. 우울하고 기운 없는 날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을 연결해 가득 충전해주는 존재가 바로 부모 아닐까요. 이름 모를 혹은 이름 없던 꽃에 일일이 이름 붙여 불러주면 내게 다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낳아 이름 지어 명자야, 경희야, 향순아, 옥임아, 종섭아 부르고 또 부르던 부모.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부모. 우울하고 기운 없는 날, 필자는 부모님 뵈러 갑니다. 결혼하고 처음 맞은 어버이날, 스물넷 어린 새댁이던 필자는 같이 살던 시부모님 몰래 친정에 다니러 갔습니다. ‘힘들다, 시어른과 같이 지내기 참 무섭다, 엄마 아버지 너무 보고 싶다’ 입 밖으로 하소연이 시작되려던 찰나 한 말씀 하셨습니다. “얼른 집에 가거라. 어른들 걱정하실라.” 아버지는 딸내미 옷차림새만으로도 허락 없이 왔다는 게 보이는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돌려보내셨습니다. 그때는 참 서운하고 서러웠는데 철이 조금 든 지금 생각해보니 시어른들 눈 밖에 날까 봐 애틋한 마음 숨기고 서둘러 시댁으로 보내셨다는 걸알게 됩니다. 이 세상에 ‘오로지 내 편’ 응원이 필요할 때면 필자는 부모님 뵈러 갑니다. 좋아하는 배추전 잔뜩 부쳐주시면 손으로 주욱 찢어 양념장 콕 찍어 맛나게 먹습니다. 사랑 한가득 충전해 배부르면 그제야 웃음 찾아 돌아오곤 합니다. 아름다운 신부, 두봉 주교 올해 93세를 맞은 두봉(杜峰, 본명 르네 뒤퐁) 주교는 1969년부터 1990년 정년까지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을 지냈습니다.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태어난 그의 한국식 이름 두봉(杜峰)을 풀면 ‘산봉우리에서 노래하는 두견새’라는군요. 극빈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였던 한국에 파견된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선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나라로 가는 것만큼 기쁘고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하는 그는 마음 그릇 크기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꼬박 두 달 반 배를 타고 도착한 한국에서 스물여섯부터 구순이 넘은 지금까지 헌신하고 봉사한 두봉 주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당시 한국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그 시절 한국 사람은 좋았다며, 그렇게 참담한 지경에 처했음에도 참 떳떳하고 친절하고 인간다운 인간이랄까 한국 사람이 풍기는 인상이 좋았다고 회고합니다. 불우한 청소년과 농민을 돌보고 교육하고 인권을 신장하는 일에 한평생 헌신해온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기쁘고 떳떳한 삶의 원동력 한국으로 선교 온 32년간 신부가 된 아들에게 매주 편지를 보내온 아버지.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자식을 한국에 바치는 입장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며 편지를 보내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두봉 주교 품에는 아버지의 편지가 있습니다. “일어나서 편지를 쓴다. 친애하는 나의 작은 르네야. 나는 어둡고 흔들리는 외로움 속에 서서 편지를 쓰고 있단다. 여긴 비가 너무 많고, 한국에는 비가 너무 적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늘에서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니.” 어머니도 떠난 텅 빈 집, 병상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아들에게 삐뚤빼뚤 써 내려간 편지를 생전 아버지 대하듯 귀하게 여기는 두봉 주교. 특히 1986년 5월 9일 아흔이 되신 아버지가 부친 마지막 편지를 자주 꺼내봅니다. 보름에 한 번 프랑스로 답장을 보내던, 이제는 구십 훌쩍 넘긴 아들이 1986년 구십 아버지한테 시간여행하듯 답장을 합니다. “아빠, 고마워요. 내가 아빠 엄마로부터 사랑을 그렇게 많이 받았다는 것을. 이 편지 30년 동안 계속 보내주신 것 고마워요. 난 아빠 엄마 너무 좋아. 하늘나라에서 기쁘게 영원히 행복하게 사실 거예요. 나도 언젠가 따라갈 거예요. 따라갈 때까지는 돌봐주시고, 그 다음에도 함께 기뻐할 거예요. 고마워요, 고마워.” 누군가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두봉 주교는 생전이나 돌아가신 뒤나 아버지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 힘이 70년 가까이 낯선 땅에서 사랑을 나누고 헌신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느끼나요. 곁에 가족이 있어도 고립과 단절로 외로워하는 게 요즘 우리 모습입니다. 각자 방문 쾅 닫고 마음도 굳게 닫아걸고 말입니다. 열려고 있는 문인지, 닫으려고 있는 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두드립니다. 문도 두드리고 맘도 두드려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숨통 트이고 휴, 살 만해지니까요. 진정 난 몰랐었네 다리가 불편한 아들에게 곁을 주지도, 다정하게 대하지도 않은 엄마. 학교에서 직장에서 불구라고 차별받으며 서러움만 켜켜이 쌓여가던 아들. 남편마저 일찍 여읜 엄마는 아들이 약해질까 하는 노파심에 되레 강하게 키우려 했지만, 평생 아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아파합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jtbc)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들 이야기입니다. 그런 엄마가 덜컥 치매에 걸리면서 가족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고통은 증폭됩니다. 치매로 기억을 잃은 엄마가 어느 날 요양원에서 사라집니다. 불편한 다리로 주변을 찾던 아들은 저만치 요양원 마당에 쌓인 눈을 빗자루로 치우는 엄마를 발견합니다. 자식 고생시키는 엄마에게 버럭 화가 났다가 불현듯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릅니다. 내 앞의 눈을 쓸어준 사람 가난했던 그때 달동네 꼭대기에 살던 모자는 한겨울 내리는 눈 때문에 엄청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등교할 때마다 누군가 깨끗하게 쓸어놓은 덕에 눈길을 넘어지지 않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랫집 아저씨가 눈 쓰는 모습을 본 아들은 ‘아, 저분이 그동안 눈을 쓸어주셨구나’ 합니다.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은 엄마가 습관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빗자루로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고서야 아들은 깨닫습니다. ‘내가 비탈길에서 넘어질까 봐 엄마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눈을 쓸었던 거구나.’ 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엄마는 또 눈을 쓸러 나갔던 것입니다. 그제야 얼어붙은 아들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엄마를 향한 원망과 서러움과 미움이 한순간에 눈물로 녹아내립니다. 버림받은 마음에 새살 돋도록 자녀의 경제적 독립과 출세, 아니 취업과 결혼이 힘겨운 최근엔 사람 노릇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비는 게 부모 심정입니다. 내 자식 걱정에만 우리가 안달할 때, 사회 한편에서는 부모 학대와 유기로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시설 보호를 마치고 해마다 2000~3000명씩 ‘자립준비청년’(예전에 ‘보호종료아동’으로 불렸던)이란 이름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보육원 졸업할 때 지급되는 정착금(1000만 원)과 자립수당(5년간 월 40만 원)이 조금씩 올라서 경제적으로 힘이 된다지만,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와 고통, 불안과 무력감이 삶을 포기하도록 몰고 가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비슷하게 힘든 상황에서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한 청년의 경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고 합니다. 소통하고 의논하고 연락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고 없고가 생사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는 사례가 참 많다네요. 보육원 원장님이나, 시설 프로그램에서 만난 멘토나, 그 누구든 고민을 들어주고 모르는 것 물어보면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 한 명만 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나를 지켜줘야 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마음에 새살이 차오르도록 저부터 움직여야겠습니다. 내가 당신 받침이 될게요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내가 먼저 손 내밀고, 귀 기울이고, 가슴으로 안아줄 때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갓난아기 업을 때 포대기 두르고 아기 엉덩이를 손으로 받쳐주면 한결 가볍습니다. 책이며 서류며 물건이며 온갖 것 가득 넣은 가방을 어깨에 멜 때도 한 손으로 아래를 살짝만 받쳐줘도 아프던 어깨가 훨씬 가볍습니다. 공책에 교과서에 연필로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면 뒷장에 우툴두툴 글자가 튀어나오고 물듭니다. 그럴 때 플라스틱 책받침 하나 끼우면 뒤탈이 없어 속상하지 않습니다. 살짝만 받쳐주어도 우리 짐은 가벼워지고 삶의 무게는 덜어지고 아팠던 어깨는 견딜 만해집니다. 서로 받쳐주며 손 잡고 맘 잡고 살아볼까요?
- 2023-05-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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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앞선 경험, 한국 초고령사회 이정표 되길”
- 초고령사회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를 거쳐 1995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 과도기였던 1980년대, 사사키 노리코(74) 前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고국을 떠나 서울로 이주했다. 국내에서는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던 때였다. 일본의 앞선 경험 덕분일까? 사사키 교수는 일찍이 한국 노인의 삶에 주목했다. 어느덧 2025년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전망되는 가운데, 오랜 시간 녹슬지 않게 닦아온 그의 혜안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사사키 노리코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KSCS), 일본에서는 인지증예방넷(NPO)에 소속돼 양국을 오가며 고령자의 삶을 연구 중이다. 특히 2008년부터 참여해온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는 2018년 치매 예방 및 치료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연구회원들과 일본의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등을 탐방하며 개발한 ‘모두를 위한 뇌활 쓰리-B’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30여 개 기관에서 사용하며 노인의 치매 예방을 돕고 있다. 이렇듯 괄목할 성과를 낸 그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평범한 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한국이 너무나 좋았다는 것? 깊은 애정은 관심으로 뻗어나갔고, 폭넓은 관심은 이내 학구열로 이어졌다. “처음엔 재미로 한국어 공부를 했는데, 배우다 보니 여기서 대학을 다니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때 제가 30대 후반이었으니,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학생들이랑 학교를 다닌 셈이죠. 졸업 후에는 일본에 있는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주로 한국과 일본 사회를 비교하거나, 한국 가족을 주제로 연구했습니다. 당시 대학원 생활을 하며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를 처음 만났어요. 그 인연으로 저 또한 같은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죠.” 日 고령자 가족 돌봄 ‘개호이직’ 문제 야기해 사사키 교수는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단에 서게 됐다. 일본의 경험과 사례로 커리큘럼의 완성도를 높이고, 연구를 통해 학과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7년간 교수로 활동하다 정년 퇴임한 후에는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특별 초청 강연에 나서는 등 여전히 학과 발전에 힘쓰고 있다. 올해 3월 29일에도 그는 ‘초고령사회 일본 시니어 비즈니스 이야기’ 특강을 위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강연에 모인 사람은 강남대학교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실버 산업이나 요양 서비스에 관심 있는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 등도 참여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사사키 교수는 개호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양 시설 및 서비스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온천이나 카지노 형태의 주간보호센터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다채로운 서비스가 지니는 이점이 많음에도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요양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노후를 보내길 희망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노인을 비롯한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 저하 문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개호이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자리를 그만두는 경우를 말해요. 최근 일본의 개호이직 인구가 20만 명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생업을 포기한 상태다 보니 곧 생계에도 위기가 닥치죠. 다시 취업을 하려고 해도 공백이 있었던 터라 쉽지 않고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간병과 근무를 병행하도록 하는 ‘개호휴업’ 제도도 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휴직을 하려면 아무래도 회사 눈치를 보게 되잖아요. 또 막상 개호휴업을 하더라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기보다는 둘 다 놓치는 경우가 많고요.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결국 요양 시설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한국의 경우 요양 시설에 거부감을 보이는 노인이 적지 않다. 이에 사사키 교수는 “적절한 시설의 도움을 받았을 때 노인 당사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더불어 가족 구성원의 삶이나 재정 상태도 향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즉 무조건적인 회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다만 요양 시설이나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돌봄의 질 향상이 관건이죠. 그래야 노인 스스로 원해서 갈 수 있고, 가족도 믿고 보낼 수 있으니까요. 요양보호사의 경우 두 나라 다 비슷한 문제가 있어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죠. 교육기관에서 연수받고 자격증 따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취직 전에 충분한 교육과 실습이 이뤄져야 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죠. 일본에는 고령자와 요양 시설 또는 요양보호사 사이에 ‘케어 매니저’가 존재해요. 이들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요양보호사와의 소통을 돕기도 하죠. 이러한 제도는 돌봄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한국에도 도입됐으면 해요.” 노노케어로 실현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사사키 교수는 정부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요양 시설을 기피하는 대다수 노인은 자신의 집이나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선호한다. 그러한 바람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마을이 곧 하나의 요양 시설처럼 편의를 제공하고, 주민들이 요양보호사처럼 노인을 배려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아울러 그는 고령자에 대한 이해와 공부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최근 소속된 연구회에서 ‘치매 배리어 프리’에 대해 논의했어요. 가령 경증 치매 환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마트나 은행, 도서관 등이 필요한 거죠. 제가 살던 동네도 전에는 치매 노인이 없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한분 한분 인지 저하를 겪더라고요. 이제는 그들과 더불어 살 준비를 해야 해요. 일례로 마을 우체국에서 그곳을 찾은 노인의 증세를 눈여겨보고 치매 진단과 요양 등급 신청 등을 도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알고 보니 그 우체국에서는 치매 고객을 위한 관련 교육을 진행해왔더군요. 그렇게 지역사회가 고령자와 함께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에이징 인 플레이스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노인끼리 의지하고 협력하는 ‘노노케어’(老老-care)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사키 교수 또한 노후 주거 생활을 같은 맥락에서 계획하고 있었다. “두 동생 부부와 우리 부부, 그러니까 세 쌍의 부부가 한 집에서 여생을 보내려 해요. 저와 첫째 동생은 아이가 없고, 둘째 동생은 자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부분이 노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여기진 않아요. 우리끼리는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서로 케어해주자고 이야기해뒀죠.(웃음) 요즘엔 혈육 간이 아니더라도 노인들이 함께 사는 ‘코하우징’이나 공동체 마을 형태도 많아지는 추세예요. 요양 시설에 입소할 게 아니라면 그렇게 서로 정서적으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사키 교수는 이밖에도 여생 동안 한국 고령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나겠다는 포부를 들려줬다. “계속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노인 복지와 요양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도움이 될 만한 일본의 사례들을 한국 실정에 맞춰 만들어가는 작업도 해나가려 해요. 저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그런 노력을 하고 있으니, 다들 정보도 많이 찾아보시고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행복한 인생을 위해 ‘흘러가는 노후’가 아니라 ‘대비하는 노후’를 사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 2023-05-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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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 대비 인테리어 지금부터 준비하자
- 노인은 요양시설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년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노화를 대비한 인테리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인테리어 제품은 무엇인지, 전망은 어떠한지, 이범재 유니버설 하우징협동조합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고령자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고령자, 장애인 등 주거약자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모두를 위한 집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건축해 임대·운영한다. 고령자는 왜 주거약자로 분류될까.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이다. 회복하는 기능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의 작은 충격이나 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범재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에 대해 “고령자, 장애인 등 특수 계층을 위한 특수한 집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주거 환경을 개선한 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크게 접근부, 공용부, 세대부로 나뉜다. 접근부는 도로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말하며, 공용부는 복도, 계단, 주차 공간, 옥상 등 공용 공간이다. 세대부는 각 세대를 말한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접근부와 공용부에 단차를 없애 고령자, 장애인 등이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세대부에는 미닫이문 설치, 미끄럼 방지 바닥재 사용 등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노약자를 위한 인테리어는 현관과 욕실에 접이식 의자와 안전 손잡이를 설치한 점이다. 접의식 의자, 안전 손잡이 모두 스웨덴의 Etac사 제품이다. Etac사는 노인 및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들을 위해 욕실 관련 제품을 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손잡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 공중화장실의 손잡이는 굉장히 덜렁거려서 안전성이 떨어진다.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고 불안하다”면서 “하우스 내에 손잡이 설치를 계획한 후 단단하고 안전한 손잡이를 구했다. 거기다가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다”라고 전했다. 초고령시대 인테리어 전망 이범재 대표는 고령자 인테리어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노인이 주거 공간에서 사고를 당하면, 비용이 아니라 건강이 악화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인분들이 집에서 평탄한 생활을 영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있다. 중장년분들이 노후를 대비해 집을 시공할 때나 인테리어 제품을 선택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결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재 대표는 초고령시대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으로 ‘스마트홈’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홈은 기술 시스템, 자동화 프로세스, 원격 제어 기기 등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삶의 질과 편의성을 높이고, 가정의 보안을 향상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스마트홈 제어 기술을 적용하면 스위치부터 보일러, 에어컨 등을 자동으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스마트홈 기술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유니버설디자인과 스마트홈 기술을 접목해 고령자분들의 편의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 2023-05-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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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을 위한 공원’ 증가, 논란이 되는 이유
- 2020년 이성은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거주 환경에 녹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2018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회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총 4567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지 환경은 고령자가 선호하는 산책이나 걷기와 같은 저강도의 신체활동을 하기 적합하며, 우울감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녹지 환경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노인을 위한 공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공원, 법제화 필요할까? 현행법에는 도시생활권의 기반이 되는 생활권 공원으로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이 규정돼 있다. 노인을 위한 생활권 공원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은 국회에서 노인공원을 신설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승래 의원은 노인의 보건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인의 신체적 특성 등이 고려된 노인친화형공원을 생활권 공원의 한 유형으로 규정해 도시의 노인 여가시설이 확충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마련을 추진했다. 이와 같이 노인공원의 필요성이 절감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노인공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공원은 서울시의 ‘오솔길 실버공원’으로 통한다. 1990년 오솔길공원으로 개장됐고, 2005년 테마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어르신 공원으로 정비됐다. 팔각정, 운동기구 등을 배치했으며, 실제로 이용객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다. 또한, 부산시의 사하구 장림공원은 지난해 노인친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노인의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노인의 삶의 질과 정서 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부산시는 2040년 부산의 녹지 미래 계획에 따라 노인친화공원을 250개 정도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밖에 대구와 고양시에도 어르신공원이 있고, 대전에는 효공원이 있다. 경북 포항시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기존 어린이공원을 활용해 어르신 공원을 조성하는 방침을 세우고 계획을 이행 중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노인공원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낙후된 공원 또는 어린이공원이 탈바꿈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노인공원 법제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그렇지 않아도 공원의 주 이용객은 노인인데, ‘노인을 위한 공원’으로 정해두면 노인혐오와 같은 반발심이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된다. 지금처럼 모두가 공원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시설과 기능을 증가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 그렇다면,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이진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노인을 위한 건강 도시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통해 도시 조성에 ‘녹지’와의 관계성을 고려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이진희 연구원은 사례 검토를 토대로 △토지이용 및 배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 △도로 및 대중교통, △보도 및 자전거도로로 가이드라인을 구분했다. 건강 도시를 위한 네 가지 가이드라인에는 공통적으로 ‘녹지 환경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토지이용 및 배치’에는 녹지·광장 등 야외 공간 주변으로 카페 등 건물 배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에는 도시 단위의 보도 이용이 가능한 대규모 녹지 공간 개발, 근린 단위의 소규모 녹지 공간 개발 및 연계,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 오감 자극 등의 설계 방향이 제시됐다. 또한 도로에는 가로수 식재 설치, 녹지와의 통합성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건강 도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뉴욕시의 액티브 디자인이 꼽힌다. 지역 주민의 신체 활동 증진을 통하여 건강 수준을 높이는 도시 공간과 건축물 디자인 방식을 의미한다. 지역 주민의 도보 활동, 자전거 이용,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활동적인 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신체 활동 증진 방법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과의 연계를 통해 도시의 지속성 확보와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제고에 도움을 준다. 홍콩은 고령친화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노인을 위한 주거단지나 요양시설에 적합한 설계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그 가운데 야외 공간 가이드라인을 보면, 감각적인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노인이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조경을 포함하고, 단체 운동·산책·원예 활동 등이 가능한 설계를 하도록 지침한다. 이진희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해서는 건강과 보건, 의료에 초점을 맞춰 해당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공급뿐만 아니라 현재 도시 구조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인구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도시 환경이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촉진해 건강한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인이 더 오랫동안 일하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 지역과 교류하며,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23-05-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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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생을 보낼 내 집 “신체 능력 떨어질수록 성능은 올려야”
-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러나 ‘웬만한 50대보다 건강한 70대’, ‘중증 질환을 가진 40대’ 등 개인의 신체 능력과 노화 수준은 다양하다. 보조기구의 사용 여부, 지금 거주하는 주택의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생활 방식도 다르다. ‘단계별 맞춤 주거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비용, 시간, 노력을 과하게 들이지 않고 원상 복귀가 어려운 구조 변경은 최소화해 집을 정비한다면 노인뿐 아니라 노인이 될 모두에게 ‘평생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정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주거복지 정책 및 제도, 노인 주거계획, 장애인 주거계획, 주거 서비스 개발 및 평가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주거 전문가다. 그가 생각하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이란 무엇일까? Q. 나이가 들수록 ‘내 집’을 몸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A. 익숙한 내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죠. 실버타운에 입주해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그 유형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공공실버주택은 소득 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인 사람을 우대하기 때문에 쉽게 입주할 수 없어요. 중간에서 중간 이상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주거 형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집을 과하게 뜯어고치자는 말이 아닙니다. 현관에 접이식 의자를 설치해 편하게 신발을 갈아 신도록 하고, 복도와 거실, 방으로 이어지는 길의 턱을 모두 없애는 식입니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구를 배치해 수납을 돕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부착하는 방법도 있어요. Q.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이네요. A. 그런 셈이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기관, 지자체, 기업에서 하는 개조는 일괄적으로 진행됩니다. 단순히 여닫기 쉬운 문손잡이 부착, 적절한 높이의 부엌 작업대 설치 등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대상도 장애인,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로 범위가 한정적이고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해당자의 신체적 능력과 현재 집 상태 등을 고려한 단계별 설비가 필요해요. 더불어 그 사람의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개조인지, 목적을 확실히 인지하고 작업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 성별, 나이,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Q. 단계별 설비가 왜 필요한가요? A. 사람마다 노화 수준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자립 정도, 생활 방식이 달라요. 때문에 다양한 유형에 맞게 개조 원칙을 세분화해야 합니다.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 집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정부가 시민에게 좋은 거주 환경을 제공하는 데 일조하고자 유형을 여섯 단계로 나누고, 개조 및 계획 기준을 제시했습니다.(27쪽 표 참고) Q. 그러나 아직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노화 대응을 위한 주택 정비’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A.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국가, 개인, 관련 기업조차도 해당 내용에 대해 무관심한 편입니다. 정부는 노인 임대주택 공급 등 실적이 명확한 분야에 더 집중해 투자하고, 기업에서도 주택 개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개발하지 않아요. 수요가 없어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가까운 일본에는 고령자를 위한 실내 디자인 제품이 아주 많습니다. 안전 손잡이 하나도 소재와 마감재, 색을 다양하게 조합했어요. 촌스럽거나 ‘보호시설에서 쓸 만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죠. Q. 일본 정부는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주택 개조를 돕고 있다고 하던데요. A. 일본은 20만 엔(약 200만 원) 정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주거 환경 개선 급여로요. 그 덕에 주택 개조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소득분위별로 지원 대상을 정하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죠. 주택 개조 지원을 통해 안전하게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면 결국 사회적인 부양 부담이나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을 겁니다. Q. 개인이 나서서 본인의 집을 가꿔보려 해도 쉽지 않겠습니다. A. 실제로는 나이가 들어 신체 능력이 떨어진 사람조차 집을 고쳐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문턱에 걸려 넘어져도 ‘아, 내가 조심하지 못했구나. 앞으로 잘 보고 걸어야지’라며 자책해요. 자연스러운 노화로 시야가 좁아지거나 보폭이 좁아져서 그런 것뿐인데 말이죠. 몸이 노화할수록 단열·누수·균열과 같은 건축물의 성능을 올리는 건 기본이고, 거주자의 공간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한들 노화 대응을 위한 전문 주택 개조 업체를 발견하기 힘들어요. 진단이나 컨설팅을 해주는 곳은 물론이거니와 전문 시공사도 없죠. 인테리어나 시공 전문가에게 “현관 앞 통로에 안전 손잡이 설치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그걸 왜 설치하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와요. 얼마 전 제가 겪은 일입니다. 하지만 안전 손잡이가 있으면 고령자나 장애인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편리하거든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Q. 인식 개선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A. 맞습니다. 나라에서 홍보활동을 해주면 물론 좋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의 집에서 생활을 보조해주는 가구나 기계를 노출했을 때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요. 누가 봐도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닌다면 처음에는 이질감이 들겠지만 나중에는 완판 행진을 이어갈지도 몰라요. 다양한 매체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노력해야 우리 모두의 노후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2023-05-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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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 디지털 약자 위해 키오스크부터 표준화 시작
- “주문하시려면 터치해주세요.” ‘터치? 왜 메뉴가 없어?’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렀더니 그림과 글자가 나왔다. “매장에서 식사... 테이크 아웃...” 포장해서 가려고 했는데, 포장 버튼이 안 보인다. 하나는 매장에서 먹는 것이고 하나는 쇼핑봉투 그림이 있으니까 이게 포장인가? 답답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확대하듯 늘려보려고 모니터에 손을 댄 순간 화면이 전환됐다. 더 작은 그림이 여러 개 등장했다. 글씨는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는다. 왜 화면이 전환됐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주문을 해보기로 한다. 불고기를 찾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메뉴를 하나하나 읽어본다. 갑자기 메뉴가 사라지고 “계속하시겠습니까?”라는 화면이 뜬다. ‘오늘 안에 주문이 되는 걸까,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온갖 생각을 하다가, 직원은 없는지 둘러본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가 흔히 겪는 일이다. 이제는 디지털에 익숙해졌다는 중장년도 메뉴를 찾을 때 종종 애를 먹는다. 음식점, 쇼핑몰, 주민센터, 심지어 약국까지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키오스크(kiosk)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정보 단말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키오스크의 도입은 더욱 빨라졌지만, 이용자들의 불편함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디지털 약자인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큰 산이다. 키오스크 문턱을 낮추기 위해 키오스크 및 가전제품의 접근성 표준화에 나선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의 이성일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소비자원이 키오스크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 또는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는 질문에 46.6%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 주문 화면의 작은 글씨가 불편하다는 답이 많았다. 2022년 2월 키오스크 KS표준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이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업종이나 브랜드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원이 공공·민간분야 키오스크 중 20대를 조사한 결과 70%가 KS 표준에서 규정한 글씨 크기보다 작았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는 접근성에 관한 공식 인증기관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인증을 해주는데, 현재는 웹 접근성 품질 인증에 관한 제도뿐이다.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은 전기·전자 제품과 가전제품, 키오스크를 포함한 지능 정보화 제품의 접근성을 평가한다.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제품 개발을 돕고, 접근성 평가 기준과 표준화 방안 등을 연구한다. 접근성 공식 인증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전 정보화지능원)에 접근성 표준을 제시하고 기준을 함께 만들고 있다. 연구원은 10여 명의 국내 표준화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2022년 8월 발기했다. 이성일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 이사장은 “제대로 된 접근성 시험평가 방법을 만들어 보고 싶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이자 국가기술표준원의 전문위원으로 ATM 표준부터 애플리케이션 설계 표준까지 국내 표준화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 함께 모인 이들은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의 표준화와 접근성을 만들어온 전문가들이다. 그동안 키오스크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표준화 기준을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었다. 표준 자체가 국가 표준이 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기업들이 키오스크 표준화를 따를 만한 지침이나 법적 의무도 없었다. 정보화기본법에는 장애인과 고령자가 지능정보 제품에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하 장차법)에서도 서비스와 제품 접근성을 갖추도록 하는 지침이 실려 있다. 최근에는 장차법에서 시행령을 통해 키오스크 접근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다만 시행은 2025년부터다. 이에 키오스크 접근성 평가를 위한 움직임이 먼저 시작됐다. 이성일 이사장은 키오스크 접근성 평가가 필요하다는데 깊이 공감했다. “키오스크 어려워하시는 분들 많죠. 사실 고령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요즘은 공항에서도 모바일 체크인이라고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골프장도 키오스크로 계산해요. 중장년들도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주민 센터 수영 강습 등록도 키오스크로 바뀌었더라고요. 주민 센터 같은 경우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은데, 등록할 때마다 자녀들을 데려오신다고 해요. 키오스크나 가전제품은 복잡해서 인터페이스도, 사용자 조작 방식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동안 학교, 기업, 정부와 함께 프로젝트를 통해 평가 방법론 등을 만들어 시범 평가를 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을 만들게 되었어요.”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은 키오스크 접근성 평가 발효 시기에 맞춰 시험 평가 방법론 등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와치와 함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키오스크 평가기관으로 선정됐다. “사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디자이너들도 내가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잘 만든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소송할 때 판사의 판단 근거로써 필요하기도 하고요. 이런 수요들을 반영해 접근성 인증 시험 평가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키오스크 접근성 평가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침에 띠라 키오스크가 잘 만들어졌는지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UX, UI를 테스트합니다. 평가를 종합해 과학기술정통부에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에서 키오스크 접근성 평가를 받은 기업은 조달청 키오스크 납품 우선 선정 대상이 된다. 연구원은 키오스크 접근성 설계 표준에 맞게 키오스크가 잘 만들어졌는지를 본다. 또 실제 디지털 취약계층을 섭외해 조작을 테스트한다. 어느 지점에서 머뭇거리는지, 조작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기록한다. 평가가 끝나면 결과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구매 대상 추천 여부를 결정하면, 최종 승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한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키오스크 접근성 평가를 받으려는 기업들이 많지는 않다. 연구원 평가를 받으면 정부에서 인증을 주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들기 때문. 이에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은 민간 인증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생각보다 가전제품에서 접근성 인증 수요가 많습니다. 미국에는 ADA라는 접근성에 관한 표준법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수출 자체가 안 됩니다. 강제성이 있고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법이에요. 이와 관련한 소송도 많습니다. 유럽에도 접근성 표준에 관한 법이 있어요. 그래서 수출을 해왔던 기업들은 접근성 인증을 받고 싶어 합니다. 저희도 2000년대 초반 정보화 지침, 접근성 지침 등을 내놓았는데, 역시 비용 문제 등이 있어서 국내에서는 강제화하지 않는 쪽으로 추진되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의뢰를 받아 가전제품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전제품 접근성 인증 모델과 프로세스 평가를 위한 규격 표준을 실험하고 있다. 접근성 평가와 인증을 위한 표준화 작업은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일 이사장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함께 현금자동인출기(ATM)의 접근성을 개선해 전국 은행으로 보급한 주인공이다. 고령자가 사용하기 쉽게 화면 아이콘 크기를 키우고, 시청각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점자 자판, 이어폰 슬롯 등을 적용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시도가 각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차법에서 키오스크, 애플리케이션 등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걸 시행령으로 이번에 넣었죠. 애플리케이션은 의식주 관련해 기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많아요. 최근에는 요양이나 장례 서비스와 같이 고령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에 이용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으니 제품이나 환경 자체가 그에 맞춰 변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UX, UI 접근성 평가의 길을 연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이다. 이성일 이사장은 점차 디지털 약자의 디지털 접근성이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 “접근성 인증 과정을 제대로 거치는 모델을 잘 만들어 놔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체계화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심사평가 검증 기준을 제대로 갖춘 결과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2023-05-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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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노후 평생 살 집의 조건은?
- 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 2023-05-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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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정년연장 포함 고령자 정책 하반기 발표 준비
- 정부가 하반기 정년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강남대학교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의 2023 웰테크 산학협력포럼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고덕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세대공감과 과장은 “다양한 행정적 개선사항을 담은 고령자 정책을 하반기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여기에는 정년과 연금제도 개선, 요양 서비스, 일자리 등 여러 분야의 개선안들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정년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금 체계 등 제반 사항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과 연금제도가 개선이 함께 이뤄진 해외 사례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연금개혁과 함께 정년 연장도 추진해 2025년에는 65세까지 고용이 의무화되도록 했다. 연금을 처음 지급받는 시기 역시 정년 연장에 맞춰 2025년부터 65세부터로 하되 선택에 따라 70세나 75세로 늦출 수 있도록 했다. 강남대학교의 이번 행사는 ‘100세 시대 치매예방을 위한 웰테크 기반 사회서비스 생태계 구축 방안’을 주제로 중앙사회서비스원과 한국에자이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도화를 목표로 한 혁신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고 SK텔레콤의 AI기술을 도입한 행복커넥트를 예로 들면서, “이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늘고, 사회문제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치매예방 생태계가 조성되어,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한국에자이의 고홍병 대표는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기여하는 것이 에자이의 기업이념”이라고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치매 예방에 대한 소비자의 절실한 요구를 받아, 사회적 기여를 위해 별도 부서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완 강남대학교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 소장은 “이번 행사는 산학협력에 필요한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고령사회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이야기 했다.
- 2023-04-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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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 의료비 발생 시, 국민건강보험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 은퇴자 채 씨는 지역가입자로서 국민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 직장 다닐 때와 달리 여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던 중 선배 은퇴자로부터 고액 의료비 발생 시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보험급여의 종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질병 등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혜택을 ‘보험급여’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급여는 요양급여, 요양비, 부가급여, 장애인에 대한 특례, 건강검진으로 나누며,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을 ‘요양기관’이라고 한다. 보험급여의 종류별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원 등의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항목은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어지고, 급여 항목은 ‘본인일부부담금’과 ‘전액본인부담금’으로 나뉜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보험급여 발생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닌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을 본인일부부담금이라고 한다. 전액본인부담금은 보험급여에 해당하는 항목임에도 보험료 체납으로 급여가 제한되거나, 요양급여의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진료를 받는 경우,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인 경우, 보험 재정에 상당히 부담을 주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등의 사정으로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때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금액을 말한다. 비급여는 애초에 해당 항목 자체가 보험급여에 해당하지 않아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금액을 말한다.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은 치과보철료(골드크라운, 금니), 시력교정술(라식, 라섹), 성형외과술 등이다. 비급여 항목은 병원마다 금액 차이가 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비 항목의 최저금액, 최빈금액, 중간금액, 최고금액 정보를 기관·병원 규모·지역별로 구분하여 공개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본인부담상한제 본인일부부담금이라고 해서 본인이 전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개인이 부담하는 진료비의 한도를 정해두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2004년부터 실시해온 제도로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입자가 부담한 1년간 본인일부부담금(비급여, 선별급여 등은 제외하고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이 개인별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액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에 따라 ‘사전급여’와 ‘사후급여’로 나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본인부담상한액 최고금액을 2022년 기준 연간 598만 원 에서 1014만 원으로 인상 예고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이 공포되면 예정대로 실시된다.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자와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하여 본인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은퇴자들의 비용 관련한 공통 고민 중 하나가 국민건강보험료다. 직장을 다닐 때와 달리 수입도 줄고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도 100%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비 지원제도는 노후에 고액의 의료비를 지급해야 할 경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 2023-04-27 0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