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죽을 수 없었다” 치매 아내 간병 90세 日 거장의 고백

입력 2026-02-10 07:00

작가 아토다 다카시 인터뷰… 체념 담은 만족 이어지는 노후, 에세이로 그려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을 펴낸 작가 아토다 다카시.(신초샤(新潮社) 제공, ©Shinchosha)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을 펴낸 작가 아토다 다카시.(신초샤(新潮社) 제공, ©Shinchosha)

“적당적당(まあまあ)은 작은 체념을 담은 작은 만족입니다. 이 정도라면 참고 견뎌서 플러스로 만들자라는 마음가짐이죠.”

인터뷰 과정에서 일본 문학계의 거장이자 원로 아토다 다카시에게 던진 첫 질문은 바로 이 단어, 마아마아(まあまあ)였다. 얼마 전 그의 책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이 단어를 ‘적당적당’으로 번역했었는데, 보편적인 일본인이 이 단어에 담는 뉘앙스 이외에 실제 그의 속마음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의 ‘마아마아’에는 노년을 미화하지도, 비관으로만 몰아가지도 않는 태도가 담겨있었다. 견디되, 그 안에서 작은 플러스를 찾는 감각이 그의 언어 속에 녹아 있다.


에세이 기대 이상의 인기, “이해 안돼”

올해로 90세, 인생의 황혼을 넘어 '백세 시대'의 문턱에 선 노작가가 최근 펴낸 에세이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90歳、男のひとり暮らし)’은 일본에서 3만 부를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작가가 책 전체를 관통해 강조하는 키워드는 '마아마아'다. 완벽을 기하기보다 적당히 타협하며 기분을 다스리는 이 태도는 초고령사회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이 인기가 다소 의아하다고 했다. 그는 “왜 이런 내용의 책이 팔리는 걸까”라고 반문했을 정도 라면서, “(나처럼) 사람들도 속 편하게 살고 싶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 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 일본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는 욱일중수장 훈장까지 받았다. 국내에서는 ‘기묘한 맛’ 단편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에세이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을 통해 수년 전 아내를 요양시설에 보낸 뒤 도쿄 자택에서 홀로 지내는 그의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책을 통해 나타나는 그의 생활은 거창한 '극복'이 아닌, "오늘도 뭐, 이 정도면 괜찮다"는 담담한 긍정으로 가득하다.

그의 일상은 이 철학을 실천하는 현장이다. 아침마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점검하고, 요리는 손이 덜 가는 방식으로 영양만 챙긴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고전 시가나 일본 전통 만담을 책으로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내 요양원 보낸 후 “먼저 죽지 않겠다 결심”

치매가 진행된 아내를 2년 넘게 집에서 간병하다 시설로 보낸 뒤, 그는 3개월간 면회를 끊는 결단을 내렸다. 아내가 시설을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시설 측의 조언 때문이었다. 궁금했던 것은 그 과정에서 느낀 그의 감정이었다. 갑작스레 아내를 다른 장소로 보내고 3개월이나 생이별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아내는 치매가 많이 진행돼 과거를 잊어가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경우 병문안은 그 순간에는 기쁠 수 있지만, 사람이 돌아간 뒤에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혼란과 슬픔이 더 길게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시설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여기가 내 집이다’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거짓말이나 포기도 필요했다.

“한동안 면회를 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받아들였습니다. 다행히 석 달쯤 지나고 나서 만나니, 아내는 ‘여기는 좋은 곳이네’라고 말하며 지냈고, 예전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거짓말을 하거나 얼버무려야 하는 순간이 있어 힘들었지만, 이것도 치료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치매에는 때로 이런 방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치매가 발병하고, 시설에 입소하고, 지난해 사망하기 전까지 그는 “이 사람보다 먼저 죽어서는 안 된다”라고 다짐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털어놨었다. 아내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담긴 한 마디였다. 그 각오에 대한 답변에는 특유의 냉소적 어조가 묻어났지만, 그는 자신의 책 끝을 아내에 대한 감사로 맺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80세가 되었을 무렵부터 남편으로서 ‘이 사람보다 먼저 죽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 의식을 갖게 되었죠. 그러다 아내가 시설에 들어가고, 제 얼굴을 보는 것이 가장 크고, 거의 유일한 기쁨처럼 보이게 된 이후로는 ‘먼저 죽을 수 없다’는 것이 절대적인 각오가 됐어요.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내가 먼저 죽지는 않겠지’라고 예상했었죠. 아내를 떠나보낸 지금은 어느 정도 해방감을 맛보고 있습니다. 아내에 대해서는 좋은 일만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며 ‘마아마아’ 살고 있어요.”

▲주방에서 홀로 요리를 준비하는 작가 아토다 다카시. 일상의 모든 일을 아내 없이 혼자 해내는 '자취' 생활이 이젠 익숙해졌다고 했다. (신초샤(新潮社) 제공, ©Shinchosha)
▲주방에서 홀로 요리를 준비하는 작가 아토다 다카시. 일상의 모든 일을 아내 없이 혼자 해내는 '자취' 생활이 이젠 익숙해졌다고 했다. (신초샤(新潮社) 제공, ©Shinchosha)

“죽음 무로 돌아가는 것, 두렵지 않아”

90년을 산 원로 작가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90세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의외로 건조하고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죽음은 무(無)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태어나 살아가다가 무로 돌아가는 것 말이죠. 희망하거나 원망하는 일은 없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죽은 저에 대해 사람들이 이것저것 떠올리는 것은 살아 있는 쪽의 마음대로일 뿐, 무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프거나 괴롭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978년 데뷔 이후 900편 이상의 단편을 쓰며 일본 문단을 지켜온 그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이제는 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절필 선언이다.

"이제는 예전 같은 아이디어로 구성된 작품은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을 쓸 생각도 없고요. 집필은 끝났습니다. 이제는 유유자적하게 살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기교 섞인 문장 대신, 삶의 리듬을 택한 노작가는 오늘도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혼자만의 식탁을 차린다. 90세에 도달한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적당히' 기분 좋으면 충분해요.”라고 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뉴스

  • “카드로 다음 세대에 지혜 잇는 스포츠, 브리지”
    “카드로 다음 세대에 지혜 잇는 스포츠, 브리지”
  • “죽음 준비로 노년 낭비하지 말아야” 日 저널리스트의 일침
    “죽음 준비로 노년 낭비하지 말아야” 日 저널리스트의 일침
  • “누군가의 성장에 힘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성장에 힘이 될 수 있을까?”
  • 평범한 마음이 만드는 특별한 변화
    평범한 마음이 만드는 특별한 변화
  • 욕쟁이 엄마, 100만 유튜버 되다
    욕쟁이 엄마, 100만 유튜버 되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