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전, 전철 1호선을 타고 종착역인 인천역으로 간다. 한산한 전철 안에서 시간여행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인천역 앞에 있는 화려한 패루를 통과하면, 1800년대 말 인천 개항 시절의 풍경이 펼쳐지는 상상 말이다. 실제로 패루 너머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그곳에 새겨진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나도 모르게 근대사의 소용
한동안 ‘기승전OO’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어떤 일의 시작, 전개, 전환 과정과 무관하게 결론이 항상 같게 나타날 때 쓰는 용어인데, 본래는 한시의 형식을 설명하는 ‘기승전결(起承轉結)’에서 따온 말이다. 안대회(安大會·58)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는 한시뿐만 아니라 희로애락이 부침하는 인간의 생애 또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띤다고 말한다. 유행어의 의
1980년대 대표 국민 앵커로 불렸던 여자, 신은경. 차의과학대학교 의료미디어홍보학과 교수이자 동기부여 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는 오랜만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책을 내놨다. 자신을 알고 나이를 알고 삶을 긍정하는 방법이 실린 그녀의 에세이 ‘내 나이가 나를 안아주었습니다’는 환갑이 된 지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
소설을 좋아하던 문학 소년은 국가 발전을 위해 이 땅에 한 송이 꽃을 피우겠노라 다짐하며 연세대학교 생화학과(?)에 들어갔다. 머지않아 그는 알았다. 그 ‘화’가 ‘꽃’이 아니었음을. 낙담을 뒤로 하고 과감히 미지의 시공간으로 몸을 내던졌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순간의 선택은 평생을 함께해도 지루할 틈 없는 과업이 됐다. 인생 최악의 오작동 사건을 통해 진정
지리산 청학동은 나의 고향이다. 유소션 시절을 삼신봉 아래에서 보냈다. 근래에는 자주 들리지 못하지만 정신적 터전이다. 당연히 청학동과 관련한 자료에 관심이 많다. 그중 하나가 풍수지리설로 유명했던 옥룡자 도선 스님(827~898)이 쓴 ‘청학동 비결(秘訣)’이다. ‘조선비결전집’에 수록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민간에 널리 유포된 비결들을 입수해 연구 가치가
‘아버지를 미워한 힘으로 내 길을 만들었다’고 자신의 생애를 요약하는 최현숙(崔賢淑·62).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었다. 가출을 반복하던 끝에 출가(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는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민주노동당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진보정당 활동을 이어갔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수십 년간의
의학의 신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음식은 몸이요, 마음이다(食卽身心). 음식을 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편안하며 각종 질병에서 해방된다. 좋은 음식은 에너지원 제공뿐만 아니라 영양소도 골고루, 충분히 함유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키워준다.
평소에 식습관을 제대로 들인 사람은 몸이
기해년(己亥年) 새날이 밝았습니다. 오행(五行)에서 ‘기(己)’ 자는 흙의 기운을 표현하며 색으로는 노란색이기에, 기해년은 곧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고 합니다. 각별하고 신명 나는 일만 벌어질 것 같은 황금돼지해를 맞아, 노란색 야생화가 황금색 술잔을 높이 들고 원숙미(圓熟美)를 더해가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애독자들에게 경배하며 새해 인
오래전부터 ‘나이 듦’을 주제로 책을 엮고 싶었다는 정끝별(54) 시인·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컴퓨터 바탕화면 속 ‘늙음’이라는 폴더에는 그 날것의 이름에 어울림직한 시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50대 중반이 되었을 즈음, ‘지금이야말로 나이 듦을 이야기할 최적기’라 느꼈다. 청년기엔 늙음을 막연히 멀리 볼 것만 같았고, 노년엔 너무 자신의 늙음에 매몰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