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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관리부터 상속까지… “신탁이 노후를 바꿔”
- 고령화 시대의 자산관리 방법으로 최근 신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신탁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신탁은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곧 트러스트2.0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하나은행에 재직 중이던 배정식 본부장은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론칭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언대용신탁, 치매대비신탁, 유산정리신탁, 증여신탁, 기업승계신탁, 상조신탁, 봉안신탁 등을 선보이며 신탁 시장을 만들어왔다. 금융권에서는 그를 신탁 분야의 ‘선구자’라 부를 정도다. 배 본부장은 이제 국내 신탁 시장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상속뿐 아니라 생애 전반을 신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 왜 고령화 시대에 자산관리 방법으로 신탁이 주목받는지, 배 본부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나의 자산관리 법인 ‘신탁’ 신탁은 생전쪾사후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을 관리한다. 50대가 넘어가면 각자의 삶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부모님 의료비, 자녀 교육비, 상속, 황혼이혼 등의 문제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완화하는 계약이 신탁이다. 배정식 본부장은 “가상의 자산관리 법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며 “같은 금액을 상속받더라도 세금 문제가 형제마다 다르기도 하고 공통으로 마련해야 하는 비용도 있는데,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중립적인 시스템으로서 하나의 도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2006년에 신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유언대용신탁이 먼저 도입됐고, 신탁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사후에 자녀를 위해 자산이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가 부재할 경우 사후에 자녀에게 정해진 목적으로 자산이 쓰이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고령화 시대가 오면서 노인성 질환이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치매와 같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질환이 늘면서, 고령자의 자산을 두고 가족끼리 다툼이 벌어지거나 치매 환자의 자산을 가로채는 일 등이 생겼다. 이때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신탁이다. “신탁의 본질은 계약입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산운용을 맡기는 자산관리 시스템인데요. 스스로 자산관리를 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 여러 방법을 계약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생전에 나를 위해 자산이 쓰이다가, 사망하면 남은 재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상속을 명시할 수도 있고, 사망 후 자산이 어디에 쓰일지도 정해둘 수 있습니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생전쪾사후 자산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신탁이 활성화된 해외 사례를 보면서 신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생애주기 따른 맞춤형 서비스 미국에는 생명보험신탁, 연금양도신탁, 기부와 상속을 설정할 수 있는 신탁 CRT, CLT 등의 신탁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신탁은 아직까지 유언대용신탁과 증여신탁이라는 큰 범위 안에서 서비스가 파생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 체계로는 증여신탁의 경우 실질적인 신탁 기능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증여신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언대용신탁에서 가지처럼 뻗어나온 서비스들이다. 2010년 신탁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사후에 자산의 쓰임을 설정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 배정식 본부장은 신탁법 개정이 시행되기 전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수탁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게 맡겨 관리하고 운영하다가 사후에 ‘누구에게 주라’고 하면 유언대용신탁입니다. 치매대비신탁은 자산관리 과정에서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이라는 조건으로 자산관리 목적을 정합니다. 이때 두 가지 수요가 있었어요. 첫째, 치매에 걸리더라도 자산이 나를 위해 쓰이면 좋겠고 둘째, 사후에 원하는 이에게 상속하고 싶다는 거예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더라도 자녀에게 자산을 뺏기지 않고 병원비나 생활비 등에 사용하는 거죠. 신탁에는 이렇게 자산을 사용할 때, 물려줄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요소들을 계약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과 치매대비신탁이 신탁 시장에 물꼬를 터줬다. 고객들의 신탁에 대한 요구는 더 다양해졌다. 상조신탁과 봉안신탁도 그런 맥락에서 출발했다. 과거에는 상조회사에 일정 금액을 적립하다가 사후에 장례를 맡겼는데, 갑자기 여러 상조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졌다. 적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신탁으로 금융사에 자산을 맡겨두고 사망 시 상조회사에 자산이 쓰이도록 지정하기 시작한 게 상조신탁이다. 생전 자산관리부터 사후 자산관리까지 모두 맡기고 싶은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사람마다 겪는 생애 이벤트가 다르지만, 개인 맞춤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이다. “초기에는 요양원에 있는 분들의 수요가 많았다면, 이제는 경도인지장애가 왔거나 몸이 안 좋은 분들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자 신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신탁은 한 사람의 삶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더라고요.” 분야별 협업이 만든 ‘원스톱 서비스’ 상조신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배정식 본부장은 생전 자산관리부터 마지막 장지까지 원스톱으로 신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봉안신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55만 평 규모로 신뢰성 높은 용인공원과 협업해 봉안신탁 고객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봉안당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4자 협업 신탁 원스톱 서비스도 출시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 법무법인 가온, 용인공원, 하나은행과 함께 의료원에 기부하는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춰 의료, 자산관리, 장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것. 이를 통해 기부자의 건강한 생활, 자산관리, 상속, 증여, 후견, 상조, 장지 등의 절차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배정식 본부장은 이런 분야별 협업이야말로 트러스트2.0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협업을 통해 신탁 시장이 확장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작이 모여 각 영역이 결합하면 하나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겁니다. 신탁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 높고 안전한 영역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죠. 앞으로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이 생길 거라고 기대합니다.” 2022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신탁업 혁신 방안 중에는 전문기관과 금융기관이 위·수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무법인, 시니어타운, 요양법인 등이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분이 편하게 신탁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탁이 더욱 대중화될 수 있도록 길을 닦기 시작했다. 배 본부장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신탁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신탁은 어느 시점에 맡겨야 가장 좋을까? 사실 정해진 답은 없다. 어떤 목적으로 신탁을 활용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탁에 관심 있다면 ‘의사결정이 가능할 때’ 계약을 설정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는 부모에게 상속받은 경험이 있는 40~50대가 신탁에 관심이 높습니다. 상속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신탁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60대 중후반이 넘어서면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건강이 염려되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신탁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겁니다. 또 미국처럼 예비부부도 신탁에 관심 가져볼 만합니다. 결혼할 때 모아뒀던 각자의 자산을 자녀에게 쓰겠다, 혹은 부모님에게 쓰겠다는 목적을 설정해 신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추후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갈등을 줄여줄 수 있겠죠.” 꼭 자산이 많아야만 신탁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만 원으로도 신탁을 시작할 수 있고, 1억 원이 모이면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의 신탁을 설정할 수도 있다. 신탁의 핵심은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원하는 목적에 맞게 자산이 쓰이도록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자산관리 방법이기도 하다. 배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고령화 시대에 신탁은 원스톱 서비스로서 하나의 자산관리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각자의 생애 이벤트에 따라 누구나 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 2023-09-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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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사회 속 변화하는 신탁, “자산부터 요양까지 맡겨”
- 고령화 시대의 자산 관리 방법으로 최근 신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신탁이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은행 재직 당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하고, 국내에서 ‘최초’인 다양한 신탁 상품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범위를 넓혀왔다. 금융권에서는 그를 신탁 분야의 ‘선구자’라 부를 정도다. 그는 곧 트러스트2.0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상속뿐 아니라 생애 전반을 신탁으로 관리하는 시대다. 배 본부장을 만나 신탁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신탁이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합니다. 신탁이란 무엇인가요? 신탁은 생전, 사후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을 관리합니다. 가상의 자산 관리 법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50대가 되면 각자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양합니다. 부모님의 의료비나 자녀의 교육비를 고민해야 하거나, 나의 건강관리를 위해 자산이 필요하기도 하죠. 투자로 자산을 늘리고 싶기도 할 테고요. 또 상속 이슈도 있습니다. 같은 금액을 상속 받더라도 세금 문제가 형제마다 다르기도 하고 공통으로 마련해야 하는 비용도 있거든요. 이렇게 부모님, 자신, 형제, 자녀 등의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구조를 완화하는 계약이 신탁입니다. 중립적인 시스템으로서 하나의 도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고령화 시대에 노후자산 관리의 한 방법으로 신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2006년에 신탁법 개정이 이뤄져서 유언대용 신탁이 도입됐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고객들이 사후에 자녀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기 시작했어요.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가 부재할 경우, 사후에 아이들에게 정해진 목적으로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하고 싶은 수요가 있었던 거죠. 신탁은 계약에 기반을 둔 자산 관리 시스템입니다. 본질은 계약이죠. 믿을만한 사람에게 나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맡기는 것인데요. 스스로 온전하게 자산관리를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운영과 관리 방법들을 계약 안에 녹일 수 있습니다. 생전에 나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관리할 수도 있고, 혹시 내가 사망했을 경우 누구에게 남은 자산을 줄 것인지 상속까지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고령 사회가 되어가면서 사전, 사후의 자산 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우리나라와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서 신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Q 하나은행 재직 당시 은행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설립하셨어요. 유언 대용 신탁, 치매 대비 신탁, 증여 신탁, 기업 승계 신탁, 상조 신탁, 봉안 신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로 신탁 상품을 제안하시면서 국내 신탁 시장의 범위를 넓혀 오신 건데요. 구체적으로 이 신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증여 신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언 대용 신탁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온 것들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수탁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게 맡겨 관리하고 운영하다가 사후에 ‘누구에게 주라’고 하면 유언 대용 신탁입니다. 우리나라에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인가된 기관이 60개가 있는데요. 어떤 곳은 부동산만 취급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금전만 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영역이 다른데요, 대표적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사가 신탁을 주도하고 있었죠. 2010년 우리나라에서 신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요. 이 시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사후에 자산이 쓰일 것을 설정하는 자산 관리 방법을 찾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신탁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기 전에 법무부의 유권 해석을 받아 유언 대용 신탁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치매 대비 신탁은 자산 관리 과정에서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이라는 조건으로 자산 관리 목적을 정하는 거죠. 제가 이 신탁을 만들었을 때는 두 가지 수요가 있었어요. 첫째, 내가 치매에 걸리더라도 자산이 나를 위해 쓰이면 좋겠고, 둘째, 사후에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하고 싶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치매에 걸렸을 때 자녀들에게 자산을 뺏기지 않고 병원비나 생활비 등에 지출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요. 처음 이런 내용의 신탁을 만들 때는 저에게도 상당한 도전이었습니다. 유언 대용과 치매 대비 신탁이라는 물꼬가 트이니 신탁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꼭 상속이나 유언을 대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관리하는 것이더라고요. 고객들의 요구도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고요. 상조 신탁과 봉안 신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생전 관리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두 맡기고 싶은 것이죠. 초기에는 요양원에 있는 분들이 급하게 이런 방법을 고민했다면, 이후에는 경도 인지 장애가 왔거나, 현재 몸이 안 좋으신 분들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방식으로 상속하고 싶어 하는 식으로 확장된 거예요. 상조 신탁은 자산 관리를 맡긴 금액 중 일부를 사망했을 때 상조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계약입니다. 과거에 여러 상조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시기가 있었어요. 상조 회사에 적립식으로 돈을 넣어두었던 사람들은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산을 만약 신탁으로 맡긴다면, 상조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나의 자산은 남게 되죠. 이후에 다른 상조회사와 계약을 다시 하면 되니까 신뢰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셈입니다. 또 자산 관리부터 마지막 장지까지 원스톱으로 신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제안했던 것이 봉안 신탁이에요. 용인 공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55만 평 규모로 신뢰성이 높은 곳이어서, 고객에게 할인된 금액으로 봉안당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것입니다. Q 사람마다 생애 주기가 다르고 삶의 이벤트가 다른데, 이를 개인에 맞춰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신탁의 장점이네요. 그렇다면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가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셈인데요. 금융, 부동산, 법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가족과의 갈등 완화까지 할 수 있는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하겠어요. 그래서 신탁이 무척 어려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신탁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 협약을 맺은 곳들도 신뢰성이 높고 안전한 곳으로 선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영역별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이 생길 거예요. 이번에 논의 중인 신탁업 혁신 방안 중에서는 전문기관과 금융기관이 위·수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시니어타운, 요양 법인 등이 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분이 편하게 신탁 상담을 받을 수 있겠죠. 물론 신탁의 업무 범위는 구체적으로 논의 되어야 하지만요. Q 우리나라와 해외의 신탁이 많이 다른가요?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은 아니어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법체계로는 증여 신탁의 경우 실질적인 신탁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미국에는 생명 보험 신탁, 연금 양도 신탁과 같은 상품들이 있어요. 기부와 상속을 설정할 수 있는 신탁 CRT, CLT도 대표적인 신탁이죠. 이런 신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려면 세금과 관련해서 제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 연세의료원, 용인공원, 하나은행, 법무법인 가온 네 곳이 업무 협약을 맺고 신탁을 출시했어요. 연세의료원에 위탁자가 기부하면, 연세의료원에서 기부자를 돌보다가 돌아가셨을 때 기부한 돈 일부를 상조·장례·봉안당 비용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기부도 하고 사후에 필요한 부분을 서비스로도 받아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이런 시작이 모여 각 영역이 결합하면 하나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트러스트 2.0이 시작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신탁을 맡기려면 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가능할까요? 꼭 자산이 많아야만 신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49재 신탁을 만들었을 때 최소 가입비용을 1만 원으로 제안했어요. 적금과 다름없는 구조지만 굳이 신탁이라는 계약을 거치는 건 제3자의 개입 없이 내가 원하는 목적으로 명확하게 자산이 쓰이도록 하기 위해서죠.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해 1억 만들기 등의 목적을 달성하면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설정을 할 수도 있어요. Q 신탁은 언제부터 맡기는 게 좋을까요? 60대보다 4~50대가 오히려 신탁에 관심이 높습니다. 부모님에게 상속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상속이 꽤 복잡하다는 걸 느끼고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데요. 물리적으로 생각하자면 건강을 고려해야 합니다. 60대 중후반이 넘어서면 건강에 대비해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건강이 염려되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신탁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겁니다. 건강 이외에 시점을 생각해보자면 결혼을 막 하려고 하는 예비부부도 신탁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미국에는 이런 신탁 문화가 잘 되어있어요. 결혼할 때 각자의 신탁으로 자산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인데요. 내 자산의 얼마를 결혼 후 자녀의 대학 자금으로 쓰고 싶다거나, 혼자 계신 부모님에게 사용하고 싶다는 자산 사용 목적을 설정해둘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신탁에 관심을 가질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고령화 시대에 신탁은 원스톱 서비스로서 하나의 자산 관리 도구로 활용될 텐데요. 꼭 고령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에 이벤트에 따라 이제는 다양한 신탁 서비스가 갖춰져 있다는, 누구나 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 2023-07-1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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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사기 공포시대, 슬기로운 임대인 생활법은?
- 초저금리에 개정 임대차보호법까지 더해져 매매든 전월세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시절이 지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그 반작용으로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부동산 시장에는 항상 잡음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세 사기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 국회, 법원 모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도입하기에 바쁘다. 이 가운데 현명한 임대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00여 채에 달하는 주택을 이용해 전세 사기를 일으킨 ‘빌라왕’의 사망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에게 계약 해지권을 부여하고, 그로 인한 손해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민간임대주택법령이 개정된다.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에게 1억 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나쁜 임대인’의 성명, 임대주택 소재지 등을 공개하는(보증금을 반환하면 삭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세금 체납 시 임대사업자 등록을 불허하거나 말소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 ‘전세 사기 방지법’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거나 임차인에게 금융지원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임차인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나라가 나서서 보호해주지만, 임대인의 고충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임차인을 보호해줄수록 임대인의 의무는 늘어만 간다. 누가 임대인을 불로소득자라고 했던가. 의무도 많고 챙길 것도 많아 골치 아픈 임대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임대인 백서’를 준비했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의무인가?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린 요즘. 예전에 비해 한참 낮은 가격에 전세를 놓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요즘 임차인은 임대보증금 반환보험까지 들어달라고 요구한다. 주택임대사업자(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있고, 임대사업자가 아니라면 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해줄 의무는 없다.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 보증수수료는 임대사업자가 내야 하지만, 보증수수료의 25%까지 임대료에 포함해 징수하고 임대료 납부고지서에 그 내용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40조). 주택임대사업자가 공급하는 매물이 아닌 경우에는 기존의 전세금 보장보험 상품을 임차인이 가입해야 하고 이때는 임차인이 보증료를 100%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임차인은 이런 부담이 없는 임대사업자의 매물을 선호하기도 한다. 임대사업자가 아닌 경우 임차인을 구하기 힘들다면, 임대보증금 반환보험료를 임차인과 임대인이 나누어 부담하는 방법 등도 제시해볼 수 있다. 보증료는 얼마나 될까? 공공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 상품으로 나뉘는데, 보증료는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공기관인 HUG가 조금 더 저렴한 편. 다만 HUG는 보증금 제한이 수도권 7억 원, 그 외 지역 5억 원 이하이고 SGI서울보증은 이러한 제한이 없다. 전세자금 대출에 동의해줘야 하는지? 요즘은 많은 임차인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역시 보증금에 대해서는 대출이 가능하다. 대부분 전월세 계약에서 전세자금 대출이 승인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거나,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대출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넣는 상황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임대차계약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임차인을 구할 수도 있지만, 동의해주지 않으면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전세자금 대출에 동의하더라도 아래 사항만 주의한다면 임대인에게 크게 불리한 점은 없다. 전세자금 대출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1)임대인의 동의가 아예 필요하지 않은 경우 (2)임대인의 동의만 필요한 경우 – 은행에서 전화나 방문 등으로 임대인이 임대했다는 사실과 보증금 액수만 확인 (3)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한 질권이 설정되는 경우로 나뉜다. (1)과 (2)는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시 대출을 상환할 의무가 임차인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대출받지 않은 경우와 같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면 된다. 그러나 (3)은 임대차보증금을 은행에 직접 상환할 의무가 있다. 주로 질권 설정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 되지 않는 4억 원 이하 고액 전세(2022년 10월 이전에는 2억 원)의 경우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세 계약 후 질권 설정이나 채권양도통지서를 받았다면 만기 시점에 반드시 은행 담당자(통상 집으로 온 통지서에 기재되어 있다)와 상의해 보증금 반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임차인이 집을 비우기 전, 이사 갈 집의 계약금 조로 보증금의 일부(10%)를 미리 반환해 주기도 하는데, 반드시 은행에 돌려줘야 할 보증금 액수를 확인해야 한다. 임차인이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미납했다면 임대인이 이자까지 반환할 의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 5억 원 중 임차인이 4억 5000만 원을 대출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고 있었을 때, 임대인이 이사 계약금 조로 10%인 5000만 원을 먼저 임차인에게 반환하고 남은 보증금을 은행에 준다면, 미납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계약금 조의 반환금을 주기 전에 미납 이자분을 공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상 임차인이 전세자금 전액을 대출받는 예는 없으므로, 미리 확인한다면 임대인은 본인이 받은 금액 이상을 지출할 일은 없다. 악성 세입자에게 취해야 할 행동은? 툭하면 월세를 밀리는 악성 임차인,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임대인들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임대보증금에서 미납 임대료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반환해준다. 그러나 임대인으로서는 월세를 받아 생활해야 하는데 만기까지 기다렸다가 월세 원금만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먼저 월세뿐 아니라 연체한 차임에 대한 법정이자 5%를 적용하여 보증금에서 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가급적 다툼의 여지 없이 월세 계약서에 연체 시 이자를 공제하겠다는 내용을 미리 기재해두는 것도 좋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임대차계약 기간 중에도 미납한 월임대료를 청구하여 받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되었음에도 각종 핑계를 대며 이사하지 않는 악성 임차인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인도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소송에 든 비용 중 일부분(인지, 송달료 전부 및 변호사 비용 중 법원에서 인정하는 범위 내)은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보증금에서도 공제가 가능하다. 한편 상가를 임대한 경우에는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 ‘3기’라는 것은 세 달치 월세를 연체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즉 월세 100만 원의 경우 300만 원이 연체될 때까지), 이를 악용하는 임차인들은 3기의 차임액에 달하기 전에 일부만 변제하는 식으로 해지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원만히 협의되지 않는 임차인들은 내용증명을 보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소송을 통한 구제 방법이 최선이다. 임대 기간 만료 전에 임차인이 나가겠다고 요구 하거나, 그 전에 내보내고 싶다면? 임대차계약서에 쓰인 ‘만기’는 엄연히 계약의 내용이다. 쌍방의 합의 없이 어느 일방이 마음대로 변경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러한 합의를 할 때 관례상 임차 기한 만료 이전에 해지를 요청하는 자가 제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임차인이 나가고 싶을 때는 임대인의 부동산중개료를, 임대인이 내보내고 싶을 때는 임차인의 이사비를 보조해주기도 한다. 임대차 3법 개정 이후 전월세가 폭등하던 시절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임차 기한 만료 전에 내보내는 대가로 몇천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임차인이 만기 전에 계약을 종료하고자 하면 원칙적으로 임대차 기간 만료일까지 차임(월세)과 관리비는 당연히 임차인이 지급해야 하며, 임대인은 만기 이전에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도 없다. (물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 이후 임대차계약이 새로이 시작되어 더 이상 예전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당연히 임차인의 지급 의무가 종료되고, 임대인도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다만 임차인 입장에서 예비 세입자에게 집을 잘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므로, 적당한 선에서 서로 합의해야 한다. 묵시적 계약에 유의하라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연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 기간이 넘어간다면 임대차계약은 묵시적 갱신이 되기 때문에 다시 계약 조건을 변경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하고,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차인은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불안정해지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역전세로 만기까지 보증금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차 기간 만료 때까지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임차권등기를 함으로써 퇴거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한편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임차권등기가 된 집은 강제경매에 넘어갈 위험도 있고,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집은 집주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한다는 점이 공시되는 것이므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유의할 수밖에 없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보증금은 큰돈이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대하는 집이나 상가는 여생의 수단이다. 악덕 임차인으로 인해 선한 집주인이 마음에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
- 2023-06-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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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자산관리 수단으로 ‘신탁’ 주목받는 이유
- 금융, 부동산 등 자산을 모두 맡겨 운용하는 종합재산신탁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화 시대 노후 자산 관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속, 증여까지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자산 관리, 왜 신탁인가? 신탁은 자산 수익 관리, 재산권 이전, 후견까지 생애를 마감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금전 신탁의 경우 나의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존에 은행, 증권사 등이 하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노후자산관리로 신탁업이 중요하게 꼽히는 이유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 세 명의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명의를 수탁자에게 두면 위탁자는 재산의 소유권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상속, 증여, 기부에 있어서 더 많은 선택지를 준다. 또 신탁에는 후견 기능도 있다.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정신적 제약이 따를 때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후견인에 의한 금융 착취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신탁의 장점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신탁이 노후자산 종합관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상속 및 증여 시 취소불가능신탁, 생명보험신탁, 양도인 연금신탁 등 다양한 분야의 신탁 상품이 발달해 있다. 신탁을 맡길 수 있는 요건인 자기자본 기준이 높지 않아서, 여러 비은행 신탁회사들이 자유롭게 노후 신탁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교육자금증여신탁, 결혼육아지원신탁, 장애인신탁 등의 상품이 활성화되었다. 일본의 신탁 규모 비율은 GDP 대비 173%에 달하는데(미국 94%, 한국 53%), 그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의 종합신탁이다. 일본은 2004년과 2006년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개정했다. 이에 재신탁, 종합재산신탁(포괄신탁)이 활성화되었고, 신탁대리점업도 가능하게 됐다. 운용형, 관리형 등 스몰라이센스를 이용해 신탁업 진입이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탁업 혁신, 가능할까? 최근 우리나라도 유언대용신탁, 치매안심신탁 등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신탁 대상에 따라 금전과 부동산으로 나뉘는데 이는 일본,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또 자기자본 요건이 높아 신탁업 운영 기관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60개 신탁회사의 총 수탁액은 1223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이 중 금전신탁이 약 590조 원, 재산신탁이 약 633조 원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 신탁 시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주요 시중 은행들의 신탁 사업은 성장세를 보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탁 자산은 351조 2622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 증가했다. 또한 올해 교보생명은 종합신탁업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하던 금전신탁업에 이어 재산신탁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본인가를 받으면 종합신탁업을 하는 다섯 번째 보험사가 된다. 다만 자산관리서비스로서 신탁업이 잘 굴러가려면 우리나라 신탁업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신탁업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신탁 가능한 재산 종류를 늘리면서 법무법인, 병원, 요양원 등 분야별 전문 기관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로 금전 신탁에만 몰려있던 것이 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종합 신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물꼬를 틀겠다는 것. 하지만 신탁업 혁신방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송흥선·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 시대 신탁업의 중장기 발전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 관련 신탁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의 기준이 일정 자산 기준을 넘긴 금융기관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장애인신탁 등의 신탁 운영은 다른 기관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연구원은 “주요국 신탁업은 경제성장, 고령화 정도, 가계자산 축적, 자본시장 발전 정도에 비례해 꾸준히 성장해왔다”면서 “우리나라 신탁업도 양적으로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질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신탁업 전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 신탁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 일본 법제를 참고해 신탁 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종합재산관리신탁 및 재신탁 활성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수익증권발행신탁 등 신탁을 통한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신탁대리점업 도입 등 신탁 판매 채널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무엇보다 특정금전신탁 등의 쏠림에 따른 불완전판매 개연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익자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3-06-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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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국에 남겨진 유산, 해외 거주자의 상속법은?
-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지 약 8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상속 고민은 속 시원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재산을 물려줄 사람의 거주지에 따라 법이 다르고, 밟아야 할 절차가 복잡해서다. 아직 법률에서 전 세계 통합이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법률 가이드에서는 사례를 통해 해외 상속의 대략적인 흐름을 살펴보자. case “미국에 사는 54세의 Kate Song(케이트 송)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미국 유학 시절 어머니를 만나 결혼해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분은 이a혼하셨고,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셨어요. 새 사람과 재혼해 아들도 태어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더군요. 그 아들은 저의 이복동생인 셈이죠. 행복하게 지내시는 듯했지만 최근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을 찾아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계모, 이복동생과 상속에 관한 대화를 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꽤 많은 부동산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다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분배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들은 받을 재산이 거의 없다며 아버지의 재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례는 피상속인의 이혼 전 자녀(전혼 자녀) 케이트 송 씨와 이혼 후 재혼 배우자, 그 자녀 간 상속 분쟁이 일어난 경우다. 통상적으로 이들은 모두 상속인으로 인정되지만, 전혼 자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돼 있지 않으면 재산을 받을 수 없다. 더불어 전혼 자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과정이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선 국제적인 문제에서는 어느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경우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상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국제사법상 상속은 고인의 국적에 따라 관할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상속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 계모와 이복동생이 아버지의 자세한 재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다행히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상속인이라면 고인의 자산과 채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24에서 제공하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기관 방문 없이 국세(체납, 고지세액), 금융거래(은행 잔고, 대출, 보험, 주식 등), 국민연금(가입 여부), 지방세(체납, 고지세액), 자동차(소유 정보), 토지(소유 내역) 등 사망자의 재산 상황을 볼 수 있다. 서류를 구비하면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처리 기한은 7~20일가량 소요된다. 금융감독원 역시 상속인이 사망자의 금융 재산 및 채무를 확인할 때 각 금융회사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자 상속인 금융거래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고 보니 케이트 송 씨의 아버지는 서울시 강남구의 아파트 세 채와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모, 이복동생과 협의를 마친 끝에 부동산을 한 채씩 나눠 갖기로 했다. 예금은 상속세 납부에 보태기로 한다. 그러나 송 씨는 한국에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인이 된 후 한국 방문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터라 아는 친척이나 친구도 없다.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할까? 고인의 재산을 내 명의로 가져오려면, 기본적으로 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합의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는 인감이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다소 복잡하지만 방법은 있다. 먼저 예금 수령 또는 상속등기에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본인 확인을 위한 서명확인서와 신원 확인을 위한 거주확인서를 작성하고 여권 사본을 첨부한다. 대신 인감증명서를 대체할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받아야 한다. 본인이 거주하는 국가가 미국, 일본 등 아포스티유 협약국이면 아포스티유를, 그렇지 않으면 영사인증(캐나다, 중국 등)을 받으면 된다.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영사관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영문으로 작성된 서류는 모두 한글 번역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한국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러한 서류는 반드시 원본이어야 하니 ‘Fedex’ 등 국제우편을 통해 원본을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 준비해야 할 서류 적지 않아 케이트 송 씨가 어릴 적 아버지가 한국에 출생신고를 했던 모양이다. 가족관계증명서의 이름은 송지연이었다. 미국 여권 속 Kate Song이라는 이름과 다른데, 가족관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한국 내 등록된 이름이 따로 있다면 동일인확인서(Certification of Identity)라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여권 이름과 한국 이름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동일인확인서도 함께 준비해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파트를 내 명의로 상속등기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 부여까지 신청하면 상속등기를 포함한 모든 상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외국인 토지취득신고까지 마치고, 상속세를 납부하면 마무리된다. 드디어 모든 서류 작업을 마치고, Kate Song 명의로 압구정 아파트 한 채의 등기를 끝냈다. 그러나 케이트 송 씨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매각 대금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대료를 받기도 번거롭고, 임차인 관리 또한 쉽지 않아서다. 한국에 그대로 두자니 아깝고, 해외 거주자 신분으로는 투자도 녹록지 않다. 게다가 세금 신고와 납부의 번거로움까지. 이럴 때는 중개업체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한다. 매수인과 계약을 마친 후에는 매도인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인증을 통해 처분위임장과 관련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한국 비거주자인 케이트 송 씨는 상속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매각 대금을 외국으로 송금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를 상속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관련 서류를 외국환은행에 제출해야 한다.(외국환거래규정 제9-43조) 거주자란 상속 개시일 현재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하며,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아닌 자를 말한다. 주소는 거주 기간, 직업,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 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판단한다. 상속세, 양도소득세를 모두 완납했다는 세금완납증명서 역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외국인이 국내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절차는 결코 쉽지 않다. (여담이지만 쓰면서도 몇 번이나 주제를 바꾸어야 하나 고민이 컸다. 이를 모두 읽었다면 자녀들에게 문해력을 자랑할 법하다.) 실제로 진행할 때는 서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니, ‘가능하다’는 점만 알고 반드시 경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 2023-03-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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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간 부동산 거래, 절세의 비법
- 최근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은 부동산 직거래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족,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사이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부동산 거래를 가장하는 ‘편법 증여’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조사’를 살펴보면, ‘특수관계인 간 직거래를 통해 편법 증여한 경우’는 위법 의심 거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이었다. 예컨대 20대 자녀가 부모에게 아파트 구입 자금을 받아 부모나 부모 소유 기업이 갖고 있던 아파트를 매입하고, 부모를 세입자로 하는 임대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이에 속한다. 정부에서는 부동산을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매매하면 편법 증여로 간주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렇다면 가족 간 부동산 거래를 통해 절세가 가능할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가족 등 특수관계인 거래에서 신고가액이 최근 3개월 내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0%와 3억 원 중 적은 금액의 범위를 벗어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실거래가가 9억 원인 아파트를 6억 3000만 원 미만으로 거래하거나, 12억 원인 아파트를 9억 원 미만으로 거래할 경우 증여로 여겨질 수 있다. 즉 앞서 말한 범위 안에 해당하면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주의할 점은 실제 매매거래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매대금은 현금 거래보다는 계좌이체를 통해 금융거래 내역을 남겨야 한다. 매수대금은 신고된 소득 증빙, 재산처분내역 또는 상속·증여세를 적법하게 신고하고 받은 자금으로 소명해야 한다. 매매거래임을 인정받지 못하면 양도소득세가 과세될 수 있다. 양도소득세법 101조에 따르면 매매가격이 시가의 5% 이상 경우 시가로 계산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양도하는 부모가 1가구 1주택 비과세 대상이라면 시가로 계산한 양도가액의 9억 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하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이번 조사는 2021년 1월부터 작년 8월까지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 중 시세 대비 고·저가 매매, 가족 간 거래 등 선별된 이상 거래 802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76건 중 가족 등 특수관계자 간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나 차입금거래가 77건으로 적발돼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 2023-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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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적 규모’ 재벌가의 이혼 소송 무엇이 다를까?
- 최근 재벌가의 이혼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이혼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노 관장은 약 5조 원대로 알려진 최 회장의 재산 중 1조 3600억 원대에 달하는 SK 주식 50%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요구했다. 세기의 이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1심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어마어마한 금액이겠으나, 노 관장이 청구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 이혼 소송에서도 임 전 고문은 이 사장 소유 재산 약 2조 5000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조 2000억 원대를 재산분할로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14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혼 소송 재산분할 규모는 13억 3000만 원으로 기대(?)보다는 적은 금액이었다. 통상적으로 부부의 동거 기간이 길수록 재산분할의 비율은 높아진다. 재산분할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므로, 위와 같은 통념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위 판결들에 나온 재산분할 비율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재벌가의 이혼 소송은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재산분할의 비율 본래 재산분할은 부부가 결혼 생활 중 함께 모은 재산을 분배하고 청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분할 비율은 공동재산의 형성,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결정한다.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의 양육 등 부양적 요소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판결에서는 ‘재산의 형성 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당사자의 나이·직업·경력·경제력·소득, 혼인 파탄의 경위 등’을 분할 비율 산정의 일반적인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일방 배우자(어느 한쪽)의 부모나 형제자매 등이 재산적 도움을 준 점 △일방 배우자가 혼인 전 재산을 취득한 점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낭비하거나 손실을 입힌 점 △상대방 배우자의 전혼 자녀를 양육하거나 부모를 봉양한 점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나 입증 부족 등으로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되지 못한 점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 등이 있다. 한쪽의 사업 영위, 부동산 투자, 전문직 종사 등으로 형성된 재산이 많다면 동거 기간이 길어도 상대방의 재산분할 비율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 공동재산을 형성하는 데 한 사람의 기여가 월등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액수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특유재산 일방 배우자의 재산 규모가 너무나 큰 재벌가는 이혼 소송 때 ‘특유재산’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재벌가의 이혼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특유재산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생활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특유재산은 결혼 생활 중 쌍방의 협력에 의해 취득한 공동재산과 달리 분할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혼인 생활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하였으나 재산 형성에 배우자의 협력이 있다면 형식적으로는 특유재산이지만 실질적 공유재산으로 여겨 분할 대상이 된다. 결혼 생활을 하며 취득한 주거용 아파트는 누구의 명의라 하더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식이다. 법정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혼인 생활과 관련 없이 외부적 요인(상속,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의 경우다. 재벌가 재산의 대부분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 혹은 물려받은 재산에 기초하여 취득한 주식인 경우가 많아 특유재산에 속할 때가 많다. 즉 아래 그림에서 3, 4번 재산은 당연히 분할 대상이 된다. 파탄 이후 순수하게 일방 당사자의 노력으로 취득한 5번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쟁점이 되는 것은 1번과 2번, 특유재산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SK 주식은 선친인 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서 증여•상속받아 형성한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소영 관장은 SK 주식이 최태원 회장의 경제활동과 그에 대한 본인의 내조를 통해 가치를 형성한 재산이기 때문에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여도는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고 재산의 취득 시기, 부부의 동거 기간, 다른 부부 공동재산이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부양적 요소가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경우에는 혼인 전에 취득한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도 상대방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특유재산이더라도 분할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오래 살면 반반이다’라는 말도 틀렸다고만은 볼 수 없겠다. 재산분할의 방법 재산분할은 분할 대상 재산을 구분하고 그 가액을 확정한 후 분할 비율, 액수, 방법을 정하게 된다. 이때 법원은 청구 취지에 구속받지 않고 가정의 평화와 사회정의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판하도록 한다.(가사소송규칙 제93조 제2항) 노소영 관장은 SK 주식 현물(약 548만 주)의 지급을 재산분할로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주식 자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배제하고 현금으로 줄 것을 명하였다. 최태원 회장의 SK 주식이 만약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면, 경영권의 중대한 변동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재판부의 고심이 깊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사건 1심 판결은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회사나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다. 또한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칙적으로 이혼 사건에 대한 판결은 비공개이므로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근했다.) 대법원은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없다. 설사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해도 판결에서 재산별 기여도를 나누어 SK 주식은 1:9, 나머지 재산은 5:5로 비율을 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경영권 변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2019년 1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혼 사건을 참고할 만하다. 제프 베이조스는 결혼 25년 만에 이혼을 선언했고, 그해 4월 아내 매켄지가 제시한 조건에 합의하며 두 사람은 정식 이혼했다. 베이조스는 이혼 이후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지분 16.1% 중 4%(356억 달러, 당시 약 40조 7000억 원)를 매켄지에게 넘겼다. 다만 해당 지분의 의결권은 베이조스에게 그대로 귀속되고, 추후 매켄지가 이를 양도하더라도 의결권이 계속 베이조스에게 귀속된다(포괄적 의결권 위임계약)는 조건에 양수인이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베이조스가 거주하는 워싱턴주의 법에 따르면 12년 이상 결혼을 지속하면 이혼 때 무조건 5:5로 재산을 나눠야 한다. 이 경우 베이조스가 가진 아마존 주식이 반토막 나 경영권 보호에 위기가 올 수 있기에, 막대한 조건의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이라 생각된다. 포괄적 의결권 위임계약이 우리 상법상 가능한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내용을 판결에서 정하기도 어려운 탓에(베이조스도 이 때문에 합의 이혼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재벌가의 이혼 판결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기는 어렵다. 현재의 재산분할 실무에 따르면 재벌가의 이혼 사건은 재산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 재산 형성 기반이 선대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것에 기인한다는 점,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 형태를 띤다는 점 등으로 해당 주식이 특유재산인지 아닌지에 따라 ‘모 아니면 도’ 식의 재산분할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해온 만큼 여성의 지위, 가사노동의 가치, 맞벌이 가정의 증가, 고령화, 재혼과 사실혼 증가 등 이혼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사회 현실에 맞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부별산제(각각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고, 특유재산은 부부가 각자 관리하는 제도)와 재산분할제도의 조화로운 해석 문제, 재산분할제도에서의 부양적 요소에 대한 비중, 재산분할에 관련한 일반 국민의 법의식 변화에 따라 꾸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2023-02-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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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관련 제도 올해부터 무엇 달라졌나?
- 올해 퇴직 예정인 손 씨는 퇴직 후 재취업 등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원하고 있다. 또한 손 씨는 현재 가입 중인 연금계좌의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납입을 계속하며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고 한다. 손 씨는 2023년부터 퇴직소득세와 개인연금 관련 등 제도 변화가 많다는 뉴스를 보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퇴직소득공제 확대 퇴직급여에 대한 세금은 퇴직소득금액에서 퇴직소득공제와 환산급여공제를 적용해 과세표준을 구한 다음 과세표준 금액별 세율을 곱해 환산 산출세액을 계산하고, 이를 근속연수로 나누어 최종 퇴직소득세를 산출한다. 근속연수 20년에 퇴직소득금액이 1억 원인 손 씨가 올해 퇴직한다면 퇴직소득공제되는 금액은 4000만 원(1500만 원+250만 원X(20년-10년))이고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는 112만 원이다. 만약 같은 조건(20년 근속, 퇴직소득금액 1억 원)으로 손 씨가 작년에 퇴직했다면 퇴직소득공제는 1200만 원이고 퇴직소득세는 268만 원이었을 것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적용되는 퇴직소득공제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퇴직소득세 절세 규모 역시 증가했다. 바뀐 퇴직소득공제는 2023년 1월 1일 이후 퇴직자부터 적용한다. 연금계좌 세제혜택 확대 세액공제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DC, IRP, 연금저축) 납입 한도가 늘어났다. 작년까지 세액공제받는 연금계좌 납입액은 50세를 기준으로 한도가 달랐다. 50세 미만이면 연금저축 연간 4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700만 원까지, 50세 이상이면 연금저축 연간 6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총급여 1억 2000만 원(종합소득금액 1억 원) 초과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연금저축 연간 3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했다. 올해부터는 연령 및 총급여 1억 2000만 원(종합소득금액 1억 원) 초과 기준이 없어졌다. 2023년 1월 1일부터 연금계좌 납입분은 연령과 소득에 관계없이 연금저축 연간 6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세액공제율(15% 혹은 12%)은 기존에는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금액 4000만 원) 이하이면 납입액의 15%를,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금액 4000만 원) 초과자이면 납입액의 12%였다. 올해부터는 세액공제율 적용 종합소득금액 기준이 4000만 원에서 4500만 원으로 상향되었다. 연금계좌 납입 시 세제혜택 확대와 연금계좌 수령 시 세제혜택도 추가되었다. 기존까지 연금계좌에서 수령하는 금액 중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하는 연금소득(공적연금은 제외된 금액)은 연금소득 전액을 다른 소득과 종합과세했다. 올해부터는 연금소득 1200만 원을 넘더라도 분리과세(세율 15%)를 선택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의 적정화 취지로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했다. 전년도 주택분 세액 대비 일정 비율 초과분에 대해서 과세 제외하는 ‘세부담 상한’의 경우 기존에는 2주택자의 경우 150%,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 포함)의 경우 300%이던 것을 올해부터 150%로 일원화했다. 다만 법인의 경우 상한선이 없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공시가격 11억 원(기존)에서 12억 원으로, 개인이 보유한 1세대 1주택 외의 일반주택의 경우 기본공제금액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여 세부담을 완화했다. 1세대 1주택 임대소득 과세대상 고가주택은 기준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인상했다. 대출규제 단계적 완화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한도가 20~50%로 제약되었으나 규제지역 내 LTV 한도가 50%로 상향 단일화되었다. 또한 1월 5일부터 서울의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을 제외하고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됨으로써 나머지 지역의 LTV가 70%까지 완화되었다. 2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과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된다. 규제지역 완화에 발맞춰 서민·실수요자(부부 합산소득 9000만 원 이하, 주택가격 9억 원 이하, 무주택)의 대출한도를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인 DSR 규제는 현행(은행권 40%, 비은행권 50%)대로 유지한다. 참고로 DSR 계산에 사용되는 총부채엔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일반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론 등이 포함된다. 서민·중산층 세부담 완화 근로자의 식사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현행 월 10만 원에서 월 20만 원까지 확대한다. 그리고 소득세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했다.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기간 확대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적용해서 양도차익을 계산하여 과세하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를 기존에는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 기간의 양도 시에 적용했다. 그런데 2023년 1월 1일 이후 증여받아 양도하는 자산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한다. 이는 특수관계자 간 증여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다. 바뀐 제도를 꼼꼼히 살펴 소중한 노후 자금 설계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 2023-02-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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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줄이는 다운사이징, 노후 생활비 절약 효과 좋을까?
- 주택 축소는 노후 생활비 절감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공과금 아끼듯 노력 여하에 달린 일은 아니다. 올해처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숙고와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봤다. ◇ 노후 경제 측면 올해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연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3.25%→3.50%). 14년 만의 최고 수치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번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10년으로 증가 등 세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주택 축소는 노후 경제에 여전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에 효과적일까? 주택 다운사이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시세, 세법 등 정책 변화와 관련 없이 생애주기에 따라 노후에 경제적 측면에서 권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득은 정해져 있으니 가능하면 집을 포함한 모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주거비 절감 차원에서 주택 다운사이징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익형 부동산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집이 크면 재산세, 집 담보 대출금, 유지비 등 관리의 어려움도 따른다.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주한 후 차액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면 좋다. 그렇다면 올해 집을 팔고 다운사이징해도 무리 없을까? 아무래도 집값이 높을 때 매도하는 게 이득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처럼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편이 낫다. 급하지 않다면 한두 해 정도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살펴보길 권한다. 그렇다고 손해 보기 싫어서 더 가격이 올랐을 때 처분하려고 계속 미루다간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그 가격 이상은 받아야지’라는 소유효과(대상을 소유한 뒤 그 가치를 이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로 인한 것이다. 시세 환상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눈을 질끈 감고 결단해야 한다. 그게 다운사이징을 실행에 옮기는 좋은 방법이고, 부동산 중심의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머리 아닌 어깨에서라도 팔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운사이징 없이 큰 집에 살 때 장단점은? 현재 소유한 큰 집에 그대로 살면서 주택연금을 받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주거 환경이 바뀜으로써 겪는 거부감이나 불편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노부부만 거주하는 경우 주거 관리 비용이나 세금 등 지출이 많아져 경제적으로는 단점이 더 크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재정 상태라면 활용할 노후 자금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존 주택 처분 및 새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큰 집을 매도한 후에는 가족 수에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전세가 아니라) 구입해서 거주하는 게 좋다. 다운사이징한 주택도 주택연금 등으로 활용하면 노후 경제에 보탬이 된다. 증여, 양도 등을 할 때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잘 확인해서 절세 방안을 꼭 찾아본다. 어렵다면 비용을 좀 내더라도 세무사나 부동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살던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세법 측면에서 본다면 부모의 큰 집을 매도해 (만일 1가구 1주택이라면 양도세 감면을 받고) 그 대금으로 자녀에게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구입해 증여해주는 편이 경제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소형 주택을 구입한다면 증여세도 그만큼 절약되기 때문이다. 굳이 집을 물려주고자 한다면 일시에 넘기기보단 장기간에 걸쳐 일부분씩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 ◇ 노후 웰빙 측면 주택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뿐 아니라 심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큰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자녀 출가나 사별 등으로 생긴 빈 공간은 상실감이나 공허함을 유발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비 때문에 생활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이 주는 구체적인 효과를 김동철 심리학 박사에게 물어봤다. 심리학적으로 알맞은 노후의 집 크기는? 나이가 들수록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지며, 오래 살던 집인데도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공황장애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도 있지만, 지나치게 협소해도 좋지 않다. 절약을 위해 너무 작은 집이나 원룸을 찾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웬만큼 동선이 생기는 구조가 낫다. 환경이 너무 단순하고 움직임이 덜하면 신체 및 인지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부 기준 방 2개가 있는 15~20평 정도면 알맞다. 다운사이징 때 가격이나 규모 외에 고려해야 할 점은? 물리적·사회적 접근성을 염두에 둔다. 가령 지방으로 가면 집값은 저렴해지지만 규모가 커지고 편의시설은 멀어진다. 공허함은 늘지만, 결핍을 채울 요소는 적어지는 셈이다. 사고나 위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자녀의 집 또는 의료·복지시설 등과 너무 멀지 않은 게 좋다. 1인 가구라 할지라도 집은 부부의 경우와 비슷하게 맞춘다. 동선 확보와 더불어 지인을 초대하는 등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큰 집에 살면 많이 움직여 활동성에 좋지 않을까? 한겨울과 한여름에 냉·난방비 아끼려다 건강을 해치는 분이 적지 않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시니어들은 큰 집에 있더라도 냉·난방을 모두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방이나 거실 정도만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켠다. 그러면 특정 공간만 가게 돼 오히려 활동성이 줄어든다. 작은 규모라면 곳곳에 냉·난방을 가동하기에 집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나이 들면 큰 집을 청소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정리정돈을 소홀히 하면 자칫 위생상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고, 결국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출가한 자녀 방 때문에 큰 집을 고수하는데, 괜찮을까? 자녀의 방문이 잦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1년에 서너 번 찾아오는 자녀를 위해 방을 비워두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그 공간으로 인해 외로움·허전함 등을 느껴 자칫 빈둥지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큰 집에 자녀의 방이 남아 있다면, 부부의 공간으로 새로 꾸며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도움말=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 2023-02-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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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단상] 집값 어떻게 될까요
- 주택 가격 예측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급과 수요 측면을 다 살펴야 합니다. 어디에 얼마나 짓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다 따져봐야 합니다. 실물경제 흐름, 금리와 물가, 대출 조건 등 금융 환경, 지역별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 정도, 병원 등 생활 편익시설, 학군·학원 등 교육 환경에 인구 추이와 가구 형태까지, 변수도 많습니다. 이번 글은 이런 변수 등을 반영한 역대 정권 부동산 정책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30여 년간의 흐름을 보면 일정한 ‘관계성’이 읽힐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흐를 것인지 장담은 못 해도 예측은 가능할 것입니다. KB금융 주택통계 시계열자료를 근거로 했음을 밝힙니다. 긴 분석 기간, 쉬운 통계 추출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故 노태우 대통령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출범 첫 해까지(1988~2022년) 각 정권 재임 기간 중 전국, 서울, 6대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아파트 가격 흐름이 반영된 그래프입니다. 이를 보면 노태우·故 김대중·故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故 김영삼 대통령 집권 기간 전국·서울 아파트 가격은 2~3% 올랐고, 6대 광역시는 1% 정도 하락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지방 모두 10% 안팎 올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3.2%)한 반면 6대 광역시 가격은 크게(+31.8%) 뛰었습니다. 집값이 뛰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규제책을 내놓았습니다.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 시행했습니다.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입니다. 택지 소유는 제한하고, 초과이득·개발이익은 국가가 환수하는 초강수 정책입니다. 공시지가제도 도입,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도 이때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분양원가 공개도 추진했고, 전매제한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도 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8차례 대책을 통해 대출은 옥죄고, 고가·다주택자 보유세는 무겁게 했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나섰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크게 늘렸습니다.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 반대로 부양책을 쏟아냅니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개입을 최소화했습니다. 분양가 자율화를 추진하고, 양도세•전매제 등을 완화하면서 부양에 나섭니다. 이명박 정부는 전 국토의 19%가 넘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9%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대출 및 세금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분양 및 청약제도도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시행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및 조합원 3채까지 분양 허용’ 등 이른바 ‘주택 3법’을 도입했습니다. 세제 및 대출도 완화했고, 민영주택 건설 활성 대책을 내놓으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집값 오름세에도 해외 개방, 후분양제, 전매와 청약제도 모두 활성화에 맞춰 정책을 폈습니다. 토지 3법 중 택소법, 토초세법이 무력화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당시는 외환위기 극복이 국가 과제였다는 점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을 편 것으로 해석됩니다. 역대 정권은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부양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정부가 집을 사는 곳(Living)이 아니라 살 곳(Buying)으로 보고 정책을 편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주택은 대다수 국민에게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부의 증식’이라는 착시가 작동합니다. 소비와 투자는 활발해지고 경제는 나아집니다. 정부 정책이 이런 점에 기대어 시장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 끌어올리기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란 규제는 다 푸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도 집값 내림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습니다. 왜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잡으려 하면 오르고, 활성화하려 하면 내려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정책의 효과가 왜 5년 뒤, 10년 뒤 나타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제각각입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안정’을 말합니다. 그런데 속내는 다릅니다. 정책 당국자는 경제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하락보다는 조금 올랐으면 합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오르기를, 없는 사람들은 떨어지길 원합니다. 여기에 틈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합니다. 한몫 잡아보려는 투기꾼들 말입니다. 이런 가수요(거품)의 증가는 과다한 공급을 만들어냅니다. 투기적 수요, 공급이 너무 크면 시장은 불안해집니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크기가 너무 크면 길게, 적으면 짧게 불안이 이어집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집값은 전국적으로 38%, 서울은 62% 상승했습니다. 잔뜩 낀 거품이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여러 부양책을 내놓지만,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최근 조사한 전문가들 예상은 “하락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판단과 책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2023-02-01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