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어디서 났게?”
동생은 망고를 깎으면서 대단한 비밀이라도 들려주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의도를 알기 어려운 질문이어서 잠시 머뭇거리니까 동생이 그새를 못 참고 말을 이어갔다.
“요즘 우리 시어머니가 이상해.”
그 말에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동생의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참 좋다. 그 솜씨를 동네 노인정에서 발휘하니 점심 먹
나방을 고운 시선으로 본 적 있던가? 여름밤, 밝은 조명 주위로 크고 작은 나방이 몰려들면 무서웠다. 누군가는 살충제를 들고 나와 연신 뿌려대기도 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의 사오정 입에서 나오는 나방은 그저 웃음거리. 더럽고 지저분하고 방해되는 날개 달린 벌레. 인간사 속 ‘나방’이란 정체의 위치가 그러했다. 허운홍(許沄弘·64)씨가 나방의 생활사에 대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는 무척 조심스럽다. 진정성을 헤아리기보다는 얄팍한 호기심으로 남의 집 창문 들여다보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그러나 야학 시절 우리 가족을 가장 살뜰히 사랑해주셨기에 지금도 필자에게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는, 그러므로 가장 소중한 의미가 담긴 청춘의 빛깔 고운 커튼을 조심스럽게 걷어 올려본다.
우연히 ‘보보담’이란 잡지를 알게 되었다. 프로스펙스나 몽벨 등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잘 알려진 LS네트웍스에서 발행하는 사외보로, 한국의 인문풍경과 정서를 담은 격조 높은 계간지라고 들었다.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무료로 보내준다는 말에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했더니 2017년 봄 호가 손 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사보와는 달리 매 호마다,
전라북도 전주시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옥마을이다. 옛것을 중심으로 도시가 이어지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른바 ‘핫’한 도시로 거듭난 지도 오래. 살 뽀얀 아가씨들의 화려한 한복 차림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전주만의 매력이다. 떠들썩, 사람 넘쳐나는 한옥마을을 지나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이란 표지판이 서 있는 구
“언니~ 산에 가자.”
“그래, 관악산 입구 詩도서관 앞에서 만나자.”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관악산詩도서관으로 들어가 ‘항아리속의 5월의 시’를 잡은 순간 제목과 내용에 깜짝 놀랐다.
김영교의 ‘쉬어가는 의자’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맑은 바람이 앉고 햇살이 퍼질러 앉고 마음을 지나가는 고마운 생각들......
중년의 무거운 어깨를 아는 양 마음의
초여름, 캠핑하기 알맞은 시기다. 캠핑의 꽃은 단연 바비큐! 같은 고기라도 야외에서 불을 피워 구운 고기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찌르르르 산벌레 울음소리,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모닥불, 살랑살랑 불어오는 은은한 바람이 천연조미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캠핑의 낭만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모노캠프’를 찾아갔다.
자연이 빠지면 진짜 캠핑이 아니다
산책길에 나섰더니 어느새 새빨간 덩굴장미가 지천이다.
이제 연분홍 벚꽃이나 샛노란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 등 봄꽃이 지나간 자리에 이렇게 예쁜 장미꽃이 피었다.
높은 축대가 있는 집 담장에도 흘러내릴 듯 빨간 장미가 넝쿨 졌고 산책길 한 편에도 무리 지어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어 보기에 여간 예쁜 게 아니다.
이렇게 탐스러운 덩굴장미를 보니 옛날 장
한밤중 나타났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도깨비처럼, 비밀스러운 거래가 일어나던 도떼기시장을 이른바 ‘도깨비시장’이라 부르곤 했다. 이처럼 특정한 날과 시간이 되면 열리는 장이 있다. 바로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다. 청계천과 한강공원 등 물가 인근에서 열려 밤공기가 선선한 6월이면 산책 삼아 거닐기 제격이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하 야시장)은 서울시에서
한낮에도 그저 적요한 읍내 도로변에 찻집이 있다. ‘카페, 버스정류장’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버스정류장’이란 떠나거나 돌아오는 장소. 잠시 머물러 낯선 곳으로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리거나, 마침내 귀환하는 정인을 포옹으로 맞이하는 곳. 일테면, 인생이라는 나그네길 막간에 배치된 대합실이다. 우리는 모두 세월의 잔등에 업히어 속절없이 갈피없이 흔들리며 먼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