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시니어의 생활을 돌보고 건강을 살피는 시대다. 그러나 많은 서비스가 여전히 ‘젊은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돼 고령층은 사용하기 어색하고 불편하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는 ‘고령 친화형 AI’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AI는 ‘범용’을 지향해왔고, 그 설계의 중심에는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사용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더 깊은 곳, 특히 건강과 돌봄이 중요한 고령층의 삶에는 이미 다양한 AI 서비스가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2024년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AI 챗봇 인지도 및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학업을 위해 사용하는 10대를 제외하고 AI 챗봇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보 검색용으로 사용한다. 업무에 이용한다는 답변은 젊은 40대 이용자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 60대와 50대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여 다른 세대의 비해 AI 이용률이 낮은 중장년층에서 AI를 가장 전문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UI를 키우고 조작법을 단순화하는 수준을 넘어 ‘시니어의 언어와 감정, 생활 패턴’을 학습한 전용 AI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의료·교육·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AI 서비스지만, 디지털 혁명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반도체혁신학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시니어의 AI 서비스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에서 저자들은 “특히 50대 이상은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하지 않은 세대로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화로 인해 시각·청각·인지능력 등의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면서 시니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일상에 스며든 AI’, 시니어를 향하다
생활 속에서 시니어를 돕는 AI 서비스 사례로 ‘똑비’와 ‘케어봄’이 있다. ㈜토끼와두꺼비가 내놓은 AI 기반 시니어 비서 서비스 ‘똑비’는 고령층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이용자가 자녀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듯 자연스러운 말로 요청 사항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파악해 처리해준다. 생필품 구매부터 식당이나 공연 예약, 항공권 예매, 여행지 추천까지 다양한 생활 밀착형 요청이 가능하다. 유료 요금제를 이용하면 비서학과 출신 전문 상담원이 AI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준다. 사람과의 소통을 더 선호하는 노년층의 특성을 반영했다. 2024년 기준 똑비가 처리한 요청 메시지는 250만 건이 넘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니어의 요청 방식을 거듭 학습해 고령층에 특화된 AI로 발전하고 있다.
㈜정션메드의 ‘케어봄’은 대화형 AI 음성인식 기술과 고령층 건강관리 데이터를 결합했다. 음성인식으로 대상자의 건강지표와 감정 관리부터 복약 알림까지 다양한 생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한 앱을 켜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만으로 감정과 건강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복지시설 등 기관에서는 키오스크 형태의 기기를 활용한다. IT 기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도 쉬운 화면과 음성언어를 활용할 수 있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케어봄의 특화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야기에 담긴 정보뿐 아니라, 목소리에 묻어나는 감정까지 분석한다는 점이다. 또 이용자가 설정한 건강 목표는 가족이나 의료기관과 공유해 장기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이들은 ‘노인다운 사용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해 정서적 공감과 친절함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니어를 위한 AI 설계, 더욱 디테일해야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AI 활용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은 이유와 관련해, 세대 편향적인 기술개발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연구가 많다. 시니어를 위한 AI 서비스라면 기존의 AI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 다른 리듬, 다른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시니어에게는 ‘기능적 편의성’ 외에 ‘정서적 안정감’이 AI 수용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시니어의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는 기술보다 ‘AI와의 정서적 유대감’, ‘스스로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기업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상황에 맞게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AI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는 단지 고령 친화 기술을 개발하자는 의미만은 아니다. AI가 인간을 닮아가는 과정에서 ‘시니어의 삶을 이해하는 기술’은 전체 기술 생태계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기술은 모든 연령에게 동등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인간적이다.
시니어를 위한 UI/UX 설계의 핵심➊ 글자 크기는 최소 14pt, 18~24pt를 권장
➋ 흰 배경에 검은 텍스트가 가장 이성적
➌ 단순한 형태와 뚜렷한 외곽선의 글꼴 사용
➍ 한 화면에 3~4개의 주요 항목만 제시
➎ 복잡한 작업은 여러 단계로 분리해 진행
➏ 내비게이션, 버튼, 아이콘 등의 일관된 위치와 외관 유지
➐ 터치 버튼 크기는 최소 9.6×9.6mm 이상
➑ 복잡한 제스처보다 단순한 탭과 스와이프로 설계
➒ 작업 시 진동 같은 촉각적 피드백을 병행
출처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KSDET) 통권 9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