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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안 가는 MZ세대가 명절을 소비하는 방법
- 돌아온 대면 명절에도 2030세대는 귀향을 거부하고 돈을 벌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뿔뿔이 흩어진다. 선물 들고 지인을 찾아가기보다 ‘집콕’하며 미리 찜해둔 물건을 ‘셀프 선물’한다. 회사에서 받은 선물을 ‘당근’하기도 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명절 문화의 새로운 인식을 들춰본다. 3년 만의 대면 설 연휴지만 젊은 세대는 각자의 이유를 대며 집을 찾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중 추석 연휴 동안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가 60.0%에 달했다. 이제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비대면은 하나의 트렌드로 남았다. 여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이해를 돕기 위해 ‘요즘 것들’이 그리는 신(新)명절풍속도 네 가지를 준비했다. 시간 고향 방문보다 값진 ‘알바’ “굳이 고향을 가야 하나요? 그 시간에 알바를 하면 돈이 얼마인데!” 경기는 계속 악화되고, 물가는 끝을 모른 채 치솟는다. 경제적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는 연휴 기간 가족을 찾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지역과 지역을 오가는 교통비나 선물 비용 등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기준,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로 왕복하려면 20만 원은 족히 내야 한다. 비교적 저렴한 KTX 기차표를 구하려면 연휴 한 달 전부터 피 튀기는 예매 전쟁을 뚫어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사회 초년생의 입장에서는 귀향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A(27) 씨는 “집에 가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여러모로 부담이라 이번에도 명절 연휴를 피해 집에 미리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인 15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1.1%가 “추석 연휴에 알바 계획이 있다”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생활비(56.8%), 저축(42.2%)에 쓰겠다고 답했다. 명절 연휴 동안 반짝 모집하는 아르바이트는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는 데 영향을 주지 않고도 용돈을 벌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평소보다 시급을 높게 쳐주는 점도 선호도를 높인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설맞이 단기 알바 시급은 현재 최저시급인 9180원보다 7~30%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움직임이 많은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운영하는 ‘당근알바’에서는 지난해 설 연휴 직전 2주 동안(2022년 1월 11~24일) 구인 게시글과 구직 지원자 수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9%, 19.9% 증가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은 이러한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알바몬’, ‘알바천국’ 등 대표적인 플랫폼은 명절마다 채용관을 따로 열고 연휴 시즌에 특화된 인기 업·직종 공고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명절 특수 아르바이트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꼽히는 명절 연휴 특화 업·직종은 백화점·마트, 도소매·전통시장, 매장 관리·판매, 포장·분류, 택배·배달 등이다. 최근에는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 전 대신 부치기 등 동네 소일거리에 가까운 알바를 구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맛집 ‘웨이팅 알바’(입장을 위해 대신 줄을 서주는 알바)를 구하는 사람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장소 다시 대면 명절, 고속도로만큼 붐비는 ‘명절 대피소’ “명절도 그저 연휴일 뿐, 쉬는 동안 토익 공부나 할래요”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 ‘우리말샘’에 등재된 명절 대피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명절에 모인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여 쉬거나 공부 따위를 할 만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불편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다 못해 스터디카페, 학원 등으로 피신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취업 준비생들이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미·비혼 직장인들도 합세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온라인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천국’이 성인 1530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고향 방문을 피하는 이유를 묻자 ‘취업 준비, 시험공부 등 자기계발에 집중’(24.1%, 복수 응답)하거나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22.6%) 등이 꼽혔다. 2019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성인 31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33.3%가 ‘결혼(자녀) 언제쯤?’을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명절 대목’을 맞아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는 교육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파고다어학원은 2015년부터 명절마다 전국 캠퍼스에서 피난처를 운영해왔다. 학원 내 스터디룸을 개방하고, 간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대면 모임이 어려울 때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온라인 명절 대피소를 운영했다. 가볍게 어학 공부를 할 수 있는 퀴즈를 풀거나, ‘임인년맞이 호랑이 그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다른 교육 업체들 역시 명절 연휴에만 제공하는 한정 ‘프리패스’(자유이용권)를 통해 기간 내 무제한으로 인터넷 강의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 업체는 스터디카페의 명절 정체 예상도를 발표했다. 스터디카페의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전문 업체 ‘오래’가 지난 3년 설날과 추석 등 명절 연휴에 집계된 300만 건의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로 만들어낸 것. 나흘의 연휴 기간에 전국 스터디카페를 대략 250만 명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스터디카페 이용객의 연령대는 10대 30%, 20대 50%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분석에 따르면 명절 연휴에는 20대 이용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절 연휴 마지막 날 10대와 20대 이용객 비율이 20%와 60%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는데, 오래 측은 도피를 위한 스터디카페행의 영향일 것으로 풀이했다. 재테크 자취촌에 꽃피는 명절 선물 재테크 “되팔고 교환하고, 나는 아니라도 누군가는 필요하겠죠” 나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욜로(YOLO) 문화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있다. 불필요한 지출 활동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적립금을 모으거나 할인 혜택을 꼼꼼히 챙기는 ‘짠테크’ 역시 2030세대의 소비 성향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다. 일을 해서 얻는 수입만 가지고는 돈을 모으기 어려우니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는 것이다. 애당초 제품을 되파는 ‘리셀 문화’는 고가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틀어막힌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 구매로 폭발한 것.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 중고 거래까지 불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이 함께 성장했지만, 리셀 문화는 이제 생필품 영역까지 확장됐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는 ‘리셀’이라는 개념을 명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싼값에 되팔고, 필요한 물건 역시 저렴하게 사고 싶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향에 고물가에 대한 부담이 맞물리면서 ‘명절 선물 재테크’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설명한 ‘체리슈머’에 부합하는 면모다.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 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선물을 되파는 건 성의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며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이 물론 있다. 그러나 향후 몇 년은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 명절 전후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햄, 참치, 홍삼, 샴푸·린스 등 흔한 명절 선물세트를 자주 접하게 될 전망이다. 선물 명절 선물, 대상은 좁되 돈은 많이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데, 친한 사람만 챙길래요” 명절 선물 구매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21년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의 설 선물 판매 데이터 2년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30세대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4050세대는 선물 구매량이 많았다. 김태수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장은 분석 결과에 대해 “미혼이 많은 2030세대는 부모님과 직계 가족에 집중하고, 4050세대는 주변 친척까지 두루 챙기는 경향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는 젊은 세대의 ‘미코노미’(Meconomy)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코노미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소비 성향을 뜻한다. 그런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명절이 익숙해지면서, 돈이나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남에게 쓸 돈을 줄여 나에게 집중하는 소비 행태는 데이터 분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사람들은 지인에게 건강식품(18%)이나 커피·음료(15%), 생필품(14%)을 주로 선물했다. 반면 스스로를 위한 선물로는 생활·미용가전(14%), 골프용품(12%), 노트북/PC(9%) 등을 구매했다. 지난해와 2021년 추석 선물의 판매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피부관리기(130%), 명품 잡화(85%), 노트북(29%) 등의 제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주로 남에게 선물하기보다 스스로를 위해 구매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특히 2030세대 구매가 가장 크게 증가한 상품군은 노트북과 컴퓨터였다. 반면 4050세대는 일반적으로 구매하던 명절 선물 제품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택을 했다. 건강식품이 17% 증가해 구매신장률이 가장 높았고, 생필품 11%, 커피·음료 10% 순서로 이어졌다.
- 2023-01-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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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이 상식, ‘데면데면’ 피하는 현명한 명절 나기는?
- 전염병이 극성이던 지난 설날. 강력한 거리두기 지침에 경북 칠곡군의 한 종가에서는 ‘음복 도시락’을 마련했다. 제사 말미 종친들이 함께하던 음복을 각자 집에서 예를 다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같은 시기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영상통화로 손주들의 세배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비대면 명절 문화의 모습이다. 올해로 코로나19 5년 차,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명절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제사를 지냈고, 온라인 성묘, 사이버 차례상 등 언택트 명절 서비스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앞당겨졌을 뿐,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했으리라 말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명절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문제를 해결할 긍정적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비대면으로 조상을 모시는 상황을 성의가 부족하다거나 전통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석연찮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민속·사회학 박사는 “옛 풍습 중에 ‘망제’(望祭)라고 있다. 명절이나 기일에 멀리 타향에 있을 때 고향이나 조상의 무덤 쪽을 바라보고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연초에 유학자나 선비들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세배를 올리기도 했다. 쉽게 말해 조선시대에도 비대면 제사와 세배가 행해졌던 것”이라며 “전통을 따져 비대면을 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현 시대의 문화로 이해해야 할 비대면 명절. 어떤 방법으로 즐기면 좋을지 상황별로 자세히 알아보자. STEP 1 모임 ▶ 우리 가족 설날 생중계 자녀 또는 손주와의 영상통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별히 명절에는 일가친척까지 모이는 만큼, 여럿이 함께할수록 즐거운 분위기가 더해질 것이다. 최근 비대면 회의나 강의 용도로 쓰이는 ‘줌’(Zoom)에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이를 가족 모임 수단으로 활용해보자. 한 사람이 회의방을 개설하고 링크를 공유하거나 초대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밖에 ‘구글 미트’, ‘팀 뷰어’ 등 줌과 같은 방법으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이 다양하다. 이러한 화상회의 서비스는 각각의 창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는 게 장점이다. 때를 맞춰 함께 집안 어른께 세배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에 적절하다. 만약 한 화면으로 제사나 성묘 과정을 보여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추천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포함된 이들을 대상으로 주최자가 특정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할 수 있다. 라이브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화 주고받기가 가능하고, 서비스 종료 후 카카오톡 채팅방에 기록이 남아 추억을 곱씹기에도 좋다. 김미영 박사는 이러한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최근 유튜브 영상 애청자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이제는 중장년도 모바일에 익숙해졌고, 비대면 만남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을 것이다. 온라인 제례 문화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며,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가족 참여도를 높일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무료 화상회의(다중 영상통화) 앱 & 웹 ①줌: 가장 널리 알려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100명까지 동시 접속 가능하다. 무료 버전은 40분까지 제공해, 그 이상 사용하려면 유료로 가입해야 한다. ②구글 미트: 무료 버전은 100명까지 참석할 수 있으며, 최대 1시간까지 가능하다. 유료 버전을 쓰면 녹화된 영상을 구글 드라이브(웹 저장소)로 자동 저장해준다. ③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가정용 무료 버전의 경우 최대 1시간 그룹 통화를 할 수 있다.(비즈니스 무료 버전도 동일) 채팅과 투표 기능을 활용해 가족회의를 진행해도 좋다. ④미더스: SKT가 출시한 고품질 영상회의 서비스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휴대폰 연락처를 기반으로 일반 전화를 걸 듯 회의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STEP 2 제례 ▶ 형식 덜고 정성 담아 김미영 박사는 “명절이든 제사든 형식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은 ‘조상에 대한 기억과 감사’다. 그는 “우리가 제사를 지내는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조상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를 존재하게 하고, 생명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으면 된다. 제례 역시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의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홈페이지 가입 후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가족, 친지 등에게 공유하면 된다. 글, 음성, 영상 등 고인을 추억할 자료를 올리거나 메시지도 남겨 추모관을 꾸며볼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 차례상 차리기 및 헌화, 분향, 지방 쓰기 등도 가능하다.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추모의집’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Tip] 비대면 제사라도, 대면한 조상까지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모시는 게 좋을까? 이러한 물음에 김미영 박사는 정해진 원칙은 없으나 가급적 ‘대면한 적이 있는 조상’을 기준으로 제례를 지내길 권했다. 앞서 언급한 제사의 정신을 염두에 둘 때, 기억이 존재하고 교감했던 경험이 있는 조상이라야 그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손주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신 증조부께서 살아 계실 적에 너를 참 귀여워하셨지”라며 대신 이야기해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기리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설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STEP 3 상차림 ▶ 스트레스 No! 밀키트도 Ok! 명절 스트레스 중 하나는 바로 ‘차례상 차리기’다. 지난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의례적으로 행해온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내용도 적지 않다. 가령 ‘예법을 다룬 문헌에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 ‘전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등이다. 위원회 측은 “유학 경전 ‘예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 의례를 너무 화려하게 할 필요 없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나친 상차림 문화를 고수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자칫 상차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부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명절의 의미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는 밀키트, 간편식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환영하는 추세다. 형식보다는 형편에 알맞게 마련하고, 상차림은 소박하더라도 충만한 마음으로 조상을 기리면 된다. [Tip] 조선시대 비대면 상차림 ‘감모여재도’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는 집 안에 사당이 없거나 외지에서 지방(紙榜)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그림이다. 타지에서 사당을 대신하기 위해 활용한 일종의 제례 도구로,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게끔 족자나 병풍으로 만들곤 했다. 조선시대에 온라인 서비스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감모여재도’는 현재의 사이버 차례상이나 언택트 성묘 등에 비유된다. 선조들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형식을 갖추기보다 약식으로나마 예를 다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TEP 4 화합 ▶ 형식은 달라도 가족과 함께 전통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무형식으로 명절을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이 논의해 서로가 인정하는 가정의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더라도 너는 너, 나는 나대로 흩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끼리 가볍게 산소를 둘러보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도 괜찮다. 어렵다면 온라인 공간에 모여 덕담이라도 나누자. 바쁜 현대 사회에서 평상시는 잊고 지내더라도, 명절만큼은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년 중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설날’만큼 좋은 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설에는 가족 모두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후손들은 감사의 의미를 담아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덕담을 전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가족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 이렇게 가정에서 얻은 긍정적인 기운이 한 해를 나고 일상을 보내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Tip] 우리만의 명절 ‘가가례’를 만들자 우리 예법 중 ‘가가례’(家家禮)라는 것이 있다.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와 형식이 다름을 이르는 말이다. 기존에 지켜오던 방식이라도 현재의 형편과 여건에 따라 가능한 부분만 남겨두고, 편의대로 바꾸거나 생략해도 괜찮다. 다만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은 간소하게나마 마련해야 한다. 돌아가신 조부모의 사진을 보며 옛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이라도 좋다. 으레 내려오던 방식으로 명절을 지냈다면, 한 번쯤 가족의 명절 문화를 점검해보고 함께 논의해 가가례를 만들어보자. 新명절증후군 시집살이 하는 시어머니? 전 부치고 차례상 차리느라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는 시대도 저물어간다. 김숙기 원장은 “최근 명절 모습을 보면, 시어머니들이 큰댁에 모여 제사상을 준비하고 며느리들은 뒤늦게 인사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신들이(지금의 시어머니 세대)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며 겪었던 고충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또는 눈치가 보여서 스스로 감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도 마음도 상하는 이중고를 겪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수하던 과거와 편의를 우선시하는 현재가 오묘하게 섞이면서 과도기를 겪는 최근 명절 풍속도에서 중장년 세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머리로는 최근의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서운하고 야속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김 원장은 “상담을 해보면 부모들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상해하지만, 자녀들은 ‘말해주지 않아 몰랐다. 미리 일러줬더라면’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운한 감정은 ‘바라는 것’이 있는데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명절에 자녀들이 지켜줬으면 하거나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얘기해주는 게 좋다. 가령 ‘설 당일 점심은 꼭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라든가 ‘떡국은 꼭 차례상에 올리자’ 등 명확하게 공지하면 자녀들도 그에 맞춰 계획성 있게 움직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사전에 단체 대화방 등을 활용해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 2023-01-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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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김홍도의 족적, 미술관으로 서다
- 경기도 안산이냐, 서울 마포냐, 단원 김홍도의 고향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고증이 없어 미지수다. 그런데 단원이 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할 만한 단서가 있다. 안산은 18세기 조선 예원(藝苑)의 총수였던 표암 강세황이 30여 년을 머문 고장이다. 표암의 시문집 ‘표암유고’에 단원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가령 ‘단원은 젖니를 갈 때부터 나의 집을 드나들었다’고 했다. 일찍이 맺어진 표암과 단원의 사제 인연은 길게 이어졌다. 단원을 ‘금세(今世)의 신필(神筆)’이라 일컬은 이도 표암이었다. 정황이 이러니 안산 사람들은 뿌듯하다. 안산의 풍토와 풍정이 표암의 가르침과 함께 단원을 거목으로 길러냈다고 보기에. 안산시가 김홍도미술관을 만든 연유가 완연하다. 김홍도미술관은 안산시 외곽 노적봉 기슭에 있다. 야산 치맛자락을 거머쥔 형국이다. 노적봉 산책과 미술 관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입지다. 건물은 모두 네 동. 현대미술전이 펼쳐지는 1•2관, 단원콘텐츠관인 3관, 그리고 아동들을 위한 상상미술공장으로 구성했다. 너른 뜰엔 조각 작품도 많다. 전체적으로 독특할 것 없는 구색이지만 미술 작품으로 얼마든지 활갯짓할 수 있는 공간이라 훤칠하다. 뒷산의 수목들은 제법 울창해 조연으로 손색없다. 산기(山氣)를 싣고 스쳐가는 청명한 바람과, 연달아 착륙하는 햇살의 대열도 도회를 벗어난 관람객에겐 반가운 작품이다. 미술관 입구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단원콘텐츠관으로 들어간다. 이렇다 할 꾸밈과 치레 없이 간결한 전시관이다. 김홍도미술관의 핵심 공간이다. 단원의 광활한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기획한 콘텐츠 전시가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년 김홍도, 노적봉에서 세상을 담다’전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시대 때 안산에 있었던 단원이라는 이름의 숲과 서호(西湖) 바다를 모티브로 한 전람회로, 단원이 어린 시절을 보낸 안산의 옛 풍경을 상상해보게 하는 전시회다. 어물 장수나 고기잡이 풍속을 그린 단원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단원이 교유한 표암, 심사정, 최북의 작품도 있다. 단원의 예술 정신을 현대적 관점에서 풀어낸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아트도 등장해 볼거리를 확대했다. 안산의 고지도를 전시한 건 관객을 과거의 안산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일 테다. 흥미롭기론 ‘균와아집도’(筠窩雅集圖)다. 아집도? 아집은 아회(雅會)와 같은 말로 묵객들이 모여 시와 술을 나누며 노니는 야유회다. 그걸 그린 게 아집도다. 즉 ‘균와’라는 산골짝에 화가 여럿이 모여 소풍을 즐기는 광경을 그린 게 ‘균와아집도’다. 때는 1763년 4월. 봇물처럼 터진 춘색이 영롱해 어지러웠으리라. 봄꽃 필 때 묵객은 유난한 ‘심쿵’으로 설렌다. 산야에서 작당해 꽃과 더불어 한잔 아니 마실 수 없다. 모인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그림 상단 오른편에 쓰인 발문에 다 나온다. 보자. ‘거문고를 타는 사람은 표암 강세황이다. 그 곁엔 어린 김덕형이 있다. 담뱃대를 물고 앉은 이는 현재 심사정이다. 차건을 쓰고 바둑을 두는 이는 호생관 최북이며, 퉁소를 부는 사람은 단원 김홍도다.’ 등장인물 모두 안산과 연이 깊었더란다. 다들 일세를 풍미한 거장이다. ‘균와아집도’는 조선 후기 묵객들의 놀이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원이 퉁소를 불고, 강세황이 거문고를 탔으니 고급스러운 피크닉이다. 일행이 한자리에 모여 그린 합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이채로워 우뚝하다. 학자이자 서화가인 허필이 쓴 발문의 귀띔에 따르면 그림의 전체 구도를 잡은 건 표암이다. 능란한 필치로 휘늘어진 솔과 옹골찬 바위를 그려 담황색을 입힌 건 심사정과 최북이다. 당시 19세였던 단원은 가는 붓을 날렵한 속필로 휘저어 인물들을 묘사했다. 10대 청년이던 단원이 대가들과 어울려 붓을 적셨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단원의 예술적 기량이 일찍부터 수승한 것이었음을 알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전시장에 나온 작품 전부가 영인본이라는 점이다. 애초 단원의 진본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으나 빗나갔다. 단원의 현존하는 그림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 소장 작품을 빼더라도 300점이 넘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관이 다수를 소장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신선의 무리를 그린 ‘군선도 병풍’(群仙圖 屛風, 국보 제139호)을 소장했다. 안산시도 7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김홍도미술관이 2년마다 펼치는 진본 기획전을 통해 공개된다. 2021년엔 ‘표암과 단원’전을 열어 진본들을 전시했다. 진본 가운데 ‘공원춘효도’는 조선 후기 과거시험장의 풍속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료(史料)로 평가된다. 신기루처럼 미묘한 매화를 그려 단원 김홍도는 조선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이름을 들날린 화가다. 그의 돛을 밀어준 건 표암이었다. 인생의 눈을 트이게 하고 예술의 길을 열어준 이가 표암이었다. 단원을 궁중 화가로 천거한 이도 표암인데 단원은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 표암이 괜한 선심을 베풀었으랴. 그는 일찌감치 단원의 됨됨이와 천재성을 발견했다. 단원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용을 보았다. 표암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을 써 단원을 극찬했다. ‘단원의 화풍은 새로워 개벽을 이룰 정도다.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신기하다고 저마다 부르짖었다. 그림을 구하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단원이 잠을 자고 밥을 먹을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 나는 모자라 단원에 대해 아는 게 드물다. 그럼에도 김홍도미술관을 관람하며 그의 아우라가 허공에 감도는 것 같은 환(幻)을 느낀다. 전시작이 많지 않아 단원이 항해한 예술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나온 기분을 맛보긴 어렵다. 다만 단원의 옷깃에 살랑대는 실바람 한 오라기를 움켜쥔 느낌이다. 생각나는 건 언젠가 화첩에서 본 단원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가 불러일으킨 쓸쓸한 정취다. 주상관매라, 배 위에서 매화를 보다! 단원은 매화 마니아였다. 매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이었다. 매화를 가슴에 담았으니 생애엔 매향이 난분분? 단원은 부끄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주상관매도’의 매화는 어이 아득한 허공에 떠 우련한가. 백일몽처럼, 신기루처럼 미묘한 매화를 그렸다. 천길 벼랑에 걸린 매화 위로는 하늘이 있고 아래엔 강물이 있지만, 뿌연 안개처럼 경계 없이 흐릿하게 그려 천하가 아득하다. 강기슭에 멈춘 조각배에 비스듬히 앉아 매화를 지켜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엔 우수가 실려 있다. 초연하다기보다 쓸쓸한 기색이 여실하다. 노경이란 외로워 매화마저 무상감을 돋운다는 걸까? 이 그림은 단원의 노년기 작품이다. 이상을 좇는 열정보다 허무의 성분이 커진 시절에 그렸다. 말년의 단원은 곤궁했다. 정조가 붕어하면서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됐다. 가세가 기울어 고달프게 살았다. 단원의 종신(終身)은 미스터리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을 마쳤는지 전해오는 게 없다. 작품이야 불멸! 그가 그림 안에 가둔 자연과 인간사의 총량은 장강(長江)과 맞먹는다. 대중 요구에 부응하는 기획전으로 전진 정미영 김홍도미술관 문화예술교육사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와 입체파 창시자 피카소. 둘은 사제지간이었다. 마티스는 일찍이 피카소의 천재성을 읽어 지지와 조언을 했고, 피카소는 마티스를 평생 따랐다. 표암 강세황과 단원 김홍도. 이 조선의 커플 역시 사제지간으로, 예술적 동지로, 지음(知音)으로 평생 교유했다. 정미영 김홍도미술관 문화예술교육사의 얘기는 이렇다. “복 중의 복은 인연 복이라 하는데, 단원이 표암 강세황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최고의 스승을 만났으니까.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단원은 흔히 표암에게 먼저 보여줬고, 표암은 강평을 해주었다.” 단원이 표암으로부터 화풍의 영향도 받았나? “단원이 그 누군가에게 화풍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흔적은 없는 걸로 알려졌다. 표암은 정신적 스승으로서 단원을 북돋았던 셈이다. 단원은 천재였다. 게다가 못 말릴 노력파였다. 부단한 노력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던 거다.” 단원은 풍속화가로 알려졌다. 그의 풍속화에 나타난 사회의식도 호감을 산다. “안산시가 소장한 단원의 진본 7점 중 하나인 ‘공원춘효도’에도 사회의식이 드러난다. 과거제도에 만연한 부정행위를 풍자한 그림이니까. 단원의 풍속화는 30대 초반에 이미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나 단원의 작품 스펙트럼은 훨씬 드넓다.” 표암과 더불어 정조 임금 역시 막강한 스폰서 역할을 함으로써 단원의 순항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단원이 표암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이 됐다고 보더라. 그런데 단원의 출중한 재능을 알아본 정조가 대단한 후원을 했다. ‘그림에 관한 일은 모두 단원이 주장하도록 하라’고 할 정도였다. 궁중 화가로서 단원은 일종의 공공그림을 그렸으나 퇴근 뒤엔 자기 그림을 그렸다. 단원의 집 문간엔 그림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었다고 한다.” 단원의 성향을 알 만한 일화가 있다면? “풍류에도 일가견 있는 단원이었다. 특히 매화 사랑이 지극했다. 언젠가 한번은 단원의 그림을 원하는 이가 찾아와 작품값으로 3000전을 내놓고 갔다. 단원은 그중 2000전으로 매화를 사고, 800전으로는 술을 사 친구들과 매화를 즐기며 대작했다. ‘매화음’(梅花飮)이라는 이름의 술자리였다. 결국 남은 돈은 200전뿐이었는데, 이걸로 쌀과 장작을 사 집에 들였으나 하루 땟거리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인(中人, 양반과 평민의 중간 계급) 출신인 단원의 신분 상승 욕구도 정진의 발판이었던 것 같은데. “선비가 되고 싶은 마음, 선비정신의 정상에 선 삶을 갈망하며 끝없이 노력했다. 말년에 그린 ‘포의풍류도’에 이와 같은 지향이 드러난다. 문방사우와 악기 등 갖가지 기물과 선비의 모습 등을 그린 작품이다.” ‘포의풍류도’에는 이런 화제를 붙였다. ‘종이로 만든 창과 흙벽으로 된 집에 살지만, 평생토록 벼슬하지 않고 시가나 읊조리며 살고자 한다.’ 단원의 유토피아가 구현된 그림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말년은 고단했다. “정조가 별세하면서 단원의 고난이 시작됐다. 아들의 월사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으니까. 그러나 선비다운 태도는 끝까지 지니고 살았다. 이게 단원의 빛나는 정신이지 않을까?”
- 2023-01-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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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이 알아야 할 새해부터 달라지는 10가지
- 계묘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변화된 정책 및 제도, 서비스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연금과 세금 [1] 노령 기초연금 수령 선정기준액 상향 올해부터 혼자 사는 노인 기준 월소득인정액이 202만 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80만 원보다 12% 늘어난 금액이다. 부부의 경우에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해 월소득인정액 323.2만 원이면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월소득인정액이란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실제소득에 금융재산 등 재산환산액을 더하고 각종 공제액을 뺀 액수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주소지 관할과 상관없이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연금공단지사 방문 또는 온라인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다. [2] 연금계좌 세액공제 최대 900만 원까지 확대 개인⸱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 원으로 확대됐다. 퇴직연금까지 더한 세액공제 납입한도는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수령자부터는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 외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3] 과세표준 실거래가 적용,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5년→10년 1월부터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2023년 증여분부터 취득세 과세표준을 '시가인정액'으로 산정한다.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적용되는 ‘이월과세’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내 양도할 경우 취득가액은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가령 아버지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10년 안에 팔면 자녀(수증자)가 아닌 아버지(증여자)가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증여와 관련된 절세가 어려워지며, 세금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4] 종부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랐다. 1주택자라면 공제 기준이 기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2주택자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로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보유한 경우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종부세를 내면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고세율은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주택 수에 따라 달리하던 종부세 세부담 상한율은 150%로 일원화된다. [5]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세액공제 혜택에 답례품은 덤 올해 1일부터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도입됐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의 취약계층 지원 및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을 위해 쓰인다. 기부액은 연간 최대 500만 원이며, 금액에 따른 세액 공제를 받는다. 10만 원 이하는 기부금 전액, 10만원 초과는 16.5%를 공제해준다. 기부금의 30% 한도에서 해당 지자체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아볼 수 도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 그밖에 △복권 당첨금 200만 원까지 비과세 △제주 여행객 면세 한도 800달러로 상향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연장(6월 말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 25%로 축소(기존 37%) △중견기업 통합투자세액공제율 3%→5% 인상 △영화 관람료 소득공제 도입(7월 예정) ◇ 일자리와 평생교육 [6] 최저임금 9620원, 연장근로시간 주 69시간까지 확대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9160원보다 460원(5%) 올라 9620원으로 책정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 시급 1만1555에, 주 소정근로 40시간을 감안해 계산했을 때 총 201만580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된다. 연장근로시간의 경우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까지 탄력적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이로써 하루 11.5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며,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7] 고령자 고용 연장 논의 시행, 경제활동인구 연령구간 세분화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 연장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 및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시 중소기업의 공제액을 상향(수도권 1100만 원→1450만 원, 지방 1200만 원→1550만 원), 고령층 채용 지원에 나선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연령구간도 고령화에 맞춰 기존 ‘70세 이상’에서 ‘70~74세’, ‘75세 이상’으로 세분화한다. [8] 생애도약기 평생학습 지원 추진, 재직경력 학점·학위 인정 도입 교육부가 발표한 ‘평생학습 진흥방안’(2023~2027)에 따라 30~50대 국민을 생애도약기로 지정, 학습 시간·비용·콘텐츠·상담 등 종합적 지원을 해나간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 등과의 협업도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직 경력을 국가에서 학점, 학위로 인정하는 ‘국가 학습경험인정제’를 도입하고 고령층, 저소득층 등 사회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 또한 강화한다. [9] 50+캠퍼스 40대부터 이용 가능, 동부캠퍼스 개관 예정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플러스캠퍼스가 올해부터 만 40~64세로 이용 대상을 확대한다. 40대 서울 시민을 위한 특화 직업 전화 전문교육을 제공해 일자리 참여 기회를 증대할 계획이다. 기존 서부(은평), 중부(마포), 남부(구로), 북부(도봉)에 이어 올 하반기 동부(광진)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10] ‘서울런 4050’ 운영, 디지털동행플라자 조성 기존 평생학습포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서울런 4050’을 통해 중장년의 전직,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3월부터 예정). 참여자 개개인별로 맞춤 컨설팅과 학습을 지원할 100여 명의 ‘온라인 직업훈련멘토단’을 운영한다. 종합적인 지원을 통솔할 인생전환지원센터는 내년 중구 정동에 개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추진을 위한 장노년층 중심의 디지털 교육공간 ‘디지털동행플라자’가 연내 2곳 조성된다(장소 미정). + 그밖에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 중장년내일센터로 개편 △플랫폼 종사자 대상 특화훈련 시행(내일배움카드) △중장년 기술창업 위한 ‘창업·창직 사관학교’ 연내 4개소 운영(2026년 6개소 확대 예정)
- 2023-01-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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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로 돌아온 가객 최백호, "나이 먹는 것 즐거워"
- 75분의 1초. 찰나(刹那)는 이토록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 그 찰나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우리의 삶이 된다. 최백호는 ‘낭만에 대하여’를 작사·작곡하고 노래한 가수다. 일상에서도 낭만을 품고 살았기에 그는 낭만을 노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여 최백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낭만 가객’으로 등극했다. 최백호는 낭만의 시간과 도전의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획앨범 ‘찰나’를 발매한 그는 젊은 가수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외적인 변신도 시도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신년호 표지를 장식하며 젊은 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한 것. 변화의 준비를 마친 최백호가 수놓을 2023년이 기대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살아온 세월이 다 없어진 것 같지만 그냥 흘러가지 않아요. 어떤 형태로든 다 쌓여 있어요. 그 많은 것이 내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요. 저는 지난해 73세의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74세의 시간이 기대됩니다.” 후배들과 협업한 ‘찰나’ 기획앨범의 타이틀곡 역시 ‘찰나’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낭만에 대하여’를 잇는 포크송으로 누가 들어도 최백호 노래다. ‘찰나’는 빛났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모두 인생을 수놓은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최백호의 세월을 그대로 담은 목소리가 가사와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제 노래가 원래 좀 그렇기는 해요. 별로 정돈되지 않고 노래가 제 박자에 들어가지 않기도 하고요. ‘찰나’에서는 특히 제 목소리가 가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오죠. 나이가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고요. 기획하고 믹싱한 분들이 노래와 맞다고 판단해서 제 목소리를 그대로 살린 것이라 생각해요.” 앨범 ‘찰나’의 수록곡은 총 8곡이다. 최백호는 마지막 곡 ‘책’만 작사쪾작곡하고, 나머지 7곡은 후배들에게 맡겼다. CJ ENM의 신인 작곡가 육성·발굴 프로젝트인 ‘오펜 뮤직’ 출신 작곡가들이 노래를 만들었다. 최백호는 2018년부터 오펜 뮤직의 멘토로 참여했고, 그 인연이 ‘찰나’로 이어졌다. 최백호는 직접 노래를 쓰고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에게 ‘찰나’ 앨범 자체는 실험이고 도전이다. 최백호의 새로운 변화에 후배 가수들이 동참해 힘을 실어줬다. 지코, 타이거JK, 정승환, 정미조, 죠지, 콜드 등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노래의 장르가 달라지니 창법 또한 달라졌다. 최백호는 타이거JK와 힙합곡 ‘변화’를 불렀다. 그는 고음을 소화하며 파워풀한 창법을 보여줬다. 죠지와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개화’를 함께했다. 최백호의 목소리에 신나는 리듬이 붙으니 가사가 주는 설렘이 더해졌다. 최백호는 후배들과의 작업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고, 깨우친 것도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는 좋은 노래는 쉽고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쳤어요. 젊은 세대의 노래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깨진 거죠. 또 제가 평생 혼자 노래 부르다 보니 하모니를 잘 못 내요. 같이 노래 부른다는 게 어렵기도 했고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실력 있는 작곡가들과 가수들이 있어서 K-팝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죠.” 이번 앨범에는 특히 ‘가요계 3대 코’ 막내 지코가 ‘찰나의 순간’ 내레이션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최백호는 “사실 지코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지코 측의 요청으로 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지코라는 존재도 알게 되었고, 협업도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가요계 3대 코’ 최백호, 개코, 지코가 한자리에 모였다. 최백호는 발음하면 최배코가 되어 가요계 3대 코 맏형이 됐다. 세 사람은 올해 힙합곡을 내기로 약속했다. 최백호는 “진짜 부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힙합을 해보고 싶다. 이번에 타이거JK와 함께 힙합을 처음 해봤는데 재밌었고, 노래가 들을수록 좋다. 개코, 지코와는 어떤 노래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앨범은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여름 최백호의 건강이 악화돼 녹음이 힘든 상황이었다. 최백호는 “그때 의사가 ‘노래를 안 부르고 오래 살든지, 노래를 부르고 일찍 죽든지 둘 중 하나를 하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대답은 “선생님, 저 노래 부를게요”였다. 최백호는 자기 몸보다 후배들의 노력을 저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몸이 안 좋다 보니 녹음할 때 아주 예민했다. 후배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지금은 많이 호전됐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최백호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천생 가수라는 사실 또한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나이 듦의 변화 최백호는 화가라는 직업도 갖고 있다. 59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열었다. 최백호는 ‘나무 그리는 화가’로 특히 유명하다. 그는 “나무밖에 그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나무는 계절에 따라 변화할 뿐이지 배신을 하지 않는다”며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를 밝힌 그는 특별한 나무 이야기를 전했다. “고향이 부산 기장인데 어머니께서 시골 국민학교(초등학교) 선생님이셔서 사택에서 같이 살았어요. 그 사택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고향에 갈 때마다 그 나무를 보고 와요. 어머니와의 추억이 가득한 나무죠. 그런데 다른 학교가 들어와서 그 나무를 뽑으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때마침 거기 문화원장과 식사 자리가 생겨서 나무 얘기를 했더니 보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최백호 나무라고 이름도 생겼다죠. 하하.” 최백호에게 어머니는 매우 큰 존재다.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백호의 어릴 적 꿈은 어머니처럼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미술에 소질이 많았던 터라 미술 교사를 꿈꿨다. 학창 시절 그는 미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등록금이 부족해서 재수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당장 잠잘 데가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돈을 벌어야만 했다. 최백호가 선택한 방법은 생계형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부산 라이브 클럽을 3년, 서울 라이브 클럽을 1년 넘게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가 1976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만든 곡으로 지금도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라고 한다. “운 좋게 데뷔 앨범이 잘됐지만, 여전히 가난했어요. 기획사에서 돈을 안 줘서 수입이 없었거든요. 28세까지는 하숙비를 못 낼 정도로 너무너무 가난했어요. 29세가 되어서야 돈을 왕창 받고 그 회사를 나와 다른 회사로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데뷔곡 이후 최백호는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내지 못했다. 30대의 그는 술집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하루에 술집 일곱 군데에서 일한 적도 있다고. 최백호는 “술도 매일 마시고 정신적으로 망가져 있던 때였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당시 돈은 많이 번 덕분에 최백호는 처음으로 자기 집을 마련했다. 30대 중반에 서울 목동 아파트를 샀다. 최백호는 “그 집이 터가 정말 좋다. 풍수가 좋은 집이다”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 집에서 불후의 명곡 ‘낭만에 대하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낭만에 대하여’는 1994년에 나왔는데, 1995년 KBS2 ‘목욕탕집 남자들’에 나오면서 역주행 인기를 끌었다. 20년이 넘은 현재도 여전히 사랑받는 곡이다. “그 집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만든 덕에 돈을 많이 벌어 다른 집으로 갈 수 있었죠. ‘낭만에 대하여’는 40대에 만든 곡이에요. 20대에는 만들 수 없는 노래죠. 나이가 들면서 노래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예요. 노래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는데 사람들이 항상 새로운 노래처럼 반응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해요.” 나이에 따라 새로운 감성이 생기고 노래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그는 70대에 ‘찰나’를 만났다. 최백호는 “80대에는 또 어떤 멋진 노래를 부를지 기대된다. 나이 먹는 것은 절대 슬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년기일수록 나이 듦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일침을 날렸다. “행복은 선택이라고 하잖아요. 잠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세요. 99개의 힘든 일이 있었어도 한 가지는 즐거운 일이 있었을 거예요. 오늘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하루가 찬란해지죠. 나이 먹는 것도 똑같이 생각하면 돼요.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시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2023년, 70대 중반에 접어드는 최백호. 새해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목표가 없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다 도망가는 사주다. 그래서 가만히 기다리는 쪽이다”라고 답했다. 누구에게나 기회의 순간은 오지만, 누구나 그 기회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최백호는 늘 준비되어 있었기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매 순간, 매일,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낭만에 대하여’에도 탄생 비화가 있어요. ‘낭만에 대하여’를 쓰고 며칠 뒤 조용필 씨의 전 매니저가 앨범을 만들고 싶다면서 저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낭만에 대하여’가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죠. 참 신기한 일이에요. 어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는데, 그래서 평소에 바른 자세, 진정성을 갖추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기회들을 잡았고 지금의 결과를 얻은 게 아닐까요?”
- 2023-01-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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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2023 계묘년 트렌드 키워드 5
- 2023년을 전망한 도서들이 말하는 시니어 위한 5개 키워드. ‘라이프 트렌드 2023’ 中 과시적 비소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 감소와 저축 중가, 중고 시장 확대, 소식 먹방 출연 등 기존의 ‘과시적 소비’를 역행하는 모습 ‘트렌드 코리아 2023’ 中 네버랜드 신드롬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피터팬이 사는 곳 ‘네버랜드’에서 착안해,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는 사회 유년화 현상 ‘2023 트렌드 모니터’ 中 리버스 멘토링 ‘역(易)멘토링’이라고도 하며, 기존에 젊은이가 시니어에게 조언을 구하던 ‘멘토링’과 반대로 시니어 멘티, 젊은이가 멘토가 되는 것 ‘트렌드 코리아 2023’ 中 알파세대 시니어의 손주 세대(2010년생 이후)를 말하며,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경험하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함 ‘라이프 트렌드 2023’ 中 세컨드 하우스 5도 2촌, 4도 3촌 등 간헐적 귀촌이 늘고,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 등의 시행으로 관계인구가 형성되며 세컨드 하우스 욕구 상승 전망
- 2022-12-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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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크리스마스에 볼 만한 넷플릭스 영화 5편
- 다가오는 성탄절. 추운 날씨 탓에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면 크리스마스 소재 넷플릭스 영화를 보며 분위기를 만끽해보자. 크리스마스 캐슬(2021) 주연 브룩 쉴즈, 케리엘위스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한 스코틀랜드 성을 구입하려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한사코 성을 팔지 않겠다는 공작의 좌충우돌 로맨스. 크리스마스 연대기(2018) 주연 커트 러셀, 다비 캠프 한 남매가 만든 함정에 걸려 선물과 순록들을 잃은 산타. 크리스마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험난한 모험이 펼쳐진다. 캐롤(2016) 주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1950년대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상류층 중년 여인과 사진작가 지망생의 금지된 사랑이야기. 크리스마스 추억속으로(2018) 주연 토리 앤더슨, 스티븐 후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진 악재를 추스르려 고향에 간 주인공이 가족을 통해 관계와 마음을 회복하는 여정을 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주연 한석규, 심은하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 주인공과 그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는 여주인공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2022-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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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 기부자 혜택은?
- 내년 1월 1일부터 ‘고향사랑 기부제’가 시행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역 발전 불균형 해소 및 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도입됐다. 올해 9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 이듬해부터 전국 지자체가 기부금 모금에 나설 계획이다. 그 이름처럼 기부를 통해 이뤄지는 제도이지만, 꼭 자신의 ‘고향’에 국한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기부 가능하다. 가령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고 있다면 서울시와 강남구를 제외한 타 지역을 택해야 한다.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의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육성,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 주민 복리 증진 사업 등에 사용된다. 기부 주체는 개인이며, 법인이나 해당 지역 이해관계자는 참여할 수 없다. 차명 또는 가명 기부도 불가능하다. 기부액은 연간 500만 원까지이며, 소득에 상관없이 금액에 따라 구간별 차등 세액 공제를 받는다. 10만원까지는 기부금 전액을, 10만원 초과부터는 16.5%를 공제해준다. 차후 국세청과 연계해 기부자가 연말 정산 시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으로 세액공제가 되도록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기부자는 기부금의 30% 한도에서 해당 지자체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관할 구역에서 생산, 제조된 물품 또는 통용되는 상품권,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품목(조례로 규정) 등이 답례품에 해당한다. 현금, 귀금속, 유가증권은 제외다. 현재 ‘고향사랑e음’(고향사랑 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내녀 1월 1일부터 운영 예정)을 통해 전국 243개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답례품을 찾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고향사랑e음’이라는 명칭은, 기부자와 지역 사이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고향사랑 기부제’의 목표와도 부합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향 납세 제도’를 운영해온 일본에서는 이렇듯 자신의 거주지자 아닌 타 지역에 도움을 주고 참여하려는 이들을 ‘관계인구’라고 부른다. 관계인구는 관심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고, 특산물을 구매하거나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 발전을 응원한다. 일본의 지역재생 전문 잡지 ‘소토코토’의 사시데 가즈마사 편집장은 지역이 관계인구를 만들려면 ‘관계안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역과 연결될 방법을 안내하는 곳을 말하며, 특정 건물 형태가 아닌 마음 편한 장소나 커뮤니티 등을 의미한다. ‘고향사랑e음’ 또한 이러한 관계안내소로서의 기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고향사랑e음이 기부자가 원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부하기 쉽고 편리한 시스템으로 구축돼 고향사랑 기부제의 성공적인 매개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2022-12-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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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시작한 귀촌, 처음엔 실로 지옥이었지만…
- 육군에서 30년간 복무한 뒤 중령으로 전역한 김준한(63)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신 귀농한 데엔 그럴 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건강을 회복하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신념이 그의 푯대였던 것. 인간만큼 다양한 재능을 지닌 생명체가 드물다. 그러나 육신의 구슬픈 비명 앞에선? 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자구책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김준한은 귀농을 치유 방편으로 삼았다. 농사에 쏟는 정당한 근로와 산골의 자연환경에 잠재한 갖가지 치료제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보았다. 그가 내심 비상 사이렌을 켜고 찾아든 귀농지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산골. 올해로 귀농 12년 차다. 김준한의 거처는 거듭 휘어지는 농로의 끝, 살짝 외진 산기슭에 있다. 머리카락 보일라 장독 뒤에 숨듯이, 야트막한 야산의 품에 폭신하게 안긴 터전이다. 다소 은밀하면서 매우 아늑하다. 이른바 명당이란다. 그는 지관을 대동하고 예천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이곳을 찾아냈다. 처음엔 경기도 양평 지역에서 터를 물색했다. 그러나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지. 그래 고향인 예천에서 정착지를 찾았으며, 용케도 이곳을 발견하고 환호작약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좋은 터와 인연이 되다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는 사람의 기운을 돋우는 땅이 따로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곳에 살면서 건강을 완연하게 되살렸다. 다시 말해 그에게 풍수는 아리송한 신비주의가 아니다. 여하튼 대뜸 편안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푸른 소나무 즐비한 야산이 두 팔을 벌려 집과 마당을 포옹하고 있으니 산이 보호자 역할을 하는 형국이다. 자연과 교류하며 은연중에 받을 수 있는 ‘인생 레슨’도 많을 환경이다. 이렇게 썩 이상적인 곳에서 김준한은 고독한 ‘나 홀로 귀농’의 막을 올렸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숙식하며 고추, 감자, 옥수수, 고구마, 메밀 등을 심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자두 농사로 전환했다. 사전 준비는 충실했다. 전역 3년 전부터 귀농이라는 거사를 위해 차근차근 대비했다. 중도에 퇴장하는 불상사만큼은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귀농을 하면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전통공예건축학교에 등록했다. 2년간 대목장 신응수 선생의 강의와 실습에 참여해 집짓기의 기본을 배웠다. 전역 직전에 ‘제대 군인을 위한 귀농 교육’도 받았다. 이곳에 내려와서는 예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외에도 다종다양한 농업 교육을 받았다. 귀농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초심자가 믿을 만한 매우 유력한 기회라 본다. 수년간 열성껏 교육을 받자 마인드 자체가 달라지더라.” 자신감이 붙던가? “자신감은 물론 성격마저 바뀌는 걸 경험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쪽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안도했다.” 흔히들 재배 작목 선정에 귀농 성패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본다. 자두를 주 작목으로 정한 이유가 있겠지? “처음엔 채소류를 소소하게 길렀으나 포기하고 자두 농사 하나에 집중했다. 집 앞의 밭 450평을 자두 과수원으로 꾸린 게 출발점이었다. 애초 블루베리 농사를 구상했었다. 그런데 예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류했다. 가격변동이 심해 안전하지 않은 작목이라는 얘기였지. 그러면서 권장한 게 자두였다. 이건 예천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라서 유리한 요소가 많다는 설명에 이끌려 자두 농사에 뛰어들었다.” 귀농 이후 10여 년째 자두 농사만 하고 있다. 좋은 선택이었나? 아무리 작목 선정을 잘하더라도 이상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게 농사인데. “주변을 보면 귀농에 실패하고 역귀농을 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 원인 중에 가장 큰 건 영농 실패이며, 이는 주로 작목 선택의 오류에서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난 매우 좋은 선택을 한 셈이다. 자두의 전망이 좋아 농장을 2300여 평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혼자 능히 운영할 만한 이상적인 규모라 생각한다.” 소득은 어느 정도 올리나? “연매출 평균이 3500만 원 내지 4000만 원이다. 이 중 순소득은 70% 정도다. 물론 날씨에 따른 기복은 있다. 어느 해엔 너무 이르게 내린 서리 피해로 매출 제로를 경험하기도 했다. 자두나무 하나에 온전히 남아난 자두가 겨우 두어 개에 불과했다. 난 흙의 진리를, 땀 흘린 만큼 대가가 돌아올 거라는 진실을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자두 농사는 여느 작물에 비해 장점이 많아, 심지어 고행에 가깝다는 귀농 생활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 스트레스 사라지자 건강도 좋아져 김준한의 귀농 이력은 어언 12년 차. 10년이 지나고서도 수렁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는 귀농인들이 숱하지만 그의 자두 농사는 일찌감치 궤도에 올라섰다. 온갖 교육을 섭렵하면서 얻은 식견, 날이면 날마다 농장으로 달려가는 근면성, 그리고 자두나무의 비위를 맞출 줄 아는 머리와 감성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대단한 매출은 아니지만 혼자 생활하기엔 섭섭할 게 없는 수입이라, 이쯤이면 자리가 잡힌 거라고 그는 자족한다. 무엇보다 귀농 목적을 이미 완수했다는 점이 그는 기쁘다. 농업 수익보다 건강 회복을 목표로 한 귀농이었는데 서서히 건강이 좋아지더라는 게 아닌가. 마음은 물론 몸이 아플 때 삶이 비로소 소중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아픔이, 고통이 지름길로 데려다준다는 소식이 고래(古來)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쏟아진다. 불굴의 의지로 병든 몸을 추슬러 농사는 물론 건강까지 부양한 김준한의 행장은 고통을 차라리 견인차로 삼아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의 묘미를 웅변한다. 그는 중증 당뇨병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어라, 농사에 병약한 육신을 투입하자 바뀌었다. “오죽 암담했으면 아내의 격렬한 반대를 외면하고 달아나듯이 홀로 귀농을 했겠는가. 당수치가 600까지 올라가면서 시력이 나빠져 실명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도수 높은 안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서서히 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안경을 벗었다. 당뇨병은 물론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건강 상태가 현저하게 좋아졌다.” 귀농의 무엇이 치유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나? “내 병은 군대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누적에서 온 것이었다. 지시가 주어지면 임무 기간 안에 종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매우 컸다. 이건 고질적인 것이었으나,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조용한 산골로 귀농하면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됐다. 깨끗이 벗어났다. 과도한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소규모 농사라서 즐거운 기분으로 일했던 점도 몸을 정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좋은 공기와 물, 산야에 흔한 약초와 나물들을 섭취한 것도 득이 된 것 같다.” 일취월장일까? 이젠 예천 관내에서 알아주는 농가로 부상했다지? “자두 농사에 관한 한 달인 소리를 들을 때가 됐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견학을 오는 농부들도 많다. 자두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 시설인 ‘Y자 다주지 방식’을 공부하러 오는 이들이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Y자 다주지 방식’은 Y자 파이프 프레임에 자두 가지들을 가지런히 펼쳐 재배하는 기술로, 자두 생산량이 최대 5배에 달하는 등 이점이 많다. 그는 이미 안전한 수준에 올라선 탄력으로 머잖아 매출이 더욱 늘 거라 예측한다. 귀농 이후 드센 파도를 겪는 일 없이 행진해왔으며, 향후 탕탕 질주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상황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과욕을 경계한다. 돈 버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스스로 분수를 가늠해 매사 소박하고 조화로운 삶을 꾸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게 귀농의 목적 중 한 가지이기도 했다. 그리 살자고 집도 자그맣게 지었다. 흙과 나무로 지은 15평짜리 한옥이다. “자금 사정도 고려했지만 소탈하게 사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간소하게 지었다. 내가 도연명을 좋아한다. 그의 ‘귀거래사’를 보면 소박한 생활 정경이 나오더라. 작은 초가를 짓고, 작은 텃밭을 만들고, 뜰엔 복숭아와 자두나무를 심어 자족하는 옛사람의 모습에서 감흥을 느꼈다. 감히 위인을 흉내 낼 수야 없지만, 나 역시 소소한 것에서 만족을 누리는 삶을 맛보고 싶었다.” 손수 집을 지었다지? 한옥 건축엔 까다로운 공정이 많은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았는데. “미장이나 조적 등 난해한 부분은 기술자를 불러 썼다. 하지만 설계 초안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직접 처리했다. 원목 껍질을 벗기고 대패질을 해 서까래 164개를 손수 만드는 식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업자에게 맡기면 두 달 안짝에 완공하겠지만 난 2년 반 만에 완료했다. 실로 고달팠다. 그런데 집을 완성하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 “아내가 비로소 나의 귀농에 동의를 표했다. 애초 귀농의 ‘귀’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사람인데 집 지은 걸 보고 생각이 바뀐 것이지. 내가 귀농한 후 이곳에 아예 오질 않았던 아내였으나, ‘이젠 주말마다 내려오겠다!’고 하더라고.(웃음) 비로소 어둡고 추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그의 아내는 안양시에서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한다. 남편의 도발적인 귀농에 오만정이 떨어졌었나? 빗장을 건 마음을 풀어놓기까지 긴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애당초 한결 매력적인 설득과 회유로 부인과 동행하는 귀농을 할 수는 없었을까? 인생의 가을에 부부가 유유상종하며 흘러가는 모습처럼 진실한 드라마가 드문데.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병을 안은 채 농사와 집짓기를 함께 했던 초기 2, 3년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내가 자청한 지옥이다. 그런데 아내가 건져준 게 아닌가. 머잖아 아내는 퇴직한다. 이후엔 이곳에 내려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아진 나이다. 귀농 12년 세월을 낭비라 느낀 적은 없었나? “시간을 아껴 쓰며 살았다. 덕분에 건강을 되살렸고, 아내의 인정을 받았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겠나? 이 정도에 만족한다. 더도 덜도 필요 없다는 거.” 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인생을 통째 긍정하는 짧은 언설이 바윗장처럼 묵직하다. 김준한이 주는 귀농 Tip •귀농으로 낭만적인 전원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환상을 버리자. 이상향의 크기를 줄이라는 얘기다. •기술집약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작물을 찾아내자. 그러자면 갖가지 귀농 교육을 충실히 받아 물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귀농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기 자본 투자에 무리하지 말자. 길게 보고 서서히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스컴이 떠드는 귀농 성공 사례를 그대로 믿지 마라. •혼자 하는 과수 농사의 경우 2000평 규모가 적당하다. •농업 장비들은 가급적 임대해 사용하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잦은 음주는 금물이다. 무질서와 방황의 첩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 2022-12-0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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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꿈처럼 별나라로, 청정 자연 속으로
- 별은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하다. 광공해가 없는 맑은 대기여야 선명하다. 그러기에 도심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기는 쉽지 않다. 첨단의 문명이 별 보기를 더 어렵게 만든 셈이다. 별 볼 일 없는 세상이란 말, 따지고 보면 초고도 현대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팍팍해진 세상에서 별 볼 일을 찾아 떠나보는 일, 해볼 만하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경계의 함백산. 서울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면 새벽 2시 무렵에 도착한다. 산 정상 가까이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어서 야간 산행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게 적응된다. 하지만 일부 걸어서 올라가는 산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숨차게 1572m 정상에 오르니 한낮의 날씨는 간데없이 뚝 떨어진 기온에 한기가 온몸을 휩싼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발아래로 굽어보는 세상, 멀리 낭떠러지 같은 산 아래로 가끔씩 밤길을 달리는 자동차 궤적이 빛을 낸다. 산꼭대기 봉수대 아래의 고사목 앞에서 바라보는 산의 웅장함. 숲 내음과 눈앞에 펼쳐진 산세에 놀라고, 흐르는 은하수를 보며 전율할 수밖에 없는 밤 풍경이다. 함백산은 하늘과 가까이 맞닿은 곳에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이윽고 별이 지고 나면 산등성이 사이로 멋지게 밝아오는 여명을 맞을 수 있는 산이다. 완벽한 어둠 속에 서서 바라보는 밤하늘. 하늘이 이렇게나 넓었던가. 이 우주 안에서 작아진 자신의 모습을 단박에 확인한다. 쏟아질 듯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검푸른 하늘에서 별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고도가 높은 산 정상에서 육안으로 올려다보는 별, 비로소 우주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이젠 신화 속의 별자리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별 궤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붙잡고 조급해하거나 연연하지도 않는다. 머리 위로 별을 가득 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주 어린 시절 여름이었나. 저녁을 먹은 뒤 마당에 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아득한 기억이 있다. 그때 어린 눈에 들어오던 또렷한 별들이 선명히 기억난다. 어릴 적 집 앞마당에서 올려다보았던 별을 어른이 되어 이렇게 멀리 달려 나와 밤하늘의 보석을 대하듯 감탄하면서 마주한다. 밤바람이 차서 미리 준비한 두꺼운 겨울 패딩에 털장갑을 끼고도 몸이 떨리는 산중의 밤이다. 추위 속에서도 스스로 들떠서 행복하다. 어느 순간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 게 느껴진다. 여명의 신비로움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건 당연하다. 운해 위로 불그스레 조금씩 떠오르는 일출이 물들이는 세상, 저 아래로 굽어보는 능선 사이사이 스며드는 운해, 온 산하에 여명이 번지는 뭉클한 순간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가히 선계의 풍광이다. 바람을 맞으며 밤을 보낸 눈앞의 고사목은 얼마나 무수한 일출을 마주했을까. 빳빳하게 선 채로 생명의 힘을 그대로 전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더니 저 나무는 지금 어느 세월쯤에 있는 걸까. 천상의 화원 만항재 폐부 가득 새벽 찬 공기를 담고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뿌듯하다. 하룻밤의 꿈이었던가. 추위 속에 떨면서 밤을 새우며 바라본 은하수와 별, 세찬 밤바람도, 운해와 여명도, 함백산의 능선도, 아름다운 일출도, 대자연의 선물이다. 선물을 가슴 가득 안고 내려온 함백산의 새벽길. 밤새워 별을 보고 차 안에서 꾸벅꾸벅 쪽잠을 잘지언정 내내 잊지 못할 밤마실이다. 함백산의 만항재는 조선 초기 고향을 떠나 산속 깊은 곳에 터전을 잡은 옛 고려인들이 고향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원했다는 ‘망향’에서 유래한 어원을 지닌 고갯길이다. 이 지역은 강원도 정선, 고한, 영월, 산동읍과 태백시를 잇는 지점이다. 우리나라의 포장도로가 놓인 길 중에서 자동차로 달릴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1330m). 그래서 드라이브의 재미와 함께 깊은 자연 속의 풍성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으로 알려져 있듯이 울창한 산림이 자연스럽게 우거져 있다. 매해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 축제가 열릴 정도로 야생화 천국이다. 산상의 꽃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기운을 듬뿍 얻는다. 희귀한 야생화와 풀꽃들이 지천이다. 특히 호랑나비, 산제비나비 등 예쁘고 다양한 나비가 많아 어디서나 나비의 날갯짓을 본다. 때 묻지 않은 빽빽한 숲 그늘에 파묻히는 기쁨을 마음껏 누린다. 원 없는 ‘숲멍’의 시간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편히 한나절 쉬어가도 좋을 청정 자연이다. 숨 쉬는 다리, 영월군 주천리 섶다리 산으로 둘러싸인 맑은 물이 흐르는 마을에 추수가 끝나는 늦가을이면 매년 다리가 놓이곤 한다. 여름에 물이 불어나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되는 다리. 영월군 주천리 판운면에 가면 건너보고 싶은 섶다리가 있다. 강을 사이에 둔 밤뒤마을과 건너편 미다리마을의 왕래를 이어주는 정겨운 전통 다리다. 통나무로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참나무와 소나무 가지를 얹어 진흙으로 만들었다. 섶다리 위로 발걸음을 옮기면 약간의 흔들거림과 탄력적인 푹신함이 전해진다. 요즘 곳곳에 유행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출렁다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옛 맛의 신비한 감흥이다. 잔잔한 주천강을 건너 섶다리를 향해 앉아 느긋한 한낮, 잠깐이나마 아날로그 감성에 빠져보는 시간이다. 마을 옆으로는 한낮의 햇살이 쏟아지는 밭고랑 사이마다 농작물들이 여물어간다. 예전의 산천을 그대로 간직한 시골 마을에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유유자적한 기분,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몸의 감각을 되찾고 편안하게 마음 정리할 만한 곳이 바로 여기구나 싶다. 은은하고 따사로운 볕에 빛나는 시골 풍경이 아스라하다. 돌아오는 길에 섶다리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상한 바위들의 모임, 요선암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한 곳이다.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 요선암 앞에 서면 마치 공룡 시대에 온 듯 신비롭다. 하루나 이틀쯤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 살면서 가끔은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는 야생 식물들의 풍경에 취하고 산꼭대기의 운무에 마음을 빼앗겨볼 만하다. 하루 이틀로 도시의 때가 벗겨질 리 없지만, 물질과 소유욕에 잠식당한 현실에서 잠깐 떨어져 나올 수 있는 기회다. 속세를 떠난 듯 일상을 잊어보는 시간, 자연의 따뜻한 본성을 만나고 오면 새록새록 가슴을 두드리며 알려준다. 이 땅의 깊숙한 곳으로 찾아가는 일은 이토록 근사하다는 걸.
- 2022-11-11 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