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계의 개그맨’ 박민수(50) 씨는 순수한 광기를 지닌 유쾌한 인물로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게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이 땅의 아버지다. 쌍둥이 아들을 위해 은퇴도 미뤘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절실하게 하는 중이다.
여의도 증권 유관기관 24년 차 직장인이자 주식투자 1타 강사. 샌드타이거샤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구독자 225만 명을 자랑하는 이말년 작가의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서 인지도까지 쌓아 올린 사나이. 박민수 씨와 마주하기 전에는 능력 있는 직장인의 흔한 성공 스토리로 보였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린 뒤 실타래 풀리듯 각종 섭외 대상이 되는, 우리네에겐 무척 어렵지만 그 동네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래서 50대에도 해맑은 미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보면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어쩌다 보니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평소에 저는 굉장히 침착해요.”
차분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더 의외였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운이라고 여겼던 영역마다 박민수 씨의 의도와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해서, 쓸모를 찾아서
직장인은 사표를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박민수 씨도 그렇다. ‘쓸모’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는 그에게 나이 들어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건 실체적 불안 그 이상이었다. “쉰 살이 되기 6~7년 전부터 회사에서의 내 쓸모가 줄어들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회사 밖에서의 쓸모가 비자발적으로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요. 쉽게 말해 나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죠. 언젠가 생길 일을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을 어떻게 먹여살릴까’ 생각하면 엄청나게 절실해지는 거죠. 굶기면 안 되잖아요?”
박민수 씨는 고3처럼 살아가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주식투자 뉴스를 정리해서 네이버 카페에 올리고, 직장으로 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7시까지 업무를 본다. 운동 삼아 가급적 목동 집까지 1시간 30여 분 걸어서 퇴근하고, 오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글쓰기 등 자기계발을 한다. 라디오나 유튜브 촬영이 있을 때면 꼬박 며칠을 준비에 매달리기도 한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루틴에 변함은 없다. “절실함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가족이 있잖아요. 책임감인지 의무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에너지를 올려줘요.”
40대 초반까지 그는 쓸모를 회사 안에서만 찾았다. 밤샘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술은 마시지도 못하면서 회식 자리는 꼭 참석했다. 그렇게 ‘에이스’라 불리며 승진이 동기보다 2년 이상 빨랐지만, 몸은 정직했다.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2018년에 협심증으로 쓰러졌어요. 그때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큰일 난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습니다. 당시 쌍둥이가 초등학생이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서 본 두 아이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내가 이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해야 할 게 있더라고요.”
박민수 씨는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른여섯에 “넌 뭘 잘하니?”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불현듯 ‘주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점심도 굶어가며 주식 공부에 매달려 7년 만에 종잣돈 3000만 원을 8억 원으로 불렸다. 그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물려받을 텐데, 아직 어리잖아요. 쓸데없는 짓 해서 다 까먹을까 봐 걱정되는 거죠. 아빠만의 투자 방법과 원칙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루에 3시간 자면서 3주 동안 쓰니 책 한 권 분량이 됐어요.”
2018년 9월 출간돼 현재까지 10만 부 이상 팔린 ‘주식 공부 5일 완성’은 이렇게 완성됐다. “인쇄소 가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했는데, 사장님이 그러더라고요. ‘내용이 좋으니까 책을 내보라’고요. 그래서 진짜 투고를 해봤어요. 당연히 안 되죠. 그런데 임프린트(한 출판사에 속한 별도의 하위 브랜드)에 원고가 흘러갔나 봐요. 마침 대표가 증권사 경험이 있는 분이라 가치를 알아봤고 출간이 이뤄졌어요.”
책은 2020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대형 재테크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그 계기는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됐다. “제가 먼저 출연 요청을 했습니다. 답변은 2개월 후에 받았어요. 촬영 후 업로드까지 다시 2개월이 걸렸고요. 그리고 다음 날부터 소위 말해 빵 터졌죠. 인생 역전이었습니다.” 또 다른 유명 재테크 유튜브 채널 ‘김작가TV’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문의했고, 정중히 고사하자 재차 어필해 출연 기회를 얻었다. 그 6개월 사이 책 7만여 권이 팔렸다.
최고민수, 침착맨을 만나다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은 의외의 보상을 줬다. ‘침착맨’ 이말년 작가와의 인연이다. 박민수 씨는 2021년 초 MBC 웹예능 전문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의 기획 시리즈 ‘말년을 행복하게’에 일일 주식투자 강사로 출연하며 ‘침착맨’과 안면을 텄다. ‘최고민수’라는 애칭도 그때 생겼다. ‘주식계 박찬호’라는 설명이 붙을 만큼 지치지 않는 열강에 ‘침착맨’이 “최고네요, 선생님. 닉네임도 바꾸세요, 최고민수”라고 하면서다.
인연은 ‘침착맨’ 채널까지 이어졌다. 7번 정도 출연했고, 그중 한 콘텐츠는 100만 뷰가 넘었다. “본인 채널에 와서 주식 강의를 1~2시간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수를 했어요. 주식 강사로 섭외된 자리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만 한 거예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등등 걷잡을 수 없이 말이 새버렸어요. 6시간 방송을 했는데 정작 주식 강의는 20~30분에 불과했죠. 집에 가면서 무지 걱정했어요. 욕먹을 각오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신선하게 봐주셨어요.”
콘텐츠에 대한 열의와 쉬지 않는 입은 이제 박민수 씨의 캐릭터가 됐다. 경제사 특강, 주식 종목 고르는 10단계 특강, 주식 ETF 투자법 7단계 특강 등 평균 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방송은 그 이미지를 굳혔다. 10시간 42분짜리 일본 기타큐슈 여행 브이로그는 그 정수로 꼽힌다. 박민수 씨는 한시도 말을 쉬지 않았고, 구독자는 그 모습을 오롯이 즐겼다. 영상은 9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기타큐슈 여행 브이로그로 인지도가 굉장히 올라갔어요. 어쩌다 보니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 가는 사람이에요. 말했잖아요, 저는 ‘쓸모’가 중요한 사람이라고요. 출연 전 일주일 정도 준비에 매달려요. 기타큐슈 여행도 정말 많이 준비했어요. 실은 항일 투어로 계획한 거라 일본 역사까지 속속들이 공부했죠. 내 밥값을 다하기 위해, 내 쓸모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앞으로 3년, 은퇴 후는 내 마음대로
박민수 씨는 3년 뒤 은퇴를 꿈꾸고 있다. 그때가 되면 가장의 부담을 다소 내려놓아도 괜찮을 시점이기 때문이다. “3년 뒤면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직장인 신분을 유지할 생각이에요. 아빠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집에서 쉬고 있는 상황이면 아이들이 움츠러들지 않을까 해서요. 지금은 월급이 소중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은퇴하면 2년 정도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또 다른 일을 할 텐데 그게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3년 정도 여유를 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까지 준비를 잘 해야죠.”
앞으로 3년, 그는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 내성적이지만 가장이라는 무게는 개인 성향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그는 아예 스스로를 ‘주식계 개그맨’으로 포지셔닝할 정도다. “다들 그래요. 얼굴 내놓고는 못 하겠다고요. 그런데 가장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거예요. 너무 직설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저는 어떤 것도 할 수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웃고 떠드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절실하면 부끄러운 거 없습니다. 일단 하는 거예요. 은퇴를 꿈꾼다면 더욱더요.”
은퇴 후 박민수 씨는 ‘침착맨’ 같은 삶을 꿈꾼다. 예능 PD를 꿈꾸며 방송국 최종 면접까지 본 경험이 있는 그다. 제2의 인생은 보다 즐겁고 자유로운 나날로 채워지길 바라고 있다. 그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최고민수의 중2병’. 박민수 씨는 3년 뒤 유쾌한 방황을 예고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여행 유튜버예요. 지난해 빠니보틀(구독자 190만 명의 여행 유튜버)님도 만났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그때는 진짜 내 맘대로 막 삐뚤어져보고 싶어요.”
배우 조은숙(53)은 열정적인 사람이다. 어느 순간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배우가 된 그는 데뷔와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남들 다 겪는다는 무명 시절도 없었다. 그러나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도 늘 가슴속에 자리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진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를 지녀 동네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소녀 조은숙. 연예인을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정작 그는 네모 상자 텔레비전 속에 출연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어렸을 때 집에 있는 텔레비전을 막 흔든 적이 있어요. 그 안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 사람들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싫었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정말 많이 했는데, 다 재미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연기는 정말 할수록 재밌어요. 결국에는 배우가 될 운명이었을까요? 신기한 일이죠.”
텔레비전 일화만 봐도 조은숙은 뛰어난 감수성의 소유자다. 그 감수성을 글로 풀었고, 미모 칭찬만큼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받았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그는 어느 날 지인이 연출한 연극을 보러 갔다가 극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다. 그게 이어져 몇 번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홍상수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 계기로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한 조은숙은 1996년 ‘제17회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 1997년 ‘제20회 황금촬영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배우를 꿈꾼 적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배우가 된 거죠. 무명 시절도 없었고요. 갑자기 얼굴이 알려진 셈인데,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낯설고 힘들었어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죠. 연기라는 게 얼마나 치열해요. 너무 긴박하게 촬영이 진행될 때는 덩달아 쫓기면서 연기하게 되는데, 집에 돌아가면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스스로한테 너무 화가 나는 거죠. 그러면서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구나,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진심이구나를 느꼈습니다.”
‘하늘의 인연’으로 고민 해소
“지금까지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가령 불편한 옷을 입고 있으면 아무리 예뻐 보이려고 해도 어색하잖아요. 그렇다고 하면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은 거죠.”
조은숙이 최근까지 품고 있던 고민이다. 연기 활동은 오래 했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KBS 2TV ‘야망의 전설’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에서 비련의 여인 역할을 소화했고, KBS 2TV ‘내 딸 서영이’, ‘별이 되어 빛나리’ 등에서는 사연 있는 악녀로 분했다. MBC ‘세 친구’에서 코믹한 캐릭터를 맡은 것이 그나마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저를 처음 보면 까칠하다거나 말수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조금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의외로 털털하다며 놀라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허당기가 많고 소녀 같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오죽하면 제 별명이 새우깡이랍니다. 계속 챙겨줘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는 의미예요.(웃음)”
이러한 고민에 한창 빠져 있을 때 MBC 일일 드라마 ‘하늘의 인연’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조은숙이 맡은 나정임은 모든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캐릭터인데, 산장 화재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처럼 된 상태다. 가끔씩 기억이 돌아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는 복수의 핵심 열쇠로 활약할 것을 기대케 한다.
“제가 성격이 어리바리하다 보니 실제 나와 비슷하면서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죠. 어딘가 모자란 바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나정임을 연기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고민이 조금은 해소됐죠. 그동안 KBS 드라마 위주로 출연해서 MBC 드라마 출연은 오랜만이었어요. 처음에는 낯을 가렸는데, 금세 제 실제 성격이 나오더라고요. 스태프분들이 ‘그냥 평상시대로 연기하면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가 자연스럽게 잘 나오고, 재밌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모성애 넘치는 엄마
‘하늘의 인연’의 나정임이 이전 캐릭터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또 있다. 바로 가슴으로 낳은 딸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조은숙은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한 누군가의 고모나 이모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기혼 캐릭터라고 해도 남편은 있어도 자녀는 없었다. 실제 세 딸의 엄마이기도 한 조은숙은 나정임의 모성애에 매우 공감하며 연기를 펼치고 있다.
“‘하늘의 인연’을 찍으면서 SNS로 좋은 반응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고아로 자란 분인데 저의 SNS에 ‘상처를 치유받았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너무 감사한 거죠. 지금도 그분과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또 결혼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고아나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당시 만났던 한 친구가 SNS로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감동적이고 감사했어요.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은숙이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은 또 있다. 아니, 매우 많다. 바로 그동안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이다. 조은숙은 “내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는 내가 낳은 또 다른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면 나는 떨어져 나가지만, 그 캐릭터는 살아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전했다.
그럼에도 친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2005년 광고기획사 대표인 박덕균 씨와 결혼한 조은숙은 슬하에 세 딸을 두고 있다. “가족은 산소 같은 존재다. 산소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못 느끼지만 산소가 없으면 죽지 않나”라고 표현한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세 딸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자랑은 물론 교육, 가치관 등에 대해 얘기했는데, 천생 엄마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원래 아이를 셋 낳고 싶었는데, 신기하게 그렇게 됐죠. 아이들이 다 다르게 생겼고, 매력도 다 달라요. 저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줄 거예요. 엄마를 따라 연예인을 하는 것도 찬성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우 이타적인 사람이에요. 아이들한테도 항상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죠. 살면서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고 고통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꽃길만 걸어요’라는 표현을 지양해요. 그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누군가 돌을 치워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 아이들이 그 돌을 치워주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꿈 찾는 중년
조은숙은 2012년 ‘초콜릿 복근’을 공개해 ‘몸짱 스타’로 화제를 모았다. 셋째를 출산하고 3개월 만에 20kg을 감량하고 얻은 식스팩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었는데 그는 여전히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매일 근력 위주 운동을 즐기면서 한 덕분이다.
“몸매 관리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정도의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점도 없어요. 그냥 운동을 좋아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젊은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촬영할 때 주얼리가 많이 필요하잖아요. 담을 곳이 없었는데 마침 한 번도 안 쓴 쓰레기통이 있어서 거기에 주얼리를 담았죠. 그랬더니 그 쓰레기통이 보석함이 된 거에요. 반대로 보석함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통이 되겠죠. 그때부터 살면서 나에게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까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예체능에 능통한 조은숙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배우는 늘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미국 액팅 스쿨에서 공부하기’라고 밝혔다.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고 남들한테 밀린다는 생각에 갈급했다. 연기에 관한 책이 나오면 바로 사서 읽으면서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연기가 그 안에 갇혀버린 때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극복 중인 단계에 있는데, 미국에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연기하던 때가 그립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묻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제 꿈이 배우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아직 모르겠어요. 배우가 인생의 끝일지, 또 다른 뭐가 될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저는 여전히 꿈이 뭔지 찾고 싶고, 그래서 계속 뭔가를 배우려는 것 같아요. 저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는 대형 오토바이 타기예요. 자격증은 취득했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타고 싶어요. 연기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조은숙은 주어진 삶을, 찰나의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시간 아까운 일이다. “지난 과거를 후회할 때가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는 그게 최선이고 최상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차피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배우는 최상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우연히 하게 된 일이지만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조은숙은 배우가 되어 지금처럼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것 같다.
“중년의 시기에 힘들고 외롭고 헛헛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벌써 이렇게 살아왔나 싶고, 지나간 세월이 너무 아쉬울 테니까요. 후회되는 순간도 많겠죠.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최선이고 최상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나간 날은 돌아오지 않아요.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 중년 여러분, 늘 응원합니다!”
지난해 국내 척추∙관절 질환자는 각각 1131만 명, 736만 명. 앞으로 환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생한방병원이 척추∙관절 질환자들의 애환을 노래로 승화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생의료재단은 ‘2023 전국자생노래자랑’을 개최하고 지원자들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31일 밝혔다.
2023 전국자생노래자랑은 ‘노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슬로건 아래 척추∙관절 질환에 대한 각자의 속깊은 이야기들을 노래를 통해 공감하고 극복해 나가기 위한 취지로 준비했다. 참가 대상은 척추∙관절 질환과 관련된 본인, 가족, 지인 등의 사연이 있는 사람으로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선곡도 괴로울 때 용기를 북돋아주거나 통증을 잊게 해주는 등 ‘약(藥)이 됐던 노래’라면 모두 가능하다.
대회는 예선, 본선, 결선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예선 신청은 내달 24일까지며 한 팀당 구성원 수에 제한은 없다. 지원 방법은 자생한방병원 공식 홈페이지 팝업 창에 접속해 지원자가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린 후 사연과 함께 지원서를 작성하면 된다. 예선에서는 가창력, 열정, 사연의 특수성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인 심사를 거쳐 전체 참가팀 가운데 총 21개 팀이 선발될 예정이다.
예선을 통과한 팀들은 지역에 따라 전국 21개 자생한방병원∙자생한의원 가운데 한 곳의 대표로 본선에 출전하게 되고 각 병∙의원에서 보약 처방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한다. 본선은 오는 10월 6일에서 17일까지 유튜브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진행되며 이 중 10개 팀이 결선에 진출한다.
11월 중 열리는 결선은 참가팀들의 실제 라이브 무대로 진행된다. 자생한방병원 홍보대사인 방송인 김신영이 직접 사회자로 나서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최종 3개 팀이 현장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상패와 함께 스마트 TV, 양문형 냉장고, 최신 스마트폰 등의 경품이 제공된다. 또한 노래 경연과 더불어 척추∙관절 스트레칭 등 건강 강좌도 마련될 계획이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실제로 노래는 도파민 등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킬 뿐만 아니라 혈류를 개선시키는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통증과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한다”며 “올해 전국자생노래자랑이 전 국민의 척추∙관절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 자식은 취업이 안 돼 애가 타는데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둥, 의사 며느리를 봤다는 둥 묻지도 않은 자기 새끼 자랑하는 동창 녀석이 나를 욱하게 한다. 심지어 자랑질하면서 술값도 밥값도 안 내니 더욱 욱한다.
좋은 대학 졸업시켜놨더니 일할 궁리는 안 하고 독립은커녕 내 연금 타 먹으며 같이 살겠다는 딸이 나를 욱하게 한다.
‘삼식이’ 노릇도 징글징글한데 비만 오면 술 한잔 걸칠 생각에 부침개 부치라고 독촉하는 남편이 나를 욱하게 한다.
육십 평생 뼈 빠지게 일하고 은퇴했더니 내가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처자식이 나를 욱하게 한다.
내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친구가 나를 욱하게 한다. 무시당한 것 같아 속에서 천불이 난다.
화장실 휴지가 떨어졌는데 다음 사람 생각도 안 하고 근처에 있는 새 휴지 갈아 끼우지 않고 나간 앞사람이 나를 욱하게 한다.
안톤 슈낙(Anton Schnack, 1892~ 1973)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을 썼다면, 필자는 ‘우리를 욱하게 하는 것들’을 씁니다.
인디언 추장 이야기
옛날 어느 인디언 추장이 손주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 마음 안에는 두 마리 늑대가 살고 있단다. 한 마리는 하얀 늑대로 용기, 희망, 자신감, 신념, 확신 등을 먹고살지. 또 한 마리는 까만 늑대로 분노, 좌절, 공포, 짜증 등을 먹고살아.”
그러자 어린 손주는 “그럼 두 늑대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추장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긴단다.”
툭하면 욱하는 사람들
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고 화내는 이놈의 성질머리를 고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냐는 75세 사례자 질문에,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성질 고치지 말고 그냥 살라고 답변합니다. 그래도 꼭 고치고 싶다는 애원에 스님은 주저하다 비방 두 가지를 알려줍니다. 하나는 바로 전기충격기를 사서 욱하고 화가 치밀어오를 때마다 몸에 갖다 대는 것입니다. 죽었다 깨어나지 않으면 그 오랜 습관 고치지 못한다고 하면서요. 다른 한 가지는 화가 날 때마다 3000번 절을 하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왜 화가 날까요 : 기대와 영역 그리고 비교
화는 보통 상식을 넘어선 말이나 행동, 경우에 맞지 않은 행위를 할 때 일어납니다.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를 하지 않았을 때도 화가 솟구칩니다. 그렇다면 상식이나 경우, 도리는 누구의 기준일까요? 사람마다 시대마다 상황마다 기준이 달라 갈등이 생기고 화가 납니다. 내 기준과 기대치를 상대가 충족하지 못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해주지 않을 때 우리는 욱하고, 화내고, 분노합니다. 상대에게 묻지도 않고 나 혼자 세워놓은 기준과 기대를 요구합니다. 또 자신은 바꾸기 싫으면서 상대만 바꾸려고 합니다. 내 영역만 소중하고 상대 영역은 무단침입하려 합니다. 친구와 친척, 이웃과 비교하고 저울질당할 때도 욱합니다.
화(火)의 실체
화는 실체가 있을까요? 화는 실체가 따로 없다고 합니다. 도로에서 앞차가 신호 없이 끼어들 때 어떤 사람은 차를 세워 몽둥이로 상대 운전자를 때리거나 차량을 부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많이 급한가 보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똑같은 상황, 똑같은 사람, 똑같은 말인데 누구는 격분하고, 누구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냥 넘깁니다.
화는 오로지 내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말은 내가 화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화가 났을 때 화내지 않고 꾹 참는 것은 좋은 것일까요? 가족이나 친구, 곁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화를 참는 것은 화를 내는 것과 똑같은 에너지, 그 독기(毒氣)와 살기(殺氣)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가 언젠가는 남에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기보다 잘 달래야 합니다.
객기(客氣)와 정기(精氣)
화는 주인이 아닙니다. 내가 반쯤 미쳐 있는 상태입니다. 제정신이 아니란 말입니다. 화는 손님, 객식구입니다. 손님은 잘 대접하고 고이 보내야 하듯 ‘객기’(客氣)인 화도 잘 달래고 풀어줘서 보내야 합니다. 손님을 보내고 ‘정기’(精氣)인 나 자신으로 돌아와 주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화는 캔에 든 콜라와 같습니다. 당장의 조갈(燥渴)은 해소하겠지만 좀 있으면 또 목이 마릅니다. 쏟으면 얼룩이 지고 흔들면 폭발합니다. 정기는 맑은 물과 같습니다. 갈증 해소는 물론 쏟아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할 때 오히려 우리는 마음의 주인이 아니라 화의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화가 나의 주인 행세를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을까요.
울화병에 대한 ‘동의보감’ 처방전
욱하고 성내고 화내는 게 잦고 깊어지면 화병(火病)이 되기 쉽습니다. 한의학에서 울화병(鬱火病)으로 불리는 화병은 ‘Hwa-byung’이라는 병명으로 등재될 만큼 공식적인 용어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잡병(雜病)편 화문(火門)에 ‘화를 조절하는 방법’(制火有方)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을 기르라고 강조한 것은, 화가 함부로 동하고 날뛰는 것을 막는 근본적인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화가 동하는 것은 마음에 그 원인이 있기에 마음을 안정하는 것이 바로 화라는 불길을 끄는 방책이라는 것입니다. 화 일기 쓰기로 그 어렵다는 마음을 다스려볼까요.
화 일기 1
저는 이혼하고 혼자가 된 뒤 오빠 집에 같이 사는데 친정엄마가 밤 10시에 시작하는 ‘미스터 트롯’을 보시는 거예요. 조카들 숙제하고 독서하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올케언니 눈치가 보여서 화가 났어요. 아이들이 실제 공부하는 시간대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버럭 화가 치밀어 엄마한테 막 해댔어요.
저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엄마의 여가와 즐거움에 대해 인정도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드라마 보는 것은 죄악이고 성경 읽기만 바람직한 행위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를 통해서든 대중가요를 통해서든 종교적 깨달음을 통해서든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또 내가 엄마 인생에 개입해왔네요. 함부로 단죄하고 평가하기를 일삼고 엄마만의 즐거움에 대해 무시하고 모른 체하면서요.
엄마의 사생활과 삶의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 기준으로 엄마의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판단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올케 눈치라는 핑곗거리를 내세울 게 아니라 엄마는 엄마대로, 조카는 조카대로 지켜보며 간섭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몇 년 전 필자가 분노 조절 수업에서 같이 나누었던 사례입니다. 화 일기를 쓰면서 화난 자신을 바라보고, 왜 화가 났을까 스스로 분석하다 보면 나와 상대방을 조금은 더 이해하고 인정하게 됩니다. 마치 유체이탈(遺體離脫)하듯이 내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셈입니다. 또 다른 화 일기를 볼까요.
화 일기 2
많이 베풀어도 고마움을 모르는 시동생과 동서 때문에 화가 납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분노가 치밀까 생각해봤습니다.
‘난 왜 꼭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하지. 내가 뭔가 대가나 보상을 바란 것은 아닐까. 시동생네 살아가는 모습과 내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괴로워하는구나.’
지금 형편이 많이 여유로워졌는데도 나는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못하는 반면, 시동생네와 시어머니는 내가 베푼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것 같아 못마땅해하고 있었네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내가 간섭할 영역이 아닌데 자꾸 내 잣대로만 평가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해서 베풀었으면서도 고맙다는 말이나 보상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사례는 실제 우리 주변에서 비근하게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다행히 당사자는 화가 났다는 것을 얼른 알아차렸고,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봄으로써 시댁 식구들을 이해하게 된 거죠.
국수 삶기에서 배우는 분노 조절
분노, 화는 글자 그대로 불같은 감정입니다. 불이 타는 듯, 폭발할 듯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분노 조절에는 두 가지 등급, 고수와 중수의 처방이 있습니다. 국수 삶을 때 물이 끓어 넘치면 어떻게 하나요? 바로 옆에 둔 찬물을 한 사발 붓습니다. 그것도 잠시, 금방 또 끓어오릅니다. 다시 찬물을 붓고 이렇게 세 번쯤은 해야 국수가 쫄깃하니 맛나게 삶아집니다. 내 안의 화도 같지 않을까요. 나만의 찬물이 필요합니다. 심호흡, 1부터 10까지 세기, 산책, 무엇이든 좋습니다.
찬물 처방이 중수라면 끓어 넘치지 않게 국수를 삶는 사람이 바로 고수입니다. 찬물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크고 깊고 넓은 그릇만 있으면 됩니다. 필자가 직접 실험해봤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찬물 없이도 내 마음 그릇을 키우면 화를 줄이고 분노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분노 조절의 최종 목표
해와 달은 서로를 비교하는 법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시간대에서 빛날 뿐입니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제 노릇만 그저 할 뿐 비난하거나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교하지 않고, 지나치게 기대하지 않고,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화가 훨씬 덜 납니다. 나아가 상대를 대할 때 거리낌이 없고 거스름이 없고 막힘이 없는 상태, 화를 안 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 화가 안 나는 단계가 분노 조절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하나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게 안정과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같이 해보실까요.
▶ “그렇겠네”, “그랬구나” 맞장구치면서 있는 그대로 들어줍니다.
▶ “그러니까 내 말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합니다.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말 끊지 않고 궁금해하며 충분히 말하게 합니다.
“성냄은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화해야 하는 것이다.”
- 토머스 애덤스
“분노에 집착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숯을 움켜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석가모니
●Exhibition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일정 10월 12일까지 장소 스페이스K 서울
SF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들고,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Zadie Xa)의 국내 첫 개인전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어린 시절 한국인 어머니가 들려준 전래동화를 통해 한국의 샤머니즘에 흥미를 느꼈고, 마고할미나 바리공주 등 설화 속 인물, 구미호 같은 요괴 캐릭터를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세계가 담긴 작품 33점을 만날 수 있다.제이디 차의 작품에는 여성, 그중에서도 할머니가 자주 등장한다. 뭇 남성을 홀리는 존재로 통하는 구미호마저 할머니다. 작가에게 할머니는 지혜와 통찰을 겸비한 존재다. 더불어 마고할미는 우주 만물을 창조한 신이고, 삼신할매는 인간의 탄생에 관여하는 신이다. 다양한 반인반수 캐릭터도 작품 속에 많이 나온다. 인간과 여우, 까마귀, 갈매기 등 동물의 모습이 교차된다. 이는 서로 다른 종에 대한 존중과 연대의 의미를 강조한다.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일정 9월 6일까지
장소 문화역서울284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세기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다. 감성 디자인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 30점을 만날 수 있다. 그를 대표하는 프로젝트인 중국 상하이엑스포의 ‘UK 파빌리온’,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영국 런던 ‘2층 버스’와 서울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 ‘사운드스케이프’ 등이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또한 드로잉과 스케치 노트부터 실제 제작된 3D 프린트와 시제품들이 함께한다. 더욱이 이번 전시는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로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Stage
◇레베카
일정 8월 19일~11월 19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류정한, 민영기, 에녹, 테이, 신영숙, 옥주현, 리사, 장은아, 김보경, 이지혜, 이지수, 웬디 등
뮤지컬 ‘레베카’가 10주년 공연을 한다.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과 앨프레드 히치콕 영화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맨덜리 저택에 얽힌 비밀을 그린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을 올렸고, 2019년 여섯 번째 시즌까지 누적 관람객 95만명을 기록한 메가 스테디셀러다.
10주년 공연답게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초연 이후 전 시즌에 출연한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은 이번에도 함께하며 명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레베카’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인물 옥주현 또한 댄버스 부인 역을 연기한다. 레드벨벳 웬디는 나(I) 캐릭터를 연기하며 뮤지컬에 첫 도전한다.
◇프리다
일정 8월 1일~10월 15일
장소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연출 추정화
출연 김소향, 알리, 김히어라, 전수미, 리사, 스테파니, 임정희 등
서양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풀어낸 쇼 뮤지컬 ‘프리다’는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극은 프리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삶을 짓누르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환희로 가득한 인생을 살았던 프리다의 이야기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초연에서 ‘프리다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은 김소향과 함께 가수 알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인기를 끈 김히어라가 프리다 역할을 맡는다.
◇곤 투모로우
일정 8월 10일 ~ 10월 22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이수인
출연 강필석, 최재웅, 고훈정, 조형균, 김재범, 신성민, 백형훈, 윤소호 등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갑신정변이라는 근대 개혁운동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의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다. 갑신정변부터 한일합병까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순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는 관객에게 가슴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1년 반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가운데 ‘김옥균’, ‘한정훈’, ‘고종’ 등 주요 인물들과 조연 역할에 초・재연을 함께했던 출연진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하면서 더욱 뜨거워진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72홀 규모를 자랑하는 코스타 나바리노(Costa Navarino)는 유럽 최고의 골프 리조트다. 2022년 ‘투데이즈 골퍼’(Today’s Golfer)지는 이곳을 유럽 CC 중 1위, 세계 11위에 선정했다. 2022년 월드골프어워즈에서는 세계 최고의 떠오르는 골프 데스티네이션(World’s Best Emerging Golf Destination 2022)으로 코스타 나바리노를 꼽았다.
그리스는 인구 1030만 명, 면적은 13만 2000㎢로 우리의 1.3배다. 수도는 아테네이고, 화폐는 유로다. 기후는 대륙성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가 교차해 나타나며, 그리스인(98%)이 대부분이다. 언어는 그리스어를 사용한다. 종교는 그리스정교(98%), 이슬람교(1%)다. 시차는 우리나라가 6시간 빠르다. 반도인 그리스 본토는 남서쪽은 이오니아해, 남쪽은 지중해, 동쪽은 에게해가 둘러싸고 있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아테네국제공항에서 남서쪽으로 300km 지점에 위치한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서부의 그리스 메시니아 지역에 위치한 지중해의 여행지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오염되지 않은 지중해 해변 풍경을 자랑하는 이 지역은 4500년의 역사에 의해 형성되었다.
코스타 나바리노 골프 리조트는 그리스 내륙에서 몇 안 되는 골프 코스 4개를 갖춘 곳으로, 최고급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만을 경험하기 위해 그리스에 들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또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골프 매니지먼트사인 트룬골프(Troon Golf)가 컨설팅 파트너로 나서 유럽 특유의 골프 관광을 체험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곳에는 5성급 호텔과 개인용 숙박시설, 4개의 시그니처 골프 코스와 이벤트를 위한 컨벤션 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시그니처 코스는 사구 코스(The Dunes Course)와 베이 코스(The Bay Course), 국제 올림픽 아카데미 코스(The International Olympic Aca demy Golf Course), 힐스 코스(The Hills Course)로 구성된다.
베이 코스(파71, 5536m/5168m)는 리조트 타입으로 2011년 개장했으며, 카트 필수 이용 코스다. 전설적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nes Jr.)가 설계한 이 코스는 전략적인 플레이와 포지셔닝 골프에 약간 더 중점을 둔다.
베이는 올해 만다린 오리엔탈 코스타 나바리노를 맞이할 예정이다. 인근 나바리노 워터프런트 리조트에는 W 코스타 나바리노가 있다.
목가적인 배경은 산기슭을 지나 역사적인 나바리노만을 따라 이어진다. 대부분의 티는 숨 막히는 바다 전망을 제공하고, 코스는 세 개의 다른 자연경관인 시사이드, 협곡, 작은 숲을 통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억에 남는 라운드를 만들어낸다.
베이 코스의 흙막이(지하 건축의 Earth-sheltered) 클럽하우스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2000㎡ 이상의 면적을 가진 클럽하우스는 나바리노만과 울창한 메시니아 지역의 다양한 풍경을 굽어보는 베이 코스의 멋진 경치를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위치에 자리한다.
1번 홀부터 내리막의 멋진 레이아웃과 그린 뒤로 2번 홀과 이오니아해가 펼쳐지면서 시원하고 탁 트인 멋진 배경을 보여준다. 그린 스피드는 11피트에 가깝게 관리해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쉽지 않다.
2번 홀(파3, 148m/139m)은 17번 홀과 더불어 시그니처 홀이다. 오른쪽으로 이오니아해를 따라 멋진 뷰가 이어진다. 불어오는 바람이 문제. 핀의 위치에 관계없이 티 샷을 왼쪽으로 에이밍하는 전략이 필수다.
3번 홀과 4번 홀은 연속 파5 홀이다. 4번 홀 중간에 크리크를 지나 오른쪽으로 올리브나무들이 이어져,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뷰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최소 100년 이상 된 올리브나무들로 가득하다. 또한 많은 홀에서 이오니아해를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뷰가 환상적이다.
14번 홀(파4, 291m/282m)은 짧은 파4 홀이지만 티 박스 오른쪽으로 도그레그의 큰 호수가 이어지면서 착시가 일어난다. 현혹되지 말고 멀리 보이는 벙커 좌측을 에이밍해서 티 샷 하지 않으면 물속으로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17번 홀(파4, 280m/262m)은 2번 홀과 더불어 베이 코스의 시그니처 홀이다. 짧은 파4 홀이지만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거대하게 이어지는 이오니아해의 바람은 변수가 아닌 상수이기 때문이다. 페어웨이에서 5m 거리면 바닷물에 적셔볼 수 있다. 뒤로 2번 홀이 이어진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홀이다.
“저는 주인공이었던 적도, 멜로 연기를 한 적도 없어요.” 켜켜이 쌓은 필모그래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베테랑 배우 윤유선(54)의 고백이다. 주연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쉬움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일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오랜 시간 변함없이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윤유선은 사실 그만의 ‘행복한 인생’ 속 주인공이다.
일곱 살 때 영화 ‘만나야 할 사람’으로 데뷔한 윤유선은 48년간 ‘배우’라는 명함을 달고 있다. 배우로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보통의 배우들처럼 당시 윤유선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20대 때 이런 일도 겪었다. 윤유선은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발탁됐는데, 맡은 역할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런데 대본 리딩을 마친 후 다른 배우로 캐스팅이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작진은 윤유선이 역할을 소화하기에 통통하다고 생각했고, 교체를 강행했다.
윤유선은 한동안 힘들었지만, 금세 긍정적인 사고회로를 돌렸다. “그 배우가 그 역할을 정말 잘 소화했고, 나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그리고 저도 혹독한 관리를 못 한 부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후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더불어 48년의 롱런 비결에 대해 “욕심이 많지 않았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고 겸손한 발언을 했다.
“물론 욕심을 내서 일을 더 열심히 했으면 지금보다 더 잘 됐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온 힘을 쏟지 않아서 지치지 않았고, 즐기면서 일한 덕분에 지금까지 배우로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일을 오래 하는데 재미를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지금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함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저는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완벽을 기대하면서 살면 너무 힘들죠. 여러분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웃으며 살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침에 날씨가 맑고 상쾌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하.”
흑백 영화에서 OTT까지
“제가 아역 배우였을 때는 영화 촬영을 지금처럼 필름이 아닌 테이프로 하던 시절이었어요. 당연히 흑백 영화였고, 후시녹음(촬영이 끝나고 주로 성우가 대사를 녹음)을 했죠.” 예쁜 아이였던 윤유선은 이모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아역 배우 시절의 촬영 환경을 묻자 과거의 추억을 신나서 쏟아놓는다. 거의 50년, 변화무쌍한 일터를 변함없이 지킨 베테랑 배우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윤유선은 특히 2000년대, 201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MBC ‘궁’,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꼽았다. 그는 자신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었는데, 출연작을 돌아보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일단 개연성 없는 막장은 싫어해요. 그리고 어두운 범죄 스릴러 작품도 피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인 성향상 잘 만든 작품이라 하더라도 너무 어둡고 잔인하면 시청 후 며칠은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저처럼 대중예술 작품에 영향을 받는 분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가능하면 밝고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은 그동안의 작품과 결이 조금 달라 보인다. ‘사냥개들’은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유선은 “범죄물이라기보다는 액션물에 가깝고, 주인공들의 서사가 순수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배우 우도환과의 인연으로 ‘사냥개들’ 출연이 성사됐다. OCN ‘구해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우도환은 ‘사냥개들’에서 엄마 역할을 꼭 윤유선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작진에게 요청했단다. 이렇게 해서 윤유선은 ‘사냥개들’로 OTT 드라마에 진출하게 됐다. 극 중 그가 연기한 김건우(우도환 역)의 어머니는 가난한 삶 속에 아들을 키운 인물로, 아들이 악의 무리와 싸우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다.
“사전 제작 드라마이고, 또 감독님께서 영화감독이셨기 때문에 촬영 당시 영화를 찍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특히 내추럴한 모습을 원하셔서 화장을 전혀 안 하기도 했어요. 가난한 역할을 이전에도 연기했지만, 이렇게까지 화장을 안 한 적은 처음이에요. 어쨌거나 저한테도 새로운 모습에 도전한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보다 도환이가 그 추운 겨울에 액션 신을 찍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죠. 나이는 어리지만 친구 같기도 하고, 저보다 큰 어른 같기도 하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국민 엄마 그리고 진짜 남매 엄마
윤유선에게는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주연 제안이 안 들어오자 그는 하나의 돌파구로 엄마 연기를 맡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부터였으니 엄마 연기 경력만 30년이 넘었다. 주지훈, 최우식, 이종석, 김고은 등이 아들과 딸로 그를 거쳐갔다. 열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진욱과 모자(母子) 호흡을 펼친 적도 있다. 윤유선은 “결혼을 하고 진짜 엄마가 된 후 연기를 하면서 공감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JTBC ‘맏이’에서 엄마 연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헌신하고 희생하는 어머니였는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죠. MBC ‘짝패’에서는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였는데, 공감되는 포인트가 있더라고요. 사실 엄마도 사람인데 좋을 때도 있지만 실수할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 역할을 연기하면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윤유선은 실제로 어떤 엄마일까.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윤유선은 “애들이 벌써 성인이다. 육아를 거의 끝내놓고 보니 아이들한테 더 잘 해줄걸, 좀 더 시간을 보낼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많이 못 봐줬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상한 성격의 남편이 아이들과 더 잘 놀아주고 육아를 열심히 해줬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윤유선의 남편은 이성호 판사로,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했다. 윤유선과 이성호 판사는 만난 지 100일이 안 돼 결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윤유선은 “남편이 계속 자기가 나와 결혼해준 거라고 말한다”면서 “까다로울 때도, 허당스러울 때도 있는 저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더라”라고 말했다.
“제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거예요. 인내심이 많고 배려를 엄청 많이 해줘요. 직업을 생각하면 딱딱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굉장히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에요. 아이들한테도 엄청 좋은 아빠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남편과 아이들과 화목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나이 듦 두려움 없어
윤유선은 2017년 11년 만에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 출연했고, 그때부터 연극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는 연극의 매력에 대해 “아이들도 다 컸고, 무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무대의 장점은 한 작품을 오래 연습하고 고민한다는 점인 것 같다. 매체 연기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으니까 다양한 연기를 해보는 거다. 한 장르만 고집하는 것은 편식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유선은 2020년부터 연극 ‘친정 엄마와 2박 3일’로 무대를 해왔다. 엄마 역의 강부자가 직접 출연을 요청해 함께하고 있다. 1977년 TBC 드라마 ‘청실홍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케미스트리를 무대에서 자랑하고 있다. 사실 윤유선은 강부자 외에도 선배 배우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김영옥과도 각별한 사이다.
“강부자 선생님은 진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에요. 똑같은 대사인데 무대에 설 때마다 다 다른 느낌이 들어요. 선배님과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제게는 감동이에요. 김영옥 선생님은 정말 지혜로우신 분이에요. 일과 가정, 삶의 밸런스가 좋아서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또 매번 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조언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느껴요.”
윤유선은 앞으로도 연기 생활을 이어가며 선배 배우들을 닮아가고 싶다. 그는 “예전에 ‘바람은 불어도’(1995년)라는 드라마를 할 때도 ‘지팡이 짚을 때까지 연기할 거야’라고 말했었다. 이제는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다. 연기가 더 재밌어졌으니까”라고 말했다. 아역에서 성인 배우, 중년 배우로 성장의 시간을 보낸 윤유선은 새롭게 시작될 미래도 기대하고 있다.
“가끔 동안이라고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저는 열심히 늙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로서 늙는 게 두렵지 않아요. 나이에 맞는 역할과 연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50대 중반은 엄마로서, 여자로서, 성숙한 어른으로서 고민이 많은 시기 같아요. 그 나이의 고민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할 기회가 오면 좋겠죠.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넘어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선생님들한테 사랑받은 만큼 후배들한테 돌려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가리아 수도는 소피아다. 북쪽 국경의 대부분을 흐르는 도나우 강이 루마니아와 경계를 이루며, 흑해의 해안선이 동쪽 경계가 된다. 남쪽으로 그리스와 터키, 서쪽으로는 세르비아 및 마케도니아와 접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2500달러이며, 유럽연합(EU) 가입국이다. 인구는 약 670만 명, 국토 면적은 11만 1002㎢로 우리의 1.1배다. 국가 꽃은 장미로, 장미오일의 전 세계 생산량 30%를 차지한다.
겨울 평균 기온은 -1℃, 여름 평균 기온은 21℃다. 강수량은 고원지대를 제외하고 전 지역에 걸쳐 평균 530~685㎜다. 한여름 골프를 치러 오는 유럽인으로 가득하다.
골프 역사 짧지만 클럽 수준 높아
불가리아 골프장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에 처음으로 에어소피아(Air Sofia) 골프클럽이 개장했으며, 2001년 불가리아 골프협회가 창설되었다. 골프 역사가 가장 짧은 유럽 국가 중 하나다. 불가리아는 2023년 현재 6개 골프클럽에 7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OKOL 골프클럽은 2023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며, 수도 소피아 주변에 4개, 바르나(Varna) 지역에 3개가 있다.
피린 골프&컨트리클럽은 소피아공항에서 남쪽으로 160km 지점에 위치한다. 1.5㎢ 면적에 위치한 믿을 수 없는 게이트 리조트(Gated Resort)다. 2009년 유러피언골프디자인의 이안 우스남(Ian Woosnam)이 설계했으며, 5홀 파인 코스(Pine Course)는 2011년에 개장했다. 피린(Pirin), 릴라(Rila), 로도피(Rodopi)의 3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특히 산 정상의 만년설은 8월을 제외하고 11개월 내내 눈 덮인 장관을 보여준다. 유명한 스키 리조트 반스코(Bansko)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계곡에 자리한다. 2021년 월드골프어워즈가 선정한 불가리아 최고의 골프호텔, 유럽 대륙 100대 리조트 골프장으로 선정되었다.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퍼스트 클래스 숙박 시설 및 골프 코스로 일 년 내내 골프, 스키, 스파 휴가를 위한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
70개 객실의 부티크 5성급 호텔, 편안한 아파트 단지 및 개인용 고급 샬레가 있다. 또한 20개 이상의 테마 레스토랑, 슈퍼마켓, 바, 상점, 5500㎡의 웰니스 센터, 스포츠 센터, 7개의 수영장, 골프 아카데미가 있는 복합 시설이다. 불가리아 최고의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필자는 70개 객실이 있는 부티크 호텔에서 4박을 했으며, 지하 1층에는 스파가 있어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었다.
멋진 피린 산맥의 우뚝 솟은 등줄기를 배경으로 이안 우스남 코스와 피린 파인 코스는 마케도니아 아마추어오픈을 비롯해 WAGR, 터키항공, 볼보, AUBG, BDO 등 매년 40개 이상의 대회를 개최한다.
이안 우스남 코스
이 클럽의 자랑은 라이더컵 캡틴이 설계한 뛰어난 18홀 코스다. 이 코스는 모든 레벨의 골퍼가 도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거칠고 험한 지형을 통해 모험을 떠나게 해준다. 80개의 벙커, 산의 초목, 4개의 호수와 강이 있는 이 코스는 우리네 골프 코스와도 흡사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홀에 크리크가 흐른다. 피린 산맥에서 내려오는 맑고 투명한 물은 작은 개울과 함께 크고 작은 바위와 멋진 조화를 이루면서 상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골프장과 리조트 전체를 감싸는 3개의 산 정상에 만년설이 가득한 환경은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 아닐 수 없다.
3번 홀(파3, 181/155m) 멋진 내리막 파3 홀이다. 티 박스 앞의 작은 나무들로 홀이 잘 안 보이는 블라인드 홀이며, 그린 앞에는 큰 폰드가 있어 한 클럽 길게 잡는 것이 좋다. 6번 홀 티 박스에서 뒤로 바라본 3번 홀 모습이 인상적이다.
7번 홀(파5, 510/483m) 살짝 내리막의 긴 파5 홀이다. 페어웨이를 따라 왼쪽으로 근사한 빌라들이 그린 왼쪽 앞까지 길게 펼쳐진다. 그린 100야드 앞부터 좁아지는 페어웨이와 오른쪽의 나무와 폰드가 위협적이다. 필자는 다섯 번째 라운드에서야 처음으로 파를 했다. 스트로크 인덱스 1이다.
9번 홀(파3, 172/150m) 라운드하는 3일 내내 앞바람을 안고 티 샷을 했다. 만만치 않은 거리일 뿐 아니라 티 박스 오른쪽부터 그린 오른쪽까지 이어지는 멋진 크리크가 오르막으로 펼쳐진다. 크리크에는 맑고 투명한 물, 잘 만들어진 바위와 돌, 그리고 갈대 같은 나무들이 있어 아름다운 뷰를 보여준다.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하다.
15번 홀(파3, 154/131m) 시그니처 홀이다. 티 박스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크리크가 그린 앞쪽과 왼쪽으로 큰 호수를 만드는 그림 같은 내리막 홀이다. 그린 오른쪽 벙커도 심리적으로 부담된다.
피린 파인 코스
골퍼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도전이 필요한 코스다. 소나무 숲에 위치한 5개 홀로 구성되어 있다. 홀의 번호는 1번이 아닌 5번부터 시작되어 9번으로 끝난다. 7번 홀은 짧지만 매우 독특하다. 240야드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90도 도그레그 홀이다. 만일 티 샷이 짧으면 오른쪽 큰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넘겨 그린을 공략하거나, 앞쪽으로 샷을 한 후 오른쪽으로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설계다. 본 경기에 앞서 워밍업을 하기 위한 좋은 코스이며, 연습에도 최상이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빗장이 풀리며 해외 여행을 염두에 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골프 애호가라면 동남아시아를 눈여겨 볼만하다.
인도네시아의 보석 ‘발리 내셔널 CC’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20분 거리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발리는 일 년 내내 25~30℃를 유지하며, 특히 7월부터 10월 사이 비가 내리지 않아 골프 치기에 매우 적합하다.
야생의 풍광 매력적인 ‘탄야 골프클럽’
방콕에서 접근성이 좋고, 평지형 코스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1인 1실의 프라이버시가 적용되는 최적의 숙박 조건을 갖추고 있어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캄보디아의 신성 ‘프놈펜 바타낙 골프리조트’
2022년 아시아·태평양 3위의 최고급 골프리조트로 선정된 곳. 파크랜드 타입의 코스 레이아웃으로 코코넛트리와 팜트리가 즐비하다. 동양적인 스펙터클함을 경험할 수 있다.
세계 100대 클럽 ‘더 블러프 호트램 스트립’
베트남의 유일한 세계 100대 코스로서 그 아름다움과 레이아웃이 최고 수준이다. 홀과 홀 사이에 이어지는 엄청난 듄스(Dunes)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지역 문화유산 순례기’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다양한 지역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지역N문화는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지역문화원이 함께 발굴한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서비스하는 지역문화포털입니다. 기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역N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보성 사람이 잘라 말한다. “보성군이야말로 남도 여행 1번지이지!” 볼 것도 즐길 것도 먹을 것도 기억에 남을 것도 숱하다는 얘기다. 자세한 내용이야 캐묻지 않아도 알겠다. 주마간산식으로나마 예전에 보성 땅을 훑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풍경도 풍물도 역사도 문화도 개성이 있어 오래가는 여운을 남겨준 게 아닌가. 하오의 해변에 앉아 멍 때리며 바라본 바다에 일렁이던 붉은 윤슬을 잊을 수 없다. 찰나의 잔물결에 불과한 삶의 눈부신 슬픔을 환기시켜 죽비처럼 가슴을 쳤으니. 해서 내겐 그날의 윤슬이 보성 최고의 명장면으로 새겨졌지만, 여행자의 눈과 감성을 일깨우는 이 고장의 명소는 손가락으로 일일이 꼽기가 부족할 지경으로 즐비하다. 오늘은 건축문화유산을 답사할 참이다.
보성여관을 찾아간다. 벌교읍 다운타운 중심지에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에 한국인 강활암(姜活岩)이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그 시절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형 여관이었다. 건물 7채에 방이 13개나 됐다. 요즘으로 치면 5성급 호텔? 이렇게 화려한 여관이 어떤 연유로 남도 끝자락 포구 벌교에 들어서게 됐을까?
당시 벌교는 상업과 교통의 요충이었다. 전남의 4대 도시에 들었다고 하니 기세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벌교의 번성은 일본인들의 거주와 왕래가 잦은 데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육상교통과 해상교통의 접점인 벌교의 지리적 이점을 영리하게 간파했다. 전남 내륙의 곡창에서 긁어모은 양곡을 벌교항을 통해 일본으로 운송했다. 즉 식민지 수탈기지의 한 전형이었다. 하루 20여 차례 화물선이 드나들 정도였으니 가혹한 정황이 훤히 비친다. 여하튼 벌교는 인파가 북적이는 도시였다. ‘본정통’이라 부른 신시가지가 형성됐다. 보성여관이 들어선 시대적 배경이 완연하다.
소설 ‘태백산맥’의 남도여관 그곳
보성여관은 건축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후 2012년 복원작업을 통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일본식 건물의 특징인가? 전체적으로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건물 전면을 가득 채운 유리문들과, 2층에 줄느런한 창문들이 외부의 햇빛과 거리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덕분에 오밀조밀해서 갑갑해 보일 수 있는 내부 구조에 생기가 돋는다. 주로 직선과 사각의 연쇄로 이어진 공간이라는 점도 우리의 전통 건축과 다른 걸 알 만하다. 가늘고 날렵하게 깎아 세운 사각기둥, 널빤지로 마무리한 벽면과 천장, 다다미방, 중정에 조성한 작은 정원…. 곳곳에서 일본식 작풍이 느껴진다. 독특하기론 원래의 용도대로 지금도 여전히 여관과 찻집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단순히 관람만 할 수 있는 여느 근대 건축유산과 달리 보성여관은 실제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성여관은 조정래의 밀리언셀러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조정래는 성장기 한때를 벌교에서 살았다. 벌교의 변천사와 벌교 사람의 희로애락에 밝다. 그래 ‘태백산맥’에 벌교의 지형지물과 풍속과 인물을 끌어들여 리얼하게 묘사하곤 했는데, 보성여관은 그중 한 곳이다. 거장의 소설에 출연한 보성여관의 운세는 별안간 환하게 열려 드라마틱한 상승을 하기에 이르렀다. ‘글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황홀하다’는 조정래의 치열한 문학정신까지 더듬어보게 하는 명소로 부상했으니까. 보성여관만이 아니다. 벌교읍이 통째 ‘태백산맥’의 아우라에 힘입어 활기를 띠게 됐다. 답사객들이 밀려들면서였다. 조정래의 문학 장정과 작품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이 건립되고, 덩달아 ‘태백산맥 문학기행 코스’도 마련되면서 문예적 공기마저 감도는 곳으로 변했다. 소설 한 편이,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이, 고즈넉했던 지방 소읍을 생동감 넘치는 문화지구로 바꿔놓은 셈이다.
참 아름다운 숲속의 정자, 열화정
이제 조선 고택을 만나기 위해 강골마을로 접어든다.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있다. 강골마을은 원래 바닷가 마을이었다. 마을 뒤편으로는 야트막한 산들이 펼쳐지고, 자연이 연주하는 원초적 선율에 다름 아닌 파도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던 곳이었다. 그러다 간척사업으로 바다가 저 멀리로 밀려났다. 하지만 강골마을은 여전히 수려하다. 풍수지리상 길지라고 한다. 그러니 눈 밝은 옛사람들의 정주가 필연이었겠지. 이곳엔 ‘이진래 고택’과 ‘이정래 고택’이 있다. ‘이준회 고택’도 있다. 보성 지역 사대부 가문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구현한 셋 모두 국가지정문화재다.
마을 뒷산 초록 풀숲엔 살포시 감춰진 듯 조붓한 길이 하나 있다. 섬려한 발길을 기다리는 오솔길인가? 바닥에 희고 미끈한 박석들이 깔려 있다. 이윽고 길 끝에서 열화정(悅話亭)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속에 묻혀 사는 은자처럼 평온한 정자다. 아름다워 첫눈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작은 집이다. 협착한 산골짝에 걸맞은 크기라서 조화롭다. 조선 후기 문신 이진만이 지은 정자로 앞면 4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집이다. 자연석을 쌓아 올린 기단 위에 사뿐히 올라앉은 정자다. 덤벙 주춧돌 위에 세운 둥근기둥, 누마루와 쪽마루와 툇마루, 기능성을 고려해 배치한 방들, 방과 아궁이를 연결하는 작은 쪽문 등 고수의 배합 솜씨가 능란하다.
숲은 초록 일색이다. 여름으로 가는 나무들이 토하는 저 초록빛 아우성이라니. 실바람 한 뭉텅이에도 서슴없이 설레어 몸을 흔드는 꽃들, 잎사귀들. 식물들의 희열과 자유를 이해할 만하다. 열화정 주인은 이 청산에 묻혀 나무처럼 살고 싶었나? 속세의 탐욕과 광기를 밀어내며? 세상과 절연하고 싶은 심정일 때 의지할 곳은 자연이다.
김현진 보성문화원 원장
‘막걸리 페스티벌’로 한국을 쩡쩡 울려보겠다!
보성은 예로부터 산·바다·호수를 일컫는 3경(三景)과 의향·예향·다향을 뜻하는 3보향(三寶鄕)의 고장이라 불렸다. 김현진 보성문화원 원장에게 보성의 문화에 관해 이모저모 얘기를 청해 들었다.
“먼저 바로잡고 싶은 것이 있다. ‘벌교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마라’는 말에 관해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인데, 보성 땅 벌교가 마치 주먹으로 위세를 떨치는 이들이 많은 고장인 양 엉뚱한 오해를 초래했다. 팩트는 그게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순사가 벌교장에서 아낙을 희롱하는 것을 보고 안규홍 의병장이 일본 순사를 한주먹으로 때려눕힌 사건에서 유래한 말이니까.”
보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펼친 고장이다. 보성군은 의병장 안규홍의 동상과 ‘황금주먹’ 조형물을 만들어 설치했다. 사실관계를 외부에 알려야 할 필요를 느껴서인 것 같다.
흔히 가치 있는 근대 건축유산들이 속절없이 사라지거나 망가졌다. 반면 보성여관은 원형 훼손 없이 잘 보존됐다. 그 배경이 있다면?
“보성 사람들은 일찍부터 보성여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여겼다. 심지어 개발 바람이 거셌던 새마을운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2008년 문화재청이 매입해 관리에 나섬으로써 안전한 보존 조건을 확보하게 되었다.”
지자체마다 문화원의 역할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화원의 존재감을 실감하지 못한다. 왜 그렇다고 보나?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원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단체지만 혁신에 소홀하다. 침체를 털어내고 이미지를 제고해야 하는데 잘 구현되지 않고 있다. 문화원은 지역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개발을 통해 그릇을 채워야 하는데 여전히 구습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7년째 보성문화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그간 거둔 성과를 소개한다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새롭게 디자인하고자 노력했다. 내심 전국 최고의 문화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그러자 성과가 나오더라. 다양한 문화 테마를 설정, 내실 있는 운영을 하자 주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내줬다. 보성문화원은 이미 주민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셈이다. 보성문화원을 통해 문화를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청년층의 동참도 적극적이다.”
보성군은 ‘서편제보성소리축제’로 2022년부터 2년 연속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을 받았다. 김 원장은 내년에 흥미로운 축제 하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국의 모든 막걸리와 국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막걸리 페스티벌’을 열어 ‘한국을 쩡쩡 울려보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