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유망 직업을 소개한다. 1월호에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에 대해 다뤘다. 반려견 천만 시대. 반려견과 관련된 직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애견 간식을 만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가 있다. 펫푸드 요리사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살림을 오래 한 여성 시니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직업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현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시대다. ‘가족’이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펫푸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제 펫푸드는 단순히 식사용이 아닌 헬스 케어를 위해 필요해지고 있다. 과거 사료, 통조림 위주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애호박, 토마토, 당근, 고구마 등의 재료를 넣어 영양소를 고루 갖춘 수제 간식은 건강한 먹거리로 통한다. 방부제, 합성 감미료, 색소 등 어떠한 첨가물도 안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을 보면 펫푸드가 맞나 싶게 예쁘고 다양하다. 닭고기·오리고기·연어 등의 저키(육포)를 비롯한 건조식, 황태 오리고기 말이, 고구마 닭가슴살 말이 등의 자연식이 있다. 또한 쿠키, 과자, 빵도 있고 피자, 치킨, 케이크 모양으로 재밌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건강하고 맛있는 수제 간식을 만드는 사람을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라고 부른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는 2020년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이 선정한 여성 유망 직종 20개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음식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부 경력이 있으면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주부 경력 30년 이상인 50~60대 여성 시니어에게 맞춤형 직업이다. 자식, 손주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주던 경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것.
여기에 반려동물을 키운 이력이 있다면 일에 적응하기 쉽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섭취 가능한 재료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반려동물의 필수 영양소도 잘 알고 있어야 균형 잡힌 애견 간식을 만들 수 있다. 즉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조리 능력 등의 자질이 필요하다. 미적·색채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더욱 이점으로 작용한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에 대해 알아보거나 배우고 싶다면, 교육을 들을 수 있는 창구는 많다. 한국펫영양협회에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 반려동물 베이커리 전문가, 펫푸드 지도사 1·2급 과정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수강한 후 협회에서 발행하는 민간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
평생교육원에서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서원대학교, 동의대학교 등에서 관련 교육이 진행 중이다. 보통 15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이론 및 베이커리, 자연식, 건조간식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지자체에서 교육을 진행할 때가 있으니 잘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한 예로 창원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지난 12월에 4주에 걸쳐 반려동물 수제 간식 만들기 교육을 했다.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2018년 문을 연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점 ‘장수하개’는 강남학원·강남대학교와 용인기흥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곳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제조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15명 내외의 어르신들이 직접 제조한 수제 간식을 판매한다. 소· 닭·오리고기부터 캥거루 갈비, 메추리 등 특이한 재료를 이용한 건조식품이 주요 판매 상품이다.
소셜 벤처 기업 ‘개로만족’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선정된 회사로, 60세 이상의 셰프들을 기용해 노인 문제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아름 대표는 모교 한국외대가 위치한 동대문시니어클럽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할머니 셰프들을 소개받았다. 2022년부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성북50플러스센터 등과 함께 시범 운영한다.
◇ ‘개로만족’ 김복순 셰프 “손끝 야무진 60대에게 추천해요”
개로만족은 처음 다섯 명의 셰프 할머니로 출발했다. 앞서 말한 대로 동대문시니어클럽에서 소개받은 시니어들이다. 그중에 김복순(64) 씨가 있다.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생이다. 그녀는 위생 책임자 셰프를 맡았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김복순 씨는 인생을 즐겁게 살았다. 남편과 함께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30년 넘게 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노래 교실을 다녔는데 코로나19로 못 가게 되면서 삶이 무료해졌다. 이에 일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동대문시니어클럽을 찾았다.
여러 일자리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개로만족을 선택했다. 당시 지원 조건은 ‘60세 이상, 펫푸드 요리사를 꿈꾸며 열정 있는 건강한 어르신’으로 단순했다. 김복순 씨는 “강아지를 20년 동안 키워봤고,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녀가 개를 키울 당시에는 수제 간식이 일반화됐을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펫푸드 요리사라는 직업은 생소했다.
“저는 1년 넘게 일했고 이제 근무 기간이 끝났어요. 2020년 10월부터 일했는데 12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어요. 그리고 1월은 원래 방학이라고 쉬는 기간이었고, 2월부터 12월까지 일했죠. 일주일에 두 번, 36시간 일하고 32만 5000원을 벌었어요. 일하면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고, 30만 원이 적은 돈 같아도 매달 들어오니 좋더라고요. 제가 월급쟁이가 아니었으니 월급을 처음 받아보잖아요. 월급날이 기다려지고 재밌었어요.”
직무 교육은 셰프가 된 이후 이뤄졌다. 한아름 대표가 친절하게 레시피를 알려줬고, 할머니 셰프들은 요리하면서 점점 손에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김복순 씨는 “저희가 나이가 있다 보니 한두 번 배워서는 모른다. 처음에 애를 많이 먹었다. 칠판에 레시피가 적혀 있는데 글씨가 잘 안 보이니까 사진으로 찍어 크게 확대해서 보고는 했다. 지금도 레시피 그대로 요리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대로 연륜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 할머니 셰프들의 나이는 60~70대. 주부 경력 또한 40~50년이다. 주부로서의 내공이 일하면서 곳곳에서 발휘됐다. 예를 들면 고구마를 어떻게 쪄야 더 맛있을지, 색이 예쁘게 구현될지 알고 있었고, 불이나 물 조절을 기가 막히게 했다. 그리고 좋은 재료에 맛을 더하기 위해 반죽할 때도, 빚을 때도 정성을 기울였다.
“처음에 간식을 만들 때는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떠올렸어요.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요. 처음에 무지개우유껌을 보고 얼마나 놀랐다고요. 어떻게 이렇게 예쁘냐 했죠. 간식이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지면 저도 기분이 매우 좋더라고요. 그리고 홈페이지에 좋은 후기들이 올라오면 대표님이 보여주시는데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어요.”
김복순 씨는 누구나 펫푸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면서 시니어들에게 추천했다. 특히 “나와 동년배인 60대 초중반이 하기에 좋은 일 같다. 주부 경력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고구마, 호박을 자르고 찌는 것은 주부에게 너무 쉽지 않나”면서 “손끝이 야무진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로만족은 어떤 회사?
강아지들을 위해 형형색색 예쁜 간식을 만드는 셰프들. 평균 나이는 68세다. 소셜 벤처 기업 ‘개로만족’은 ‘개(犬)와 노인(老)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뜻을 지녔다. 반면에 회사 대표 한아름 씨는 24세의 젊은이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한 대표는 손주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고, 애견 간식 사업과 연결시켰다. 그렇게 할머니가 손수 만드는 애견 간식 회사가 탄생했다. 개로만족의 시그니처는 우리나라 전통 간식인 한과 모양의 간식이다. 더욱이 모든 재료가 국산으로 최고만을 엄선했다. 거기에 할머니들의 손맛까지 더해졌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개로만족은 고품격 애견 간식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병원홍보협회가 지난 12월 28일, ‘2021년 제6차 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열고 내년도 협회를 이끌 회장·부회장·감사 등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을 알렸다. 행사는 COVID-19 대유행 상황에 따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시행됐다.
2022년 한 해 동안 협회를 이끌 제23대 회장에는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홍보팀 김휘윤 팀장이 선임됐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신대성 팀장이 부회장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국제교류팀 박미순 팀장과 서울대학교병원 홍보팀 최정식 팀장이 감사에 각각 선임됐다.
2021년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2022년도 트렌드 전망, 라이프트렌드에서 찾는 새로운 기회(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헬스케어 메타버스의 현황과 미래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김상윤 교수) ▲병원CEO PI를 고려한 홍보실전 TIP (가천대 길병원 홍보실 안명규 파트장) ▲홍보전문가의 말에 병원의 격과 결이 달라진다 (굿커뮤니케이션 박혜은 대표)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정기총회에서는 2021년도 올해의 홍보인 상과 더불어 사보 및 콘텐츠 대상, 그리고 공로상 시상식이 있었다. 올해의 홍보인 상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홍보팀 이미종 팀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인제대학교 백병원이 발행하는 '인제대학교 백병원보'가 올해의 사보 대상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홍보팀의 영상물이 올해의 콘텐츠 대상을 각각 받았다.
한 해 동안 협회발전에 크게 공헌한 회원에게 주어지는 공로상 주인공으로 명지병원 대외협력실 안광용 실장과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홍보팀 고혜선 과장이 선정됐다.
이날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휘윤 홍보팀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쉽게 물러나지 않은 상황 협회를 대표하게 되어 더욱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 협회가 병원 홍보인들의 업무 역량을 확충해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움을 추구해가는 ‘발전의 장’, 같은 영역에서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는 회원끼리 서로 즐겁게 교류하며 필요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매장이 열리면 바로 달려간다는 의미의 오픈런(Open Run) 현상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전 세대에 퍼지고 있다. 이들은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 개장 전부터 문 앞에서 밤을 새우고, 몇 시간씩 줄을 선다. 명품, 디저트, 컵 등 종류도 다양하다. 클릭 한 번에 제품이 집 앞까지 배송되는 시대에 왜 이토록 특정 제품에 열광하는 걸까?
결제하기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다음 날 원하는 물건이 집 앞으로 온다. 심지어 빠른 배송을 강조하는 유통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긴 덕에 ‘분 단위’ 배송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제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보다 더 빨리도 가능하다. 심지어 1시간 안에도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이토록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최근 ‘오픈런’ 현상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오픈런은 말 그대로 매장이 오픈(open)하면, 바로 달려가야(Run)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백화점 앞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개장을 기다리는 쇼핑객 행렬이 백화점 외벽을 따라 늘어선다. 올해 들어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며 더 비싸지기 전에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의 매수 심리를 부추겨서다.
시간, 장소, 종류 가리지 않아
오픈런 현상은 명품 브랜드를 넘어 다회용 컵, 디저트 등 종류를 불문하고 일어난다. 지난 9월 스타벅스가 단 하루, 음료를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컵에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에 고객들이 개점 전부터 대기하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매장에서는 꼼수를 써서 한 번에 많은 양의 커피를 사는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상품은 조기 매진됐고, 음료 주문 시 무료로 제공되는 컵이지만 개당 2500~3000원 수준으로 중고매장에서 거래됐다.
‘핫’하고 ‘힙’하다는 장소들은 점점 접근조차 어려워진다. 11월 13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명 도넛 가게 앞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20·30대로 보이는 이들은 빵을 맛보려 긴 시간을 대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매장 앞에서 마주친 직원은 엄청난 인파가 익숙하다는 듯 길게 늘어선 줄을 정리하고, “거리두기 때문에 조금씩만 떨어져서 대기해주세요” 같은 말을 쉼 없이 반복했다.
직장인 박민근(27) 씨는 “오랜 시간 기다려서 뭔가 사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자친구가 서울 간 김에 사다달라고 하도 부탁해서 집에 돌아가기 전에 사러 왔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지혜(23) 씨는 “나 빼고 다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SNS에 인증샷이 넘치는 유명한 곳이라 너무 궁금해서 와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도넛 가게 이름을 검색해보면 12만 개 정도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도넛을 사는 과정부터 구매 후까지 쉴 틈 없이 사진을 찍었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SNS에 사진을 게시했다. 꿀팁이나 빠른 손, 줄 서서 기다리는 인내를 겸비해 얻은 ‘영광의 증표’인 셈이다.
득템력 인정받고 성취감 느껴
긴 시간 줄을 서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언뜻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는 줄을 서서 무언가를 얻는 행위도 하나의 놀이 문화다. 또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다. 당장 갖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게 있다면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알람까지 맞춰두며 접전을 벌여도 행복하다. 자신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되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든 찾아가는 것이다.
이 치열한 희소가치 게임은 욕망이라는 에너지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희소성 있는 물건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 얻었을 때 오는 희열감,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 타인이 그것을 부러워할 때 오는 우월감 등을 총망라한다. 실제로 물건을 획득한 이들은 SNS에 인증 사진을 게시해 과시하고, ‘득템력’(원하는 아이템을 얻는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게시물 하단에는 부러움을 표하는 댓글들이 이어진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픈런이 “남들과는 다른, 새롭고 개성 있는 아이템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MZ세대의 욕망을 잘 나타내주는 현상”이라며 “구하기 힘든 물건일수록 소유욕을 자극하고, 이를 얻었을 때 성취욕과 과시욕, 우월감이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SNS가 오픈런 과열 양상을 자극하기 좋은 플랫폼”이라며 “실제로 그다지 맛있거나 특별하지 않은 곳인데도 SNS 바람을 한번 타면 그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어 마케팅 수단으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Within the budget?” 짧은 한 문장이 갑자기 날아들었다. 영화 속 표현같이 비수 같았다. 깊숙이 새겨진 상처는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지만 제대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주변의 키득거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표현으로는 “자리까지 돌아오는 길이 멀어 보이고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평범했다면 나중에 술자리용 에피소드 정도로 여기며 초심자의 실수로 넘겼겠지만, 그의 자존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날의 기억은 그가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 되고 기업 대표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한국 위스키 대부’라 불리는 사나이, 김일주(62) 드링크인터내셔널 회장의 이야기다.
“외국인 부사장과 처음 독대하는 자리였어요. 해외파 직원의 도움까지 받은 품의서를 들고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덜덜 떨었죠. 그 짧은 한마디를 못 알아들은 것이 얼마나 창피한지…. 자리에 돌아와서는 좀 진정하고 나서 회사 못 다니겠다고 뛰쳐나왔어요. 집같이 편안했던 영업부서로 보내달라고 떼를 썼죠. 하지만 상사들의 집요한 설득 끝에 마케팅 부서에 눌러앉았는데, 결과적으로 제게 큰 도움이 됐죠.”
김일주 회장이 두산씨그램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백화양조에 입사해 베리나인골드 영업을 맡았던 그는, 1986년 패스포트의 큰 인기를 등에 업고 백화양조를 인수한 두산씨그램에서 영업직 업무를 계속했다.
최우수 영업사원의 고난
당시 두산씨그램에서는 명칭마저 생소했던 ‘마케팅’ 부서를 만들고 유학파 사원으로 채워 넣었는데, 시작은 좋지 않았다. 현장과 동떨어진 아이디어가 먹힐 리 없었고, 한국 정서와도 맞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선 ‘최우수 영업사원 김일주’를 마케팅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었고, 그때부터 그의 고난은 시작됐다.
“매일 쏘다니던 사람이 앉아만 있으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일부러 화장실도 들락거리고, 휴게실에 들러 줄담배를 피워댔죠. 그러다 적응되면서부터는 제대로 된 마케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막 시작됐던 한국생산성본부 마케팅관리사 과정을 듣기도 했고, 우리 사회가 아직 마케팅에 대한 저변이 넓지 않아, 관련 서적 저자나 대학교수를 찾아다니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야 했어요. 당시 주요 기업 중 마케팅 부서가 있던 회사가 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를 괴롭혔던 영어 역시 정복 대상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영어 학습 테이프는 있는 대로 사 모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민병철 생활영어’나 ‘잉글리시900’ 같은 것들을 닳도록 들었다. 집에 와서는 주한미군 방송인 AFKN만 틀어놓고 살았다. 아내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먼저 영어가 들리는 것이 숙제였다. 그는 “그렇게 꼬박 6년 정도 했더니 조금씩 들리더라”고 말했다.
혁신을 즐기는 그의 성향은 영업사원 시절부터 드러난다. 주류업계에서 그가 남긴 영업과 관련한 일화는 후배들에게 신화이자 교과서가 됐다.
본사 직원이 대리점이 아닌 업소를 직접 방문하고 제품을 소개하는 일도 그가 만든 문화다. 업주들 입장에선 ‘메이커’ 직원이 직접 술을 나르는 모습이 생경할 수밖에 없었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는 큰 회사 직원이라는 신분 자체가 계급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대표적인 일화는 도매상의 가능성만 보고 부도를 막아준 것이다. 보증에 필요한 금액은 3000만 원. 이 정도 금액이면 당시 강남 아파트 전세를 얻고도 중형차 한 대를 살 수 있었다. 월셋방을 살던 영업사원에게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다.
“친분 때문은 아니었어요.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에 기회만 부여받으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큰 고객으로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부도 직전에 몰렸던 그 사람은 6개월 만에 그 돈을 다 갚았어요. 그리고 그 지역에서 아직도 명성을 갖고 활동하는 도매상으로 자리 잡았어요. 지금도 안부를 물으며 만나는 사이로 지내고 있죠.”
혁신이 만들어준 수식어, ‘대부’
그에게 ‘위스키 대부’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술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양주 ‘발렌타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여러 분야에서 자유화가 이뤄졌는데 수입 양주의 유통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던 발렌타인은 김일주 회장이 브랜드 매니저를 맡으면서 날개를 달았다.
아시아에서는 생소했던 브랜드 발렌타인은 한국 내에서 급성장해, 한때 전 세계 판매량의 대부분을 한국이 차지했을 정도였다. 17년산은 75%, 21년산은 85%, 30년산은 90%가 한국에서 팔렸다. 21년산의 경우 지나치게 부담 주지 않는 접대용 선물의 표준처럼 여겨졌다. 17년산 500ml는 한국만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0년 2월 15일 진로발렌타인스라는 조인트벤처 기업이 탄생했고, 이 회사는 대표적 국산 양주 임페리얼까지 더하며 위스키 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이 회사에서 김일주 회장은 외국인 사장과 부사장을 보좌하는 마케팅 임원을 맡았다.
김 회장의 손을 통해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술로는 글렌피딕과 발베니가 있다. 2013년 외국계 회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싱글 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국내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발베니가 업계에서 인기를 얻은 과정 역시 혁신에 대한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당시 업소의 바텐더들이 위스키나 싱글 몰트에 대한 설익은 지식을 설파하는 것을 보고 그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발베니의 전설적인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함께 ‘발베니 마스터 클래스’를 만들었다. 처음엔 6명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나중에 50명 넘는 바텐더들이 참여할 정도로 업계를 주목시켰다. 발베니의 지명도와 인기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갔다.
“사람 얻어야 세상 얻어”
김일주 회장이 진로발렌타인스 마케팅 임원으로 자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 회의에서 고성이 오갔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놓고 벌어진 대립이었다. 영어 욕설까지 난무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데이비드 루카스와 견해차가 있어 거친 공방을 벌였다. 주제는 술의 입구에 장착해 혼입을 막는 장치 ‘키퍼’의 도입에 관한 것. 김 회장은 당시 가짜 양주가 판치던 주류업계의 악습을 깨고 임페리얼을 국내 1위로 올려놓기 위해 이 키퍼의 도입을 주장했고, 루카스 부사장은 비용을 이유로 반대했다. 일정 수량 이상의 판매량이 보장되어야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였으니까 강하게 밀어붙였어요. 사장님은 결국 제 손을 들어주었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얼마 안 가 벌어졌어요. 사장님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데이비드 루카스가 사장이 되었죠. 견원지간처럼 싸움을 벌였던 사이라 ‘회사를 나가야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제게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변하면 나와 일을 하겠느냐’고 말이죠. 몇 가지 조언을 했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알았으니 네 말대로 당장 고객을 만나러 가자’고 하더군요. 그날로 저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녔고, 주류업계에서 푸른 눈의 영업사원은 유명세를 갖게 됐어요. 제가 루카스 사장을 존경하게 된 계기죠.”
루카스 사장과의 인연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김 회장이 설립한 드링크인터내셔널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바탕에 있고, 현 루카스 고문의 국제적인 감각은 신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또 다른 사례로 윤다훈 부회장이 있다. ‘세친구’의 주인공, 그 탤런트 윤다훈이 맞다. 현재는 드링크인터내셔널의 상근 부회장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별도 소속사가 있지만,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회사로 출근한다. 김 회장과 그의 인연은 벌써 30년이 넘었다.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났죠. 당시는 무명 배우여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을 때였습니다. 단역이라도 맡게 되면 술자리에서 대사를 하며 연습한 연기를 보여줬는데, 그 열정을 보고 언젠가는 대성할 거라 생각했죠. 윤 부회장에게 감탄한 것은 스타가 되고 나서였습니다. 술자리에서 술값 계산을 못 하게 하니 종업원 한명 한명에게 봉투에 용돈을 주고 가더라고요. 그런 겸손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다른 연예인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어요. 그 인성에 반해서 지금은 제가 놓지 않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손해 보듯 살자’는 구절을 가훈처럼 여긴다. 스스로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대하면 화낼 일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갑자기 청첩장을 전해도 시간 손해, 돈 손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응하는 식이다. 물질적 손해보다는 사람을 아끼는 데 노력한다는 그의 철학은 그가 거쳐온 인생의 주요 기점마다 빛을 발했다.
“사람에 대해 노력하면 주변인들의 중심에 서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소한 손해가 선한 영향력으로 되돌아오는 거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의 상품 판매가 급감했을 때도 이러한 태도는 리더십이 됐다. 회사 내부에서 인원 감축이나 임금 삭감 등의 대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그는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충성심과 팀워크를 다지는 계기로 만들었다. 김 회장의 이런 태도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통해 회사의 판로가 열리자마자 직원을 열성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그는 인생을 통해 얻은 경험들을 최근 한 편의 글로 정리했다.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것이다.
“며느리가 손주 돌잔치 때 편지를 써서 읽어주시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지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을 정리하고 나니까 제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정작 행사에서 낭독할 때는 눈물이 나서 혼났죠.(웃음)”
손주에게 전하는 건강의 중요성, 손해가 주는 기쁨, 노력의 필요성, 가족에 대한 사랑, 사내가 가져야 할 의리 등을 담은 글은 병풍으로 만들어져 집 안을 장식하고 있다. 손주에 대한 사랑을 담은 ‘가보’가 된 셈이다. 손주가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읽을 수 있도록 하고픈 김 회장의 사랑이 담겨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승부수 ‘골든블랑’
그는 현재 또 다른 혁신을 준비 중이다. 바로 정통 샴페인 ‘골든블랑’이 그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업계는 빠르게 변화했다. 혼술과 홈술이 늘면서 위스키 판매량은 줄고 와인이 대세가 됐다. MZ세대의 입맛은 가볍고 부담 적은 술을 원했다. 드링크인터내셔널도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남들처럼 적당한 제품을 수입해 적당히 판매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정통 샴페인이다.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행정구역처럼 아주 명확히 관리하죠. 그 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크레망이라 부르는데, 크레망을 만들 수 있는 지역도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히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한국의 브랜드로 제조하고 싶었죠. 그래서 프랑스 볼레로 샴페인 하우스와 계약을 맺고, 프랑스 샴페인협회의 공식 라이선스를 얻어 골든블랑을 탄생시켰습니다.”
럭셔리 샴페인 골든블랑은 가장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의미한다. 번쩍이는 황금색 병은 김 회장만의 컬러 마케팅 감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브랜드 뮤즈로 선택했는데,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김 회장은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되면 페가수스는 붉은색 적토마가 됩니다. 이때 함께 ‘자! 달리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라며 웃었다.
골든블랑은 그가 시장에 내놓았던 많은 제품 중 그에게 가장 특별하다. 코로나19라는 업계의 ‘전쟁통’에 낳아 기른 자식인 셈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힘든 업계 상황보다 더 힘들 국민에게 골든블랑이 위로가 되기를 기대했다.
“샴페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기쁠 때 마시는 술입니다. 지금 너무나 많은 분들이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어요. 하루빨리 대유행이 종식돼 함께 잔을 들고 축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골든블랑으로 말이죠.”
이번 주말이 지나면 10월도 끝난다. 10월의 상징적인 이미지 때문일까. 이제 진짜 겨울이 찾아올 것만 같다. 그리고 더 추워지기 전에 주말 나들이를 즐기고 싶은 시니어들도 많을 터. 그런 시니어들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준비했다.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며 힐링할 수 있는 전시회 세 곳을 추천해 본다.
월출산 국화전시회
국화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국화꽃 향기를 맡으면 심신의 안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월출산 국화전시회'가 전남 영암군의 기찬랜드와 도기박물관, 도갑사, 삼호 한마음회관, 영암군청 등 5개소에서 오는 11월 14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취소된 '월출산 국화축제'를 대신하는 전시회다. 도기박물관에는 시유도기와 왕인문이 전시된다. 아이들이 방문을 많이 하는 삼호 한마음회관에서는 미니언즈, 펭수 등 다양한 캐릭터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월출산기찬랜드는 구름다리 조형물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야심 차게 준비된 작품이다. 건물 3층 높이로 각별한 관리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아쉽게도 사람의 출입은 통제된다.
내 이름 쓸 수 이따
논산시 한글대학 어르신들의 시화 작품 전시회 '내 이름 쓸 수 이따'가 오는 11월 5일까지 KT&G 대치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416, 1층 로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한글날을 맞아 논산시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KT&G 상상마당이 손잡고 추진한 행사다.
'내 이름 쓸 수 이따'는 지난해 책으로 먼저 나왔으며, 엄마가 생각나는 따뜻한 도서로 주목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한 시화 작품과 시낭송 오디오 클립, 인터뷰 영상 등을 함께 전시해 눈과 귀로 동시에 느끼는 감동을 더한다.
한글을 배우는 것이 평생의 한이었던 어르신들의 유쾌하고 진솔하게 쓰여진 시와 그림은 울림을 준다. 또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감동과 희망을 느끼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인두 : 한국적 공간추상의 기수
이름이 독특한 하인두(1930~1989)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추상화가이다. 그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웅갤러리, 갤러리라온에서 동시에 전시를 열었다. 웅갤러리에는 캔버스 회화, 갤러리라온에는 드로잉 중심의 종이 작품을 걸었다.
하인두는 김창렬·박서보 등과 추상표현주의 화가이지만, 독자 노선을 걸었다. 한국 전통의 형상성이나 불교사상에서 도출된 개념을 재구성하는 비정형의 추상을 선보이며 한국적인 추상화를 실현했다.
하인두 작품의 특징은 불교의 단청과 만다라의 조형성을 합체하고, 서구 종교의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색채 평면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거쳤다는 점이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만다라', '무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 6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지난달 나는 아내와 재결합했다. 20년 만이다. 지금 내 나이는 70, 긴 외도 끝에 이른바 조강지처의 치마폭으로 ‘기어들었다’. 나는 서울의 명문 치대를 나와 강남에 치과를 개업하고 큰 기복 없이 순탄하게 운영하고 있다. 당시 강남은 지금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선견지명으로 일찌감치 터를 잘 잡았다. 병원에 간호사도 여럿 두었는데 그중 하나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우리 병원의 수간호사 격이라 나이도 제법 있어, 나와는 고작 열 살 남짓 차이 났다. 집이 가난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간호조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 바닥에서는 베테랑에 속했다.
그녀는 40 즈음에, 그러니까 내가 쉰 살 되던 해 우리 병원에 들어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위 말하는 나의 오피스와이프가 되어주었다. 치과 업무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나의 일과 나의 삶을 동시에 이해한다는 의미였다. 나의 꿈과 나의 좌절을 공감하며 위로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내한테서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더구나 어린 나이에 사회와 부딪히며 나름 내공을 쌓은 덕에 타인에 대한 이해심도 깊었다. 무엇보다 영리하고 야무졌다. 급기야 나는 그녀와 딴살림을 차렸다. 이혼은 하지 않았다. 아내가 원하지 않기도 했지만 그까짓 절차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와 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내겐 더 바랄 것이 없었으니까. 그럼 아내는? 아내는 사랑하지 않았냐고? 아내는 아내고 그녀는 그녀였다.
뻔뻔하다고 나를 욕해도 하는 수 없다. 나도 안다. 나는 욕을 먹어도 싸다. 단순한 바람으로 그쳤다면 차라리 덜 욕을 먹었으려나. 하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함께 살수록 뒤늦게 참사랑이 찾아온 거란 믿음이 솟았고, 그녀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랬던 그녀와 헤어진 후 돌이켜보면 아내와 정식으로 이혼신고를 하고, 그녀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그러면 적어도 쪽박은 차지 않았을 테니까. 정식 부부였다면 뭐라도 공동 명의로 남은 게 있었을 테니.
무슨 소리냐고? 그녀는 함께 살던 아파트와 내 전 재산을 독차지한 후 나를 내쫓았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그녀 명의로 아파트를 사줬고, 집을 나온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녀의 아파트였지만 사는 동안은 ‘우리의’ 아파트였던 셈인데, 헤어진 마당에는 엄연히 ‘그녀의’ 아파트란 사실에 나는 치를 떨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치과 수입을 그녀가 관리하는 일도 나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 살림을 하는데 여자가, 더구나 야무진 그녀가 돈 관리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녀는 재테크에도 제법 소질이 있어서 적절한 투자로 돈을 불려나가는 재주도 있었으니까. 20년간 아내에게 보내는 생활비를 빼놓고는 내 돈도 그녀 돈이요, 그녀 돈도 그녀 돈인 줄 진정 난 몰랐다. 그렇게 나는 그녀와의 20년 생활을 청산하면서 몸뚱이만 남게 된 것이다.
헤어진 후 내 수중에는 생활비를 넣고 빼고 하던 허드레 통장 하나뿐. 잔고라곤 겨우 이삼백만 원. 그 통장과 옷가지만 들려서 나더러 나가라고 했다. 법에 호소하여 찾아올 돈이라곤 전혀 없었다. 실상 나는 돈보다 그녀와 헤어지게 된 것이 더 충격이었기 때문에 재산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왜 쫓겨났냐고? 나도 그걸 모르겠다. 20년을 함께 살았으면 부부와 다를 바 없건만, 지난 20년 동안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나와 살았던 것일까.
그 길로 아내를 찾아갔고, 아내는 나를 흔쾌히 받아주었다. 나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병원과 아내의 집, 아니 이젠 내 집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아내와 나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는다. 아내가 지난 이야기를 꺼내며 바가지를 긁지도 않는다. 언제 폭탄이 터질지 조마조마하지만 겉으로는 평온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20년 만에 아내와 재결합한 사연이다.
한 달 전 나는 남편과 재결합했다. 내 나이 68세, 남편이 집을 나간 지 20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나갈 때처럼 올 때도 빈 몸, 빈 손으로. 남편을 선뜻 받아준 나를 주위에서는 등신이라고 했다. 등신 중에서도 상등신이라고 했다. 지난 세월 그 고생을 한 것이 억울하지도 않냐면서.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그 인간을 받아줬냐는 거다. 안 할 말로 멀쩡하게 함께 살던 남편도 나이 드니 귀찮아서 떼놓을 궁리를 하는 판에. 혹시 데려다놓고 복수하려는 거냐고까지 했다. 혹자는 남편이 그렇게 좋냐며, 그렇게 사랑했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살았냐고 진심으로 물었다. 사랑? 솔직히 그건 모르겠다. 남편을 사랑해서 받아준 거냐고 묻는다면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할 수밖에.
소설가 이외수의 아내 전영자 씨가 몇 년 전 졸혼했다가 뇌출혈로 투병 중인 남편을 돌보기 위해 최근에 다시 합쳤다지만, 내 남편은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졸혼으로 따진다면 우리 부부는 이미 20년 전에 남남이 되었지 않나. 그런 사이에 무슨 새삼스럽게 사랑 타령…. 그럼 돈 때문이냐고? 나이 70에 손 떨려서 앞으로 얼마나 진료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며, 게다가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났을 테니 환자인들 제대로 올까.
이쯤 되면 내 행동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다. 아비투스라는 게 있다.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의 천성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내가 속한 계층,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즐겨 하는 일 등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를 일컫는다. 즉 남편을 받아들인 것은 나의 내면화된 천성에 기인한 품위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아가 20년을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이 결국 헤어진 것 또한 아비투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천성과 그 여자의 바탕이 다름에서 온. 걸레를 아무리 깨끗이 빨아도 행주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결국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리라.
즉 내가 남편을 받아들인 건 그를 끔찍이 사랑해서도, 나의 현실에 부족함이 있어서도 아니다. 눈물도 말라버린 그 수많은 날들이 곰삭아 이제 독립과 자유로 보상을 얻게 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그를 위해 밥상을 차리고 속옷을 빨아주는 게 난들 즐거우랴. 아니 그런 것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 무엇보다 나의 내면화된 선비 기질과 인격이 질척함이나 천박함과 함께 뒹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재결합은 나의 높은 자존감의 선택이다.
중년에 떠난 남편이 초로의 노인이 되어 내 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코 고는 소리만큼은 그대로다. 부부로 이 남자와 남은 시간을 잘 살아내느냐 마느냐는 나 하기에 달렸다. 나의 아비투스를 신뢰하며!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이제 디지털에 무능하면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보는 시대다. 키오스크 주문 방식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의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한참을 기다려 수수료까지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반대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식당에서 무인 기기(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매장에서 상주하는 직원을 아예 없애거나 혼잡 시간대엔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타임’을 운영하기도 해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노인들에게는 디지털 세상의 진입 장벽이 높게만 느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 가운데 여건은 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발적 비 이용’이 72.5%, 나머지 ‘비자발적 비 이용’에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했다. 체험존에서는 음식 주문, 티켓 발매, 증명서 발급 등을 연습해볼 수 있다. 스스로 체험이 어려운 노인들은 설치된 기관의 사회복지사, 디지털 강사가 직접 돕는다. 체험존 위치는 스마트폰, PC로 네이버에 접속해 ‘스마트 서울맵’을 치고,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시 생활지도→키오스크 체험존’을 차례로 눌러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서울시 디지털포용팀에 문의해도 된다.
서초구에서 개발한 앱인 ‘서초톡톡C'를 활용해 집에서 연습할 수도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서초톡톡C를 검색해 무료로 다운로드한 다음 무인민원발급기, 패스트푸드, 고속버스, ATM기, KTX 발권, 병원 등 상황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서초구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힘든 경우가 많다”며 “인기가 좋은 강좌는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 수업”이라고 밝혔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는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이 가장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강동구 등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지난해 말 AI 로봇 ‘리쿠’를 도입했다. 리쿠는 노인들에게 터치나 스크롤 같은 기본적인 작동법은 물론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검색하거나 사진을 전송하고 메시지 알람을 끄는 방법도 알려준다. 리쿠는 단순한 음성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감정, 성향을 학습해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술을 탑재했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하고,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배움터’에는 디지털 소외와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강좌가 준비돼있다. 노인들이 집 가까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온라인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강좌 내용, 일시,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 편집자주 - 이 기사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노출되지 않도록 구성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오징어 게임을 다루고 있어 스포일러가 간접적으로라도 노출될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 노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독자는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
최근 국내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화제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에서는 드라마에 나온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놀이에 대한 추억과 사연 등을 간직한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 단톡방 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연령층에 확산하고 있다.
올해 50대에 진입한 기자는 자라면서 오징어 게임을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이 놀이 이름이 지역마다 다소 이름이 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 커뮤니티에 오징어 이름에 대한 게시글에 많은 시니어들이 댓글을 달며 자신이 어린 시절에 놀았던 오징어 게임 이름을 알렸다. 이 댓글에 따르면 부산과 거제, 경남은 오징어 달구지, 대구는 오징어 가셍, 서울 남부(영등포, 강남 등)와 경기 남부 지역은 오징어 가이생 또는 오징어 가이상, 서울 송파와 경기 성남은 오징어 또는 오징어 이상, 서울 북부(마포, 중랑, 동대문 등)와 인천, 광주, 전라북도, 대전, 충청, 강릉은 오징어, 서울 은평과 종로는 오징어포, 울산은 오징어 돋구 또는 오징어 등 다양하게 불린 것으로 확인된다.
댓글과 다른 놀이 문화 관련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같은 동네라고 해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냐에 따라, 또 같은 동네라 해도 학교에 따라 이름을 조금씩 다르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해당 놀이가 학생들에게 퍼지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가 놀이 이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을 읽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인 시니어들이 어떤 이름으로 오징어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일부에서 오징어 게임이 일본에서 유래한 놀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근거가 미약해 국내에서 발생한 놀이로 보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는 막대기나 발을 이용해 운동장이나 공터에 오징어 모양으로 제한된 공간을 그리고 만들어 즐기는 놀이다. 한 팀에 적으면 3명 정도, 보통은 5~6명, 많으면 10명까지 편을 먹고, 한 팀은 공격, 상대 팀은 수비를 하는 형태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공격하는 팀이 한 명이라도 살아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 그 팀은 다시 공격하고, 그렇지 못하면 수비와 공격이 서로 진영을 바꿔서 다시 시작하는 놀이다.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오징어 게임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기자가 경험했던 오징어 게임 규칙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이 규칙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여기서 소개하는 오징어 게임 규칙을 보고 ‘이런 규칙으로 즐긴 학교가 있었구나’라고 참고하면 좋겠다.
세모 모서리 부분의 동그라미에서 공격팀이 출발하고, 수비팀은 세모 안쪽과 네모 안쪽에서 상대팀 공격을 방해한다. 동그라미 지역은 완충 지대로 두 발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반면 상대를 공격할 수는 없다. 공격팀은 주로 쉬는 공간이나 작전을 짜는 공간으로 동그라미 지역을 활용한다.
공격팀은 기본적으로 동그라미와 다리에서만 두 발을 이용할 수 있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한 발(한 발을 든 채로)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가운데 다리를 통과하면 세모 안쪽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간에서 두 발로 움직일 수 있어 공격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이런 이유로 공격팀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수비팀의 핵심 활동이다. 다리는 공격팀이 건너다 밀려 넘어지거나 끌려 넘어지는 등 수비팀과 공격팀이 충돌이 자주 일어나 가장 많이 다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공격팀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수비팀은 공격팀을 찾아가 쓰러뜨릴 수 있다. 수비팀은 네모와 세모 안쪽, 다리, 그리고 동그라미 지역에서는 두 발로, 나머지 외곽 지역에서는 한 발로 움직여야 한다. 양팀 모두 잡기나 밀기 싸움으로 상대를 선 안이나 바깥으로 끌어내면 상대가 죽는다. 또 한 발로 움직이는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두 발을 땅에 닿도록 하면 역시 상대가 죽는다.
공격팀은 네모 동그라미 위치에서 네모 안쪽을 통과한 뒤 세모 안쪽으로 세모 모서리와 동그라미가 겹치는 부분을 밟으면 승리한다. 공격팀이 승리하면 팀 변경 없이 그대로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수비팀은 공격팀이 이렇게 하기 전까지 상대를 모두 죽이면 승리한다. 수비팀이 승리하면 수비팀은 공격팀으로, 공격팀은 수비팀으로 바꿔 놀이를 다시 시작한다.
남자아이들만 이 놀이를 즐겼는데, 힘을 이용해 밀고 당기면서 상대를 쓰러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힘을 이기는 방법은 순발력과 협동, 재치 등인데, 순발력을 잘못 발휘하면 힘에 의해 더 크게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놀이 특성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오징어 놀이를 하다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특히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일수록 다칠 확률이 높았다. 적당히 하면 다칠 위험을 피해가며 놀 수 있는데, 놀이에 몰입할수록 위험을 간과하고 승부에 집착해 속된 말로 ‘물불’ 안 가리고 놀이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기자도 초등학교 당시 오징어 놀이로 앞니가 파손돼 현재까지도 어린 시절의 생생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요즘은 우리 아이들이 이런 놀이를 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모으는 것이 힘든 환경 탓이 크다. 두 팀을 만들려면 보통 10명 정도가 모여야 하는데, 이 숫자는커녕 3~4명를 모으기도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오징어보다 더 선호할만한 놀이인 스포츠 종목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요즘은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 운동 기구를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에 빌려서 이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에 필요한 공이나 도구를 빌려서 친구들과 즐길 수 있다. 또 집집마다 축구공이나 농구공 같은 스포츠 도구를 보유할 만큼 가정 형편도 좋아졌다.
기자가 어릴 때는 학교에서도 축구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에 한두 개밖에 없어서인지 운동회처럼 큰 행사가 아니면 보기가 쉽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빌려서 이용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축구공을 만져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게 도구를 이용할 수 없다 보니 오징어처럼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 놀이를 아이들이 더 많이 즐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줄다리기, 설탕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징검다리, 오징어 같은 다양한 놀이가 등장한다. 최소 40대부터 많으면 70대에 이르는 시니어들은 누구보다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이 같은 다양한 놀이에 대한 사연과 추억, 사진 등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다양한 놀이에 대한 사연과 추억, 사진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이라면 이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비롯해 주변과도 함께 나누면 어떨까 싶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부동산 투자의 정석 중 하나다. 다만 용어가 어렵고 절차가 복잡하기에, 무턱대고 뛰어들면 낭패를 본다. 단타로 수익을 내는 투자가 아닌 만큼, 은퇴 후 목돈 마련을 목표로 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부터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보자.
은퇴 후 다주택자인 김 씨는 고민이 깊다.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하는데, 15억 원 이상은 대출이 어렵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까 두렵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정 폐지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발생하면서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투자가 주목받고 있는데, 정말로 그럴까?
최근 노후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특히 7월 기준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은 0.24%로, 같은 기간 5년 이하 아파트(0.11%)보다 상승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방 관계자는 “가격 면에서는 신축 아파트가 비싸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재건축은 도로, 하수도,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에서 하는 사업이며, 재개발은 정비기반시설이 미비한 지역에서 하는 사업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인프라가 좋은 곳은 재건축하고, 한남 뉴타운처럼 기반시설이 약하면 재개발을 진행한다”라고 말하며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 ‘클린업시스템’에 접속하여 해당 구역을 검색하면 재개발 및 재건축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지지분 그리고 입지와 타이밍
재건축과 재개발은 ▲ 정비구역 지정 ▲ 조합설립 인가 ▲ 사업시행계획 인가 ▲ 관리처분계획 인가 ▲ 이주와 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다만 조합설립 인가 기준과 조합원의 자격은 차이가 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택단지 구분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대지면적의 4분의 3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개발 조합은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대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가 후 동의하지 않는 소유자는 재건축의 경우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지만, 재개발은 토지 등 소유자 모두가 조합원이 된다.
재건축·재개발 투자의 핵심은 대지지분(대지면적)이다. 대지지분이 클수록 조합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권리가액도 커진다. 예를 들어 공급면적이 작더라도 대지지분이 큰 물건이 공급면적이 크지만 대지지분이 작은 물건에 비해 시세가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저층 건물이 많은 구역은 대지지분이 크기 때문에 중·고층 건물이 많은 구역에 비해 투자 수익성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투자할 때 ‘입지’와 ‘타이밍’도 중요하다. 조합설립 인가 전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높을 수 있지만, 설립인가 여부가 불투명하기에 위험도가 크다. 인가 후에 투자하면 전과 비교해 수익은 적지만 안정성은 보장된다. 또한 좋은 입지를 골라야 한다. 일반분양 수가 적더라도 입지가 좋으면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고다.
김 소장은 “여러 조건이 있지만 한남 뉴타운, 흑석 뉴타운 처럼 강남과 가까우면 좋은 가격대를 형성한다”라고 말하며 “재개발 및 재건축 투자는 상황에 따라 10~20년까지 소요될 수 있으니 시간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조합설립 인가 이전보다는 이후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법 개정으로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을 통해 입주권 양도 시 다른 주택, 조합원 입주권과 더불어 분양권도 보유하지 않아야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적용된다. 특히 다주택자는 입주권 상태로 양도해야 유리하다. 예를 들어 2주택과 입주권을 보유한 자가 주택을 팔면 입주권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만, 입주권을 양도하면 주택이 아니라서 중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재개발과 재건축은 사안마다 적용되는 세법이 워낙 복잡해서 세금 문제는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Plus 재개발 투자 시 알아야 할 용어
비례율 사업 완료 후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공제한 금액을 종전자산평가액으로 나눈 값이다. 100보다 높을수록 사업성이 좋은 지역이다.
종전자산평가액 재개발과 재건축 이전에 조합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의 감정평가액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종후자산평가액과 비교하여 사업 종료 후 청산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종후자산평가액 사업 완료 후 사업장의 전체 자산 총액이다. 조합원 분양 수입에 신축 아파트와 상가 등의 일반분양 수입을 합한 금액이다.
관리처분계획 정비사업 시행 후 대지와 건축물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권리 배분 사항을 정하는 계획이다. 지자체 인가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사업성을 판단한다.
지난 28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 459화에서는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 관한 이야기가 방송을 탔다.
이날 50대 배우 김성희는 “2년 전에 갱년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완경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삶이 너무 무의미하고 모든 것이 무기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밥도 못 먹고 늘 슬프고 죽고 싶었다”며 “캐스팅도 안 되고 애만 기르고 봤더니 얼굴도 변해 있었다”고 토로했다.
같은 또래의 여성 출연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우울증 환자는 61만4379명에 달한다. 이중 여성은 40만8191명으로 약 66%를 차지한다. 여기서 40~59세 중년 여성은 13만여 명으로 여성 우울증의 약 32%, 전체 우울증의 약 22%로 적지 않은 수치다.
많은 중장년 여성들이 매사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해짐을 경험한다. 예전 같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사소한 일에 속이 상하고 잘 잊지도 못한다. 큰 이유 없이 자신감도 떨어지고 잦은 분노와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40~50대 여성 우울증 원인은?
과거에는 갱년기 우울증의 원인을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나 떨어지는 신체 기능으로 인한 ‘상실감’과 같은 심리 원인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경생물학적 원인이 갱년기 우울증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갱년기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폐경이행기’다. 보통 여성은 40대 중반 정도부터 4~7년 정도의 폐경이행기를 거쳐 평균 50세에 최종 월경을 하고 1년이 지나면 완전한 폐경으로 진단한다. 이 시기를 ‘폐경이행기’라고 하며, 여성 대부분은 55세 전에 폐경에 이른다.
폐경이 찾아오면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데 이때 발생하는 여성 호르몬 결핍 증상 중 하나가 ‘우울증’이다. 여성 호르몬 감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량을 감소시킨다.
일반 우울증과 다른 점은?
갱년기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다르게 갱년기 증상에 따른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호르몬 변화가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인지 증상도 나타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는 “갱년기의 호르몬 변화는 전두엽과 선조체라는 뇌의 부위를 연결하는 부위에 과부하를 유발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며 “이에 따라 갱년기 우울증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 감퇴 같은 인지 능력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또 임 교수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자기감정을 억제하는 데 익숙해 몸에 여러 증상이 발생한다”며 “소화가 안 되거나 변비가 생기는 등 이유 없이 몸에 크고 작은 이상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데 알고 보면 우울증 증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갱년기 우울증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아 쉽게 판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감정을 억제하는데 익숙해지는데, 우울증으로 생기는 감정을 억제하면서 몸에 곳곳에서 엉뚱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원리와 비슷하다. 감정 작용은 전기적 작용과 화학적 물질, 호르몬을 방출한다. 그런데 감정을 억제하면 이런 신체 활동을 막아 몸의 방어 기능까지 망가뜨리게 된다.
갱년기 우울증 예방과 극복은?
전문가들은 갱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지와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① 도움 청하기
혼자 참지 말고 남편이나 자녀, 친구 등 주위 사람에게 증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정서적 지지는 우울증에 큰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② 규칙적인 생활습관
평소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드는 생활만으로도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또 일정한 시간에 건강한 식단으로 끼니를 챙겨먹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하루에 30분 이상 햇볕을 쬐며 운동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 햇볕을 충분히 받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하며 기분이 좋아지고, 꾸준히 운동하면 떨어지는 체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기분 전환까지 꾀할 수 있다.
③ 취미생활
아무리 무기력하고 우울하더라도 막상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 기분을 바꿀 수 있다. 거창한 취미활동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만나 잠깐 수다를 떨며 교류하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다.
임 교수는 “갱년기 우울증에는 잘 먹고 잘 자며 충분히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현재 갱년기를 겪고 있을 베이비부머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 쉬어야 갱년기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증상이 심하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갱년기 우울증을 겪는 여성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기분 변화라고 느끼고 방치한다. 그런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놔두면 증상이 오래 지속돼 타인과의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김선미 교수는 “폐경은 질병이 아닌 정상적인 노화의 단계지만 폐경 이행기에 관련 증상이 심하다면, 폐경호르몬요법과 같은 치료법으로 증상에 맞는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평생 먹고 살 만한 재력을 갖춘 중장년 여성들에게도 폐경과 함께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온다. 그만큼 갱년기 우울증은 본인이 부족하고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노화를 겪으며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해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