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면 전국 어디서든 배달이 가능하고, 택시도 부르고, 기차 예약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기술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4차 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원더풀플랫폼이 만들어진 계기다.
원더풀플랫폼은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 회사다. 원하는 종류의 디바이스를 선택해 원더풀플랫폼의 ‘다솜K’를 탑재하면 된다. 다솜은 순우리말로 사랑을 뜻한다. 꼭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어떤 기기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솜이를 사용하는 전국 어르신은 약 1만 명. 2023년 10월 기준 94개 지자체와 147개 기관에 보급된 다솜이를 더 많은 어르신이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더풀플랫폼의 목표다.
어르신의 말벗 ‘다솜이’
다솜이는 ‘다솜K’를 부르는 애칭이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특화된 것이 ‘말벗 기능’이다. “보통 구글 등의 음성 명령 서비스는 기기를 부르는 ‘명령어’가 필요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에서 끝나는데요. 다솜이는 대답 후 다른 질문을 덧붙이기 때문에 정말 대화하듯 말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가 부르지 않아도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한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다른 주제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정진현 원더풀플랫폼 국내영업팀 팀장은 다솜을 만들 때 ‘대화’에 강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다솜의 또 다른 특징은 학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다섯 살 손자가 있다는 걸 언급했다면, 기억해두었다가 다른 대화를 할 때도 적용한다. 어르신들의 어눌한 말투나 사투리도 학습한다. 따라서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다솜이는 똑똑해지고 고도화된다. 누가 다솜이와 대화를 했느냐에 따라 집집마다 다솜이의 성격이 달라진다. 쓰면 쓸수록 사람처럼 진화하는, 말 그대로 ‘말벗’이 된다. 말벗 기능은 챗GPT가 오픈되기 전부터 개발하던 것으로, 이제 5년 차가 됐다. 최근에는 챗GPT도 결합해 기능을 좀 더 다양화했다.
보고 듣는 기능도 있다. 젊은이들이야 유튜브에 검색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다솜이에게 “쫛쫛 검색해줘, 쫛쫛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음식 레시피가 궁금하면 “김치찌개 끓이는 법 알려줘”라고 하면 영상을 찾아 재생해준다. 정 팀장은 “요즘 시대에 나오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여드린 셈”이라면서 “무엇이든 말로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기준 다솜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능은 콘텐츠 재생, 날씨 정보, 화상통화다.
건강관리도 다솜이로
현재 다솜이는 지자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주로 보급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면 원더풀플랫폼에서 다솜이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댁에 방문해 설치해드리고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원더풀플랫폼은 관리자 페이지에 대화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저장한다. 어떤 어르신이 다솜이와의 대화 중에 “오늘 다리가 아프네”라고 말하고 며칠간 이런 대화가 반복될 경우 어르신을 방문할 생활지도사나 간호사에게 ‘아픈 부위 1순위 다리’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어르신을 방문할 때 “어르신 요즘 다리가 많이 아프시다면서요?”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자주 말하는 단어를 기록하는데, 만약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자주 보인다면, 정서적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다.
알림 기능도 있다. 휴대폰 전용 앱을 이용하면 다솜이가 ‘어르신 오늘 보건소 방문하셔야 하는 날이에요’라는 일상 알림이나 재난 문자 등을 읽어준다. 지방의 경우 태풍이 불고 천둥이 치면 마을 방송 확성기 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 기능을 개발했다. 다솜이에게 ‘도와줘’, ‘살려줘’라고 말하면 원더풀플랫폼에서 24시간 운영하는 관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응급 기능도 있다. 직원이 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경우 119에 대신 신고해준다.
병원에서도 다솜이를 활용하고 있다. 큰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환자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 간호사들이 귀가 후 주의사항이나 해야 할 것들을 다솜이를 통해 알릴 수 있고,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을 때 긴급 호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센터에서도 다솜이 이용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원더풀플랫폼이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 빌리지’ 사업이다. 지자체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복지관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에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더풀플랫폼은 각 기관에 있는 로봇과 집 안의 로봇을 연결하고자 한다. 몸이 불편해 경로당에 나가지 못해도 경로당에 나와 있는 어르신들과 소통할 수 있고, 경로당끼리 노래방 대회 등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4차 산업 시대에 효과적인 기능의 혜택을 어르신들도 함께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솜이에게 ‘치약이 떨어졌다’고 말하면 치약을 대신 주문해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르신 곧 치약이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주문해드릴까요?’라고 물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한 번째 주제는 ‘커플 룩’이다.
1 ‘파독 부부’. 나란히 가죽 재킷과 연청 바지를 입고 인사동 거리를 걷고 계셨던 백발의 노부부. 어머님은 1960년대 대한민국 파독 간호사들의 첫 대표로서 그들을 인솔했다. 한국에서 만난 두 분은 같이 독일로 이주했고, 촬영 당시 자식들을 만나러 잠시 한국에 오신 터였다. 촬영이 아니었다면 들을 수 없을 이야기였다.
2 ‘동대문 외국인 부부’. 동대문에서 만난 젊은 바이브가 느껴지는 외국인 부부. 블랙으로 커플 룩을 맞춰 입은 모습이 굉장히 멋스럽다.
3 ‘인사동 단짝’.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두 분은 드레스 코드를 ‘노란색’이라고 정하고 인사동 나들이를 나온 듯했다. 두 분의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4 ‘안국 꽃집 부부’. 한눈에도 금실 좋아 보인 부부. 모자부터 재킷 등 옷을 맞춰 입은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침 꽃집이 근처에 있어 그 앞에서 촬영했는데, 두 분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5 ‘경복궁 부부’. 경궁을 걷던 중 저 멀리서 어머님을 찍어주려는 아버님을 발견했다. 다가가 “제가 찍어드릴까요?” 라고 하니, 아버님은 가벼운 인사와 함께 어머님 옆에 섰다. 아버님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어 촬영을 요청드렸다.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드리자 아버님은 “내 손이 별로 안 예쁜데”라며 머뭇거리시더니 이내 어머님의 손을 꽉 잡으셨다.
지난해 7월 미국 CNN은 ‘굿바이 어린이집, 헬로 요양원’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 문제를 보도했다. 당시의 기사 제목은 실상을 그대로 담았다. 어린이집·유치원 등 영유아 시설이 문을 닫은 그 자리에 요양원·주야간보호센터 등 노인 요양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 옆에 있는 학원 상가 건물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로 붐빌 것 같은 이곳에 ‘우리함께요양원 포유 수원점’(이하 ‘우리함께요양원’)이 있다. 갑작스런 요양원의 등장이 뜬금없다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이곳은 과거 정원 200명의 대형 유치원이었다.
과거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 놀던 놀이터는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이 됐고, 동요 대신 구수한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신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계단은 이제 사용하는 이가 거의 없고, 대신 그 옆에 생긴 엘리베이터가 주요 이동수단이 됐다.
저출산·고령화로 타의 반 변신
매년 2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졸업식이 열린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원내의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했다. 출산률 0.78명 시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원장들은 직격타를 그대로 맞았다. 급격히 줄어든 원생 수로 인해 운영이 힘들어진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폐원을 선택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2018년 3만 9171개소에서 2022년 3만 923개소로 8248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치원은 9021곳에서 8562곳으로 줄었다. 반대로 노인 복지시설은 2018년 7만 7395개에서 2022년 8만 9643개로 5년 사이 1만 2248개나 늘었다. 노인 복지시설은 요양원, 재가노인복지시설,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영유아 시설이 노인 요양시설로 바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손주가 다니던 유치원이 할머니의 노치원이 됐다’는 말은 통계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가 총 194건인 것으로 확인된다.
형태별로는 요양원 같은 입소시설 89곳, 주야간보호·방문요양센터 같은 재가시설이 105곳이다. 시도별로는 광역도 기준 경기도가 36곳으로 가장 많이 전환됐다. 이어 경상남도(25곳), 충청남도(20곳) 순이다. 광역시는 광주(17곳), 인천(15곳), 대전(9곳) 순으로 나타났다.
전환사례 비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2년(50건)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한다. 2023년은 9월 말 기준 전환사례 34건(17.7%)으로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의 건수가 이미 2020년과 2021년을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후조리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바뀐 사례도 나왔다. 2021년 11월 충북 충주시, 2023년 8월 전북 정읍시에서는 산후조리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됐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점이 실감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7년 말 735만 6000여 명에서 2022년 말 926만 7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고령화가 현재 속도로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주·야간보호기관 약 3만 1000개소, 입소시설 약 1만 6000개소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 인구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질 좋은 공립 요양시설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최근 저출산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고령화로 인해 노인 장기요양시설 수요가 증가하면서, 어린이집 등의 요양시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출생 아동이 급감하고 있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장기적으로 유치원 폐업과 노인 돌봄시설 수요를 조사하여 적정 규모의 전환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유아 시설이 노인 요양시설로 탈바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신속하게 업종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건축법상 건축물은 9개 시설군으로 나뉜다. 영유아 시설과 노인 요양시설은 모두 6군인 ‘교육 및 복지시설군’ 중 ‘노유자시설’에 속한다. 이에 따라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의 입장에서는 돌봄 대상이 영유아에서 노인으로 바뀔 뿐 업무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노인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한 조건은 의료면허 소지자(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요양보호사 취득 후 경력 5년, 사회복지사 2급 또는 1급 중 하나 이상 부합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의 자격과 경력은 직접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대부분의 영유아 시설 원장들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없더라도 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폐원을 앞둔 원장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는 추세다.
“우리도 전환” 리모델링 문의 늘어
‘우리함께요양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곳을 운영하는 지인그룹의 김창환 대표는 20년 넘게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해왔다. 현재 노후 건물을 요양시설로 개발·운영하는 데 주목하고 있는 그는 이곳에 요양원을 세우면 성공하겠다고 판단했다. 유치원이 폐원한 지 2년 넘었는데 매도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창환 대표는 “이곳 인근 아파트, 빌라 등을 합치면 1만 세대 이상 거주한다. 고령화 시대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 봤고, 요양시설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거부 반응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 이 요양원의 장점은 초등학생들의 소리가 들려서 정겹고 야외 텃밭과 휴식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면서 “보통은 영유아 시설 원장이 노인 요양시설로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나머지는 나처럼 요양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원장들의 컨설팅 문의가 많이 오는데, 요즘은 요양원보다 주야간보호센터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인 요양시설로의 전환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는 노인 요양시설은 설계 기준이 있어 리모델링을 필수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 요양시설은 입소 어르신 1인당 연면적 23.6㎡(약 7.14평), 1인당 침실 면적 6.6㎡(약 2평)로 정해져 있다. 또한 지하층에는 부대시설 외에 침실을 둘 수 없다.
‘우리함께요양원’의 경우 유치원 시절 연면적이 1420㎡(약 430평) 규모였는데, 지하층만 660㎡(약 200평)에 이른다. 이에 따라 김창환 대표는 3층 상가 전용 130㎡(약 40평)를 추가로 매입해 정원 49명 수용이 가능한 요양원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요즘은 영유아 시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수도 많이 줄어 학원 상황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 상가 학원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들려온다”면서 이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계속되면 요양원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노인 요양시설에는 모든 층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편하도록 주 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엘리베이터 설치는 리모델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수인데 이곳은 도저히 자리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외벽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이에 따라 대문부터 내부로 들어오는 동선이 유치원 때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김창환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선택한 원장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한편, “어쨌거나 요양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 복지 사업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고 자산이 있는 분에게 추천한다. 단지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시설 전환을 원하는 이들은 영유아 시설 원장으로 쌓은 경력과 돌봄의 지혜를 기반으로 노인을 대할 때는 또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경영자를 할 것인지, 운영자를 할 것인지 정하고 비전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요양 사업을 시작하면 어르신을 섬겨야 하고 직원을 모셔야 합니다. 영유아 시설 교사들과 비교해보면 요양시설 재직자들은 연령대가 높은 편입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직원을 대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돈을 벌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1~2년 지나면 순환 구도가 만들어져 행복한 삶이 가능할 것입니다.”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15년 가까이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윤소진(62) 씨. 은퇴 후 이웃돌봄지원단 활동으로 이웃의 삶의 질과 인권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힘쓰다 보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거라 기대하면서.
퇴직할 무렵 윤소진 씨에게 고민이 생겼다. 사회복지사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힘써왔지만 정작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낼지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것이다. 막막한 마음을 안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방문한 어느 날, 보람일자리 이웃돌봄지원단 공고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다. 평소 돌봄 서비스에 관심이 있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나를 위해 다시 일해보자’고 결심했다.
경험에 기반한 열정
윤소진 씨는 이웃돌봄지원단으로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정다운우리의원 재택의료센터에서 활동한다. 이웃돌봄지원단은 돌봄 관련 사회 경험과 역량을 가진 중장년층을 위한 사회공헌 일자리다. 주거, 교육·문화,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 손길이 필요한 지역사회 이웃의 돌봄을 보조하는 활동을 한다. 주로 해당 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참여하기 때문에 업무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다운우리의원 재택의료센터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찾아와 진료받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윤 씨는 주로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화 상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회의 자료를 정리한다. 재택 치료를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종종 의사나 간호사와 함께 나서기도 한다. 정다운우리의원은 관악정다운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개설한 센터라 사례 관리, 복지 체계 안내 등 폭넓은 사회적 서비스 지원 관련 업무도 수행한다.
“현역 시절 상담 및 행정 관련 부서에 있었어요. 이웃돌봄지원단에서도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역사회 복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한 경험이 실제로 도움이 됐어요. 환자들 가정에 직접 찾아가 보면 진료 외에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아요.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라든지 불편한 요소들이 꽤 있거든요. 최대한 자세히 살펴보고, 지역 센터와 연계해주기도 해요. 곰팡이 핀 벽지나 헐거워진 문고리 교체 등을 요청하죠.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제가 만난 재택의료 신청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한번은 어느 노부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편은 다리가 불편해 누워 있었고, 아내는 인지 장애가 있는 듯했다. 이들을 제대로 보살펴줄 보호자가 없어 어렵게 생활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우연히 담당 요양보호사를 통해 손주가 있다는 걸 들었어요. 그분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앞으로 치료를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 의논하도록 했죠. 이외에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무척 많더라고요. 센터에서는 매주 사례 관리 진단을 하는데, 각기 다른 상황이라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치료할지 함께 고민해요.”
대상과 시스템의 확대를 꿈꾸며
윤 씨는 이웃돌봄지원단으로 활동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환자를 돌보면서 취미나 일상을 소화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들과 남편을 동시에 보살펴야 할 상황에 놓였다거나, 보호자 생활을 오래 한 경우 등이다. 동네 사랑방처럼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모여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담 없이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며 환기할 시간을 갖는 셈이다.
“물론 나라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앞으로 노후 생활에 걱정이 없는 통합 시스템이 생겼으면 해요.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 넓게는 지역사회가 모두 돌봄의 범위 안에 있도록요. 나이가 들어가니 저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 자연스레 관심이 가요. 그들의 모습이 제 미래를 보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 더불어 이웃돌봄지원단과 같은 다양한 지원 사업이 더 잘 되어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되면, 저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겠죠!”
2024년 고용영향 평가 대상과제로 ‘고령자 계속고용’을 비롯한 8개 과제가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 고령자 일자리 참여 지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주요 정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할 계획이다.
고용영향 평가는 2011년 첫 시행 이후 매년 중앙부처 및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을 선정하여 고용의 양과 질에 미치는 경로와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정책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보다 고용친화적으로 운영되도록 제언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선정된 과제는 2월 중 과제별 연구진을 선정하고, 연말에 주요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평가결과는 관계부처 등에 전달되어 정책개선 및 제도운영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정책제언에 대한 조치계획 및 추진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선정된 8개 과제는 다음과 같다.
2024 고용영향평가 과제 목록
△ 고령자 계속고용 및 신규고용 지원제도의 고용영향
△ 원하청 상생협력 지원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공공 아이돌봄서비스사업 확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 부모육아휴직제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신삽업, 신기술 분야 인력양성 확대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간호사 교대제 개선사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전략’의 고용 양향
△ 전남 목포·해남·영암 고용 위기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지원에 따른 고용효과
집에서 간병을 받는 사람도, 간호를 하는 사람도 65세 이상인 ‘노노(老老)개호’ 비율이 처음으로 60%를 돌파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고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개호(요양)보험료를 더 받기로 했다. 2024년부터는 연 수입이 420만 엔(약 3800만 원)을 넘는 65세 이상 고령자라면 월 최대 5만 원을 더 낼 것으로 예상된다.
노노간병 63.5%, 간호 인력 부족해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2년 국민생활 기초 조사’에 따르면 2022년 65세 노인 가구 수는 약 1700만 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간병 비율은 63.5%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간호하는 사람도 간병 받는 사람도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인 비율은 35.7%에 이른다.
2025년 일본 인구의 약 20%가 75세 이상이 된다. 따라서 노노간병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노노간병을 하고 있는 사람 중 77.3%는 ‘간호하는 나 자신도 치매 등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부족한 간호 인력을 늘리기 위해 간호사와 의사 수를 늘리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노간병 비율이 늘어 돌봄 일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많이 버는 노인, 개호보험료 더 내야
한편에서는 노노개호로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한편에서는 세금에 대한 부담을 토로중이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비슷한 사회보장 제도로 일본은 만 40세가 되면 이 보험료를 국가에 내야할 의무가 있다.
개호보험료는 40세~64세 현역 세대(중장년 경제활동인구)가 내는 보험료와 65세 이상 고령자가 내는 보험료로 나뉜다. 그런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늘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어 젊은 세대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기부담금이다. 보험료 중 자기부담금 비중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고령자는 당장 버는 소득이 적지만 자산 규모가 크고 현역 세대는 자산 규모가 작지만 현재 버는 소득이 높은 편이다. 의료비 지출을 많이 하는 건 65세 이상 고령자지만, 자기부담금은 적게 내는 구조인 셈이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개호보험 비용은 증가세다. 2022년 자기부담금을 포함한 개호보험 총비용은 13조 3000억 엔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역 세대의 요금 부담률이 더 높아진다는 불만과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개호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22일 사회보장심의회를 열고 2024년부터 연간 총소득이 420만 엔 이상인 65세 이상 고소득자의 개호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의 개호보험 기준액은 소득을 9등급으로 나누어 부과하는데, 가장 높은 9등급이 320만 엔 이상이었다. 후생노동성은 이번 개혁안을 통해 420만 엔 이상, 520만 엔 이상, 620만 엔 이상, 720만 엔 이상의 4개 기준을 추가했다. 반면 소득이 낮은 고령자는 개호보험료 부담액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령자끼리 간호 부담을 나누어 개호보험 제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중장년의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법적으로 ‘노인’은 65세부터라지만,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60대까지 중장년이라고 봤다. 100세 시대에는 인생 3막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특히 사회공헌 활동에 50~70대 시니어들이 필요하단다.
기존 ‘사회공헌’이 독거노인, 치매 노인 등 취약 계층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은퇴자의 인생 2막, 인생 3막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생산가능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면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마지막 세대이고, 이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는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신중년의 사회공헌 활동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신중년의 자원봉사 활동은 질이 높지만 참여율은 낮았다. 이들의 노하우나 전문지식을 활용한 재능봉사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실질은퇴 연령은 약 71세이며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 1위는 생활비(58.3%)였지만, 2위는 보람(34.4%)이 차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공헌 활동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자와 전문직이 많은 신중년이 은퇴 후 더 많은 영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는 주된 직장에서부터 인생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면서 보람과 만족을 얻는 활동이다. 크게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일자리로 나뉜다. 자원봉사는 노력봉사, 재능기부, 프로보노 세 가지가 있다. 노력봉사는 자신의 경력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로 ‘연탄 배달’과 같이 과거에 주를 이뤘던 영역이다. 재능기부와 프로보노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대가 없이 하는 것으로, 최근 이 영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정의 급여도 받고 전문성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늘었다. 민간 기업에서는 은퇴 전 전직지원 교육을 통해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안내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시 일자리정책과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인데,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식물 관리와 고객 서비스 부분에 신중년이 참여하고 있다. 의무실의 경우 양호교사,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신중년이라면 재능기부로 참여할 수 있다. 노동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봉사 성격을 띤다. 권진온 수목원운영실 실장은 “비영리집단에서 신중년의 사회공헌 참여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 외국의 수목원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이라면서 “중장년분들은 1년, 2년 단위로 오랜 시간 활동에 참여하시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목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세 이상 응답자 중 80~90%는 봉사활동 참여 의지가 있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인 매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아직 약하다”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더 알려져서 더 많은 신중년이 보람도 느끼고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돈·시간·보람 세 마리 토끼 잡는 ‘징검다리’
그동안 쌓아온 경력·경험·노하우를 녹여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사회공헌 활동은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사회공헌 활동이 무조건 일자리로 연결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영역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이 은퇴 후의 삶을 그리는 데 사회공헌 활동이 매우 적합한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영록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팀 팀장은 “일단 재능기부 활동을 해보라”고 권한다.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그곳에서 ‘보람’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단다. 취미 활동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재능기부 활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내가 원하는 단체나 기관에서 자원봉사 성격의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아 동호회를 구성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이후에는 협동조합 등으로 조직을 구성하면서 영역을 확대하는 거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느끼고, 큰돈은 아니더라도 노후에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목표로 삼으면서 보람도 얻어요. 사회공헌 활동은 돈·시간·보람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입니다.”
박 팀장은 중장년이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퇴장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풀타임 근무가 생각보다 힘들어지는 나이이기에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인생 3모작 설계를 하면서 차근차근 사회공헌 활동을 징검다리 삼아 신중하게 나아가기를 권했다.
프로보노의 경우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직종 중장년의 재능기부 활동이 주를 이룬다. 전오석 상상우리 프로보노팀 팀장은 “전문직 종사자라면 전문성을 살려 현직에 있을 때부터도 프로보노 활동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면서 “은퇴한 중장년이라면 사회공헌 활동이 재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재능기부라고 하면 나의 경험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활동을 통해 중장년분들이 많이 배워간다”면서 “대부분 직무의 최고 정점에서 은퇴하기 때문에 다시 실무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기업과 라포를 쌓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기업과 합이 잘 맞아 해당 기업으로 재취업 되는 사례도 있다.
박영록 팀장과 전오석 팀장은 다만 사회공헌 활동 영역에서의 ‘매칭’이 아직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중장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업의 구체적인 수요와 실제 적용 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중장년을 정확하게 이어주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간에서 이들을 연결해줄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매칭을 위한 또 하나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사회공헌 영역에서 중장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60대 이후 실질적으로 주된 일자리를 이어가거나 취업 시장에서 다시 활동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에, 돈·시간·보람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INI INTERVIEW
‘경력단절’ 사회적 죽음 ‘선택’으로 살아나다
강남의 고층 빌딩이 내려다보이는, 해가 잘 드는 교육장.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 교육하는 강사도, 수업을 듣는 수강생도 눈을 반짝였다.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열의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이경원(61) 씨를 만났다.
이경원 씨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육아에 전념하다가 공부를 해 사회복지사로 15년 남짓 일했다. 그리고 정년이 되어 퇴직한 순간, 이 씨는 죽음이 이런 것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회적인 죽음 말이다.
“출근도 못 하죠. 활동도 못 하죠.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했고요. 내가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아직 더 활동할 수 있고 재미있는데, 법적으로 환경적으로 정년이니까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하니 더 힘들더라고요. 나는 갈 수 있는데, 가면 안 되니까요. 다시 재취업하려니 기업이 저를 원하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있으니까요.”
어느 날 인터넷 쇼핑을 하던 이 씨 눈에 문구 하나가 들어왔다. ‘사회공헌 뉴스타트’라는 두 단어다. 이경원 씨는 “두 단어가 딱 와 닿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처음 교육을 오기 전까지 긴가민가했단다. ‘그냥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에요. 내가 120세까지 산다고 하면 살아온 만큼 앞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알려주는 이 수업이 저의 인생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수업이 제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울하고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저의 숨을 잠시 트이게 해주면서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더라고요. 심폐소생술이랄까요?”
물론 수업을 막상 들어보니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게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사회적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그럼 스스로 나의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게 됐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돕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사회복지사로 일했기에 사회공헌 활동에는 일찍이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건 처음이다. 이경원 씨는 퇴직 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 혹은 60대를 맞이한 이들에게 “선택하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인터넷에서 문구를 보고 기본 정보를 입력한 후 이곳에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에는 선택이 있었잖아요. 도전은 선택이더라고요. 도전해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해볼 만할 것 같죠? 우리 중장년이 고집이 참 세요. 그동안 해온 것들이 있어 그렇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고집을 부리면 선택을 못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내가 판단하기에 좋든 나쁘든 일단 선택하고 도전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선택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매일 선택하고 실행해보시면 어떨까요?”
◇사회공헌 뉴스타트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음길HR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기업 퇴직(예정)자들에게 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36세의 젊은 엄마가 하늘로 떠났다. 5살, 7살 두 딸 아이를 남겨두고. 9년 전 위를 송두리째 떼어내고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지내던 중 암이 재발됐고, 항암치료에 전념했지만 암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무의미하다는 말기 판정과 함께 우리 병원 호스피스로 의뢰됐다. 젊은 엄마는 남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길 원했기에 상담 후 가정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야속하게도 암은 계속 진행돼 몸은 하루하루 더욱 앙상하게 말라 갔고, 장폐색까지 진행되면서 나중엔 물만 마셔도 구토가 계속되자 가정호스피스팀은 소위 콧줄이라 부르는 배액관을 넣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콧줄을 달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걱정했던 그는 콧줄을 거부하고 화장실에 숨어 몰래 구토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자 두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면서 그 뒷모습에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119를 불러 응급실로 왔다. 응급실에서 만난 내게 자신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했으니 더 이상 고통 없이 떠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반복되는 구토로 탈진해 있는 그에게 나는 미뤄왔던 콧줄을 바로 삽입했다. 그리고 배액장치를 통해 역류하는 소장액이 계속 바로바로 빠져나오자 비로소 그녀는 구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배액이 원활해지니 이제 조금씩 물과 음료도 마실 수 있게 됐다. 수액을 통해 탈수가 교정되고, 마약진통제를 통해 통증이 가라앉자 잠도 푹 잘 수 있게 됐고 조금씩 기력도 돌아왔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린 두 아이들 생각에 그는 몸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수차례와 수술과 항암치료를 견뎌냈고, 그로 인해 몸은 너무나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특히 배 안은 유착이 너무 심각해 심한 통증과 구토가 반복됐다. 콧줄과 배액장치에도 구토가 발생할 때가 있었고, 그런 불편감으로 입원 후에도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콧줄의 위치를 섬세하게 조정해 배액장치가 아닌 주사기를 통해 소장액을 뽑아냈는데, 배액에 성공할 때면 그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이제 살 것 같아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고통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는 표정이 밝아졌고 여유가 생긴 만큼 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어느 날 그는 조심스레 내게 다시 집으로 갈 수 있냐고 물었다.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있다며 나를 바라보던 그의 차분하면서도 굳건한 눈빛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절대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콧줄을 단 모습마저도 스스로 용납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집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배액장치로도 해결되지 않는 구역질이 발생했을 때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그날부터 주사기를 통해 수동으로 소장액을 배액하는 법을 그녀를 간병하는 친정엄마에게 꼼꼼히 전수했다. 반복하는 연습과 교육으로 이제 구역질이 밀려올 때면 친정엄마 역시 능숙하게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다.
약속된 퇴원 전날 밤 나는 그의 침대 곁으로 찾아가 설레임과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고 있는 그와 친정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주간 참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요. 입원하기 전까지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사실 집보다 병원이 훨씬 편하실 텐데,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시니 그 결정 속에 각오만큼이나 큰 두려움이 담겨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의 엄마는 화장실에서 숨어서 구토를 하고, 신음소리를 삼키며 고통을 참던 딸의 모습을 봐왔기에 다시 그 지옥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퇴원을 반대했지만 결국 딸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나는 딸과 엄마의 손을 포개어 손에 쥐고 말을 이어갔다.
“삶은 여행이라잖아요. 이제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여행에는 늘 변수가 생기고,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모든 것이 불편하겠지만 목적이 있으니 사람들은 고생을 감수하고 떠나는 거겠죠. 집에 가시게 되면 꼭 그 목적을 이루세요. 저희가 지켜드릴게요.”
그는 퇴원을 하고 3주 정도를 집에서 보냈다. 중간에 오한과 고열이 발생해 응급실로 실려온 적이 있었지만, 응급처치만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 ‘해야 할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입원하지 않고 가정호스피스를 통해 해열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다행히 발열은 안정됐다. 그리고 내가 가정호스피스팀과 함께 그의 집을 방문했던 어느 날 그는 아파트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거실 창가의 침대에 누워 나를 반겼다. 평소 차분한 그였지만 이날은 왠지 유난히 들떠 보였다. 친정엄마에게 선생님 좋아하시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내려서 드리라고 계속 채근을 했고, 커피를 내가 다 마시자마자 수정과도 준비했다며 다시 엄마를 재촉했다.
어떻게 지내냐는 내 말에, 처음에는 콧줄을 달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다시 돌아온 엄마를 아이들은 반겼고, 심지어 이제는 절대 떠나지 말라며 아이들이 팔목에 수갑 같은 팔찌를 채워놓았다며 웃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그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찬찬히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그는 내게 말했다.
“주문한 피아노 내일 집에 들어와요.”
퇴원 후 그는 바람에 날려갈 듯한 그 앙상한 몸으로 매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동화책을 읽어주고, 작은 전자 피아노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엄마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 꼭 한 번 건반 피아노의 맑은 소리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이면 그게 현실이 될 것이기에 그는 들떠서 환히 웃고 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그의 얼굴이었다. 그 환한 웃음을 남겨두고 일주일 뒤 새벽 그는 하늘나라로 부름을 받았다. 우리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렸기에 나는 다음날 우리 호스피스 팀원들과 조문을 갔다. 그의 친정엄마는 우리 가정호스피스 간호사 선생님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흐느끼며 울었다. 그 옆에서 고인의 남편도, 여동생도, 그리고 시부모님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다 함께 그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꺼내 놓으며 나누다 보니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얼굴에 어느새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극복하고 새롭게 도전했던 시간들은 돌아보니 분명 해피엔딩이었다. 슬픔이 비극과 상처로 남지 않고 웃음과 위로로 추억되는 이 순간이 호스피스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선물이고 보람이다. 장례식장을 떠나며 남편과 악수하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아이들 곁을 지켰던 엄마의 용기를 아이들이 커가면서 분명 깨닫게 될 거예요. 그 용기는 고스란히 남아 평생 아이들의 삶을 지탱해 줄 겁니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1인 노인 가구, 노인 부부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방문 진료, 재택 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문 진료, 재택 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지난 11월 7일 진행한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참고해 우리나라 재택 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이 일본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 2차 시범사업에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대상을 기존 장기요양 수급자 1~4등급과 함께 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시작한 이번 사업에는 28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7곳, 경기 10곳, 충북 2곳이 있고, 나머지 9개는 각 시도별로 1개 의원이 참여했다. 다만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북에는 참여 의원이 없는 상태다.
환자 만족도 높지만, 유지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의료팀을 구성하고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통합 돌봄서비스 연계 관리를 담당한다.
현재 2차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1993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4년 100군데의 의원 참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택 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의료 수가(진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1명을 방문해 진료하는 데 있어서 진료비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참여 의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진료보다는 재택 의료 진료비가 높지만 앞서 언급했듯 3명이 팀을 이뤄야 해서 인건비 유지비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10% 수준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의료 사업은 왕진료에 재택 의료 기본료 14만 원이 추가된다. 만약 6개월 이상 지속 방문하거나 추가로 방문 진료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비용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방문 진료·재택 의료 의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택 의료보다 먼저 시범 사업을 한 방문 진료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이 어려움’(32.3%)이었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22.6%)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가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유지되려면 한 센터당 환자가 50~70명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업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문 진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환자 발굴 한계 △필수 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환자 본인부담금 높아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기관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 시스템 시간 소요 많음 △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 필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료·보험·기관 등 협업 있어야
국내의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과 같은 것인데,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은 재택 의료다. 재택 의료는 치료보다 질환 관리와 질병 예방 등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의료·보험·기관 등 각 영역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카미가이치 리에 재택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택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 요양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네 가지 기능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호서비스와 의료서비스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진료의 경우 외래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입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일본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란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익숙한 지역에서 본인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간호), 예방, 거주, 생활 지원을 일원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정적인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 돌봄 재택 의료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고, 합의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재택 의료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가정만 하는 것이지 정확한 수요 예측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준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충형 위원은 “사망 전 1년 동안 쓰이는 의료비가 마지막 3년 동안 사용하는 의료비의 8~90%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물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면서 “재택 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시설 입소를 줄일 수 있고, 임종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존엄한 죽음과 의료비 절감 두 부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양쪽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지금까지 1차 의료 기관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병·의원 시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예방, 재활과 재택 의료를 포함하고 의료 인력 외의 전문가 인력까지 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주로 문제로 꼽힌 것은 ‘수가’다. 팀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가 때문에 의료진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고, 혹여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다 해도 고립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지역에서 자원들을 연계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잠재적인 재택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자체별로 30~50개 정도의 1차 의료 기관이 재택 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택 의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 의원도 많지 않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 건강보험공단, 1차 의료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재택 의료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케어닥 케어홈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강상태 및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케어 서비스를 강화한 주거형 요양시설 브랜드다. 일상 속 가벼운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폭넓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전문 인력을 강화한 새로운 실버타운
케어닥은 기존의 요양시설과 프리미엄 실버타운 외에 전문적 건강관리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주거 복지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주목, ‘케어닥 케어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병원 입원 및 자택 퇴원, 전문 요양시설 입소 등으로 이어지는 돌봄 여정에서 중간 단계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배곧 신도시점을 시작으로 송추 포레스트점, 용인 더퍼스트점이 차례로 개소할 예정이다.
◇세심한 거주 환경
운영 인력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영양 및 조리사, 간병인 등 돌봄 환경에 꼭 필요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면회실, 상담실, 운동실, 커뮤니티실, 프로그램실, 물리치료실, 재활 공간(워크메이트), 찜질방 등 공용 시설을 포함해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취향에 따라 개인 가구나 필요한 가전제품을 놓을 수 있다. 안전을 위한 높낮이 조절 세면대, 낙상 방지 알림 및 비접촉식 생체정보 수집 시스템 ‘실버가드’, 스마트 기저귀 등은 필요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개인의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1관은 장기요양급여 비수급자, 2관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를 중심으로 조성됐다. 문화 및 여가(텃밭 가꾸기, 노래교실 등), 가정간호, 응급케어, 촉탁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각 관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모든 입소 어르신은 케어닥 케어홈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비용이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1관 입소자가 2관, 2관 입소자가 1관 이용 가능) 은행 업무, 쇼핑 등 외부 활동이 필요할 때는 전문 인력과 동행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