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52)은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최근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인 그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등산’과 ‘러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큰 제약 없이 언제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마따나 옷과 신발만 있고 체력과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을 오르고, 또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등산과 러닝을 합한 산악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포츠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마운틴러닝(Mountain Running), 펠러닝(Fell Running), 알파인러닝(Alpine Running), 스카이러닝(Sky Running)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산악마라톤(Climbathon)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초반 북한산과 설악산 일대에서 산악구보 형태로 열린 대회를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에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이 있다. 트레일러너이기 전에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오늘까지 30년 가까이 달려오면서 총 315회가량 풀 코스 마라톤 서브3(42.195km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를 달성했고, 그중 100여 회 우승한 바 있는 ‘철의 사나이’다. 그를 일컬어 ‘철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조선업에 종사 중인 ‘철의 노동자’다.
철의 노동자는 어쩌다 달리게 됐을까?
모든 러너에게는 ‘러너가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심재덕은 왜 달리게 됐을까? “1992년 말, 그러니까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폐 속 기관지가 손상을 입어 점차 후각을 잃게 됐고, 비염과 축농증으로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해야 했습니다. 입을 거의 벌린 채로 살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화공약품에 노출되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됐을 때, 역설적으로 그는 ‘숨을 쉬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달리고, 출근 후 점심시간을 쪼개 30분 동안 달리고, 퇴근 후 또 달렸다. 야간근무를 하면 달빛 아래 달렸다. 달리면 숨이 가빴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근로자의날 기념 4km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거리를 늘려 5km,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우승이라니! 어릴 때 괴산 분지골에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던지라 갑작스럽게 발견한 재능 앞에서 얼떨떨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잘하게 되는구나, 더 잘하고 싶다! 그 후로 거리를 늘려 훈련해 하프 코스 마라톤에 출전했고, 달린 지 2년 만인 1995년 가을, 생애 첫 풀 코스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39분 39초를 기록했다.
회사에 잘 뛰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니 사내를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마라톤 강연 의뢰가 빗발치듯 이어졌다.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최고의 화두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라톤 강연을 했다. 덕분에 근골격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내에 달리기 붐이 일어 무려 20개 정도의 마라톤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마라톤 서브3의 신화는 계속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지금처럼 성황리에 열리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2~3회 정도. 지병이 있어서 뛰는 데 불편함이 컸지만 참고 잘 뛰었다. 뛰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가 달린 지 2년 만에 서브3라니. 어쩌면 ‘타고난 재주’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극구 ‘99%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타고났다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를 하면 15초 안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스피드로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99%의 노력이었죠. 그만큼 열심히 달렸습니다.” 달리는 중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끈기, 인내, 즉 ‘지구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오래, 멀리, 긴 거리를 달릴수록 도리어 힘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산길’을 달릴 때 더욱 힘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라톤에 이어 산악마라톤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 시기에 마라톤 대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9%의 노력으로 기량은 한껏 올라와 있는데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없는 상황. 있는 대회 없는 대회 전부 찾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헐적으로 열리던 산악마라톤 대회에까지 출전하게 됐다. 1997년 제천 금수산 마라톤 대회였다.
산악마라톤의 황제가 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리고 산을 달리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이제야 자신의 호흡을 찾은 것 같다는 고조된 감정이 들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몇 배로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기분 또한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감각이 산을 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달리면 달릴수록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즐거웠다. 행복했다. 계속 산을 달리고 싶었다.
30대 중반, 그는 삶의 순리처럼 산악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마라톤과 달리 풍경과 지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산악마라톤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호연지기를 찾았다. 달릴 때, 특히 산을 달릴 때,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감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180도 뒤집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더 크고 높은 산을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국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즈음 달리기 실력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었어요. 바야흐로 저의 산악마라톤 ‘원정’ 시대가 시작됐죠!(웃음)” 자영업자도 아닌 월급쟁이가, 그것도 거주지가 서울도 아닌 한반도 끝자락인 거제에서 해외의 산을 달리려 분투했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따랐을까.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마라톤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던 시기도 아니라서 해외 마라톤, 특히 해외의 산악마라톤 대회 정보를 찾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을 다룬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읽었고, 해외 마라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특히 영어라는 난관 앞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때마다 신의 이끄심을 느꼈다.
그런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특히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mile 레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선수 칼 멜처를 제치고 17시간 40분 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마라톤 대회 하세츠네컵에서는 71.5km 산길을 최초로 8시간 이내 기록으로 우승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듬해 출전한 미국의 유서 깊은 트레일러닝 대회 웨스턴 스테이츠 100mile에서도 전체 순위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산악마라톤이 무엇인지, 칼 멜처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박수 쳐주는 관중도 없는데, 그렇게 갈급해 해외의 산을 찾아다닌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승하려고요.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세계의 센 놈들(?)과 대결해 이기는 기쁨을 맛봤으니까요.” 그렇게 산악마라톤 해외 원정에 쏟아부은 비용만 연간 1000만 원 정도. 10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 돈 아꼈으면 지금쯤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라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보통 등산객들이 2박 3일에 걸쳐 완주하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주능선) 47km도 무려 7시간 42분 만에 내달린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20~40대 후배 러너들과 같은 대회를 달려도 거뜬히 우승할 정도로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트레일러너로서 그는 건재하다. 또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유지하고 있는 ‘턱걸이 60개 철칙’(턱걸이를 60개 하지 않으면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또한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바로 그의 달리기 인생을 담은 단행본 작업이다. “요즘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매일 원고를 쓰고 있어요. 보통 새벽 1시까지 쓰고, 일찍 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저 원고를 씁니다. 24년 가까이 훈련일지를 써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역시 노력하니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그렇게 뛰었는데 ‘무릎’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어떻게 달려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냐고.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뛰지 마세요. 걸으세요. 걷다가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뛰면서 그 거리를 늘려보세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입니다. 이런 기초가 잘 닦이면 부상 없이 오래, 멀리, 즐겁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그의 몸도 노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량도 언젠가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바심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삶의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다만 그날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다고. 남다른 달리기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러 모로 자극과 귀감이 되고 있는 심재덕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입문자들에게 안내하는
트레일러닝 필수 아이템 11
1 기능성 상의와 방풍 재킷 면 소재 의류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쿨맥스 소재의 기능성 상의를 착장한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해 방풍 재킷도 준비한다. 비 소식이 있다면 방수 소재 재킷을 챙긴다.
2 기능성 하의 면이나 청 소재 바지는 하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며 신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최근 기능성 하의는 바지 내부에 속옷이 달려 제작된다.
3 모자 계절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선캡, 비니, 바이저 등의 모자를 착용한다.
4 GPS 시계 개인의 활동 거리, 시간, 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고가이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5 서바이벌 블랑켓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에 대비해 배낭 안쪽에 항상 챙겨둔다.
6 헤드램프 길을 잃어 하산 시간을 놓치는 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
7 과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수분과 당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과일을 준비한다.
8 트레일러닝 배낭 산에서 빠르게 물과 간식 등을 보급할 수 있도록 평소 트레일러닝 배낭을 등에 멘 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했을 때 몸에 이물감이 없으면서 활동 거리에 적합한 용량의 트레일러닝 배낭을 준비한다. 보통 4~12리터를 착용한다.
9 에너지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도록 젤 형태로 만든 혼합음료다. 1시간에 30~60g 정도 섭취하길 권한다.
10 물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수통 안에 1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수시로 급수한다. 트레일러닝 배낭 내부에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의 물팩을 넣어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고, 트레일러닝 배낭 어깨 밴드 부분의 주머니에 수통을 장착해 마실 수 있다.
11 트레일러닝화 발의 볼과 아치 등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준비한다. 활동 중 발이 부을 것을 대비해 일상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신발을 권한다. 자신의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추천받고 싶다면 신촌 ‘러너스클럽’을 방문해보자.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운동을 잘해서 국가대표로 올림픽에도 나가고 입상해 메달까지 따온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 국민의 0.0001% 이하가 누리는 엘리트스포츠맨이다. 엘리트스포츠맨이 되려면 타고난 천부적인 자질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우수한 코치 밑에서 체계적인 수업을 받아야 하기에 돈도 많이 든다. 국가도 태릉선수촌을 만들고 지원도 많이 한다.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반인은 생활스포츠로 건강을 위해 즐기면 된다. 재능이 있으면 빨리 성장하겠지만 적성에 맞으면 생활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스포츠는 다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획득했다고 또는 위대한 선수를 배출한 나라라고 그 나라의 국민 체력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올림픽의 메달 경쟁에서 상위권에 든 미국이나 중국의 국민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의 고국인 포르투갈 또는 메시의 조국인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체력이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질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발달한 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선진국에서는 학교 체육시간에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하도록 해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평생 자기만의 스포츠로 만들게 한다고 한다. 즉 생활스포츠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학생 시절부터 야구나 배구, 아이스하키를 취미삼아 하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도 동호인 클럽에서 운동을 계속한다. 격렬한 운동인 축구도 그렇고, 70세가 훌쩍 넘은 분들이 은발을 휘날리며 탁구와 테니스를 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참 좋다. 어디까지나 생활스포츠이기 때문에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건강을 위해 즐기면서 한다.
나는 30대 때 직장생활을 하면서 테니스에 입문했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키도 작아 잘하진 못했지만 지금도 동호인 클럽에서 영원한 현역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생활스포츠로 즐기고 있다. 테니스로 건강을 다져 울트라마라톤에도 출전하고 헌혈 100회를 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내 건강의 8할은 테니스로부터 왔다고 자부한다.
세상의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면 건강해서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사람과 아파서 병원에 있는 사람 그리고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고 운동장으로 뛰어갈 만큼의 건강한 사람도 아닌 중간 부류의 사람이다. 중간 부류의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적성에 맞는 스포츠를 찾아 즐겨야 한다.
나이가 들면 힘이 없어지고 행동도 둔해진다. 이를 더디게 하는 데는 운동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산다고 해도 아파서 골골거리며 오래 사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국가도 엘리트스포츠맨을 육성하고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생활스포츠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생활스포츠가 발전한 나라의 국민들은 쉽게 이겨내리라고 본다.
며칠 전 부산에서 파주까지 국토 종주 400km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던 선수 3명이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마라톤 100회를 완주하고 울트라 마라톤까지 달려본 나는 안타까움이 더하다. 울트라 마라톤이란 마라톤 정식코스인 42.195km를 넘어서 달리는 모든 마라톤을 말한다. 100km가 일반적이고 짧게는 60km 길게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600km도 있다. 이밖에 사하라 사막을 달리는 마라톤도 있지만 앞으로는 빙하지대나 열대우림을 내달리는 울트라 마라톤도 생길지 모른다.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더 먼 거리, 더 악조건 속의 마라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인간에게는 나쁜지 알면서도 하고 싶어 하는 중독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약이고 도박이다. 스포츠도 중독성이 있다. 내가 겪어본 마라톤도 그렇다. 긴 시간을 달리면서 느끼는 고통이 클수록 완주 뒤에 해냈다는 성취감은 더하다. 달릴 때는 고통스러워 왜 이런 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자신을 질책하다가도 완주하고 나면 고통을 싹 잊어버린다. 산모가 출산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또 임신하는 것처럼 끝까지 달리고 나면 힘든 것들은 잊은 채 다음 대회를 또 검색한다.
일반 마라톤이 누가 빨리 결승점에 들어오는가를 가리는 속도 경주라면 울트라 마라톤은 긴 거리를 제한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자기만의 성취감에 도취한다. 하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참가 선수가 적다. 사고가 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70명이었다고 한다. 메이저급 마라톤 대회 인원이 1만 명을 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없는 숫자다. 출발점에서는 동시에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의 실력에 따라 간격이 벌어진다. 그 거리는 수십 ㎞에 달할 수도 있어 혼자서 달리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고 당시 피해자들 주변에 안전관리 요원이나 차량도 없었다고 하지만 주최 측에서는 선수가 어느 구간을 달리는지 파악이 어려워 주로에 안전요원과 안전차량을 배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울트라 마라톤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선수들 참가비와 주최 측 호주머니 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할 수 없이 각자가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밤거리에는 헤드라이트를 쓰고,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눈에 쉽게 보이는 표식 등을 몸에 부착하고 달리지만 밝기가 약해 과속 운전자의 시야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인도가 없는 곳도 많아 어쩔 수 없이 차로의 갓길을 달리지만 심야에 트럭이 달리며 지나갈 때면 찬바람이 스치며 깜짝깜짝 놀란다. 운전자들도 갑자기 나타난 선수들 때문에 당황하곤 한다.
음주운전이 큰 문제였지만 갓길이라 해도 자동차도로를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사고로 안전 조치를 주최 측에 더 요구하면 울트라 마라톤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만족시켜주면서 근본적으로 사고를 없애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낙동강 자전거길(389km), 남한강 자전거길(136km) 등 여러 곳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평소는 자전거길로 사용하고 특정한 날에만 울트라 마라톤 구간으로 변경해 경기를 치르도록 하면 된다. 위험하니 무조건 하지 말라는 금지령보다는 위험 요인을 없애고 허용하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
한없이 걷고 싶어지는 4월이다. “신발이야 대충 운동화나 아무거나 신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걷기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신발을 잘 골라야 한다.
걷는 데 좋은 신발은 통상적으로 쿠션이 적당하며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밑창이 위판보다 넓어야 한다. 특히 앞꿈치와 발바닥 닿는 면적이 넓어야 한다.
별도의 장비 없이 의류와 신발만 갖추면 언제든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걷기’는 다른 레포츠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체육 활동임이 분명하다. 2016년 기준 산림청은 우리나라의 등산 인구가 월 1회 이상 1500만 명, 연 1회 이상 30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놨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월 3회 이하 체육 활동에서 등산이 1위(40%)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는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전 구간 개통된 2012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걷기’ 열풍과도 맞물려 있다. 당시 지자체마다 둘레길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했는데 대다수의 둘레길이 산과 산을 잇는 임도 구간에 조성됐고, 이는 자연스레 걷기 인구와 등산 인구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등산에 부담을 느껴 걷기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차후 등산에 도전하는 경우도, 반대로 등산에서 출발해 걷기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마라톤’ 인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의류와 신발만 있으면 언제든 도전 가능한 마라톤은 구애되는 장소도 없기에 등산과 트레킹보다도 접근이 쉬운 체육 활동이다. 현재 국내에서 1년 동안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는 무려 500여 개를 웃돌며, 국내 러닝 인구는 6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마라톤이 지속적 인기를 안고 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면, ‘트레일러닝’은 지난 4년 동안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생 아웃도어 활동이다. 트레일러닝은 이름 그대로 트레일에서 이루어지는 달리기 행위다. 산길, 들길, 해변, 계곡 등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을 달린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구분된다.
등산, 트레킹, 트레일러닝, 마라톤으로 분류되는 네 가지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된 신발별 특징에 대해 정리했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신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와 기능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사전에 본인의 활동 패턴을 고려한 아웃도어 슈즈를 꼼꼼히 점검한 뒤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적재적소에 맞는 신발은 아웃도어 활동의 컨디션과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다.
신고 싶은 신발을 신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발이 건강하게 걷거나 뛰기를 위한 용도보다는 유행이나 디자인에 치우쳐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신발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신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와 기능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사전에 본인의 활동 패턴을 고려한 아웃도어 슈즈를 꼼꼼히 점검한 뒤 선택할 필요가 있다
*걷는 기쁨이 두 배 등산화 vs 트레킹화
등산화는 우리나라에서 보통 트레킹화, 하이킹화, 워킹화, 트레일화 등으로 혼용돼 불리는데 크게 지형, 거리, 고도에 따라 어떤 경우에 등산화가 적합한지 트레킹화가 적합한지 살펴봤다. 물론 체력을 비롯한 컨디션과 산행 경험에 근거한 개인차가 있기에 아래 열거한 기준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①해당 지형에 돌이나 바위가 많을 경우, ②산행 거리가 10km 이상일 경우, ③산의 표고가 500m 이상일 경우에는 등산화가 좀 더 안전하다. 반면 ①도심 속 공원이나 야트막한 산길을 걸을 경우, ②산행 거리가 5km 내외로 다소 짧을 경우, ③산의 표고가 500m 이하일 경우에는 트레킹화가 더 편하다.
그렇다면 등산화와 트레킹화를 고를 때 각각 어떤 점을 좀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까? 먼저 등산화는 경사진 산길을 오래도록 걷는 상황을 대비해 약간 무게감이 있더라도 ①다리가 접질리지 않도록 발목 부분을 단단히 잡아주면서, ②발에 쌓이는 피로감이 분산될 수 있도록 쿠셔닝이 좋고, ③미끄럼 방지기능이 우수한 트레일 그립의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더불어 1박 이상의 종주 산행이나 장거리 산행으로 이어질 경우 갑작스러운 우천에 대비해 전 방향 방수·투습 성능의 고어텍스 중등산화가 적합하다. 중등산화는 경등산화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산행에도 발을 지속적으로 잡아주어 안전성이 높다.
반면 트레킹화는 주로 짧은 거리의 당일 산행이나 트레킹, 도심 속 공원을 가붓이 산책할 때 적합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기보다는 ①신었을 때 우선 가볍고, ②착화감이 편안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트레킹화는 데일리 슈즈로도 활용이 가능하므로 ③일상생활을 할 때도 신을 수 있도록 색감이나 디자인을 함께 봐도 좋다. 편의에 따라 다이얼을 돌려 신발을 빠르고 편하게 신고 벗을 수 있는 ‘보아 시스템(The Boa System)’ 제품도 괜찮다.
◇추천 등산화
K2 ‘NU 클라임 이보’ 엑스 트랙션(X Traction) 기술을 통해 신발 측면과 뒷면에 X자 형태의 지지 구조를 만들어 발을 안전하게 잡아준다. 더불어 한국형 화강암 지형에 맞는 엑스 그립(X Grip) 밑창을 통해 거친 산길에서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스페이스 ‘다이내믹 하이킹’ 2012년 첫 출시된 이후 매 시즌 업그레이드된 기술력과 디자인을 더하는 국내 대표 등산화 시리즈다. 보통발 타입, 평발 타입, 까치발 타입 등 발 모양에 맞게 쿠션과 아치의 높이를 차별화했다.
◇추천 트레킹화
라푸마 ‘에어벤트’ 무봉제(No-Sew) 공법을 통해 무게를 줄여서 착화감이 편하다. 아치 분리형 3D 밑창을 사용해 반발탄성과 유연성을 높였고, 미끄러짐 방지기능이 우수한 트레일 그립을 적용해 비가 올 때도 미끄러짐이 덜하다.
밀레 ‘헬리움 뮤온’ 무게를 줄여 발의 부담을 덜고 착화감을 높인 초경량 워킹화. 밀레의 자체 개발 초경량 기술 라이트엣지(Lite Edge)를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갑피 전체를 무봉제 공법으로 제작해 신발의 무게를 최소화했다.
릴라릴라 ‘디지솔 노르딕’ 디지솔 노르딕 워킹화는 착화력과 통기성이 우수해 워킹화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보행 때 앞으로 밀어주는 스프링 쿠션, 발뒤꿈치 부분의 충격 흡수, 우수한 미끄럼 방지기능으로 올바른 보행을 유도하는 디지솔 기능이 있다. 강력한 아치 서포트 기능이 장착된 우수한 탄성의 PU 인솔은 일반 쿠션 인솔보다 반발탄성이 20%나 더 높아 보행 때 피로를 덜 느끼게 해준다.
최적의 등산화와 트레킹화가 걷는 기쁨을 더해준다면, 내게 꼭 맞는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는 달리는 기쁨을 더해준다.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달릴 때 신는 신발이다. 등산화·트레킹화와 비교했을 때 기본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생김새가 날렵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 역시 ‘어떤 길’에서 신느냐에 따라 각각의 기능이 현저하게 다르다.
먼저 러닝화는 알려진 대로 가벼운 조깅이나 마라톤을 할 때 신는 신발이다. 달릴 수 있는 코스는 다양하다. ①집 근처 골목길이나 도로, ②인근 운동장과 트랙, ③한강 둔치를 비롯한 마라톤 코스 등 많다. 이들 길은 달리기 편한 평지이지만 포장된 인공의 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트레일러닝화는 말 그대로 트레일(trail)에서 신는 러닝화로서, 이때의 길은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이다. 달릴 수 있는 자연의 길 역시 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①임도를 비롯한 둘레길, ②경사진 산길, ③들판, 계곡, 해변, 사막 등이 있다.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는 달릴 때 신는 신발이므로 통기성과 신축성이 뛰어나야 한다. 발등에서 뒤꿈치, 발목까지 최적의 피팅감을 제공해야 함은 물론 내구성 또한 우수해야 한다. 다만 앞서 강조했다시피 ‘어떤 길’에서 신느냐에 따라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할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러닝화의 경우 ①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가벼운지, ②포장된 인공의 길을 같은 동작으로 지속적으로 달릴 것에 대비해 쿠셔닝이 좋은지, ③발이 지면에 닿는 모든 순간의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충격에서 비롯된 반발력을 통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트레일러닝화는 ①흙과 바위 등의 불규칙한 지형과 오르막 내리막 등의 경사 변화에도 발의 뒤틀림이나 꺾임 없이 안정적으로 잡아주는지, ②젖은 길바닥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접지력을 겸비했는지, ③장시간 달려도 발이 피로하지 않도록 쿠션감이 좋고 편안한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추천 러닝화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경량성과 내구성 등 러너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폼 솔루션을 장착한 제품으로, 전작인 ‘루나에픽 로우 플라이니트2’에 비해 더 가볍고 탄력적이다.
아식스 ‘젤 카야노’ ‘젤 카야노’ 시리즈는 국내 러너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아식스의 대표 러닝화다. 달릴 때 발목이 바깥쪽으로 심하게 꺾이는 외전 성향의 러너에게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아디다스 ‘울트라부스트’ ‘울트라부스트’ 시리즈는 차별화된 쿠셔닝은 물론 에너지 리턴기능의 부스트(boost) 기술력을 통해 최적의 탄성을 자랑한다. 중창과 갑피 사이의 공간을 띄워 어떤 발에도 최상의 피팅감을 선사한다.
◇추천 트레일 러닝화
라스포르티바 ‘헬리오스’ 라스포르티바의 마운틴러닝화 시리즈. 무게 480g으로 가벼워 스피드를 내기에 좋고 오프로드에서 특히 탁월한 착지력과 접지력을 자랑한다. 어퍼는 메시 소재, 뒤꿈치는 에어메시를 적용해 통기성 또한 우수하다. 단거리 트레일러닝에 추천한다.
알트라 ‘론픽’ 뒤꿈치와 앞꿈치의 높이가 같은 제로 드롭(Zero Drop)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달리기를 유도한다. 또한 대다수 한국인의 발 모양에 맞게 발볼 부분이 넓어 편안한 착화감을 자랑한다. 장거리 트레일러닝에 추천한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육상 중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 인생의 굽이굽이 한평생과 같다는 말로 이해한다. 인생에 있어서 초년, 중년, 말년이 있다면 마라톤에도 초반전 중반전을 거쳐 마지막 골인지점의 최후의 승부처가 있다. 초반이나 중반에 선두에 서지 못해도 힘을 비축하였다가 마지막 승부처에서 다른 선수를 따돌리고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자다.
인생에 있어서도 노년의 삶이 행복해야 ‘세상구경 잘하고 돌아간다’라고 말할 자격이 된다. 부모 잘 만나 잘 먹고 잘살았거나 중년에 떵떵거리며 거들먹거려도 노년에 아무도 찾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독거노인으로 지내다 세상을 하직한다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하지 못한다.
마라톤은 긴 거리지만 결국은 속도경기다. 누가 전체의 거리를 빠른 시간에 주파했느냐가 관건이다.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려면 옆 사람과 이야기 하고 주로의 꽃구경을 하다가는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입에서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며 1초를 아껴야 한다. 사람도 살면서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어느 길을 가야할지 목표 없이 방황하거나 엉뚱한 샛길로 빠지거나 어두운 길로 들어서면 노년의 종착지 부근의 삶은 당연히 비극이 기다린다.
그러나 이제는 100세 시대다. 혼자 만 잘 달려 60세에 일등을 하고 은퇴를 해도 후반전의 40년이 남아있다. 애시 당초부터 죽자 살자 그렇게 빨리 달릴 필요가 없었다. 100년의 거리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즐겁게 좌우를 살피고 남을 도와주며 달렸으면 더 여유로운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는 100세 시대에 혼자 빨리만 달려서는 외로운 인생이 된다.
마라톤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리는 경기가 울트라 마라톤이다. 마라톤이 속도경기라면 울트라마라톤은 완주경기다. 오직 정해진 거리의 완주에 목적이 있으니 시합이나 경기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올림픽 경기에도 없다. 우리나라 울트라 마라톤 중 최장의 거리는 전라남도 해남의 땅 끝 마을에서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까지 무려 622km를 달리는 종단코스가 있고 강화도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308km를 주파해야하는 횡단코스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끝을 볼 수 있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이 일반적이다.
속도경기가 아닌 완주경기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다. 옆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이 경쟁자가 아니고 동반자다. 옆 사람이 지치거나 다리에 쥐가 나면 부축해주고 마사지도 해주며 함께 달린다. 긴 시간 달리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주로에서 함께 밥도 먹는다. 마라톤경기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휴먼 스토리가 펼쳐진다.
필자는 마라톤 경기에 100여회 출전했다. 멀리 제주도 마라톤 대회도 갔다.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세 번이나 달렸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의 실천 장이 바로 울트라 마라톤이다. 울트라 마라톤은 선수보호를 위해 차량통행이 뜸한 한밤에 열린다. 별이 총총한 밤에 소수의 마라토너가 배낭에 음료수와 약간의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느리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삶이 보인다.
소년출세가 인생에서 경계해야할 일인 것처럼 빠른 주법은 울트라마라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느리게 그러나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빠른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이다. 방향이 맞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100세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면 더불어 사는 이웃과 친척친지들과 호흡을 맞춰야 인생이 즐겁다, 서로 도와가며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야 말로 100세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법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숨어서 소고기 구어 먹는다고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함께 해야 행복이다.
‘소확행(小確幸)’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조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8년 우리 사회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이미 회자되고 있던 ’작은 사치‘와도 비슷한 용어이다. 포미족(FOR ME)의 부상과도 연관이 있다. 빵집에서 가장 비싼 빵을 사 봐야 큰돈은 아니다. 500원 짜리 편의점 커피도 있지만, 점심 한 끼보다 비싼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도 ’작은 사치‘이다. 집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 생애에 아파트 하나 살 형편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 대신 자동차는 멋진 것으로 사는 것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파트 값에 비하면 ’작은 사치이다.
소확행의 전제는 긍정적이어야 하고 작은 일이지만, 흡족하고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들이 보는 관점과 달라도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큰 목표를 이루면 좋겠지만, 큰 목표는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럴 바에는 성공 확률이 높은 작은 목표가 좋은 것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달관세대’라 하여 출세에 관심이 없다. 높은 직위에 오르게 되면 사생활을 희생해야 하고, 책임이 많아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을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식 직원도 마다하고 자유로운 아르바이트를 오히려 선호하는 풍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 소확행을 즐기는 것이다.
70년대 말 전자오락 게임이 한창 유행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갤럭시안’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기록 중이었다. 위에서는 포탄이 쉴 새 없이 점점 더 많이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밑에서는 방어물 뒤에 숨어 레버와 버튼을 이용하여 위쪽 적을 공격하여 파괴하는 게임이었다. 순발력과 빠른 손놀림이 동시에 필요한 게임이었다. 서울역에서 갈월동으로 가는 도로변은 전자오락 게임방이 줄지어 있었다. 밤늦은 시간에 가면 그날의 하이 스코어가 8만점대정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필자는 기계마다 20만점에 근접하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필자 뒤에는 그것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날도 한창 신기록을 수립 중인데 동료가 그만하자며 뒤에서 갑자기 필자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순식간에 게임이 종료되었다. 필자가 불같이 화를 내자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동료는 필자가 하이 스코어를 낸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닌데 적당히 하면 되지, 그렇게 몰입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문했다. 그때 마땅한 어휘가 없어 필자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게 필자에게는 소확행이었다.
일 년 내내 전국에서 댄스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권위 있는 큰 대회도 있고, 고만고만한 실력의 선수들만 참가하는 댄스 대회도 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만, 예선을 통과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작은 지방 대회는 우승도 할 수 있고 적어도 등수 안에는 들어 트로피도 탄다. 혹자는 그런 대회에서 우승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무시한다. 그러나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 목표가 크지 않으니 소확행이다.
작년에 마라톤에 입문했다. 10km에 도전했다.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풀코스도 아닌데 감히 마라톤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다. 풀코스를 뛰는 사람도 처음엔 10km부터 뛰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풀코스에 도전하기 위해서 10km로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10km 코스면 흡족하기 때문이다. 소확행이다.
42.195km 마라톤 완주만 어림잡아 90회 이상. 100km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만 60회 이상 완주했다.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를 하루에 뛰는 철인3종경기 아이언맨 코스는 4번이나 달렸다. 이 정도면 마니아 수준을 넘어 중독이 아닐까 의심하겠지만, 그게 그럴 수가 없다. 상대가 의사, 그것도 격한 운동을 가장 반대할 만한 정형외과 전문의이기 때문이다. 김학윤 원장(金學倫·57)의 이야기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아이언맨의 단골장소라고 표현하면 요즘 유행하는 초인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김학윤 원장은 그의 병원, 김학윤 정형외과는 이제 아이언맨들이 즐겨 찾는 병원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극한의 체력을 시험하는 ‘철인’들은 부상이 일상이거든요. 특히 사이클을 타다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죠. 아마 3명 중 2명은 한 번쯤 쇄골이 부러진 경험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자전거는 장점만큼이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은 운동이에요.”
김학윤 원장을 만난 가장 큰 이유는 같은 시니어로서, 또 라이딩의 선배로서,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가장 정확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처음 주행을 시작하는 시니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을 묻자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기본 체력이다.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라이딩을 포함해 등산이나 수영 등 운동을 취미로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합니다. 물론 20~30대라면 이런 과정이 불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시니어들은 다릅니다. 적어도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은 있어야 합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주 천천히 달리는 것도 좋습니다. 걷지 않고 달릴 수 있어야 해요.”
기본적인 체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몸 곳곳에 무리가 가고, 그것이 부상과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체력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운동에 접근해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근력과 순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장경인대는 대표적인 부상 부위 중 하나. 부상을 하면 반드시 운동을 금하고, 2주 동안 충분히 쉬면서 회복이 될 수 있는 부상인지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대부분의 상처는 이 과정에서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이 갖춰지면 운동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해요. 중간에 힘들다 생각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치면 다 나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좀 더 빠른 속도를 갈망하고, 남을 앞서 나가려고 욕심을 부리면 결국 다치게 됩니다. 내리막이나 코너에서는 미리 감속하고, 남의 시선보다는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해요. 저도 기록을 조금만 더 앞당기려다 결국 상처를 입고 배운 지혜입니다.”
당당히 ‘철인’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그이지만, 김학윤 원장도 처음부터 강견하지는 않았다. 아니 강견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장애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는 타고난 평발, 그것도 아주 심한 평발이다. 그래서 학창시절 그에게 달리기는 늘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 군의관 훈련 구보에서는 늘 열외 대상이었다.
“달리기는 못했어도 대학교 시절 산악부 출신이라 등산은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의사 등산모임에서 훨씬 나이 많은 선배에게 뒤처지는 거예요. 비결을 물었더니 마라톤이라더군요. 그래서 바로 시작했죠.”
물론 평발의 고통은 따라 다녔지만, 조금씩 참고 극복하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진통제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저 견디기 힘들면 쉬고, 힘이 나면 뛰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나 스스로 향상되는 과정을 즐겼습니다. 수영이나 사이클도 마찬가지예요. 사이클 롤러(실내에서 사이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 위에 올라 실내에서만 두 달을 연습한 후에 밖에서 주행을 시작했어요. 남들은 자빠링(넘어지는 것) 3번이면 익숙해진다고 하는데, 저는 열 배 이상 넘어졌죠. 그리고 몇 달 후에 미시령까지 180km 투어를 갔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기본을 갖추고 나를 이긴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 만능 스포츠맨이 있다. 스킨스쿠버, 사막 울트라 마라톤, 등산, 축구, 자전거 하이킹까지. 자칭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다. 때문에 건강한 신체를 얻었고, 건강한 정신이 따라왔다. 몇 살이냐고? 화투로 따지면 ‘6땡’ 66세 주름 많은 늦청년이다. 건강한 신체로 250km나 되는 사하라 사막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건강한 정신으로 파키스탄 오지 마을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을 만났다.
작은 체구 사내의 눈웃음이 환상적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25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남성이다. ‘이 사람이 완주를 했다고?’. 고개가 갸우뚱 거릴 만큼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거둬 올린 셔츠 소매 사이로 튀어나온 팔뚝은 꽤나 다부지다. 팔뚝에 도드라진 힘줄은 남성미를 물씬 풍기기까지 한다. 신중년들의 행복을 가꿔 주는 행복 디자이너 ‘아름다운 유산’의 우헌기(66) 대표다.
누군가는 산을 좋아하는 그를 산악인이라 부른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마라토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 대표를 한 가지 수식어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가 가진 재주가 너무나도 많은 탓이다. 그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마라톤과 산 때문이었지만, 정작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스키다. 다부진 몸매의 소유자 우 대표의 비결은 스포츠다. 그를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 중 그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아마 ‘철인’일 것이다.
◇ 도전의 즐거움 - 63세, 사하라를 횡단하다
2011년, 그는 철인답게 사하라 사막 250km를 횡단하는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했다. 즐기는 자는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환갑을 넘긴 나이는 도전이라는 즐거움 앞에서 아무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전이라는 즐거움이 무거울 수도 있었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약 250km. 꼬박 6일 반나절을 걷고 뛰었다. 무박으로 100km를 걸을 때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걷고 또 걸었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처지는 참가자, 포기하는 참가자가 속출했지만 우 대표는 단 한 번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도전을 위한 철저한 훈련 덕분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위해 4월부터 열심히 준비를 해요. 한 여름부터는 울트라 마라톤을 가는 훈련을 하죠. 10kg이상의 배낭을 메고 가기 때문에, 그 정도의 물을 채워 가방에 싣고 하루 30~40km씩 걷는 훈련을 했어요. 2개월 이상 그렇게 하니 사막에 가는 것은 문제가 없더라고요.”
사하라 사막이라는 대자연을 맞서는 것에 우 대표도 상당히 망설였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출국 1주일 전까지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를 할지 말지 고민했을 만큼 말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을 믿었다. 여름 내내 시간을 투자한 훈련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흘린 땀방울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키기 충분했다.
“완주하고 나니 세상일이 생각한 것 보다 쉽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양사언의 시조가 생각나더라고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새로운 도전이 두려운 것은 당연해요. 그것은 무지(無知)에서 오는 것이죠. 도전하고 싶다면 그 분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세요. 그러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이 생깁니다.”
◇ 나눔이라는 보람 – 파키스탄에 희망을 전파하다
“사막 마라톤에 도전할 것입니다. 또 그것을 통해 모금을 해 나눔을 실천할 것입니다.”
2010년 송년회에서 우 대표가 자원봉사단체인 ‘해피포럼’의 지인들에게 2011년 계획을 발표했다. 당찬 포부였다. 추진력과 준비 또한 탄탄했다. 가을에 열리는 사막 마라톤을 위해 반년 이상을 준비했다. 뚝심 있게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1Km당 100원씩 받은 지인들의 성금이 100만원이나 모였다. 결심한대로 좋은 곳에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떻게 어디에 써야 할지 몰랐다.
“그 때는 이 돈만 모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돈이 모이니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수 없이 고민하던 끝에 일단 방콕에 수재의연금으로 보냈습니다.”
우 대표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기부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 더욱 구체화했다. 그러던 중 파키스탄의 카라코롬 산맥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 우리나라의 50~60년대에 모습을 봤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오로지 강물을 이용한 관계농사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마을 사람들. 우 대표가 보는 그들의 삶은 고단하고 무기력해 보였다.
그래서 우 대표가 그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싶었다. 파키스탄 안에서도 외진 곳. 정치적으로 소외 받고, 문화‧종교‧환경적으로도 이질적인 그곳에 꿈과 희망을 불어 넣고 싶었다. 이를 위해 2012년 그는 서슴없이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짓는 등 활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또한 매년 열리는 사막 마라톤, 산악 마라톤을 통해 모금한 성금을 파키스탄의 한 작은 마을에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나눔 활동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들의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미약하나마 변화의 미동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표정이 없던 마을사람들에게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마을을 보는 순간 바로 생각났어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따로 있구나’라고요. ‘보이스 비 엠비시어스(Boys, Be Ambitious! :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그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좀 더 넓게 얘기하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 도전 + 나눔 = 행복
“이 모든 것이 제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도전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나눔을 통해 얻는 보람이 합쳐지니 행복해지더라고요.”
결국 마라톤은 즐거움이었고, 나눔은 보람이었다. 우 대표는 이 두 가지가 더해지니 행복한 삶이 보였다. 사실 우 대표는 60세 퇴직 이전까지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내 인생에 어떠한 유산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택한 것은 도전과 나눔을 통한 행복이었다. 또한 이 방법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이 그가 남길 수 있는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사막마라톤과 기부. 우 대표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려고 한다.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는 방법을 확산 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든 ‘아름다운 유산’을 사단법인화 하려는 것이다. 파키스탄 카라코롬 기부, 태국 수재의연금 기부 활동을 하면서 많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기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 기부금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는 ‘아름다운 유산’의 사단 법인화를 통해 의료나 교육면에서 더 많은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퇴직 후 아름다운 유산을 만들려는 신중년들에게
우 대표는 퇴직한 신중년들이 ‘우리는 영원한 현역’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퇴직 이후의 삶이 덤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순간 퇴물이 된다면서 말이다. 그는 퇴직 이후 건강하고 유익한 삶을 살기 위한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첫째, 퇴직 이 후의 쉬는 시간을 길게 할애하지 말라. 아무리 길어도 6개월 이상 넘기지 말 것을 충고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삶이 무기력해지고 편안한 삶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됐을 경우 새로운 삶에 나라는 존재를 다시 넣기 어려워진다.
둘째, 새로운 역할을 찾는데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하라. 우 대표가 사막 마라톤을 위해 여름 내내 시간을 투자 한 것처럼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한 성실한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형편이 된다면 돈을 투자해서 배워야, 그 상식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을 하라. 그는 앞으로의 삶은 건강하고 보람이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건강을 채워준 것은 마라톤, 보람을 채워준 것은 나눔이었다.
‘도전과 나눔으로 아름다운 유산을 만드는 사람’. 우헌기 대표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도전에는 끝이 없다. 목표도 많다. 이제 66세 철인은 더 많은 나눔을 위해 비단길12000km 횡단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