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가 붓고 아프다?
쥐가 나서 잠을 설친다?
발과 종아리가 터질듯하다?
이때는 하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 이상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질환인 하지정맥류는 중장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있으면 꼭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하지정맥류의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요?
다리 혈관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온 증상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외에 다리가 붓는 부종, 다리의 심한 피로감, 야간에 쥐가 나는 증상 등이 있습니다. 심하면 다리 피부색이 변하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합니다. 피곤할 때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합니다. 보통 40대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합니다. 여성은 임신 중 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하나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 요법 등 보존 치료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비용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실손의료보험(실비)이 적용됩니다. 단,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임을 입증하는 의사 소견서가 꼭 필요합니다.
족욕이나 반신욕이 역효과라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환자는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이 아니라 발쪽으로 역류하는 상태입니다. 이때 혈관 확장은 역류를 더욱 조장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평소에 갖고 있던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등산이 하지정맥류에 도움이 되나요?
하지정맥류 환자는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는 대표적으로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등산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병한 뒤에 하면 혈류의 역류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운동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증상 호전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정맥류 자가 진단 리스트
□ 야간 수면 시 다리에 쥐가 나서 깨는 경우가 있다.
□ 일과 후 종아리나 발이 터질 듯하다. 아침에는 증상이 좋아진다.
□ 일과 후 다리가 무겁고 뻐근한 통증이 있다. 아침에는 증상이 좋아진다.
□ 다리에 거미줄처럼 푸른색의 가느다란 실핏줄이 보인다.
□ 발바닥이 뜨겁고 발이 화끈거린다.
※ 위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할 때는 검사받기를 권합니다.
“하지정맥류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운동으로 증상 호전을 기대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에디터 조형애 취재 손효정 도움말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디자인 이은숙
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아침저녁으로 걷기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가벼운 신체활동은 건강과 몸의 활기를 북돋아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한 보행이나 운동으로 몸에 무리가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도 따라서 증가하고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족부(발)에 발생하는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종골(발뒤꿈치뼈)부터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발바닥 아치(arch)를 유지해 주는 단단한 섬유막으로, 몸을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족저근막염은 오래 걷기 등으로 족저근막에 무리가 가면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운동선수들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하이힐이나 굽이 낮은 신발, 딱딱한 구두를 자주 신는 일반인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중장년 사이에 유행 중인 맨발 걷기도 문제다. 푹신한 깔창으로 발을 보호하는 신발 없이 딱딱한 흙 바닥을 밟는 것은 발에 무리를 줘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맨발 걷기를 즐기고 싶다면 지자체에서 발 건강을 고려해 조성한 지역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걸을 때 충격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민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족저근막염의 증상은 서서히 발생하는데 아침에 일어난 직후 처음 몇 발자국 디딜 때 발뒤꿈치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다 점차 걸음을 걷다 보면 통증이 줄어드는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초기엔 약물치료·스트레칭으로 호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족저근막염(발바닥근막성 섬유종증) 환자는 2022년 27만1850명으로 2012년 13만8583명 대비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평균 발병 연령은 45세 내외,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가량 잘 발생한다.
진단은 초음파 검사로 가능하다. 근막이 파열되면 그 부위가 부어올라 두께가 두꺼워진다. 치료는 환자의 90% 이상이 보존적 치료로 회복된다. 수술적 치료는 거의 필요 없다.
족저근막염은 보통 족저근막이 밤사이 수축돼 있다가 아침에 급격히 이완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보조기를 사용해 밤사이 족저근막을 이완된 상태로 유지 시켜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보조기를 착용한 지 1주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줄어든다. 2~3개월은 꾸준히 착용해야 완치할 수 있다. 또 치료 시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효과적으로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
부종이 동반된 급성기에는 약물치료인 소염진통제를 사용한다. 이때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통증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는 족저근막의 파열을 더 악화시키거나 발바닥 뒤꿈치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지방 패드를 녹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족저근막염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와 스트레칭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보통 즉각적인 호전이 아닌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환자의 참을성과 꾸준함이 중요하다”며 “특히 족저근막염은 증상이 오래될수록 치료 성공률이 낮아진다. 증상이 의심될 때는 가능한 빨리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교정이나 주사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 환자는 체외충격파 치료(ESWT)를 통해 염증조직을 회복시켜 치료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세포막에 물리적 변화를 유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석회화를 재흡수시키고 혈액 공급을 증가시켜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주변 조직과 뼈 회복을 활성화해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을 가져온다. 또 충격파를 염증이 있는 족저근막에 가해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자극, 통증에 대한 신경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통증을 완화한다. 특히 새로운 혈관을 생성시켜 이미 손상된 족저근막의 치료를 도와 많은 시간이나 수술 없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체외충격파는 기존의 물리치료, 약물, 주사 등의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족저근막염 외 근골격계 환자들에게도 추천되는 비수술적이고 안전한 치료방법이다”며 “특히 회전근개 병변, 석회성 건염,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 만성 허리통증, 아킬레스건염, 퇴행성관절염, 연골연화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만성적으로 지속하거나 골절 부위의 불유합, 림프 부종, 뇌졸중 환자의 경직, 욕창이 있는 환자에서도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운동 피하고 적정 체중 유지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족저근막에 과도한 긴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서 있거나 걷는 것을 가능한 줄이고, 비만이거나 최근 급속한 체중 증가가 있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따뜻한 족욕은 혈액순환을 도와 족저근막염 예방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적절한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꽉 끼는 신발은 피한다. 뒷굽이 너무 낮거나 바닥이 딱딱한 신발도 좋지 않다. 여성의 경우 하이힐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구두를 오래 신으면 보통 발뒤축의 바깥쪽이 먼저 닳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닳은 구두를 오랫동안 신게 되면 발바닥에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고 악화할 수 있다”며 “이때는 구두 뒷굽을 새로 교체해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면, 전날 식사도 못 하고 과량의 장 정결제를 마셔야 하기에 매우 고통스럽다. 검사 후 용종을 몇 개 제거했다는 결과를 들으면, ‘혹시 대장암이 진행된 것은 아닐까?’ ‘용종을 제거했으니 괜찮은 것일까?’ 등의 두려움과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장암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안병규 한양대학교 외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보건복지부의 국가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새롭게 발생한 대장암 환자는 2만 7877명으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사망률 역시 폐암, 간암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안병규 교수는 “대장암은 지난 10년간 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장암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음식 및 식습관, 생활환경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전체 대장암의 약 90~95%는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겨난 용종이 오랜 시간 유전자 변이와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산발성 대장암이다. 유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의 5~10% 정도이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HNPCC)이 여기에 속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용종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50대 이상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3~5년마다 받을 것을 권고한다. 다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대 이전부터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Q. 중장년 시기에 대장암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체 대장암의 약 90~95%를 차지하는 산발성 대장암은 아무래도 젊은 나이보다 중장년층에서 발생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빈도가 높은 것은 음주, 흡연, 식이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 남성의 경우 회식이 잦고 육류 섭취 및 음주,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과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대장내시경의 궁극적인 목적, 용종과 대장암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A. 대부분의 대장암은 작은 용종에서 시작되나 모든 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은 선종성 용종으로, 대장암의 80~90% 이상은 선종성 용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용종이 대장의 가장 안쪽 점막층에서 발생해 점점 자라면서 다양한 유전자 변이 과정을 거쳐 암으로 변하는데, 일단 암으로 변하면 대장 벽을 뚫고 점점 깊이 침투해 들어갑니다. 그래서 용종을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부르며,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종은 대장의 어느 부위에서든 또 생겨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장내시경을 자주 하면 천공과 출혈 발생이라는 부작용이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A. 최근에는 45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좀 더 짧은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천공과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는 대장내시경을 자주 해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용종을 절제하거나 장 유착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것이 걱정되어 대장내시경을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즉 대장암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초기 대장암 환자는 증세를 자각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고 봤습니다.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대장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봅니다. 대장암 증상은 전신에 나타나는 증상과 국소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신 증상으로는 체중 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있습니다. 국소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른쪽 대장암은 위치가 항문에서 제법 멀기 때문에 흑색 변을 보게 되며 빈혈이 나타납니다. 또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암이 크게 자라배에서 혹이 만져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반면 왼쪽 대장암은 오른쪽에 비해 직경이 좁기 때문에 암이 조금만 자라나더라도 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장 폐색, 변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선홍색에 가까운 혈변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암은 선홍색 혈변, 잔변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변이 가늘어지거나 자주 보는 등의 증상을 흔히 보입니다.
Q. 대장암 수술 후 장루(인공항문)를 필수로 착용해야만 하나요?
A. 장루는 필수로 하는 것은 아니며, 크게 폐쇄성 대장암과 직장암 수술의 경우 필요합니다. 폐쇄성 대장암의 경우 수술 전 장 정결을 할 수 없어 절제한 장을 연결하지 못하거나, 연결하더라도 문합부 누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암 수술은 연결 부위가 항문에서 너무 가깝거나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장 문합 부위 누출 가능성이 높아 장루를 만들어주면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가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영구 장루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으로 장루를 사용하다가 회복되면 복원이 가능합니다.
Q. 대장암 예방에 도움 되는 음식과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나요?
A. 하루 필요한 양의 적정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섭취를 권장합니다. 양질의 식이섬유 섭취와, 하루 1.5리터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고칼로리 식이와 음료, 다량의 붉은색 육류와 동물성 지방 섭취는 제한해야 합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또한 중요하며, 금연을 하고 과음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도움말 안병규 한양대학교 외과 교수]
성은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이자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누구나 성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나이·건강 상태 등 신체 조건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만성 질환이나 질병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위축되기도 한다. ‘다시 사랑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밀려온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보길 권한다.
요즘은 환갑이나 칠순 잔치를 하는 사람이 줄었다. 과거와 달리 60세, 70세까지 사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일이어서다. 젊게 지내는 만큼 성생활도 활발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의 84.6%, 70대의 61.9%, 80대의 36.8%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이럴까, 자책은 금물
성과 관련해 노년기에 가장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남성의 발기부전. 발기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성기가 충분히 딱딱해지지 않는다. 사정 시 극치감(오르가슴)을 느끼는 정도가 감소하며, 사정 후 무반응기가 길어진다. 심리적 변화도 함께 나타나는데, 체중이 늘어나고 모발이 희어지거나 소실되는 증상이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성적인 관심이 줄어들기도 한다. 나이 들수록 나타나기 쉬운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등은 성기능 감소에 영향을 준다. 발기부전은 보통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경구용 발기유발제, 주사 등 치료로 개선 가능하다.
또 하나는 여성의 성교통이다. 여성은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신체기능이 저하되는데, 생식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멈춘다. 갱년기 이후로는 질이 건조하고 탄력이 떨어져 성교에 불편함을 느끼고 아픔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 홍조, 식은땀, 건망증 등으로 심리까지 위축된다. 여성은 아직 먹는 약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병원에서 호르몬을 비롯한 원인 개선에 힘쓰는 편이 좋다. 더불어 윤활제 같은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변화로 섹스에 흥미가 없어졌을 때는 상대의 성적 요구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성공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은 독이다. 고민이 있다면 남성은 비뇨기과, 여성은 산부인과를 가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각자 기준이 다르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생기는 지점이 있다 보니, 심리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해소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만성 환자들도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적절한 치료와 상담으로 다시 행복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지만, 만성 질환자나 장애가 있는 경우 조금 더 명확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신체적인 어려움과 노령을 이유로 성생활을 피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은 노년기에 발생하기 쉽다. 해당 질환의 상대는 재발이 무섭고 아픈 사람을 괴롭히는 것 같은 데다, 성적 매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범석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교수는 “재발의 두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유의미한 관련성은 없다”며 “무조건 성관계를 제한하지는 않되 심박동과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 손상은 말초의 체성신경과 자율신경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당뇨병이 있는 남성은 발기부전이 초래되지만 상대적으로 사정이나 극치감에는 영향이 적다. 여성은 감각이 떨어져 특히 흥분 단계에 제약이 있는데, 성적 욕구와 성행동은 유지되는 추세다.
만성 통증 환자들은 우울증, 자기 이미지 손상, 체위 문제, 여러 동반 질환, 피로감 등으로 성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또 이들이 많이 복용하는 신경정신계 약물, 근이완제, 스테로이드제 등이 영향을 미친다. 통증 개선이 우선이겠으나 통증에 대한 이해와 관리, 적합한 성교 체위, 상대의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가? 혹시 알음알음 퍼진 부정확한 기준과 정보 탓에 서로를 질책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쪽만의 문제,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던 섹스는 잊고 인생 2막, 3막을 위해 다시금 사랑의 도움닫기를 해보자.
섹스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예전에 비해 완화됐지만 아직 사람들은 ‘이 주제’를 스스럼없이 말하길 꺼린다. “에이, 결혼한 지도 꽤 됐는데 나이 들어서 가족끼리 왜 그래? 주책이야”라며 서로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는 단순히 쾌락만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과 ‘관계’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합쳐진 삶의 소중한 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성적으로 친밀할수록 두 사람 사이가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자아 존중감 회복, 삶의 의욕 증가 등 정서적 효과를 누리는 건 덤이다. 성생활을 슬기롭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섹스=거시기하다’는 인식의 오류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섹스로부터 태어났다. 2차 성징을 겪은 뒤 어른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섹스를 한다. 성은 요람부터 무덤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인간의 근원인 셈이다. ‘거시기하다’며 민망하고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또한 ‘거시기’(성기)를 통한 삽입 성교만이 전부라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섹스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애무, 오럴섹스, 키스, 포옹, 손잡기 등도 모두 섹스다.
건강한 섹스 경험의 부재
‘나이 들수록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성행위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기부전이나 질 윤활액 분비 감소, 감각 둔화 등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과거의 정서와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75세 노인이라도 청년 시절 행복한 섹스를 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기대와 욕구가 커지고, 25세 청년이라도 관련된 트라우마나 혐오가 있다면 몸과 마음이 섹스를 거부하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현대로 오면서 유튜브,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쾌락이 늘어난 까닭에 점점 섹스를 경험할 기회가 줄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현재 한국은 성관계를 적게 하는 섹스리스를 넘어 아예 성관계를 하지 않는 섹스오프 상태에 봉착했다”며 “코로나 시대와 불경기를 지내면서 연애나 사랑이 필수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개인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다
‘섹스에는 정년이 없다’는 말, 이제는 흔한 표현이다. 그러나 여러 원인으로 성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랜 시간을 한 상대와, 같은 방식으로, 매번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젊을 땐 좋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되는 패턴에 만족도가 떨어진 사람, 특정 이유로 사이가 소원해져 성생활까지 타격받은 사람, 사소한 습관이나 외모 결함 때문에 몸의 대화 자체가 단절된 사람 등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사실 좋은 섹스는 침대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함께 멋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고, 애정 어린 농담을 주고받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관계 시에도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섹스만이 쾌감을 주는 건 아니다. 섹스는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스한 온기, 떨리는 마음, 촉촉하고 매끄러운 느낌 등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원하는 횟수나 시간대, 자극받고 싶은 부위, 성적 취향 등이 있다면 솔직하게 요구해야 한다. 서로의 신체적·정신적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단계다.
유외숙 상담21 성건강연구소장은 “연애·결혼 초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도 오랜 시간 불만이나 욕구를 참으며 한쪽 또는 둘 다 불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좋으면 좋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모 아니면 도’라 여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계의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만족을 위해 열심이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대화와 소통으로 중간중간 점검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소장은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욕구와 방식을 조율하며 서로 잘 싸워야 한다”며 “한 꺼풀, 두 꺼풀 덜어내다 보면 사람 관계의 본질은 같다”고 조언했다.
중년 이후의 행복한 성을 위해 알아야 할 8가지
●부부 사이 성생활의 질은 서로의 친밀감이 좌우한다.
문제가 있을 때는 섹스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 방법을 개선하는 등 친밀감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중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섹스가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통증 감소, 심장질환 예방, 자궁질환과 전립선질환 예방,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중년 이후 성기능 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은 남녀 모두의 성기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의 걷기·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발기부전 예방에, 여성의 케겔운동은 실금을 줄이고 성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발기부전 같은 남성 성기능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하자.
중년 이후 발기부전은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의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성인병의 신호탄이다. 발기부전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거나 친구와 상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자.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발기부전을 해결할 수 있고, 성인병 동반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는 성교 시 통증은 해결할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질 윤활액 분비가 감소해 성교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윤활제를 사용하면 된다. 이후에도 성교통이 계속된다면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충분한 애무를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여성은 삽입 성교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힘들다. 성행위 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유 있게 애무해야 여성의 성적 만족이 높아진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는 질 속이 아니라 음핵(클리토리스)이다. 애무는 길게, 삽입은 늦게, 삽입 시기 결정은 여성에게 맡기기를 권한다.
●성적 호기심이 유발되도록 창조적인 변화를 시도하자.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체위,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는 활력을 주기도 한다. 부부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멋진 장소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등 판타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용불용설(用不用說), 규칙적인 성생활 여부에 따라 성기능이 유지되거나 퇴화한다.
중년 이후에도 꾸준한 성생활을 통해 성기능이 향상되고, 성적 만족도 높아질 수 있다. 중년 이후 많은 부부가 젊을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출처 ‘2015 대한성학회 추계학술대회’, 정리 이범석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교수
1970~80년대 유년 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학교 앞 문방구를 가득 채운 프라모델 키트와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즐긴 미니카 트랙을 기억할 것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이들이 어린 시절 추억을 취미로 바꾸고 있다.
누군가는 장난감 취급하고, 누군가는 마니악하다고 평가하지만, 프라모델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은 누구보다 몰입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프라모델은 스케일 모델과 로봇으로 나뉜다. 타미야와 반다이남코가 대표적인 제조사다. 스케일 모델은 네 가지로 나뉜다. 밀리터리, 항공, 자동차와 오토바이, 함선이다. 타미야가 제조하는 스케일 모델 중에는 미니카의 인기가 가장 높고, 로봇 프라모델은 반다이남코의 건담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어린 시절 미니카와 프라모델을 접해보지 않은 중장년이 없을 정도로 1970~80년대에는 대중적인 놀이였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를 즐기기에는 ‘장난감’ 취급을 받는 데다 심지어 ‘비싸기까지’ 한 취미로 오해받기 일쑤여서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한번 만들기 시작하면 하루 두세 시간은 기본이고, 키트 하나를 만드는 데 서너 달은 매달려야 하기에 기혼자라면 시간, 돈, 아내의 허락 세 가지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취미로 꼽힌다. 만든 작품들을 집에 두려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가족들의 ‘핍박’(?)도 견뎌내야 한다.
장난감 시장을 주름잡았던 1980년대에 비하면 프라모델은 사양산업으로 꼽히지만, 어린 시절 품었던 프라모델에 대한 로망은 경제적 여유가 생긴 중장년의 지갑을 열고 있다.
“건전하잖아요!” 미니카, 밀리터리, 건담 프라모델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 매력에 대해 묻자 한 명도 빠짐없이 한 말이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것도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이 키트 하나를 사서 완성하는 데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20만 원짜리 키트를 샀다면 한 달에 약 6만 7000원꼴이라며 꽤나 건전하지 않냐는 반론이다. 어찌 보면 구석에 몇 시간이고 앉아 꼬물거리는 게 ‘다 큰 어른이 장난감 하나 붙잡고 뭐하는 거지?’ 싶겠지만, 이들의 세계는 무척이나 심오하면서도 유쾌하다.
달려라 미니카!
본격적인 미니카 붐은 1987년 만화 ‘달려라 부메랑’의 연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이후 서킷과 트랙이 만들어지고, 대회가 열리고, 룰과 규정이 생겼다. 트랙의 모든 레일을 세 번 돌아 출발 지점까지 먼저 완주한 사람이 승리하는데, 코스를 이탈하면 탈락이기 때문에 스피드와 안정성 두 가지를 다 잡아야 한다. 또한 공인 대회에 나가려면 반드시 본인이 직접 조립한 차로 참가해야 해, 미니카를 취미로 삼았다면 튜닝은 필수다.
‘웨에엥~~~~’ 트랙 세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남짓. 잘 달리는가 싶던 미니카가 점프 혹은 코너 구간에서 튕겨나갔다. “아, 생각처럼 잘 안 되네”라며 강두일(46) 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 씨의 작업대 위에는 각종 도구와 미니카 부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트랙에 따라 미니카 튜닝이 달라져야 하니까, 하다 보면 성취감이 엄청 커요.” 강 씨의 미니카 사랑은 어느덧 5년 차가 됐다.
수원 미니카 경기장 ‘브이엑스알’에는 강 씨를 비롯해 미니카에 진심인 ‘아저씨들’이 매일 삼삼오오 모인다. 브이엑스알은 이성원(35) 씨와 최지수(33)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미니카와 프라모델로 유명한 타미야가 공식 경기장으로 지정한 세 곳(인천, 수원, 부산) 중 한 곳이다. 이 씨는 이전에 VR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대기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미니카 트랙을 작게 만들어뒀다. 그런데 오히려 아빠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트랙을 보러 방문하는 손님까지 생겼다. 부부가 미니카 경기장을 열게 된 계기다. 수원 브이엑스알의 매력은 개인 지정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주로 40대 초반~50대 초반 고객이 많은데, 대부분 대표님이나 사장님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해서’라는 핑계가 필요해 자녀와 함께 오는 아빠들도 많다고.
매장 내에는 회원들이 받아온 상패 80여 개가 진열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2023년 국내 타미야 미니카 왕중왕전 1위 트로피가 눈에 띄었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김진오(40) 씨. 미니카를 만들기 시작한 지 2년도 안 됐지만 승리를 차지했다. “저희 어릴 땐 문방구마다 미니카 트랙이 있었어요. 또 그때는 뭐든지 고쳐 쓰던 시절이거든요. 아버지 어깨너머로 고쳐 쓰는 걸 봤으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익숙했죠. 지인 추천으로 시작한 취미인데, 다른 취미들의 특징과 매력을 총집합해놓은 게 미니카더라고요.” 김 씨는 미니카의 매력으로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꼽았다.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나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는 게 마치 초등학교 시절 미니카 트랙 앞에 모여 친해진 친구들 같아 재미있다고 했다.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취미라지만, 미니카 인기가 높아져서인지 올해 7월에는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타미야 미니카 아시아 챌린지’가 열린다. 국내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강두일 씨도, 김진오 씨도 예선을 통과해 챌린지에 국가대표로 나가는 게 목표다.
기동전사 건담
중장년에게 미니카 외에 또 하나의 로망은 ‘로봇’이다. 건담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다. 반다이남코에서 제작하는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은 요즘에야 인기가 식었다지만, 중장년에게는 로망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취미다.
공덕수(54) 씨는 건프라 ‘해치 오픈’ 작가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로봇 키트를 몇 번 사다가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30대에 건프라 키트를 처음 구매했는데, 다섯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고 ‘신세계’라고 느꼈단다. 2009년 여름, 건담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싶어 공방을 찾아간 게 본격적인 취미의 시작이었다. 취미는 이제 직업이 됐다. 공 씨가 만든 해치 오픈 작품들이 입소문을 타 작업 의뢰를 받기 시작하면서다. 지금은 작품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수업도 한다. 해치 오픈 설명 이미지를 판매하고 완성품 제작 주문을 받는 사이트 ‘만들자 닷컴’과 유튜브 채널 ‘FHO STUDIO’도 운영하고 있다.
건프라 조립은 방식에 따라 분야가 나뉜다. 설명서대로 만들면 스트레이트, 겉면을 손상시켜 낡게 만드는 웨더링, 건담과 멋진 배경을 만드는 디오라마, 외면에 금속 등 새로운 재료를 붙여 현실감을 높이는 디테일 업 등이 있다. 해치 오픈은 자동차 보닛을 열어 속을 보여주듯, 건프라의 갑옷을 열어 뼈대를 중심으로 2차 창작을 하는 걸 말한다. 공 씨는 해치 오픈이라는 장르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 다듬어 정립한 장인이다. 공방에 다닐 때만 해도 2차 창작을 즐기는 사람들이 20여 명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공 씨의 작업실에는 건프라 완성품이 거의 없다. 만드는 족족 판매됐기 때문이다. 2014년 처음 디자인한 이족 보행 로봇 ‘네피림’은 만들자마자 팔렸다. 주로 의뢰를 받아 작품을 만드는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인 ‘크샤트리아’는 최고 1200만 원에 팔린 적도 있다. 공 씨처럼 로봇을 분해하고 조립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면 로봇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100% 이해해야 한다. 그는 건프라의 매력으로 ‘커스텀’을 꼽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로봇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제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고자 세계관을 정립하고 로봇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건프라 키트를 모아서 다른 로봇을 만드는 데 부품으로 사용하거나 직접 재료를 자르고 다듬어 만들었는데, 이제는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어요. 1~2년 정도 프로그램을 배우고 1년 정도는 프린터로 재료들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죠. 머릿속에 상상만 하던 로봇을 이제 직접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건담처럼 저만의 로봇 IP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밀리터리 프라모델
2023년 11월 영화 ‘탑건:매버릭’이 재개봉하면서 중장년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탑건’은 1986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로,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는 어느 국가와 교전을 벌여 이기는 내용의 액션이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요즘처럼 CG(컴퓨터 그래픽스)가 보편화된 시절이 아니기에,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실제 항공모함과 F-14 전투기가 등장해 흥행했다. 당시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톰 크루즈가 후속작 ‘탑건:매버릭’으로 36년 만에 돌아오면서 중장년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다.
“‘탑건’이라는 영화 아세요? 이게 바로 그 영화에 나온 실제 전투기예요. 이 오토바이는 톰 크루즈가 탄 거고요.” 유승식(61) 씨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전투기와 오토바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가 스케일 모델의 매력이다. 회계사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유 씨는 스케일 모델 중에서도 밀리터리 덕후다. 어린 시절 프라모델을 구하러 다녔고, 일본에 사는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프라모델을 즐겨 만들었다.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던 아버지에게 일본어로 적힌 타미야 키트 설명서를 읽어달라고 하다가 직접 일본어를 배우기까지 했다. 스케일 모델의 매력은 ‘스토리’다.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크기를 줄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각 제품마다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유승식 씨는 탱크나 전투기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를 알아가는 게 가장 큰 재미라고 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천장까지 밀리터리 키트가 쌓여 있고, 한편에는 일본어 프라모델 책이 가득 찬 책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케일 모델을 더 재미있게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는 1991년 초 국내 최초의 모형 잡지 ‘모델러 2000’을 창간했다. 이후에는 군사 잡지 ‘컴뱃암즈’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유튜브 채널 ‘디오라마TV’를 운영하는데, 구독자가 약 1만 2000명에 이른다. 댓글에는 ‘작품으로 만난 분을 보니 반갑다’거나 ‘잡지에서 봤던 분’이라며 알아보는 구독자들도 있었다. 실제로 타미야 프라모델 팩토리 양재 본점에는 유승식 씨 외 세 명이 함께 만든 밀리터리 작품 ‘Lumbering Back to the Base to Refit’가 전시돼 있다.
유 씨는 어떻게 하면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실제 탱크나 비행기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며, 어떤 특징이 있고, 언제 어디에서 쓰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준다. 언젠가는 다시 군사 관련 책을 만들고 싶단다. “이야기를 알면 이 키트가 갖고 싶어지거든요. 저도 창고에 제품이 1500개 정도 더 있습니다. 같이 해야 재미있잖아요. 더 많은 분이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즐기면 좋겠어요.”
1인 가구 750만 명 시대. 사별·이혼을 겪은 중년 1인 가구가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외로움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이 현실. 과거 빵집, 롤러장 등에서 이성을 만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중장년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성 친구를 만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혼 남녀 사이에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하 데이팅 앱)의 인기가 높아졌다. ‘로맨스 스캠’(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뜯는 수법) 등의 사기 피해가 거론되지만, 이전에 비해 믿을 만한 데이팅 앱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배경이 더해지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팅 앱도 속속 등장했다. 사랑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젊은이 못지않은 중장년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성 친구가 필요해
신흥강자로 떠오른 시니어 데이팅 앱 ‘시놀’(시니어 놀이터)은 5070의 액티브 라이프를 위한 소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이성 친구도 찾을 수 있으며, 취미 활동을 함께할 모임에 가입할 수도 있다. 김민지 시놀 대표는 “통계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법적인 싱글만 54%였다. 이들은 과거 95%가 결혼하는 시대를 살았다. 누군가와 같이 살다가 혼자가 됐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매우 크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인데, 그것을 해결해줄 곳은 없다고 느꼈다”며 시놀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시니어의 외로움·고독사 문제는 분명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꼭 ‘친구’가 아닌 ‘이성 친구’가 필요할까. 싱글인 시니어 스스로도 ‘이 나이에 그냥 살아야지. 남사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을 터. 김 대표는 “시니어들이 시간적 여유가 많을 것 같지만, 친구끼리 시간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경제적인 형편도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니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함께 즐기기 어렵다”면서 “관심사가 맞는 이성 친구를 만나면 뭐든 함께할 수 있고, 속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체 통계를 보면 ‘이성 친구’를 검색해서 앱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 대한 시니어들의 관심도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앱을 운영한 시놀은 8개월 만에 회원 2만 명을 돌파했다. 시니어의 ‘사랑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읽은 덕분이다. 회원 가입은 만 50세 이상인 1973년 이전 출생자만 가능하다. 또한 본인 명의 휴대폰을 통한 인증을 시니어들이 어려워함에 따라 사진 촬영으로 본인 확인을 한다. 이로써 시놀은 로맨스 스캠 등의 피해에 대비했다.
김 대표는 유료화를 빨리 진행한 것도 성공 이유로 꼽는다. 시놀 가입 회원은 자신의 정보와 관심사를 바탕으로 매일 이성 친구를 추천받는다. 그중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편지를 보낼 수 있는데, 한 번 전송하는 데 2500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이 시스템은 편지의 오남용을 막고 진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새로운 사랑을 꿈꾸다
시놀 회원은 60대가 가장 많으며, 성별로 보면 남성이 70%, 여성이 30%라고 한다. 회원의 싱글 사유는 이혼 66%, 사별 18%, 미혼 16%라고 한다. 김민지 대표는 “황혼 이혼도 증가 추세고, 돌싱은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가 됐다. 여성 회원분들은 대부분 재혼을 목적으로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혼인 분들 역시 혼기를 놓친 경우가 많아 결혼에 대한 생각이 강한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시놀을 통해 매칭된 커플은 4600여 쌍. 실제 커플이 되어 후기를 남긴 이들은 10쌍 정도다. 김 대표는 실제 커플 모두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재혼 평균 연령이 남성 51세, 여성 46.8세라고 한다. 회원들을 보면 노후는 혼자 외롭게 보내고 싶지 않아 남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도 부모가 새로운 사랑을 찾기를 적극적으로 응원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이며, 삶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김민지 대표는 “신체가 건강한 시니어들은 젊었을 때 만큼 사랑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가 결혼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보다 성숙해진 시니어들의 연애는 상대방을 더욱 배려하고 함께 나이 듦을 인정할 수 있기에, 진정한 동반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면서 실버 로맨스의 메신저로서 응원을 전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설렘·행복·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주고, 우리 인생 하반기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그리고 시니어들은 더 많은 자유 시간과 구매력이 있기에 젊은 사람들보다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에이징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으세요!”
자꾸만 늘어가는 달갑지 않은 숫자가 있다. 한살 한살 먹어가는 나이와 눈치 없이 올라가는 몸무게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에만 집착하면 노화를 가속하고, 몸은 망가지게 된다. 33년간 비만 환자를 치료해온 박용우 교수는 예전의 날씬했던 체중이 아니라, 대사이상에서 벗어나 건강 체중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체중계가 가리키는 숫자에는 민감하면서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에는 둔감하다. 해당 수치들이 올라가 ‘체중 줄이고 운동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뱃살이 붙으면서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때’부터 혈관 노화가 시작된다. 원리를 파악하고, 보다 근본에 집중하는 ‘탈다이어트’가 필요하다.
Q. ‘몸무게 줄이기’보다 ‘건강한 몸 만들기’가 먼저라고?
나이 들수록 근육은 위축되고 뱃살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배가 나오는 건 단순히 노화 때문이 아니다. 평소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중장년이 돼도 젊을 때의 근육량을 비교적 잘 유지한다. 그 반대라면 생물학적 노화보다 더 빠른 ‘가속 노화’가 진행된다. 체중보다 체형이 중요하다. 근육이 부족하고 체지방률이 높으면 보통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 나온 거미 체형을 갖고 있다.
Q. 자꾸 살이 찌는 원인은 무엇인가?
비만은 몸이 망가진 탓에 과식 증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하는 만성질환이다. 몸의 신진대사가 무너졌냐, 아니냐에 따라 똑같이 먹고도 쉽게 찌는 사람과 덜 찌는 사람으로 나뉜다. 타고난 체질도 있지만 후자는 몸의 ‘대사유연성’이 좋아서다.
Q. 대사유연성이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포도당을 최우선 에너지원으로 쓰지만 필요할 때 빠르게 지방 연소 모드로 변환해 당과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찐다고 느껴지면 이런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근육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상태가 오래되면 대사유연성이 떨어진다. 대사유연성 저하는 모든 대사질환의 근간이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혈관을 늙게 만든다.
Q. 몸을 건강하게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평소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포만감 있게 먹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24시간 굶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말에 1일 1식이나 16:8 간헐적 단식(식사 시간과 양은 평소처럼 두되 저녁 식사~아침 식사까지 공복 상태를 16시간 유지)을 하거나, 하루 두 끼만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소식으로 인해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감소증으로 노후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Q. 간헐적 단식은 어떤 원리인가?
대사유연성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영양소 결핍을 막으면서 근 손실 등 다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매일 적게 먹기보다 간간이 굶는 것이 더 낫다. 계속 소식하면 몸이 에너지 부족 사태를 눈치채고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인다. ‘잘 챙겨 먹다가’ 간헐적으로 단식하면 몸이 알지 못한다. 비축된 지방을 차곡차곡 쓰게 돼 자연스럽게 대사가 유연해진다. 16:8 간헐적 단식으로 효과를 내려면 8시간 안에 일일권장섭취량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Q. 어떤 음식을 위주로 식사하는 게 좋을까?
채소, 견과류, 통곡물, 해조류, 등푸른생선, 올리브오일, 버섯, 두부, 플레인요거트 등으로 식사해보자. 알코올과 과당, 밀가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침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를 권한다. 천연 재료에서 본연의 맛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단백질은 다른 영양소에 비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아 나이가 많을수록 더 챙겨야 한다. 하루 1.2g/kg 정도*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챙겨 먹는 게 귀찮아서 단백질 셰이크로 대체한다는 생각보다 부족한 양을 채운다고 여겨야 한다.
*75kg 남성은 75~90g, 60kg 여성은 60~72g
Q. 운동은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주 4~5회 ‘숨이 찰 정도로 힘들게’ 해야 한다. 근력 운동도 병행하면 좋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신체 활동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주말에 ‘움직이지 못했던 일주일을 청산한다’며 운동하는 건 매일 1알씩 복용할 혈압약을 일요일에 한꺼번에 7알 복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을 하고 있다 해도 8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그 효과가 상쇄된다. 적어도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의자 중독’은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암 발생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도 우려된다.
팔순 노인이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말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여기서의 나이는 행정적 나이도, 생물학적 나이도 아닌 ‘마음의 나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노인의 노후 또한 마음처럼 꽃다우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늙지 않는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사는 법, 마음의 나이로 살면 그만이다.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웰에이징’(Well-aging)과 ‘안티에이징’(Anti-aging) 관련 정보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대체로 보면 일상에서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등을 조언한다. 이러한 방법이 옳고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인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안티에이징 전문가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독일 항노화의학협회 회장)는 저서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를 통해 “영양 섭취와 운동은 변함없이 안티에이징에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노화에 기여하는 건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주관적 나이 따라 삶의 양식 달라진다
같은 맥락으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은 ‘마음 나이’에 대해 언급했다. 나이는 크게 ‘주민등록상(객관적) 연령’과 ‘주관적 연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음 나이’는 후자에 속한다. 주관적 나이는 심리적 나이 또는 정서적 나이와도 같다. 현장에서 수많은 중장년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이 센터장은 “마음의 나이를 물었을 때 중장년은 대체로 실제 나이에서 20세 정도 더 젊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소비 방식 등을 보면 마음 나이에 기준이 있다.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나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삶을 일궈가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실제 나이보다 마음 나이를 더 젊게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 활동 및 관계성, 일하는 빈도 및 수입 등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마음의 나이를 더 젊게 여기는 것이 삶에도 더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실제 나이는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지만, 마음의 나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노후? 노년기 행복은 상승세
주관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나이 듦’에 대한 선입견이다. ‘노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홀로 있는 노인 등 쇠약하고 무기력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그린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줄곧 쓰인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노화가 두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인의 행복조사’(2021)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선행된 서구 선진국 연구들에서 연령대별로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은 중년에 감소했다가 노년기에 증가하는 U자형을 띠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자녀 양육 및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인 40대 전후에는 행복감이 최저에 이르지만, 이를 지나면 60대를 변곡점으로 행복 그래프는 상승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80대 이후에는 그래프에 굴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80대가 넘으면 유익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지녔더라도 건강상의 문제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또한 익히 예상한 터라 일상의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시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호선 센터장은 “노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가령 노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든지, 노인은 사회적 활동이나 성(性)생활을 할 수 없다든지 등이다. 대체로 이러한 편견은 20세기 소위 ‘뒷방 늙은이’ 시절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노인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 액티브 시니어들은 스스로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배움의 사치를 한껏 누릴 때
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퇴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다. 이는 40년이라는 장기간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의 ‘시애틀 종단연구’ 결과로도 설명 가능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어휘, 계산, 귀납적 추리 능력 등을 조사했는데, 인생에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지능이 가장 높은 시기는 바로 중장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종합 지능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60대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지능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젊은 층과 비교해 중년 집단의 지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앞서 언급한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 또한 저서에서 “뇌의 기능 중 몇몇은 노화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발달한다. 특히 선견지명과 통찰력은 노년에 점점 강화된다”며 “인간은 평생 배우는 존재로서 성격 또한 평생 발달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흔히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장년기’가 바로 그 시기일 수 있다. 이호선 센터장은 “중년 이후의 공부는 이전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성취도도 크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일상에 여유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사치가 바로 ‘학습’이다. 요즘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중장년을 위한 학습 공간과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러한 사치를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상이 축제, 잔치가 시작됐다
노후에 늘어난 여유 시간을 학습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실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 이 센터장은 중년 이전을 서양화, 중년 이후를 동양화에 비유하며 이 또한 나이 듦이 주는 이점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채워나가는 젊은 시절은 색채가 풍부한 서양화에 가깝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를 비우고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동양화로 화풍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즉 노년기의 긴 여유도 생각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허함으로, 또 누군가에겐 아름다움의 크기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즐기려는 태도는 나이 들수록 삶을 더 유익하게 만든다.
이 센터장은 “매일의 일상은 신이 준 선물이자 축제와 마찬가지다. 오늘, 바로 이 시간을 지금 만끽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늙어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헤아려보고, 이를 기쁘게 여기며, 주변과 나눌 수 있다면 ‘웰에이징’이 아닐까. 특히 노년기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눔은 사회공헌이나 봉사일 수도 있고, 가르침일 수도 있지만, 때론 누군가와 건강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영미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했다. 이에 반해 중년은 잔치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변화를 꿈꾸고 실행하면서 나이 듦이 주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정년 연장은 취업 과정의 걸림돌로 느껴질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공백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결국 청년층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청년들 역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를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63.9%)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말 정년 연장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다양한 보고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세대 갈등의 진실을 알아봤다.
Point 1 노동총량설의 모순
‘노동총량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고령자들이 차지할 때 남는 일자리가 줄어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고령자가 계속 일하면서 기업의 소득을 확대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했다. 고령자를 몇 년 더 고용한다고 해서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를 들어 정년 연장을 반대하기도 한다. 물론 OECD 기준 청년층은 15세에서 24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5~19세가 대부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고, 남성은 병역의무로 취업 나이가 더 늦기 때문에 분석 대상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Point 2 중·고령층과 청년층의 다른 특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청년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의 대체 관계’에 따르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과 중·고령층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대와 60대가 원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 다를 뿐 아니라, 실제로 배치되는 직종과 업무에도 차이가 있어서다.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교육 전문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등에서, 고령층은 농축산 숙련직, 운전 및 운송 관리직,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가사 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등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두 계층이 겹치는 직종은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정도다. 사업장에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 중·고령층 일자리를 줄여도 이 자리를 청년층이 메운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에서는 한국의 정년 연장 법안이 주로 고령층 근로자와 대체 관계에 있는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Point 3 취업 시장 속 줄어드는 청년 수
정년 연장을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수많은 난제 탓에 실제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8년경으로 추측한다. 2020년대 후반 정년 연장이 되었을 때 사회생활을 시작할 청년은 2000년 이후 출생아이다. 이들은 1990년대 출생 청년층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취업 경쟁률이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시기가 청년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년 연장의 적기’라 말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노동 시장에서 두 세대 간 대체성이 높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과 사업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고 인식한다. 아직 노사정의 ‘임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정책이 유의미하려면 ‘고령자의 임금을 낮춰 근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기업의 고용 부담은 줄이고, 청년의 채용에 피해가 없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연구에서 “장년층의 임금을 낮춰 수용하면 기업의 부담과 청년층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고, 두 연령대가 부딪힐 이유도 없다”며 “임금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늘지 않는데 장년층을 계속 고용해야 하므로 청년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