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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환자도 안전한 집, 고령자 주택 개조 ‘집수리’ 넘어야
- 20년 동안 수많은 고령자 주택 개조 가이드와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연구는 여전히 이론에만 멈춰 있었다. 오랜 시간 고령자 주거 환경에 대해 연구하던 이용민 내집연구소 대표가 노인·장애인 주택 개조 영역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이용민 대표는 2021년 ‘필요하지만 하는 사람이 없으니 직접 해야겠다’ 마음먹고 내집연구소를 창업했다. 과천도시공사 ‘고령친화 주택개조 프로젝트’, 분당서울대병원 ‘퇴원환자 주거환경개선사업-집으로’ 프로젝트, 인천도시공사 ‘iH형 고령친화 맞춤형 집수리 사업’ 진단·계획 수립 용역,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급자 특성을 고려한 재가환경 개선 급여모형 개발 연구’, 경기주택도시공사 ‘주택개조사업 공사 매뉴얼 작성 용역’,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고령친화 하우스 컨설팅 용역’ 등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다양한 현장으로 나갔다. 수없이 연구하고 작성했던 매뉴얼과 가이드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적용해나가는 과정이었다. “내집연구소에서는 어르신들이 집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행위를 관찰하고, 상황과 예산에 맞춰 집을 안전하게 고쳐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주거 환경 개선은 신축과 기존 주택 개조로 나뉘는데, 그중 살던 집을 고치는 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어떻게 안전한 집을 만들지 연구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게 제 일이었는데, 아무도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내 집에서의 안전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직접 해보자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내 몸처럼 내 집도 ‘건강검진’ 창업 당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다. 게다가 건국대학교 산업기술연구원에서 학술연구 교수직도 겸임하고 있었다. 수시로 밤을 새우고, 맞춤형 주택 진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고령자 주택 개조’는 건축도 아니고 복지도 아니어서 산업적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는 영역이다. ‘집수리’ 정도로 여겨지는 상황이었다. 포기해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오랜 시간 연구한 내용이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했단다. “창업 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자신에게 맞게 집을 안전하게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못 하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보를 드리면 많은 분이 개조에 나설 거라 생각해, 내 집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안전을 위해 집을 바꾼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데다 ‘나는 환자가 아니고 건강하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결국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특히 개인에게 맞춘 집수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관련 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공사에 예산을 주고 사업을 하면서도 ‘어디를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에 대한 진단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이용민 대표는 노후 주택 수리 사업의 일환으로 단순 집수리가 아니라 고령자에 맞춘 노화 대응 사업을 해보자고 인천도시공사에 제안했다. 첫해 사업 시행 후 어르신들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호응이 좋아, 사례를 늘려가며 4년째 함께하고 있다. “여러 가구를 돌아다니다 보니, 90대 고령자도 많아졌고 치매 환자도 늘었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 치매의 경우 망상이 있는 분은 창문을 다 가려놓거나 위험한 물건이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는 등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있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치매와 주거 환경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요.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죠.” 이 대표는 살던 집에서 늙어가고자 하는 고령자의 수요가 늘고 있고, 재택 진료나 통합 돌봄 시스템이 집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주거 환경 안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거라 본다. 이 대표가 내 몸처럼 내 집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알리는 이유다. “많은 분이 체험해보지 않아 편리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직접 안전용품을 경험해보고 내가 사는 집을 어떻게 바꿔야겠다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플랫폼이 생겼으면 해요. 저희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가 더 커지면서 다양한 협업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태동하는 주택 안전 개조 시장 “나는 괜찮다.” 지자체 사업으로 취약계층 고령자의 주택을 방문했을 때도, 50대 자녀의 의뢰로 부모님의 주택을 방문했을 때도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문턱이 없는 환경, 앉았다 일어설 때 보조하는 안전 손잡이, 목욕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욕실 의자 등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안전용품은 ‘환자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용변, 목욕, 외출, 식사, 취침이에요. 이 과정에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것이 위험한지 요소를 관찰하고 솔루션을 찾아내죠. 또 어떤 질병이 있는지, 낙상사고나 안전사고 경험이 있는지도 파악합니다. 100곳의 집을 방문하면 100개의 솔루션이 나와요. 같은 공간이어도 생활 패턴이 다르고, 주택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집마다 구조도 다르죠.” 대부분의 어르신은 ‘생활공간이 변했을 때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모아 개조 후의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 진단 결과를 제안한다. 개인 의뢰의 경우 초반에는 진단은 받더라도 실제 개조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안전한 주거 환경의 필요성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 적극적인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었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다. 국내에 고령자 맞춤형 안전용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돌봄용품이 대부분이다. 안전 손잡이의 필요성을 느끼는 고령자라도 디자인을 보고 설치하고 싶지 않다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보다 큰 시장이 형성된 일본에는 다양한 제품이 많고,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의 용품도 많다. 다만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이 대표는 국내에도 용품이 다양해지길 바란다. “일본은 장기요양보험 내에서 1년에 200만 원의 주택 개조 비용이 지원돼요. 우리나라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부분이죠. 또 케어 매니저라는 전문가가 있어서 주택 개조 이유서를 굉장히 자세하게 작성하고 급여 이용 방법까지 설계해주거든요. 우리는 아직 이런 과정을 통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고, 상담에서 시공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조차 없는 상태예요.” 연구를 통해 주거 환경 안전에 대해 공간별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만들어보았지만, 현장을 다녀보니 스스로 이를 판단하고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결국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올해부터 강서50플러스센터와 함께 ‘시니어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진단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고령자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이란 결국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립은 고령자의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용민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묻자 ‘스스로 욕조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어르신의 사례’를 꼽았다. 성인용 보행기를 사용하는 분인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욕조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국내에는 제품이 없어 일본에서 욕조 거치형 벤치 의자와 욕조용 안전 손잡이를 가져와 설치해드렸다. 그저 혼자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도와드린 것뿐이지만, 어르신이 무척 기뻐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단다. 자립에 중점을 두고 주택 환경을 보면 생각해볼 지점이 꽤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여닫이문이 기본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미닫이문이 더 편리하다. 주방 시설도 고령자의 키에 따라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개수대 아래 하부장을 이용하려면 앉았다 일어서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고령자는 이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보조용구 설치도 좋지만 레일을 달아 모듈식 서랍을 설치하는 것도 고령자 맞춤형 주거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정리 수납을 배웠어요. 어르신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택은 상하부장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수납장의 위치는 60~120cm 높이가 가장 사용하기 편해요. 너무 높으면 어르신들 손이 닿지 않고 너무 낮으면 쭈그려 앉아야 해요. 특히 수납이 중요한 고령자가 거주할 주택이라면 이런 수납공간부터 고민해봐야 하는 거죠.” 우리나라 노인 가구 주택 개조 매뉴얼은 2007년 마련됐다. 2005년 12월에 제정된 노인 가구 주택 개조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기준이 20년 전에 멈춰 있다고 말한다. 또 보통의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최저 주거 기준도 고령자에게는 맞지 않는 상황이다. 복지주택이 이런 기준을 따르다 보니 최소한의 공간으로 주택이 공급된다. 보행 보조용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동이 불편하고, 수납공간이 넉넉지 않아 집의 대부분을 물건이 차지하게 된다. 또한 법적으로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보조용구들이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달리기도 한다. 정작 거주하는 고령자가 사용하기 어려워 방치된다. 현관의 안전성을 위한 벽 부착형 의자가 형식적으로만 설치돼 결국 고령자가 철거를 원했던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주거 환경에 설치된 보조용구들이 고령자의 편의를 얼마나 높이는지, 정말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고령자 주거 환경 개선 시장의 개척자로서 앞으로도 묵묵히 나아갈 예정이다. “저는 아직 고령자 주거 환경에 대한 논의와 시스템이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정책이 변화했거나 시장이 커지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과도기에 들어섰고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고 느껴 앞으로 변화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누구나 쉽게 자신의 집을 진단하고 안전하게 바꾸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 2024-09-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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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 후 카페 창업으로 숨통 틔운 초보 농부 “난 치열하게 살았다!”
- 여기 한갓진 시골에 아담한 카페가 하나 있다. 귀농한 부부가 운영한다. 아내는 낙천적이고 남편은 신중한 성향의 소유자다. 이상적인 조합이다. 대략 큰 그림을 그려놓고 꿈을 좆아 달리려는 아내의 과속을 남편이 적절히 견제해 균형을 잡아가니까. 매사 협의 과정엔 충돌이 잦지만 결국은 중간 지점을 찾아 절충한단다. 귀농 가부 문제에서부터 부부의 주장이 엇갈렸다. 귀농 이후에도 의견이 상충하는 때가 많았다. 폐가에 가까웠던 농가 주택을 근사한 카페로 재생하면서도 자주 옥신각신했다. 아무려나 카페는 잘 돌아간다. 딱히 주변 경관이 수려한 입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잘것없는 곳은 아닌 데다, 카페의 담백한 외관과 내부의 소박한 디테일이 어우러져 손님들의 호감을 산다. 부부가 귀농한 지 올해로 6년째. 전에 살던 곳은 인천. 남편 이태호(46, 카페 ‘홍담’ 대표)는 IT 업계를 거쳐 다년간 자영업을 하다가 이곳 충남 홍성군 구성면 시골로 귀농했다. 귀농을 먼저 제안한 건 아내 우연희(41)였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살맛나게 살아보자는 아내의 느닷없는 제안에 이태호는 아마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것 같다. 부부 공히 시골 생활 경험이 없는 데다 귀농이 자칫 가시밭길을 걷는 고행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아니, 시골 생활을 장난으로 아나?’ 아내의 귀농 제안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그랬다.(웃음)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짓고 소탈하게, 마음 편하게 살아보자는 게 아내의 목적이었다. 그건 여러모로 무모한 도전에 불과했다.” 아내의 생각을 꺾어놓을 필요성을 느꼈다는 얘기인가? 무모한 도전이 없는 인생은 따분할 수 있다.(웃음) “여러 날을 숙고했다. 내가 싫다고 아내의 뜻을 묵살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래 차분하게 생각해봤는데 시골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TV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남자들에겐 수렵 생활에 대한 로망이라는 게 다들 있지 않나? 결국 아내의 뜻을 따르게 됐다.” 사전 귀농 준비는 했나? “이 대목에서도 아내와 이견이 있었다. 매사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아내는 ‘일단 그냥 내려가자, 내려가서 적응하면 된다, 귀농이 어렵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우리만큼은 다를 거다,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했다. 착각에 빠져 있었다.(웃음) 이런 아내의 주장까지 동의할 수 없었던 나는 양재동에 있는 aT센터를 드나들며 관련 정보부터 수집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통해 귀농교육도 받았다. 아내의 손을 잡고 곳곳을 돌며 귀농 투어를 하기도 했다. 농업시설업자들을 통해 유용한 팁도 얻었다.” 충실한 사전 준비를 한 셈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을 테고. “기본적인 방향 하나를 미리 확정할 수 있었다. 흔히 농토는 빌려 쓰고 대신 시설 설비에 자금을 투입하라는 얘기를 하지만, 이건 위험한 방법이라는 걸 현장 답사를 통해 알았다. 만약 농사에 실패할 경우 시설비를 몽땅 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 자금은 전적으로 토지 구입에 쓰고 시설은 지원금을 받아 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귀농지 선정에 나섰다.” 홍성군을 귀농지로 선택한 이유는? “경상도나 전라도는 너무 멀어 일단 배제했다. 1년의 절반은 추운 겨울인 강원도도 제외했다. 경기도도 뺐다. 땅값이 너무 비싸니까. 결국 충청도로 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귀농할 당시 충북권은 예산 부족으로 귀농지원금이 적다고 해 충남권이 적합하다고 봤다. 해서 충남 곳곳을 돌아다니며 귀농교육을 받는 한편 토지를 물색, 마침내 이곳 홍성에 터를 잡게 됐다.” 현재의 위치에 자리를 잡는 데는 아내도 동의했나? “동의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랑이를 피할 길이 없었다.(웃음)” 나이 든 남편들은 흔히 말한다. 아내의 뜻을 따르는 게 신상에 좋다고. 살아보니 아내의 머리가 더 현명한 걸 알겠더라, 그리 판단하는 거다.(웃음) “난 아내를 존중한다. 하지만 삶터 문제는 워낙 중요한 대목이라 양보할 수 없었다. 아내는 마을 한가운데 나온 매물을 사자고 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는 땅이었다. 그러나 130여 가구로 이루어진 마을의 복판에 거주할 경우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자신이 없어 반대했다. 본의 아니게 마을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결국 아내가 양보해서 마을과 떨어진 이곳의 매물을 사게 되었다.” 뜻밖에 찾아온 많은 손님 부부가 구입한 터의 면적은 밭 600평을 포함해 약 800평. 60년 전에 지어져 낡다 못해 쓰러져가는 빈집 한 채가 딸린 터였다. 땅을 결정한 뒤 이태호는 일주일 만에 이사해 귀농 생활에 돌입했다. 가까이 있는 홍성읍내에 셋집을 얻어 임시 거처로 삼고서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귀농 열차에 몸을 싣고 일단 질주하고 싶다는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처럼 신속하게, 거침없이 움직였다. 이사하자마자 즉각 집수리에 나서는 한편 농사에 뛰어들었다는 게 아닌가. 다분히 충실했던 사전 준비에서 나온 추진력이었으리라. 농사 작목은 어떤 걸 선택했나? “30여 종의 작물을 심었다. 600평에 불과한 작은 밭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던 거다. 귀농 전 막연하게 생각한 건 고구마 농사였다. 소규모라도 고구마 한 가지를 잘 키워 생산하면 부부가 먹고살 만한 정도의 수익은 나오지 않을까, 대충 그런 구상을 했는데 귀농교육과 현장 답사를 통해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포기했다. 그렇다면 고구마보다 유능한 작물을 찾아내야 했다. 과연 우리 밭의 토질에서 어떤 작물이 잘 자랄지 알아내기 위해 30여 종을 시험 재배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블루베리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재 블루베리 400주를 기르고 있다.” 집수리는 부부가 손수 했다지? “비용도 줄이고, 우리의 취향에 맞는 집을 만들고 싶어 거의 모든 공정을 직접 처리했다. 워낙 낡은 집이라 기둥, 서까래, 흙벽 정도만 남기고 털어낸 뒤 보수작업을 시작했다. 옛날 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고치고 다듬었다.” 수리 과정에서 부부간 의견 충돌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많이 다퉜다.(웃음) 아내는 감성적 스타일로 개성을 살린 구조를 추구했다. 반면 난 실용성과 기능성 중심의 단순하고 깔끔한 공간을 원했다. 결국 절충점을 찾아갔지만 이견 조율하느라 우왕좌왕이 잦았다. 보수를 완료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카페로 개조하자는 계획을 가지고 진행했나? “아니다. 카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작지만 편안한 살림집을 만들되 부부 둘이 차를 마시며 기분 좋게 쉴 수 있는 공간도 꾸미자는 정도의 계획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도중에 바뀌었다. 집 고치기를 지켜보던 마을 이장님이 카페를 하면 괜찮을 거라는 조언을 해준 게 계기가 됐다. 시골 카페라도 운치를 돋운 분위기에 착한 서비스를 할 경우 가능성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카페를 통해 부진한 농업소득을 보완할 수 있을 거라 봤다.” 결과적으로 카페를 차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나? “그렇다. 2019년에 오픈하자마자 뜻밖에도 손님이 많이 찾아왔으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대형 카페들은 손실이 컸지만 우리는 무난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공간이라 강아지를 안고 오는 이들도 많다. 카페가 마을 사랑방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걸 감안해 과도한 인테리어는 자제했다.” 시골 생활 만족도 80% 카페의 분위기는 뭐랄까, 영업집이라기보다 정겹게 꾸민 이웃집 사랑방처럼 편안하다. 천장에 노출된 서까래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옛이야기들을 두런거린다. 창밖으로는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이 다가온다. 카페 외벽은 온통 하얀 칠을 입혀 정갈하다. 귀농을 선창했던 이태호의 아내는 하얀 집의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즐기는 식의 낭만적인 시골 생활을 갈망했다지. 그 바람이 얼추 이루어졌다. 특히 안도할 만한 건 카페 수익을 통해 원만하게 가계를 꾸려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서사는 부를 축적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사지어 부를 확장하긴 어렵다. 이태호 역시 농업소득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했는데, 용케 카페 사업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그는 더 달리고 싶다. 카페는 중간 정거장 정도로 여긴다. “농사로, 특히 소농으로 돈을 벌기는 실로 어렵다. 우리는 카페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었지만 사실 시골 카페의 태생적인 성장 한계는 명확하다. 확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라 보나? “일의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남의 농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아이들 대상의 방과 후 학습교사를 맡고 있다. 한편 지역의 청년 귀농인들을 모아 농업회사법인을 설립, 다양한 형태의 소득 창출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를 중점 사업으로 삼아 키워나가고자 한다.” 귀농 6년 차에 이르렀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나? 원했던 삶을 살고 있나? “흠, 만족도 80%쯤? 도시에서보다 한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시골로 내려오면서 우리 부부는 가족 중심의 삶, 가족이 모태가 되는 삶을 목표로 삼았다. 그게 이루어졌다. 게다가 귀농 이후 아이 둘을 얻었다. 4인 가족이 된 거다. 농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소박한 살림을 꾸려나가며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살 수 있는 현 상황에 순간순간 기쁨을 느낀다.” 모두가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세상이다. 돈에 관해선 어떤 생각을 하지? “돈이 많아야 행복도 가능하다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밥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한다. 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부부애, 가족애에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언사는 수굿하지만 생각엔 단단한 심지가 박혀 있다. 온유한 품성이 느껴지지만 매사 치고 나가는 성향? 지난 귀농의 날들을 그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난 치열하게 살았다!” 이태호가 주는 귀농 Tip •귀농 실패 사례가 드물지 않다. 섣불리 뛰어드는 건 무모하다. 심사숙고하되 일단 귀농을 결정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라. 보수적인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들에서 주관하는 ‘6개월 미리 살아보기’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초를 다지자. •귀촌과 귀농이 융합된 형태의 시골살이를 모색하자. 소규모 농토를 통해 농업인 자격증을 획득하고 혜택을 받되, 라이프스타일은 귀촌의 방식을 취할 경우 한결 만족도가 높아진다. •농사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자. 과도한 노동에 몸이 망가질 수 있다. 찾아보면 농외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거리가 많다. •남편만의 단독 귀농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술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반면 아내가 귀농을 주도해 함께 내려온 경우엔 99%가 정착에 성공하더라. •부부가 함께 일하는 데 의미를 둘 경우 시골 카페도 권장할 만하다. 단 주변의 시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결정하라.
- 2024-03-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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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 취득 후 도시재생 전문가 꿈 생겨”
- 이탁기(51) 씨는 커피 로스팅 일을 하는 1인 자영업자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던 일이 힘들어지자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거주지인 인천광역시 계양구의 도시재생대학에서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 과정 수업이 진행됐다. 이탁기 씨는 해당 수업을 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 “30대 때 잠깐이지만 방수 쪽 일을 해봤다. 그래서 젊었을 때 경험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월 수업을 다 듣고, 9월에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실기시험을 보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이탁기 씨 역시 알려진 바와 같이 “6시간 동안 시험을 보기 때문에 집중력이 상당히 요구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긴 시간 동안 연마하고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순서가 틀리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무 합판이 있으면 거기에 선을 긋고 공정하는 것을 반복하는데 그게 순서가 있어요. 선을 먼저 그어버리거나 선을 긋지 않으면 바로 떨어져요. 그러니까 순서가 되게 중요한데, 그걸 숙지하고 있어야 해요.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많으니 찾아보면서 시험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탁기 씨는 자격증 취득 후 실질적인 일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집수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계양구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도배, 방충망 설치를 도와드리기도 하고, 노후된 벽체에 페인트칠을 하기도 한다”면서 “자격증 취득 후 실습을 거기서 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뿌듯함과 행복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도장에 대해 공부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애초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었던 그는 도시재생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일을 하고 싶단다. 도시재생이란 쇠락한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활동적인 지역으로 재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도시재생이란 새롭게 신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부분을 보완하는 거예요. 거기에 방수가 필요할 수도 있고, 페인트칠이 필요할 수도 있죠.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건설 관련 자격증을 더 취득할 수도 있고, 업체를 만들 수도 있죠. 다양한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이탁기 씨는 동년배들에게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추천했다. 현실적으로 60대 나이에 취업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페인트칠을 하다 보면 옷도 더러워지고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둔다고. 그러나 중장년층은 젊은 세대와 다른 끈기가 있다. 이탁기 씨는 “건축도장기능사는 어쨌거나 기술 전문 자격증이다. 기술을 하나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다. 삶의 질도 높아지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0대 이상 분들이 그동안 살아온 삶도 있을 텐데, 새로운 일에 막내로 들어가겠다는 용기를 갖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현장 일은 몸이 재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22-11-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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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개념 품앗이’ 서울시간은행, 세대 연결 싹 틔워
- 복지관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홀몸 어르신 C씨는 수도관 고장으로 지난 겨울부터 찬물로 샤워를 해오고 있었다. 업체를 불러 수리해볼까 생각도 해봤으나 비싼 수리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의 ‘시간은행’ 활동을 통해 동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B씨와 연결됐다. B씨는 진단과 수리에 필요한 시간만큼의 시간화폐를 지급받고 수리에 필요한 자재비는 복지관이 희망온돌기금을 통해 지급하기로 했다. B씨가 참여한 시간은행 활동은 ‘서울시간은행’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이웃을 도운 시간만큼 시간화폐를 받아 적립했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신개념 품앗이다. 지난달 9일 개점한 국민대-정릉지점을 시작으로 서울 4개 지역에서 각 기관과 협력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17일에는 홍은동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을, 추후 시범사업 대상지 외에 (가칭)서울시민지점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서울시간은행 네이버 카페’에는 꾸준한 회원가입이 이뤄지고 있다. 7일 기준 280명이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카페를 통하지 않고 지점을 직접 방문해 활동 중인 회원도 다수인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회원 평균 연령은 44세로 4‧50대가 135명(53.5%)으로 가장 많고, 2‧30대 101명(37.3%), 6‧70대 24명(9.2%) 순으로 이어졌다.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은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된 뒤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공동체 운동인 ‘타임뱅크’를 차용했다.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누구든 다른 이에게 기여할 것이 있다’는 개념을 대도시 공동체 모델에 적용하는 시도다. 간단한 집수리부터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등 일상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행동 모두 사업에 해당된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대학생이 나중에 자취방 이삿짐 나르기나 자전거 수리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 시간화폐를 사용하는 식이다. 회원들은 카페에 공지된 ‘서울시간은행 회원활동수칙’을 지키며 활동에 임해야 한다. 4개 지점에는 다른 운영모델이 적용돼 운영되고 있다. 국민대-정릉지점에는 대학연계모델,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에는 공간연계모델이,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지역거점모델과 노노(老老) 케어모델, 서울시청지점은 직장기반모델과 아이돌봄으로 2가지 모델이 함께 운영된다. 서울시 공무원이 주 회원인 서울시청지점은 코칭 및 멘토링 분야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 회원간 활동 교환이 주로 이뤄졌다. 사회초년생인 90년대생 직원이 직장생활 및 진로 고민 상담을 요청하면 50대 직원이 멘토가 되어주거나, 태블릿 PC에 그림 그리는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법을 배우고 싶다는 간부 직원의 요청에 30대 직원이 입문 강의를 해주는 식이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의 경우 다양한 세대의 구체적인 돌봄 수요가 개인간 관계망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수가 참여하는 강좌로는 제대로 익힐 수 없었던 스마트폰 사용 실습이 일대일 매칭으로 연결됐고, 홀몸어르신의 고장난 수도관을 고치는 수리비를 시간화폐로만 받고 수리해 주겠다는 회원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으로 시간은행 회원들은 이웃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주고 싶어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서울시청지점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움주기-도움받기 수요조사’ 결과, ‘줄 수 있는 도움’(132건)이 ‘받고 싶은 도움’(75건)보다 2배가량 많았다. 주고받을 수 있는 활동 분야가 배움, 코칭, 돌봄, 동행 등으로 겹치기 때문에 서울시는 향후 활동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페 개설 후 가장 먼저 도움 제공 의사를 밝혔던 회원 K씨는 50대 후반 여성으로, “서울시간은행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느껴졌고, 시간을 활용해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과 만나고 싶다”는 참여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하기 전 활동 사례들의 유형과 대상 등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고 본 사업을 설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많은 가입자 확보보다는 유의미한 활동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행 초기이기는 하나, 서울시는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에 대해 “고립, 분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소통과 공감의 통로로서 이웃간 돌봄 관계망 조성의 첫발을 내디뎠다”라고 평가했다. 또 시민들이 아직 ‘시간은행’이라는 개념을 낯설어하고 전용 앱이 마련되지 않은 점, 상호간 신뢰의 부족 등으로 참여를 주저하고는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한 회원들이 타인을 위해 시간과 경험,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며 활동 사례와 후기가 쌓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17일 개소하는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사단법인 타임뱅크코리아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 노인 및 장애인 등의 돌봄을 중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타시도, 공공기관 등 서울시간은행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과 요청을 반영해 현재 운영 중인 시범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으로 한달간 이뤄진 활동을 통해 자기 시간을 나눠 이웃에게 기여하려는 시민의 자발적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직장 내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세대 통합과 소통에 기여할 가능성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초기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편의성, 안전성, 신뢰성에 대한 지속적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2022-06-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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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주거안심종합센터 중심 '주거 서비스' 개선
- 서울시는 집수리, 청년월세 신청 등 주거복지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주거안심종합센터’(이하 센터)를 2024년까지 모든 자치구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센터를 통해 임대주택 입주민뿐 아니라 1인 가구, 어르신, 신혼부부 등 모든 서울시민에게 필요한 주거복지 서비스를 총망라해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경우 지역 ‘주거복지센터’를 찾아가 자신의 요건에 맞는 주택 유형을 확인한 후에 동주민센터나 SH공사를 방문해 신청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주거안심종합센터’ 한 곳에서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주거안심종합센터’를 통해 올해부터 법적 의무 관리대상이 아닌 300세대 이하 소규모 임대주택도 분리수거, 시설보수 같은 주택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임대주택의 하자보수 기간을 단축한다. 그간 일반 하자보수는 규정에 따라 신고일로부터 15일 이내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3일 이내 즉시 처리’부터 ‘장기공사’까지 하자 유형을 세분화해 대응한다. 아울러 센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1인 가구 주택관리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해 올해 2000가구를 지원한다. 쪽방, 고시원 등 비(非)주택에 사는 주거취약 시민에게는 무보증금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 상향 지원’은 작년 11개 자치구에서 올 하반기 전 자치구로 확대한다. 화재 등으로 갑자기 주거지를 잃은 시민을 위한 ‘긴급 임시주택’은 올해 자치구별로 5개 이상을 확보하고, 최장 1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는 25일 용산구를 시작으로 강동, 양천, 동대문 등 4개 자치구에 올해 센터를 연다. 2024년까지 차례로 전 자치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는 임대주택 품질뿐 아니라 주거복지 서비스도 혁신 수준으로 높여 ‘주거 안심 도시’로 나아가겠다”며 “시민 누구도 주거 문제로 눈물 짓거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 2022-04-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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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노후주택 집수리에 94억 원 투입... 최대 1200만 원 지원
- 서울시가 올해 총 92억 원을 투입해 노후 주택의 수리 비용을 지원하는 ‘2022년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이는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집수리 공사 시 비용 일부를 지원(보조·융자)하는 사업이다. 대상은 주택성능개선지원구역 내 노후 저층 주택으로 사용 승인 20년 이상 지난 단독 주택과, 공동 주택 등이다. 집수리 보조금은 공사 비용의 50% 이내에서 단독 주택의 경우 최대 1200만 원을, 융자금은 공사 비용의 80% 이내에서 6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이 외에 사용 승인일이 10년이 넘은 일반 노후 주택은 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집수리·신축 대출을 받을 경우 시가 최대 연 2%의 이자 비용을 지원해 준다. 시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13일까지 15일간 주택 소재지의 구청을 통해 신청서를 받는다. 공사 준비 과정에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 집수리닷컴 홈페이지에서 무료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시는 집수리 보조금을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하고, 일반 신청자는 자치구 사전 평가와 심의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저층 주거지 내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집수리 비용 부담을 줄이고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집수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서울가꿈주택 사업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2022-04-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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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생이야말로 이모작입니다”
- 중장년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에 싸여 산다. 쫓기듯 사느라 은퇴 이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사발전재단 대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목공 직업체험교실(6월 20일)을 열었다. 목공 체험을 통해 새로운 적성을 찾았으면 하는 김철홍 컨설턴트의 바람대로 참여자의 호응도는 놀라웠다. 2시간 이론, 3시간 실습 총 5시간 동안 진행된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시종일관 흥미로워했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도마를 완성하기 위해 몰입했고 이웃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조패옥(56) 씨는 목공 체험에 대한 소감을 묻자 “내가 만들었다는 만족감이 가장 큽니다. 지금은 안경제조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목공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도마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내가 만든 작품 같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도마를 선물하고 싶어서 강좌를 듣게 되었다는 이상희(50) 씨는 봉사하기 위해 목공을 시작했고 앞으로 직업으로 삼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목공은 체험을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어요. 따로 목공 수업을 받고 있는데, 다음 주에 자격증 시험을 볼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목공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목공 직업체험교실을 진행한 다울협동조합 조기현(55) 대표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 일을 도모하면 목공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목수에게 버려지는 나무는 없습니다. 새로운 쓰임을 위해 몸을 내어준 이 느티나무는 동네 어귀에서 오래도록 마을 주민의 그늘이 돼주었다가 수명을 다한 후 이곳으로 왔습니다. 나무의 생이야말로 이모작입니다.” 다울협동조합 조기현 대표와 일문일답 Q.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강의가 열렸는데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무엇보다 제가 더 기뻤습니다.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그야말로 전쟁통 같은 나날이었죠. 수강생들의 생생한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수업 내내 모두들 밝은 얼굴로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휴식시간에도 좀체 쉴 생각을 하지 않네요. 남자 수강생 한 분은 아내가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답니다. 도마를 고이 들고요.(웃음)” Q. 중장년들에게 목공이 어렵지는 않은지,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은 있는지요? “목공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재주 있는 사람보다 더 나아요. 적성이다 싶으면 목공지도사자격증을 따기 위한 심화과정을 이수해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공방을 운영하거나 가구를 만들어 팔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 겁니다. 베트남과 중국산 가구가 잠식한 국내 가구시장에서는 어렵습니다. 목공 교육을 하거나 반제품 납품을 하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체험용 반제품, 소품을 만들어 공방에 납품하면 됩니다. 혼자 할 수 없을 때는 같이 하면 됩니다. 함께하면 더 넓은 길이 열립니다.” Q. 보람 있는 에피소드는요? “시청 공무원으로 은퇴한 후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 지내던 분이 있었습니다. 목공 체험을 한 후 치유목공실에서 대패질을 통해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하더니 목공체험지도사 3급, 2급, 1급을 차례로 따냈습니다. 1년 만에 이룬 성과였죠. 열의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은 목재문화체험장에 취업해서 성공적인 인생 후반기를 살고 계십니다.” Q. 다울협동조합은 어떤 곳인지,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요? “다울은 ‘너도나도 다 우리’라는 의미입니다. 조합의 시작은 은퇴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먼저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손에서 망치를 놓는 순간 퇴직금도 없고 국민연금도 없죠. 순식간에 사회적 빈곤층이 됩니다. 스스로 살아보자는 의지로 2014년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2017년 말에 인정받았습니다.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은 200명 정도 됩니다.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교육 사업, 목공 사업, 집수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익의 30% 이상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쓰고 있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 봉사를 했습니다. 공공근로를 할 수 없었던 지난 몇 개월 동안에는 도마 만들기를 했습니다. 물론 시간당 일정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여기 쌓여 있는 도마가 그때 완성된 것들입니다.” Q. 다울협동조합과 노사발전재단에서 진행하는 목공직업체험은 어떻게 다른가요? “협동조합에서는 마을목수학교, 건축아카데미, 학교 밖 청소년 목공교실, 도시재생 기반 주민역량교육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주로 합니다.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중장년 일자리에 중점을 둡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 지금에야 첫 강의가 열렸습니다.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는 기회를 주는 거죠. 작년에는 실업자 교육과정으로 목공교실을 진행했습니다.” Q. 목공을 제2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과도한 기대나 환상은 금물입니다. 목공교실을 진행하다 보면 대뜸 언제, 어디에 취업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사장 입장이라면 당신을 목수로 쓰고 싶은가?’라고요. 먼저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고요. 여기에 의지까지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기술 습득이 가능합니다.”
- 2020-06-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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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생각 없었던 귀촌이 별나게 즐겁습니다”
- 별별 생각과 궁리를 다하고도 망설이게 되는 게 귀촌이나 귀농이다. 그러나 김석봉(62) 씨는 별생각 없이 시골엘 왔더란다. 무슨 성좌처럼 영롱한 오밤중의 현몽이 그를 이끈 건 아닐 것이다. 그는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거니와, 자나 깨나 귀촌을 숙원으로 여긴 바가 없었으니 하필 후미진 산골로 데려가는 계시를 받았을 리 만무하다. 여하튼, 별 생각 없이 귀촌한 석봉 씨는 별 탈 없이 살아왔다. 별생각이 없었으니 별 볼일도 없었을 성싶지만, 사실은 별 볼일이 벌어졌다. 별별 일이 일어나며 삶이라는 숙제가 술술 풀려나갔다. 지금 석봉 씨는 별나게 즐겁게 산다. “운명이라 해두죠! 하하하!” 귀촌 내력을 묻자 돌아오는 석봉 씨의 쾌활한 답이 그렇다. 운명이라는 게 인간에게 미리 주입돼 있다는 운명론을 단단히 믿어서 하는 말이 아닐 게다. 사람은 때로 참 알 수 없는 상황이나 추세를 운명에 빗대어 적당히 눙치곤 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별생각 없이 우연찮게 ‘필’이 꽂혀, 또는 충동의 대리운전에 편승해 산골로 이주했다는 뜻으로 들으면 되겠지. “어느 날, 친구 따라 지리산엘 놀러왔다가 빈집 하나를 보게 됐어요. 아, 마당에 들어서고 보니 너무도 좋더라고요. 2년째 비워둔 시골집이라 꼴이 말이 아니었으나 마음이 그지없이 편해지는 것이었어요. 마치 집이 저를 끌어들인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운명적 만남인가보다, 그런 생각까지 했던 겁니다. 좋아, 이 집에서 살아보자! 그런 결심을 바로 하고 한 달 뒤 이사했습니다. 아내 역시 찬동했기에 걸릴 건 하나 없었어요.” 석봉 씨의 거처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중턱에 있다. 집 앞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기차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한눈에 쑤욱 들어온다. 거봉(巨峯)을 바라보노라면 뭔가 새삼 거한 꿈이나 참신한 결의가 부푸는 법. 그러나 석봉 씨는 일단 규격화된 도시,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그 자체로 이미 모든 꿈을 이룬 것과 같은 만족감을 느꼈던 것 모양이다. 귀촌을 계기로 이제 무엇을 새로 시작하겠다거나, 무엇을 하지 않겠다거나, 그런 생각조차 없었다지. 당장 집수리가 화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삿짐을 풀자마자 거처의 환경 보수에 나섰다. 사실 석봉 씨는 ‘환경’에 관한 한 선수다. 젊어 한때 교도관으로 근무했지만, 주로 환경운동가로 분주히 뛰어 중년기를 통과했다. 그의 오랜 거주지였던 진주시의 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을 맡는 등 열렬한 활보를 했다. 전국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지내기도 했다. 이런 그가 돌연 산골로 들어가 처음 한 일이 바로 낡고 헌 옛집의 환경 보수였다. 대대적인 개조가 아니었다. 쓸 만한 기본은 물론,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지어진 산골집 특유의 소박하고 아담한 본색을 그대로 살린 단장이었다. 그 결과 이젠 시골에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정갈한 재래식 가옥으로 변신했다. 그게 2007년의 일, 어언 12년이 흘렀다. “하루아침에 느닷없는 이주를 하자 주변 사람들이 놀랐어요. 환경운동을 하던 사람이 별안간 지리산으로 사라졌다며, 별 쓸데없는 오해들을 하기도 했죠.(웃음) 저로서는 새로운 삶의 서막이었어요.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한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감성이라는 걸 되찾을 계기였으니까. 환경운동, 그건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이면엔 부대끼고 시달릴 일이 많았습니다. 업무와 사람들에게 말이죠. 삭막한 감성, 그런 걸 느끼며 힘들었어요.” “감성적인 일상이란 멋진 것이지만, 도시에서나 산골에서나 벌어야만 지속 가능한 생존 조건은 다르지 않겠죠. 생계엔 어떤 대책을 세우셨을까?” “도시생활을 청산하자 4000만 원 정도가 총재산으로 남더라고. 그걸로 이 집을 샀어요. 은행 대출을 끼고서였죠. 한마디로 돈 없이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도 걱정이 전혀 없었어요. 아이고, 돈은 물론 농사기술 없지, 무슨 자격증 하나 없지, 산골에서 뭘 해서 먹고사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머리 싸매고 그런 걱정부터 했다면 여길 오지 못했을 겁니다.” “좌우간 가서 부닥치고 보자! 그게 대책이었어요?” “느낌이나 용기. 귀농귀촌엔 그런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런 게 선행한다면 산골에서 무슨 일을 하든 굶지는 않을 테고요. 아내 역시 경제 문제로 불안해하지 않았어요. 제가 진주에서 환경운동을 하며 박봉으로 겨우 살았어요. 밤엔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도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심하게 애쓰는 삶, 그건 별로 좋지 않다고 봅니다.” 인생에서 가장 평온한 시절 누려 석봉 씨는 세상과 담을 쌓고 지리산 고사리로 살려고 산에 들어온 게 아니다. 백수건달은 더구나 생리에 맞지 않다. 집을 고친 뒤 그는 슬슬 일을 찾았으니 이게 순행(順行)이다. “현재 제가 1800평 규모의 밭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땅은 아니고, 이웃들의 밭을 빌려 쓰죠. 초기엔 200평 정도를 빌려 농사를 지었어요. 농사로 거둔 생산물들로 한과나 김장김치를 만들어 팔기도 했지요. 농사 외 봄엔 산나물을, 여름엔 오디를, 가을엔 야생오미자를, 겨울엔 얼어붙은 채 나무에 매달린 모과를 따러 다니는 게 일이었고요. 그걸 또 가공해서 판매했고요.” 석봉 씨네 동네는 산촌 특유의 납작하고도 포근한 토담집들이 돌담길 따라 이어져 평화롭다. 초록 물감을 흩뿌리는 숲과 능선과 봉우리들이 마을을 휘감아 어디를 봐도 씽씽하다. 이 청명한 산촌에서 석봉 씨는 뜻밖에도 쓴맛을 경험했다. 마을 사업을 주도하다 도중하차한 것. 그는 원주민들의 동참 유도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한계에 봉착했던 것 같다. “아쉽더라고요. 마을 공동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됐더라면 참 자랑스러운 마을이 됐을 텐데 중도에 올 스톱됐으니…. 마을 사업 성사를 위해서는 때로 관과 맞붙어야 합니다. 그러나 연로하신 분 일색인 마을 주민들은 저항이라는 걸 모릅니다. 사업으로 마을 공동이익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아예 자기 생각이나 주장 자체를 드러내질 않아요. 과거의 권력자였던 관리들을 아직도 두려워하는 거죠.” “지리산 산간마을이라는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요? 육이오를 처절하게 겪은 트라우마에서 기인하는 소극적 태도…. 빨치산 토벌대로 참전했던 저의 부친은 아직도 지리산 근처조차 가기를 싫어합니다.” “바로 그겁니다. 낮엔 국방군이, 밤엔 빨치산이 마을을 쥐락펴락했던 세월을 살았으니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을꼬. 손가락질 한 번에 죽고 사는 세상이었으니 말이죠. 충분히 이해할 만한 기질적 형성이라 봐요. 사실 주민들의 심성은 순박합니다. 작은 것이라도 남에게 신세를 지면 기어이 갚아요. 그게 그들의 오랜 삶의 관습이에요.” 구제받을 길 없는 중생마저 관음보살처럼 살뜰히 보살핀다는 지리산의 슬하라고 하지만, 삶은 이모저모 고역스러워 번뇌를 고이 털어버리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석봉 씨에겐 시름이 없다. 그렇다는 건, 그렇게 보인다는 얘기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평온한 시절을 누린다는 게 아닌가. 상추씨처럼 흙에 살짝 묻혀 사는 그는, 가족과 함께 담백한 푸성귀 식사를 하는 즐거움을 나날의 꿈이 아롱진 수채화로 여기는 기색이다. 평소의 버릇인 따뜻한 시(詩) 쓰기로, 저 드높은 천왕봉이 소리소문없이 열강하는 겸양의 도리를 가다듬기도 하겠지. 민박 손님이 며느리 된 사연 고리키 왈, 일이 즐거우면 낙원이고, 일이 의무이면 지옥이라지? 석봉 씨는 일이 즐거워 낙원에 사나? 그렇다. 그는 일이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투의 표정을 짓기를 삼가질 않는다. “제가 참으로 좋은 일을 선택했어요!” 그는 그리 당당하고 유쾌하게 토로한다. 대체 무슨 일을 선택했기에 그러나? 민박이다. 민박을 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만족을 구가하게 되었다는 거다. 들어보자. “저희 집이 자그만하지만, 본래 모습을 유지해 손질한 덕에 나름 시골집다운 토속적 운치를 되살린 것 같아요. 어느 날 하루를 묵어간 지인이 그러더라고. 저 사랑채가 너무도 근사하다, 시골집에 향수를 가진 이들이 환호할 것 같다, 민박을 한번 해보라! 그 귀띔에 민박을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죠.” “살림에 크게 보탬이 됐다는 점에서?” “물론 가계에 도움이 됐죠. 운이 좋았던 게 뭐냐면, 어느 날 우리 집 앞으로 별안간 ‘지리산둘레길’이 났다는 건데요, 이게 호재로 작용했어요. 상상하지 못한 행운이었죠. 별안간 손님들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민박을 하는 진정한 즐거움은 수익성에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 민박도 고달프긴 마찬가지겠죠. 대체 진정한 즐거움이란 뭐죠?” “제가 환경운동을 하던 도시에서의 나날들은 업무와 타인들, 이 양자 사이에서 냉정한 처신을 해야만 했어요. 감성이나 정감이 끼어들 틈새가 전혀 없는 건조한 관계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민박 손님과의 관계는 전혀 달라요.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온갖 하고 싶은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타인’이라는 감각이 사라집니다. 가족적인 유대감이 형성되는 거라. 그러다 보면 단골이 되고, 수시로 안부를 전하고, 진심을 나누게 되고, 그렇게 좋은 관계를 지속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제 즐거움과 만족의 원천입니다.” 쌍방향 여행이랄까. 손님은 석봉 씨의 내부로 여행을 하고, 석봉 씨는 손님의 생각 속으로 여행을 한다. 그는 이 공정하고도 허심탄회한 관계에 쾌재를 부른다. 도시에서 그가 자주 목말라했던 인간관계의 따뜻한 생태계를 민박으로 구현하는 기쁨을 누려서다. 그는 딱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그런 그의 내면에 웅크린 의외의 사교적 성향이 푸드덕 날갯짓을 해 관계의 신세계로 인도했을 수도 있겠다. 민박이 불러들인 선연(善緣) 혹은 선물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석봉 씨는 민박 손님으로 가끔 찾아들던 한 아가씨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다. 참하고 곱살하기 이를 데 없어서. 그는 결국 이 젊은이를 며느리로 맞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제 아들놈이 현재 지리산 환경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합니다. 저 참신한 처녀를 이 녀석에게 소개했는데요, 처음엔 서로 심드렁하더니 어인 영문인지 기특하게도 결혼에 이르렀어요.(웃음) 현재 며느리는 우리 집 아래편에 아담한 카페를 차려 둘레길 탐방객들을 맞이합니다. 손녀도 이미 봤고요.” “3대가 한동네에 사는 게 불편하진 않으세요? 젊은이들이란 때로 발칙한 도발을 하는 법인데 말이죠.” “‘저는요, 시골이 너무도 좋아요!’ 며느리의 말이 그렇습니다. 불편도 단점도 전혀 없어요. 아이들에게 제가 가끔 잔소리는 하죠. 과욕을 부린다고 돈이 벌리는 거 아니다. 찡그리며 살아봤자 일이 풀리는 거 아니다. 이 애비가 그랬듯이 바르게, 옳게 살아다오. 나쁜 일을 보고서는 참지 마라. 그렇게.” “그런데 말이죠. 농사하랴, 민박 손님들 맞이하랴, 선생의 일상이 너무 바쁜 거 아네요? 산중의 낙은 한가하게 노니는 데에도 있지 않나?”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즐기는 것에 무슨 결함이 있을까.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고, 사랑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게 자유롭게 사는 길이며 좋은 삶이라 생각합니다.” 석봉 씨의 집, 꽃그늘 나무그늘이 푸르다. 이 푸른 공기 속에서 별다른 불안이나 허기가 없이 산다면 인생도 소풍처럼 가뿐할 테지. 세상의 광기와 탐욕이 침범하지 못할 것이고. 한 무리의 민박 손님들이 들이닥친다. 오늘도 신났다, 석봉 씨. 김석봉 씨가 주는 귀촌 Tip •귀촌 준비에 너무 강박감을 갖지 말자. 준비를 충실히 해도 실패할 수 있다. 미장이나 목공처럼 실용적인 기술을 미리 배워두는 건 현명하다. 돈벌이 목적의 귀농이라면 더욱더. •농사에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수익은 열악하지만 내가 뜻한 대로의 영농을 할 경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테면, 기계나 비료를 쓰지 않는 줏대 있는 농법이 그렇다. •가급적 마을 변두리에 거처를 마련하자. 원주민들과의 갈등 소지를 줄일 수 있으니까. •민박을 할 경우엔 일단 돈벌이 목적보다 손님과의 소통을 중시하자. 열쇠만 건네면 그만인 펜션과 달리, 민박은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매력이며, 성공의 첩경이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 2019-07-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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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왕기 평창군수가 그리는 평창의 미래 지도
- “여러분의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응원합니다” 2018 지방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를 보인 지역, 바로 강원도 평창군이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선거에서 현직 군수였던 심재국 후보를 단 24표 차로 이기고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면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에서 태어나 일생을 보낸 평창 토박이인 한왕기 군수는 요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평창의 미래를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요즘 바쁘게 움직이며 여론과 행정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림픽 후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서울올림픽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란 재단을 설립해 유산사업을 현재까지 하고 있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산사업에는 신경을 안 썼더군요. 그래서 평창올림픽법을 국회 문체위 상임위원장인 안민석 의원님께 요청했습니다. 이 법에 근거를 두고 평창올림픽에 대한 재단법인을 만들어서 일관성 있는 올림픽 유산관리와 발굴을 할 예정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유산인 평화를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평화의 시대를 평창이 주도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평화특례시 추진과 평화 관련 기관 유치, 세계평화포럼 개최를 실현해간다는 방침이다. 해발고도 700m의 쾌적함 평창군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인 지역이다. 이는 인간의 생체리듬에 가장 좋은 고도라는 슬로건으로 ‘HAPPY700’ 브랜드를 론칭하는 계기가 됐다. 브랜드를 선포한 게 1998년이니 벌써 20년 전 일이다. 한 군수는 “이제 평창 하면 HAPPY700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불볕더위에 700고지의 쾌적한 공간을 찾아 평창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었습니다. 지난 8월 5일에 막을 내린 평창더위사냥축제는 지난해보다 1만2000여 명이 더 많은 8만7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렸어요. 지금도 대관령 고원지대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인구, 깊어지는 고민 이처럼 살기 쾌적한 도시로서의 평창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평창의 설질(雪質)이 좋다는 사실은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공인된 얘기다. 그러나 평창은 휴양도시로서의 딜레마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 외 대부분의 지역들이 앓고 있는 문제, 바로 지역 정착민이 적고,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창군 인구는 7월 말 현재 2만1071세대 4만2808명으로, 지난 1995년 5만 명 붕괴 이후 2005년 4만5033명, 2015년 4만3500명 등 점차 감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은 200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현상인 데드크로스와 타 지역 전출로 확인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창군은 2016년 10월 기술지원과 귀농·귀촌 부서, 2017년 10월 기획감사실 지역인구정책부서 등 전담부서를 신설 후 체계적인 정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귀농·귀촌은 평창으로 한 군수는 평창이 귀농·귀촌에 강점을 가진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평창은 기후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이상적인 온도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평창의 농산물은 특유의 기후 덕분에 식물 세포가 오밀조밀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져 시장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한 시간대 거리라는 점에서 교통의 강점도 있습니다.” 한 군수는 귀농·귀촌 현상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외지인과 평창인의 갈등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외지인이 평창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평창군 귀농·귀촌 페스티벌’을 시행하고 있다. “무작정 외지인더러 들어오라고만 하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높습니다. 그래서 귀농·귀촌 페스티벌을 통해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도시민에게 우리 군의 귀농·귀촌 정책을 소개하고, 귀농·귀촌 선배들을 만나 생생한 정착기를 듣게 해줍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직접 농촌의 삶을 체험해보고 멘토 농가를 연결해 도움을 받게 합니다. 그래야 정착 성공률이 높아지니까요. 이외에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 창업 및 정착 지원, 집수리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휴양도시로서의 강점 극대화 한 군수는 최근 국민적 트렌드인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더욱 강화된 관광휴양도시로서의 강점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올림픽 기간 중 시범운영을 거쳐 현재 본격 운영 중인 ‘HAPPY700 평창시티투어버스’다. 시티투어버스는 코스를 나누어, 올림픽 개최 현장과 시설을 보며 올림픽의 열기와 영광을 느껴보는 올림픽 로드, 평창 지역의 시골장을 돌며 ‘진짜 촌스러움’을 맛볼 수 있는 전통시장 로드, 문화와 축제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페스티벌 로드 등 시기와 테마별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인 평창효석문화제는 9월 1일부터 9일까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이자, 가산 이효석의 고향 평창군 봉평면 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인연, 사랑, 그리고 추억’이라는 주제로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추억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넓은 메밀밭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문학과 체험을 아우르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평창백일홍축제는 평창읍 평창강 둔치에서 오는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펼쳐진다. 시원한 평창강을 배경으로 백일홍 천만 송이가 장관을 이루는 낭만적인 축제다. 해마다 꽃밭 한가운데에 있는 포토존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평창의 감자, 옥수수, 메밀로 만든 토속 먹거리와 낮과 밤에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문화예술공연도 운치를 더한다고 자랑했다. 농림축산업 고도화의 발판 마련 최근 평창군에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 농촌 신활력 플러스 사업’에 선정돼 70억 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전국에서 10개 지자체만 선정된 이 사업에서 평창군은 ‘평창 프리미엄 농식품 플랫폼 사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는 서울대학교 허철성 교수를 단장으로 선임해 ‘평창 프리미엄 농식품 플랫폼 추진단’을 꾸리고, 서울대학교의 기술을 활용해 지역의 우수 특용·약용 작물을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농식품으로 개발한 후, 지역 내 가공업체로 기술 이전, 해외시장 개척 등 산업 고도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평창은 농림축산업이 경제의 근간입니다. 올해부터 4년 동안 체계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 평창의 우수한 특용·약용작물로 프리미엄급 농식품을 개발·생산하고, 이와 접목한 체험·관광을 통합 마케팅할 것입니다. 농업인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 농촌관광 활성화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향후 서울대학교와 연계한 고령친화식품단지를 조성해, 평창군 농식품 산업 혁신을 앞당기고자 합니다.” 평창의 주산업인 농업·농촌의 소득 안정을 위해 청년농·여성농·고령농을 지원하고 농산물 판로 확보와 가공유통시설 기반 구축, 산림농업 육성 등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한 군수는 농업 예산을 전체 예산의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평창에 귀농·귀촌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고 부족한 농촌 인력을 해결하기 위한 농업인력 지원센터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군 전체 면적의 83%를 차지하는 산림을 기반으로 산악관광, 산악스포츠, 산림 복합영농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갖춘 자립적인 농촌기반을 조성해나가는 데 힘써보겠습니다.” 아울러 평화올림픽 개최를 통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 된 평창을 평화의 중심지로 부각시키기 위해 평창 평화특례시를 추진하고,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의 산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민생 현장을 돌면서 잘살게 해달라는 평창군민들의 희망을 듣고 1%의 가능성이 평창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의 시작 평창과 함께, 사람이 행복한 문화관광, 더불어 잘사는 지역경제, 소득이 안정된 농촌, 모두가 행복한 복지 등을 군정 5대 목표로 정한 한왕기 군수는 농촌 가치 살리는 평창건설을 위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평창의 변화와 도약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 2018-09-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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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관리, 스마트 기기에 맡겨볼까?
- 시계가 사람 목숨을 구한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주머니 속 시계가 날아든 총탄을 막아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 시계 이야기다. 캐나다에 사는 데니스 앤젤모(62)는 지난해 봄에 집수리를 하다 유난히 힘들다는 기분이 들었다. 보통 같았으면 참고 넘겼겠지만, 손목에 있던 애플워치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심장박동수가 210회로 비정상적이었던 것. 곧바로 달려간 병원에서 “동맥이 70% 가까이 막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던 상황을 시계 덕분에 방지한 것이다.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이런 극적인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목숨을 맡길 만큼 손목시계의 심박수 체크를 믿을 수 있겠어?”라는 의문을 가질 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지난해 심장과 혈관을 연구하는 순환기내과의 논문을 게재하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카디올로지’에 손목에 착용하는 심박측정기의 정확도에 관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요약하면 대부분의 장비가 ‘꽤 정확한’ 심박측정 능력을 갖췄고,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애플워치는 91%, ‘핏빗’은 84% 정도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사용자가 건강을 위해 참고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과거라면 상상도 못할 여러 가지 제품들이 건강관리에 쓸모 있는 기능을 갖추고 속속 출시되고 있다. 늘 나와 함께,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기기 중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 보통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 연결되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안경 형태에서부터 최근에는 이어폰 형태의 제품도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것은 역시 손목에 차는 시계형 제품이다. 자체적으로 앱(app)을 구동시킬 수 있는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 워치가 일반적이지만,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각종 센서들만 부착한 스마트 밴드도 인기가 높다. 간단한 밴드형 제품은 시중에서 5만 원 이하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런 스마트 기기의 역할은 크게 운동을 돕고 신체 상태를 점검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심박수 센서와 운동 센서 등은 심장 상태에서부터 수면의 질까지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보여준다. 또 장시간 앉아 있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센서가 움직일 시간이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열심히 걷고 나면 수고했다며 칭찬을 통해 동기도 부여한다. GPS 센서가 달린 제품들은 이동한 거리나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줘 일기처럼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산소포화도나 스트레스 등의 측정도 가능하다. 최근 삼성이 내놓은 블루투스 이어폰인 ‘아이콘X’도 운동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운동량을 기록한다. 착용하면 직전의 운동 기록을 음성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운동 중에도 운동 시간이나 거리, 칼로리 소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작동한다. 최근엔 허리띠 형태의 제품도 나왔다. ‘웰트’라는 제품으로 그저 바지와 함께 입는 것만으로도 허리둘레, 앉아 있는 시간, 과식 여부를 체크해 생활습관 개선에 도움을 준다. 만성질환도 스마트하게 관리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스마트 기기를 통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든 당뇨병 관리 앱 ‘mDiabetes’가 대표적. 블루투스 혈당계와 연동되는 이 앱은 혈당을 관리하고, 식단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식이관리, 운동관리가 가능하다. 의료진에게 간단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그 효과를 조사했는데,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HbA1c)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 기기 회사인 샤오미는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되는 혈당계를 최근 발표했다. 스마트폰에 장치를 꽂으면 일반적인 혈당계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얼마 전 스마트 혈압계 ‘아이헬스’를 출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제품은 혈압 검사와 함께 간단한 문답을 통해 사용자의 신체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 기기 건강관리, 그 효과는? 흔히 사용하는 체중계도 이제는 건강관리 도구로 변신했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체중계는 맨발로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체중뿐 아니라 체지방, 근육량, 골격량, 수분량, 기초대사량, 신체나이, 내장지방 등을 알려준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건강관리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현장의 전문의들 의견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가 중론이다.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생활습관에 자극을 주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맹신하지 말고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만성질환들은 생활습관과 연관되어 있어 이러한 생활습관을 정확히 판단해주면 진료에 도움도 주고 본인이 고쳐야 할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우울 성향을 측정하거나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해 마음의 안정을 갖게 하는 방식 등은 응급상황이 생길 때 자가 조절이 가능하도록 해 치료에 도움이 되게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신체의 움직임 측정과 수면습관 측정 외에도 운동 종류에 따라 기록을 해주는 기능도 개발돼,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지 본인도 확인이 가능하고 의사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 좋은 정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하게 측정되는 것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또 당뇨 환자를 위한 기능이 병원에서 검사하는 당화혈색소 측정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이므로 의사와 긴밀히 상의하면서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 2018-01-06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