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자랐지 영 부실하고 어딘가 비뚤어진 식물을 가리켜 ‘웃자랐다’고 말한다. 부족한 일조량이나 통풍,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온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줘버린 물 등 원인은 다양하다. 지나치게 다양한 나머지 ‘식물 좀 키워봤다’는 경력 ‘식집사’(식물+집사)까지 비뚜름하게 자란 식물을 보며 시름한다. 웃자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정녕 없을까?
식집사도 ‘장비빨’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다. 식집사 ‘만렙’(최고 수준)까지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은 반려식물에게도 유의미한 장비를 남겼다. 어화둥둥 우리 집 식물, 웃자람 없이 튼튼하도록 도와줄 장비를 정리해봤다.
참고 책 ‘식물 상담’, ‘식물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품 사진 각 사 홈페이지
빛 - 식물생장등
빛은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3대 요소 중 하나다. 빛이 없어도 잘 ‘버티는’ 식물은 있지만 빛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식물은 없다. 식물의 영양 상태는 일조량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공간별 일조량과 키우는 식물의 적정 일조량을 파악해 맞춰주면 좋다.
실외 정원이나 옥상에는 유리에 통과되지 않은 햇빛이 들어온다. 집이 저층이고 남향이 아니거나, 다른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면 일조량이 적어진다. 전망이 좋아도 유리창을 통과한다면 햇빛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하물며 유리를 통과한 직사광선조차 받지 못하는 그늘에 있다면? 식물이 웃자랄 수밖에 없다.
식물생장등
이제 채광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집사 생활을 청산하지 않아도 된다. 형태는 전구형, 바(Bar)형, 우산형 등이 있다. 보통의 식물 생장용 LED는 자주색 빛을 낸다. 광합성 및 생육을 촉진하는 빨간빛(개화용)과 잎 형태를 형성하고 웃자람을 막는 파란빛(성장용)을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진한 자줏빛 조명이 인테리어나 미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백색광을 내는 LED 생장등도 출시되고 있다. 또한 탁상 스탠드와 유사한 인테리어 겸용 생장등도 판매되고 있다.
식물과 생장등 사이는 30cm 이내 거리가 좋다.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효과가 미비하거나, 엽록소 손상으로 잎이 검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보다는 낮에,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사용하도록 하자.
[TIP] 식물생장등 잘 고르려면?
식물생장등을 구매하기 전 ‘PPFD’(Photosynthetic Photon Flux Density)를 확인하자.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광량자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로, 같은 조건이면 PPFD 수치가 높은 생장등이 식물 생장을 수월하게 한다.
물 – 수분측정기, 분무기
식물을 떠올렸을 때 가장 연상하기 쉽고,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물을 제때 적절하게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초보 식집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의 양이나 때를 조금만 혼동해도 마르거나(건조) 물러버리는(과습)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겉흙이 파이고 물이 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부어서도 안 된다. 이런 고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도구가 식집사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 속흙이 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이나 나무젓가락을 찔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날은 이제 안녕이다.
수분측정기(토양수분계)
작동 방식에 따라 건전지가 없어도 쓸 수 있는 무동력 측정기와 배터리‧필터를 갈아줘야 하는 디지털 기기로 나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뿌리를 피해 절반 이상 흙에 파묻히도록 곧게 꽂으면 된다. 막대나 막대 끝에 달린 금속으로 흙의 수분 정도를 측정하고, 건조‧적당‧축축(과습) 단계별로 안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화분별로 하나씩 꽂아야 하니 화분이 많은 경우 비용이 부담되는 단점도 있다. 또 식물에 따라 꼭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다르므로, ‘건조’가 무조건 좋지 않거나 ‘적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키우는 식물에게 맞는 적정 상태가 어느 단계인지 미리 체크해두자.
전동분무기
물뿌리개 혹은 분무기를 들 때 손목이 시큰거린다면 구매를 고려해봄직한 장비다.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꿀 때 사용하는 스프링클러의 가정용인 셈이다. 일직선으로 물이 분사되는 직분사, 안개처럼 물이 퍼지는 안개분사 등 분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영양제나 병충해 방지 약품을 희석해 방제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자동 분사 모드를 사용하면 일일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설정한 만큼 물이 분사된다. USB 포트로 충전해 무선으로 사용한다.
온·습도 – 가습기, 에어포트 화분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자라는 식물의 적정 온도는 23~25℃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식물이 같은 온도를 반기지는 않는다. 식물을 탈 없이 키우고 싶다면 자생지의 기후를 확인해보자. 온습도계를 마련하고, 아래 소개하는 장비를 이용해 자생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면 식물도 화답하듯 쑥쑥 자랄 것이다.
식물용 가습기
촉촉한 공기를 좋아하는 어린 식물과 관엽식물을 위한 장비다. 대기가 건조한 겨울에는 식물 겉 테두리가 갈변하는 일이 흔한데, 이를 방지해준다.
에어포트 화분
과습으로 죽어가는 식물도 살린다 하여 ‘마술화분’, ‘도깨비화분’ 등의 별명을 얻었다. 화분 전체에 숨구멍이 나 있어, 무르기 쉬운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 뿌리를 차가운 공기에 접촉시켜 뿌리와 식물 전체의 생장을 촉진하는 ‘공기단근’(Root Air Pruning)이 일어난 덕분이다. 다소 못생긴 외관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고 분갈이가 간편한 장점이 있어 식집사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장비다. 상당수 후기가 몬스테라 알보와 궁합이 좋다고 증언하고 있다.
통풍(바람) - 서큘레이터
바람도 식물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고로 통풍을 돕는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는 식물 키우는 데 필수 장비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식물이 배출한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과습을 유발하거나 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장비가 선풍기 혹은 서큘레이터다. 경우에 따라서는 캠핑용 실링팬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약풍 혹은 미풍으로 약한 바람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8시간 이상 약풍이나 미풍 단계로 틀어주면 좋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장마철이라 환기하기 어려울 때 특히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여행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여행문은 여전히 빗장이 걸려 있다. 정부에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관광 시장이 모두에게 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시니어들은 여행 대신 국내를 중심으로 한 야외 활동을 선택했다. 코로나19 탓에 대면 활동이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시니어들은 어떤 활동을 하며 자신을 달래고 있을까?
임팩트피플스가 50대 이상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행을 대신할 활동을 시도한 시니어 중 35.2%가 등산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캠핑 22.2%, 낚시 17.1%, 골프 11.1%, 차박 6.9% 순이었다.
왜 등산일까?
시니어들은 등산의 장점으로 ‘건강에 좋다’ 63.7%, ‘힐링과 스트레스 이완’ 56.2%,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 39.6% 등의 이유를 꼽았다(중복 응답).
등산은 캠핑, 낚시, 골프 같은 다른 활동보다 비교적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누릴 수 있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체력을 키울 수 있고 답답함도 해소할 수 있어서다. 활동별 지출 비용을 조사한 결과 골프를 즐기는 시니어의 47.8%는 ‘2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의 40.3%는 ‘3~5만 원’을 지출했다고 응답했다. 즉 등산은 비싼 장비 없이 가볍게 동네 뒷산부터 시작할 수 있어 시니어들의 인기를 끈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 1위도 등산이었다. 그 이유로는 ‘따로 준비 없이 바로 즐길 수 있어서’, ‘특별한 장비 구매 없이 쉽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같은 반응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시니어 A씨는 “집 안에만 있어 기분이 울적했는데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우울함이 다 사라졌다”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니어 B씨는 “무릎이 약해져 건강한 운동 방법을 찾던 도중 젊을 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산에 가봤다”며 “산에 가니 생각보다 좋았다. 등산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뒷동산부터 시작하는 걸 권한다”고 설명했다.
등산, 시니어에게 무엇이 좋을까?
시니어들의 공통된 의견을 살펴보면 등산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에 좋다’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체의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운동으로 등산을 추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등산이 골격 성장에 도움을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산을 오르고 내릴 때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보행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산행은 체중 부하가 근골격계에 자극이 돼 골밀도를 높이고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등산은 유산소 운동으로 순환계와 호흡계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등산을 하면 심장의 용적이 커지고 탄력성이 증가해 혈관이 깨끗해지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포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효율도 높아진다. 심폐기능은 주 3~4회 1년 정도 등산을 할 경우 심박출량(1분 동안 심장을 수축해서 뿜어내는 혈액 양)이 12~13% 정도 증가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등산은 활발한 위장 운동을 도모해 소화기 질환에 좋을 뿐 아니라 칼로리 소모를 통한 지방 감량에도 효과적이다. 산에 오를 때 초기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후에는 지방을 연소하며 시간당 소모되는 열량은 600~1080kcal다. 8~11km를 달리는 데 소모되는 열량과 유사한 셈이다.
무릎 부상에 취약한 시니어, 안전한 산행 필수
등산을 하면 울퉁불퉁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장시간 걸어야 한다. 부상 위험도 여기에 발생한다. 특히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무릎 관절 퇴행 증상이 많아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파열될 수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보통 체중의 5~7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에 전달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갈 때는 무릎이 120도 이상 과하게 구부러지는 동작을 취하게 되고, 무릎에 더욱 과한 압력이 가해진다.
등산 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인대와 힘줄 손상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무릎 연골 연화증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릎 연골 연화증은 무릎뼈 안쪽의 연골이 무리한 자극을 받아 말랑말랑해지면서 균열이 일어나 결국 연골이 소실되는 질병이다. 무리한 등산을 자주 하거나 계단이나 언덕을 자주 오르는 경우, 무릎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연골이 빠르게 소실되고, 무릎 주변 인대와 힘줄 손상이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등산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
그렇다면 건강한 등산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의 몸이 최고 상태로 움직일 수 있게 산행 전 스트레칭이 필수다.
가슴과 무릎, 발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서고 허리를 약간 편 상태에서 평지보다 좁은 보폭으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산에 오른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무릎을 짚은 반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금물이다. 뒷짐을 지고 오르는 것도 호흡이나 관절 모두에 좋지 않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하중이 무릎과 발목에 더 많이 실리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양팔을 가볍게 흔들고 무릎을 살짝 굽혀 보폭을 줄이는 것이 무릎과 발목 충격을 줄여준다. 힘들다고 터벅터벅 걷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안전한 등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발목까지 보호할 수 있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산행 시 지팡이나 스틱을 사용하면 하체에 집중되는 하중을 30%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여가 활동으로 ‘캠핑’(Camp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으로 지친 몸과 맘을 달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과 결합한 캠핑이 유행하고 있다. 지금부터 때와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4가지 캠핑을 소개한다.
무동력으로 즐기는 자전거캠핑
자전거캠핑은 자전거에 장비를 싣고 떠나는 캠핑이다. 주로 차량 진입이 어려운 오지에 적합하다. 자전거는 캠핑 장소와 형태, 이동 거리를 고려해서 고르는 것이 좋다. 장시간 주행을 대비하여 기능과 안전을 고려한 복장을 갖춰야 한다.
자전거캠핑은 온전히 사람의 힘을 동력으로 이동하는 만큼 수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자전거용 멀티툴, 휴대용 펌프, 예비용 튜브, 체인 커넥터 같은 갑작스러운 고장에 대비한 미캐닉 장비는 반드시 챙겨야한다.
집과 같은 안락함, 오토캠핑
차량에 야영 장비를 싣고 떠나 캠핑장이나 유원지 등 지정된 장소에서 취사와 숙박을 하는 캠핑이다. 가볍고 견고한 텐트와 계절에 맞는 침낭, 땅의 냉기와 습기를 차단해줄 매트리스, 햇빛을 가리고
비와 바람을 막아줄 타프 등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캠핑카, 캠핑 트레일러를 이용한 오토캠핑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편리한 취사와 숙박이 장점이지만, 캠핑카 가격이 비싸서 대여도 많이 한다. 대여 시 보름 전 사전 예약을 통해 대여 업체 차고지를 방문하거나 홈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다.
멈추는 곳이 캠핑장이 되는 차박캠핑
자가용 한 대로 즐기는 캠핑이다. 텐트를 치고 접을 일도 없고, 캠핑장을 따로 예약할 필요 없다. 고가의 캠핑카와 비교해서 저렴하고, 기동성도 좋다. 다만 아무 데서나 야영을 할 수 없다. 국립공원, 사유지, 해안 방파제 등은 불가능하다.
차박캠핑이 반드시 SUV 차량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량 뒷자리인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었을 때 트렁크와 이어지는 면이 수평으로 평평한 상태라면 경차, 소형승용차로도 차박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가벼운 배낭은 필수, 백패킹
야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넣은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산, 숲, 트레일, 해안 등을 이동하다가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이다. 인적 드문 자연에서 하룻밤을 즐길 수 있지만,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이동해야 하기에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 좋다.
트레킹화는 평소 신는 신발보다 한두 치수 크게 신을 것을 권한다. 등산용 양말이 두껍기도 하고 피로로 인해 발이 붓기 때문에 너무 딱 맞으면 산행을 지속할 수 없다. 배낭은 여름철이라면 50~60L급, 겨울철에는 80~90L급 배낭에 수납한다.
코로나19 시대의 여가 활동으로 ‘캠핑’(Camp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은 5인 이상 집결 금지 같은 사회적 조항으로 사람들은 친구, 연인, 가족 등 소수정예로 팀을 꾸리거나, 홀로 자연으로 들어가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캠핑 자체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등산, 트레킹, 사이클, 카약, 낚시, 서핑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결합하는 식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같은 캠핑도 전혀 다른 캠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코너에서는 때와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캠핑 ‘4대 주자’ 자전거캠핑, 오토캠핑, 차박캠핑, 백패킹의 특징에 대해 알아봤다.
자전거캠핑 | 걸어서 가기에는 먼 곳을 무동력으로 가고 싶을 때
자전거의 몸체에 짐받이 가방과 패니어백, 혹은 자전거 몸체에 연결한 트레일러에 아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싣고 산악 임도, 해안, 자전거길 등을 이동하다가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바이크캠핑, 투어링캠핑이라고도 부른다. 오지와 같이 한적하면서도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 자동차로 가기에는 가깝고 도보로 가기에는 애매한 주변 여행지를 찾아가는 데 자전거는 효과적인 이동 수단이다.
자전거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두말할 필요 없이 ‘자전거’다. 즐겁고 쾌적한 자전거캠핑을 위해서는 자전거캠핑에 적합한 자전거를 준비해야 한다. 생활형 자전거, 산악자전거(MTB), 로드자전거,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전기자전거 중에서 캠핑 장소와 주로 형태, 이동 거리에 따라 크게 산악자전거, 로드자전거, 투어링 전용 자전거, 산악과 로드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 있다.
자전거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가 ‘복장’이다. 1박 이상 장거리 자전거캠핑을 할 때는 장시간 자전거 주행을 해야 하므로 기능과 안전을 고려한 라이딩용 복장을 추천한다. ‘쫄쫄이바지’로 통하는 ‘자전거 패드바지’는 폴리에스테르 재질이라 구김이 없고 건조가 잘되며, 자전거 안장과 밀착되는 부위에 두꺼운 패드가 붙어 있어 엉덩이 통증을 상당히 줄여준다. ‘저지’로 불리는 자전거 상의는 등 뒤에 주머니가 있어 휴대폰 등의 수납이 가능하다.
자전거캠핑은 온전히 사람의 힘을 동력으로 이동하는 만큼 수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지만, 반드시 챙겨야 하는 장비라면 자전거용 멀티툴, 휴대용 펌프, 예비용 튜브, 체인 커넥터 같은 갑작스러운 고장에 대비한 미캐닉 장비다. 이외에 헬멧, 선글라스, 바람막이, 장갑, 버프, 모자, 두건, 팔토시, 랜턴, 비상식량, 스마트폰 충전기, 구급약품, 비상식량, 텐트, 침낭, 매트리스, 캠핑용 조리도구, 휴대용 식기와 수저, 다용도 나이프 등이 있다.
오토캠핑 | 자연 속에서 집이 주는 안락함을 누리고 싶을 때
차량에 각종 야영 장비를 싣고 떠나 캠핑장과 유원지 등 지정된 사이트에서 취사와 숙박을 하는 캠핑이다. 차량을 이용해 움직이므로 장비 수용에 제한이 없고, 차량 바로 옆에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으므로 캠핑 장비를 힘들게 옮기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캠핑 초보자라면 오토캠핑을 통해 캠핑에 재미를 붙이는 편이 좋다. 만약 캠핑에 필요한 장비가 없다면 캠핑 업체에서 텐트, 침낭, 취사도구 일체를 제공하는 ‘글램핑’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오토캠핑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가볍고 견고한 텐트, 계절에 맞는 침낭,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습기를 차단해줄 매트리스, 햇빛을 가리고 비와 바람을 막아줄 타프, 캠핑용 조리도구 스토브와 연료, 휴대용 식기와 수저, 다용도 나이프, 랜턴과 이동식 랜턴(보조배터리),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체온을 지켜줄 기능성 의류,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구급약품이 있으며,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그릴, 키친테이블, 아이스박스도 있으면 유용하다.
최근 들어 캠핑카, 캠핑 트레일러를 이용한 오토캠핑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매번 따로 수고롭게 텐트를 치고 접지 않아도 차량 안에서 편리하게 취사와 숙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4000만~1억 원을 호가하는 만만치 않은 캠핑카 가격이 단점이겠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비용은 1000만~2000만 원 정도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카라반 전문 커뮤니티 ‘더 카라반’(thecaravan.co.kr)에서 확인하자.
캠핑카를 대여할 경우 보름 전 사전 예약을 통해 대여 업체 차고지를 방문하거나 홈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다. 렌털료는 1박 2일 기준 국산차 35만~50만 원, 수입차 45만~80만 원이다. 대여 조건은 만 26세 이상, 운전 경력이 최소 1년 이상 운전자. 대인, 대물, 자손 종합보험은 기본으로 가입돼 있으나 자차보험은 빠져 있다. 안전운행수칙 교육 업체에서 1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캠핑장 정보는 한국관광공사의 ‘고캠핑’(gocamping.or.kr)을 추천한다.
차박캠핑 | 드라이브하다가 원하는 곳에서 멈추고 싶을 때
오로지 자가용 한 대에서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부담스러운 가격의 캠핑카,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확보가 어려운 캠핑장 등이 차박캠핑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번거롭게 텐트를 치고 접을 일도 없다. 또 캠핑카처럼 부피가 크지 않아 기동성도 좋다. 산, 들, 바닷가 등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머물면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으며, 오토캠핑처럼 취사도구를 이용해 제대로 조리해 먹기보다는 가볍게 때우거나 현지 맛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차박캠핑이 반드시 SUV 차량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량 뒷자리인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었을 때 트렁크와 이어지는 면이 수평으로 평평한 상태라면 경차, 소형승용차로도 차박캠핑을 즐길 수 있다. 평평한 바닥에 누웠을 때 본인 키보다 살짝 넉넉한 공간이면 된다. 필요에 따라 자동차 후미에 카트리퍼 혹은 도킹 텐트를 연결해 공간을 확장하기도 하는데 비용은 20만~50만 원 전후다. 차량 지붕 위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는 수백만 원 상당이다.
차박캠핑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쿠션감 있는 자충매트리스, 침낭 혹은 집에 있는 가벼운 이불,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기를 막아줄 은박매트, USB로 연결 가능한 차량용 전기매트, 랜턴과 이동식 랜턴(보조배터리), 구급약품, 계절에 따라 모기장과 핫팩, 그리고 취사할 경우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캠핑용 조리도구 스토브와 연료, 휴대용 식기와 수저, 다용도 나이프, 아이스박스 등이 있다. 필요하다면 카트리퍼 혹은 도킹 텐트, 루프톱 텐트, 타프도 구비한다.
차박캠핑의 장점으로 기동성을 꼽을 수 있지만 아무 데서나 차를 세우고 야영할 수는 없다. 법에 따라 전국의 도립, 시립, 군립, 국립공원, 국유림 임도, 사유지, 해안 방파제에서는 야영할 수 없다. 휴게소나 주차장에서 차박캠핑을 하더라도 불을 사용해 취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차박캠핑 성지로는 당진 왜목마을, 충주 목계솔밭, 강릉 순긋해변과 안반데기, 홍천 모곡밤벌유원지, 여주 달맞이광장, 부산 오랑대공원, 태안 몽산포해수욕장, 부안 모항해수욕장이 있다.
백패킹 | 두 발로 정처 없이 걷다가 하룻밤 쉬고 싶을 때
야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넣은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산, 숲, 트레일, 해안 등을 이동하다가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백패킹의 가장 큰 매력은 인적 드문 고요하고 신비로운 자연에서 잠들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이동해야 하기에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이른바 BPL(BackPacking Light)이 관건. 이동에 제약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장비와 식량을 꾸려야 한다. 장거리 트레킹의 경우 배낭 무게는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배낭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추리니 자연스럽게 백패킹 이후 나오는 쓰레기 또한 줄어든다. 내가 머문 자연의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바로 LNT(Leave No Trace)다. 백패킹 문화가 발달한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의 백패킹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지만,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그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은 백패커라면 가져야 할 공동의 마음일 것이다.
백패킹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트레킹 위주의 백패킹을 할지, 야영 위주의 백패킹을 할지에 따라 다소 달라지지만 크게 운행 장비, 주거 장비, 취사 장비로 나눌 수 있다. 트레킹 중심의 백패킹이라면 무게가 중요하다. 오래 걸으며 산행하기 위해서는 편한 트레킹화와 배낭을 기본으로 스틱, 헤드램프, 랜턴, 텐트, 침낭, 매트리스, 모자, 취사도구, 식량 등이 필요하다. 야영 위주 백패킹의 경우 이동 거리가 짧기에 소화 가능한 캠핑 장비를 추가할 수 있다.
백패킹에서 가장 중요한 트레킹화와 배낭에 대해 좀 더 설명하면, 우선 트레킹화는 평소 신는 신발보다 한두 치수 크게 신을 것을 권한다. 등산용 양말이 두껍기도 하고 피로로 인해 발이 붓기 때문에 너무 딱 맞으면 산행을 지속할 수 없다. 배낭은 여름철이라면 50~60L급, 겨울철에는 80~90L급 배낭에 수납한다. 역시 법에 따라 전국의 도립, 시립, 군립, 국립공원, 국유림 임도에서는 야영할 수 없으며, 자연휴양림 혹은 야영장에서 야영할 수 있다.
현대차 ‘포레스트’, 자동차를 넘어 움직이는 집으로서의 가치
현대자동차 소형 트럭 포터Ⅱ를 기반으로 한 캠핑카 ‘포레스트’가 최근 핫한 캠핑카로 떠오르고 있다. ‘포레스트’는 어디에서도 캠핑할 수 있는 편안하고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 ‘움직이는 집’이라는 콘셉트로 4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캠핑카다.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는 2014년부터 5년간 약 5배 증가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여가 활동 수요와 캠핑카 개조 규제 완화로 캠핑카가 늘고 있다. 정부는 연간 6000대 차량이 캠핑카로 개조되면서 1300억 원 규모 시장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레스트는 스마트룸, 스마트베드를 적용해 실내 공간을 전동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룸을 사용하면 차량 뒷부분이 800㎜ 연장되고, 확장된 부분은 침실로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베드 기능으로 침실을 두 층으로 나눌 수도 있다. 포레스트는 2열 승객석에 상황별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가변 캠핑 시트를 탑재해 내부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렸다. 가변 시트는 주행 중에는 시트, 캠핑 시에는 소파, 잘 때는 침대 용도로 쓸 수 있다. 또한 캠핑지에서 샤워실, 화장실 등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겪는 사생활 침해 등 불편을 고려해 독립형 샤워부스, 실내 좌변기를 선택사양으로 적용할 수 있다. 차량 내 각 창문에 커튼이 설치됐다.
또한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전지 패널도 사양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대용량 배터리 및 효율적인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캠핑 중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을 줄였다. 이밖에 현대차는 포레스트 내에 냉난방기, 냉장고, 싱크대, 전자레인지 같은 각종 편의사양을 제공해 고객들이 집과 같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캠핑카 기능은 포레스트의 직관적인 터치식 통합 컨트롤러로 제어 가능하며,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 (정재환 저·생각정원)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 정재환이 조선어학회의 투쟁사를 살펴본다. 일제 치하 말과 글을 빼앗긴 민족의 상황과 이에 맞서 우리말 사전을 편찬한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조명한다.
내 손 안의 작은 미술관 (김인철 저·양문)
19세기 인상주의를 연 화가 25인의 명화를 한 권으로 감상한다.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처럼 그림 소개뿐 아니라 화가의 삶과 교우 관계 등 생생한 일화까지 함께 제공한다.
건강수명 100세 (김혜성 저·파라사이언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내 안의 우주' 시리즈의 저자 김혜성 박사의 신간. 건강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을 파헤치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노르망디의 연 (로맹 가리 저·마음산책)
'자기 앞의 생'으로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 로맹 가리의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연'이라는 상징물로 표현한 작품이다.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최성연 저·위즈덤하우스)
50대 고학력자 여성이 ‘고졸’로 이력서를 고쳐 쓰고 1년간 미화원으로 일한 이야기를 담는다. 미화 일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 비합리적인 청소 노동자의 현실 등을 진솔하게 전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홍유진 저·시공사)
차박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북. 차박 관련 용어부터 차종, 예산, 장비 등 기초적인 정보와 차박 성지 및 주변 여행지까지 안내한다. 부록으로 ‘차박캠핑족’의 생생한 인터뷰도 실려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인과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차박’이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차박은 자동차와 숙박을 합친 말로, 차 안에서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라도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필요한 법. 차박은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여행 전 챙겨야 할 사항은 무엇이고,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는 어디일까. 이번 휴가철 차박에 도전해볼 캠핑 초보를 위해, 10년 넘게 오토캠핑을 다녔으며 현재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을 운영 중인 ‘둥이아빠’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했다.
Q. 차박 시 챙겨야 할 준비물은?
여행을 목적으로 한 순수 차박일 경우 주변 관광지나 맛집을 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차박 캠핑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캠핑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타프(캠핑 시 그늘막 또는 지붕 역할을 하는 도구)나 도킹텐트를 챙겨야 하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코펠, 버너도 필요하다. 잠을 잘 수 있는 매트와 이불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타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캠핑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 차박 초보에게 권할 노하우나 팁이 있다면?
차박 초보라면 아무래도 차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차박을 하기보다는 ‘차크닉’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차크닉은 차박보다 좀 더 가벼운 개념으로 차를 이용해 즐기는 피크닉을 말합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장 등 시설이 갖춰졌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오토 캠핑장이나 가까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다.
Q. 중급자와 고수가 됐다면?
어느 정도 차박에 적응해 시설을 갖춘 중급자가 됐다면 인기 있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오토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 차박을 할 경우 무료로 운영되다 보니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이럴 땐 최소한 생리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장소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고수는 웬만한 장비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간이 화장실이나 파워뱅크 같은 전기시설도 갖춰야 한다. 모든 게 준비됐다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나도 괜찮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장소는 사륜구동 차량으로만 갈 수 있는 노지일 확률이 높다. 인적 드문 곳을 찾는 게 쉽지는 않겠으나, 인공위성 지도로 알아보는 법도 있다.
Q.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을 추천한다. 목계솔밭은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차박뿐 아니라 오토캠핑족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한 마디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캠핑을 즐기는 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Q. 차박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사전에 차박 캠핑 장소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본 뒤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이나 오지는 해가 일찍 져 빠르게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형을 잘 파악해서 운전해야 한다. 한 팀 보다는 2~3팀 정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동행자는 졸음·음주 운전을 하지 않도록 운전자를 주시해야 한다.
딸 부부가 5월 연휴를 캠핑장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편한 날 와서 하루이틀 쉬었다 가라고 했다. 직장인에게는 황금 같은 연휴여서 여느 때 같았으면 해외여행을 가느라 분주했겠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캠핑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야영장은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 사이에 있어 울창한 산속 같았다. 딸 부부는 거기에 텐트를 치고 5일간 머물며 친정과 시댁 식구들을 초대했다. 친구들도 시간이 날 때 들락거렸다. 밥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콕 생활에 답답했던 아이들이 텐트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나도 한마디를 보탰다.
“할아버지도 기뻐하셨을 거야.”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은 국립하늘숲추모원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 장례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죽은 다음의 일은 너희들 몫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소풍 삼아 오가기 편한 곳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식들은 아버지와 의논 끝에 수목장을 선택했다. 수목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주변에 묻는 장례 방식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장례문화도 매장에서 화장으로, 그리고 요즘은 수목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선호하는 장례 방법 1위(46.4%)는 수목장이다.
국립하늘숲추모원은 축구장 55개 넓이의 수목장림으로 조성돼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뇌사자, 질병 등으로 6개월 이내 사망이 예측되는 사람에 한해 최대 1년까지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현재 가족목 분양은 없지만 운이 좋으면 직접 방문해 계약이 취소되었거나 기간이 경과한 추모목을 예약할 수 있다.
우리는 직접 가서 아버지가 잠들 나무를 골라 예약을 했다. 비용도 사설 수목장에 비해 저렴했다. 15년 이용료는, 나무 상태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목의 경우 200만 원 내외다. 계약은 15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세 번 더 연장할 수 있으니 최장 60년간 사용할 수 있다.
아버지를 푸른 나무 아래 묻고 꽃과 커피로 소박한 상을 차렸다. 원래 지형 그대로 추모 숲을 조성했기 때문에 어디가 산인지 어디가 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느낌이다. 반듯하게 잘 가꿔진 사설 수목장림과는 전혀 다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우리 가족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주말이면 캠핑 장비를 둘러메고 국립하늘숲추모원 캠핑장을 찾는다. 처음엔 수목장림에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좀 낯설었지만, 지금은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수시로 아버지를 보러 간다. 우리들이 깔깔깔 웃는 소리가 아버지한테도 들리도록 목청껏 웃고 돌아오면 마음도 한결 좋다.
딸 부부도 캠핑을 하면서 매일 산책 삼아 가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커피와 밀크캐러멜을 드렸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 묘소는 명절날에나 가는 줄 알았는데 아무 때나 수시로 찾아갈 수 있으니 좋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수목장을 강추한단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수목장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달 30일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내달 5일인 어린이날까지, 최대 6일 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코로나19에 대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겠지만 알찬 휴가를 위해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가정의 달을 앞둔 만큼 연휴를 뜻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창원자생한방병원 이주영 원장의 도움말을 들어봤다.
◇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 108배 무리하다 무릎 부상 우려
석가탄신일에 절에 들러 108배를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108배는 죄를 참회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대표적 수행법 중 하나로,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위해 108배를 실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절을 하는 동작은 전신을 굽히고 펴는 굴신운동이다. 이를 반복하는 것은 전신 근육을 발달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건강관리에 이롭다. 108배를 하는 약 20분 동안 소모되는 열량은 약 150kcal로 같은 시간 수영을 한 것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낸다.
단, 무리한 108배는 무릎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무릎을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과정은 반월상 연골판을 손상시키기 쉽다. 반월상 연골판은 허벅지와 종아리뼈 사이에 있는 연골조직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이 잘 움직이도록 돕는다. 반월상 연골판이 상할 경우 손상 부위가 점차 커져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될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108배 시작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석이나 손목·무릎 보호대 등을 갖춰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다”며 “108배 도중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중지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5월 1일 ‘근로자의 날’ 피로 쌓인 직장인 목 휴식
직장인에게 이번 연휴는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기회다. PC와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가 생활화된 직장인이라면 그간 목에 쌓였던 피로만 풀어줘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PC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구부정해지기 쉽다. 이때 머리를 지탱하는 뒷목과 어깨 부분의 근육·인대에 부담이 쏠리면서 잦은 뻐근함과 근육통을 불러온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거북목이나 목디스크 등 척추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방치할 경우 경직된 근육들이 지속적으로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해 집중력 저하와 만성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목 통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자세에 주의해야 한다. PC와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가 앞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최소 1시간에 한 번씩은 스트레칭을 통해 목과 어깨에 쌓인 피로를 해소시켜주는 것을 추천한다. 쉬는 동안 ‘끄덕끄덕 스트레칭’으로 목과 어깨에 누적된 피로를 풀어주면 연휴 이후 가뿐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끄덕끄덕 스트레칭의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정면을 바라보고 오른손을 왼쪽 머리 옆에 얹고 오른쪽으로 천천히 당긴다. 이때 어깨가 따라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다음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45도 돌리고 손을 머리 뒤에 얹어 앞쪽으로 천천히 당겨 준다. 이후 방향을 바꿔 왼쪽도 동일하게 진행한다. 1~4번 동작을 1세트로 3회 반복한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지속적으로 목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경추(목뼈)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하고 침 치료로 수축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킨다. 이와 병행해 한약재를 정제한 약침을 환부에 주입해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촉진한다.
◇ 5월 5일 ‘어린이날’ 어린이 낙상 ‘손목·발목 염좌’ 주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온라인 개학 등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적한 곳에서 소소한 캠핑을 계획하는 가족도 적지 않다. 문제는 뛰노는 것에 익숙한 어린이들의 경우 캠핑장에서 다치는 사고가 잦다는 점이다. 캠핑 장소는 지면이 고르지 못한 곳이 많고 텐트를 비롯한 테이블, 의자 등 장비들이 널려 있어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낙상을 당하기 쉽다.
아이들이 넘어질 때 반사적으로 땅에 손을 짚으면서 손목과 발목에 급성 염좌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봄철에는 어린이들의 염좌 발생이 크게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1월 1만26명에 머물던 9세 미만 발목염좌 환자 수는 5월이 되자 약 2배인 1만8858명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골격 발달이 진행 중인 어린이들은 낙상으로 인해 성장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이 원장은 “낙상이 발생했다면 환부에 냉찜질을 해 붓기와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후에도 아이가 통증을 호소한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황금연휴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팁
Tip #1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108배를 시도하면 힘도 많이들 뿐만 아니라 무릎을 비롯한 허리, 손목 등에 부담을 안겨 근육통, 염좌 등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횟수를 채우는 것보다 정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
1. 절 하기 전 먼저 가슴을 펴고, 어깨에 힘을 뺀 후 합장한 손이 심장보다 조금 위에 있도록 선다.
2. 양 뒤꿈치를 붙인 상태에서 앞꿈치는 약간 벌린다.
3. 천천히 상체를 내려 두 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4. 무릎을 굽혀 바닥에 닿게 한 뒤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붙인다.
5. 일어날 땐 상체를 들어 허리부터 세우고 발가락을 직각으로 꺾어 엉덩이와 허벅지 힘으로 일어나 무릎에 부담을 줄인다.
Tip #2
낙상으로 인해 발목이나 손목 등에 염좌가 생겼을 때 구기자차를 마시면 증상 완화 및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달달한 맛의 구기자차는 근육과 관절을 보호하고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구기자의 다당 성분은 계절 변화에 몸이 잘 적응하게끔 도와 요즘과 같은 시기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구기자차를 준비하려면 먼저 말린 구기자 열매를 프라이팬에 넣고 약한 불에 적갈색 빛이 돌 때까지 볶는다. 구기자를 볶으면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약효 성분이 잘 우러난다. 물 1ℓ에 볶은 구기자 10g을 넣고 약 20분간 더 끓여주면 된다.
요즘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니어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했다면, 요즘 시니어는 스스로의 인생에 충실하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녀의 미래를 지원하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오팔 세대’라 불리는 이들 시니어의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요즘 시니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시니어 삶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옛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지원하고 응원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덕분에 이전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오팔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오팔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가꾸고,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남은 노후를 우아하게 장식한다. 은퇴 전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모으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화려한 문화·예술활동을 즐기고, 재충전을 위해 호화스런 여행을 떠나거나 거친 레포츠에도 뛰어든다.
◇이제 한정판 구입도 거뜬하게
한상민(61세) 씨는 캠핑 마니아이자 한정판 수집광이다. 캠핑과 관련된 한정판 제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비교적 저렴한 ‘실리웨어 티타늄 코펠세트’부터, 고가의 ‘힐레베르그 케론4GT’ 텐트까지, 최근 2년간 60여 개의 한정판 캠핑용품을 모았다. 최근에는 20만 원대 ‘조커 사냥용 나이프’ 한정판과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구성된 297만 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한정판’ 수집은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에 없는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고, 판매가 완료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카페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옛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수집을 취미로 즐기긴 했어도 한정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정판 수집이 시니어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천연 원석 모으는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모양 때문에 희소성이 꽤 높다. 보석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석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지, 원석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주로 파워스톤으로 사용되는 천연 화산암과 흑요석 같은 몇만 원짜리 원석부터 20만 원 안팎의 가넷 원석이 거래되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몬드 원석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원석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정선 대표는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며 “시니어 손님들은 인체의 치유와 균형에 도움이 되는 원석을 집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수정이 방출하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자수정을 사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다른 것처럼 원석도 각기 다른 파장을 방출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안목 기르려고 공부하다
정순철(62세) 씨는 정년퇴직을 한 3년 전부터 그림 경매 일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하면 오히려 제값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규모가 좀 작은 옥션에서 위작인 줄도 모르고 사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옥션 구매를 하지 않는 날이면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은퇴 후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진 않지만, 퇴직 후 여유가 생긴 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시니어들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짜리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데, 작품 값 외에도 15~20%의 구매수수료와 특송을 통한 배달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따진다.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귀는 어두워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용 리스닝룸을 만들어 오로지 감상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오디오를 즐기는 시니어는 좋은 음질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구성을 늘 고민한다. 오디오를 취미로 삼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하나의 가격은 무려 270만 원에 달한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의 구성 장비 중 하나인 파워앰프의 경우 미국 ‘제프롤런드’ 제품은 3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구성 장비인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DA컨버터, 튜너, 스피커 등을 모두 장만하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기존 기기보다 두 배 더 비싼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음질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원음의 재현율을 0.1%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단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욕이 넘치는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자유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보다 직접 계획을 세운 뒤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이들은 평소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곳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정에 따라 움직인다.
취향이 뚜렷한 시니어들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초호화 기차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는 객실에 다다미 바닥과 전통적인 삼나무 욕조가 있다. 혼슈 동쪽 섬에 있는 온천과 고대사원 등을 방문하는 이 여행은 1인당 500만 원 정도가 든다. 또 아일랜드의 ‘벨몬드 그랜드 하이버니안’ 열차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더블린, 코르크, 벨파스트를 방문하는 이 여행의 비용은 1인당 350만 원 정도다.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 여행도 혼자 떠난다. 일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이 내놓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맞춤상품은 50~70대의 신청만 받는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여성 전용 상품도 있어 남성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품은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여행과 함께 사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오팔 세대는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 40대 안팎의 나이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덩치 큰 DSLR보다 작고 얇은 ‘미러리스’와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이들은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놀 줄 아는 오팔 세대
홈 파티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쉽게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레시피 골라 담기’를 통해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다. 가정간편식(HMR) 메뉴가 다양해져 홈 파티 음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HMR은 바쁜 직장인이나 수험생이 메인 수요층이었는데,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보양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홈 미팅 후에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 시니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 심지어 커피숍을 찾는 시니어 손님이 늘자, 날계란이 들어간 쌍화탕을 메뉴에 추가한 곳도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들이 시니어의 아지트로 바뀌고 있다.
이외에 산악바이크나 서핑 등 짜릿한 아웃도어 활동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있다. 옛 시니어들은 힐링과 휴식이 목적이었다. 반면 도전적이고 체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은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체력을 단련한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시니어 보디빌더인 임종소(76세) 씨는 “허리 협착증을 앓던 중에 근육강화 운동을 해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좋아졌다”며 “이왕 시작한 거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 결과 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피트니스 외에도 왈츠, 탱고, 자이브 등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매일매일이 바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시니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젊은 세대들만 즐길 것 같은 모임에도 나가고, 온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회 구성원의 중심 축으로서 은퇴 후 삶을 즐기며, 소소한 꿈에 다가서는 시니어들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은퇴 후 어떤 모임에 나갈까. 예전엔 주로 동창회나 계모임 같은 친목 모임을 통해 구성원과의 관계를 쌓아왔다. 범위를 더 확장하더라도 정적인 모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랬던 시니어들이 바뀌었다. 새롭게 합류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만 즐길 법한 동호회에 참여하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도 활약한다. 시니어들이 세대의 벽을 넘나들며 활기찬 노후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한다” 젊음을 공유하다
이른 아침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원에 남성들이 모이더니 승용차 트렁크에서 묵직한 ‘드론’(Drone)을 꺼냈다. 평균 연령 60대의 시니어들이 뭉친 ‘실버드론’ 동호회원이다. “자~ 놀아볼까.” 회장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6명의 구성원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오전 내내 드론 조종에 푹 빠졌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취미를 즐기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12㎏이 넘는 드론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장비라 젊은 사람들만 즐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니어의 비중도 높다.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 음악 감상, 산책, 사우나, 낮잠…. 취미라고 보기 애매한, 그리 특별하지 않은 옛 시니어들의 여가 활용법이 젊어지고 있다.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70대인 밴드도 있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탄생한 6인조 밴드 ‘딴따라 실버스타 상상밴드’의 가장 어린 멤버는 67세, 최고령자는 87세다. 대부분 미8군 트리플 에이(AAA) 출신의 전문 프로 연주가다. 평균 연주 경력 50년이 넘는 이들은 지금도 전국 무대를 누비며 노익장을 뽐내고 있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이제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몸을 던진다.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황규만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사무총장은 “고령층이 가진 고정관념을 버리고 젊은 감각으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늘고 있다”며 “이들은 시니어와 젊은 층의 세대 차를 넘는 소통으로 더욱 활기찬 모임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물어진 벽, 세대 차를 극복하다
일요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자리한 미니카 경기장이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인다. 트랙 위에는 미니카(MINI 4WD)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달린다. “이야~ 신기록이다!”, “나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 30대 청년과 60대 시니어의 대화다. 미니카 동호회 ‘번개’ 회원인 두 사람은 나이 차가 30세를 넘지만, 이 순간만큼은 또래 같다.
이곳에는 6세 꼬마 아이부터 6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나이 차로 인한 거리감은 한 치도 없다. 이들은 오로지 미니카에 집중한다. 경기장을 찾은 한 미니카 동호회원은 “트랙 위에선 누구나 동등한 경쟁자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니카는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지만 이들에게는 인생을 즐기는 평생 놀이였다.
조립 완구나 피규어 등의 장난감을 즐기는 어른이 늘면서 ‘키덜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올 초 조립식 프라모델과 피규어 등 키덜트 완구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2% 올랐다. 또 60대 이상 연령대의 매출도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는 게 티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나이가 들어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피규어를 받기 위해 어린이 세트 햄버거를 주문했다”는 글은 꽤 의미심장하다.
레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도 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 동호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임에서 자신이 조립한 레고를 소개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 소장가치가 낮은 여러 제품을 구매한 뒤 분해해 제비뽑기로 부품을 나눠 갖는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시니어를 우대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시니어들도 회원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모임이 오히려 편하다고 얘기한다.
◇취미 즐기려고… 인터넷도 ‘척척’
레고 조립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대부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다.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이들보다 연령층이 높은 회원들도 해외 이베이 사이트에서 부품을 척척 구매한다. 자신이 조립한 레고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다양한 연령층과 쌍방향 소통도 한다.
여행과 사진 동호회도 시니어의 활동이 활발하다. 은퇴 후 늘어난 여가시간에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사진 동호회 역시 인터넷에 능숙한 시니어가 많다. G-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여사회’(여행&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인터넷 카페와 SNS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기종과 촬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외에도 시니어들은 나이와 소득, 학벌을 떠나 다양한 놀이터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은퇴 후 유튜브스쿨, 팝송클래스, 줌바·라인댄스, 수채화모임, 서예모임, 요리서클, 캠핑클럽 등의 동호회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들락거리며 젊은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눈다.
황규만 사무총장은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움츠러들었던 시니어들이 학습을 통해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고, 크로스 컬처를 활용한다”면서 “지혜와 그동안 배운 지식,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 등을 토대로 세대 차를 극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