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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바라본 봄 풍경
- 우리는 행복해지려 산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도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행복해진다. 행복했던 기억, 경험, 방법을 모르면 행복도 배워야 한다. 행복은 순간의 만족에서 느끼는 감정은 아닐지. 봄이 되어 경쟁적으로 이곳저곳에서 피는 꽃을 본다. 허리를 굽혀 가까이 들여다봐야 눈에 들어오는 야생화에서부터 뒤로 자빠질 듯 몸을 젖혀야 보이는 꽃나무까지 만상이 합창하는 봄이다. 함부로 찾아온 봄 필자는 단지 내에서 자주 산책을 한다. 야간에도 조명을 잘해놓아 꽃들은 낮과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매일매일 피어난다. 자목련, 백목련, 벚꽃, 개나리, 산수유 등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이름을 모르는 꽃들도 있다. 이름표 팻말을 만들어달라고 관리실에 부탁해야겠다. 요즘 새롭게 재미를 붙인 놀이는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꽃 감상이다. 드론이 유행처럼 인기를 끌면서 위에서 시원하게 보여주는 풍경들이 많아졌고 TV 화면도 그만큼 화려해졌다. 산책길에서 우러러보듯 감상하는 꽃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꽃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이제까지의 꽃구경은 새소리와 어우러져 듀엣으로 눈을 현혹시키는 꽃을 목 젖히고 올려보며 하는 감상이 전부였다. 그러나 내려다보는 꽃은 마치 묵언의 고요함 같은 시간 속에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던 숨겨진 속살을 수줍게 펼쳐내 보이는 꽃나무의 사랑 언어를 듣는 듯하다. 유리알처럼 맑은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꽃구경인 것이다. 꽃나무들도 올려다 보이는 부위는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기에 인간으로 치면 파마도 하고 드라이도 하고 젤도 발라 멋을 부렸겠다. 하지만 정수리를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기에 준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소란 없는 민낯 그대로 부스스한 얼굴 그대로를 들키는 셈인데 드론 앞에서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위에서 찍은 정글 사진을 보면 마치 손오공의 근두운처럼 폭신하고 두툼한 솜이불 같다.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무릉도원을 찾는다면 단연 꽃나무 위의 포근함이 아닐는지. 물론 꽃나무 정수리를 보기 위해 드론이 필요한 건 아니고, 반드시 봐야 하는 것 역시 아니지만 위에서 바라본 낯설고 특별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 2017-04-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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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이 간다
- 절정을 막 끝낸 꽃나무 줄기마다 꽃들이 시들해져 있다. 탐스럽게 피어나 눈부시던 때의 환호가 하루하루 멀어져가는 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비바람에 꽃잎을 떨어뜨리고 점차 허전해지는 꽃나무에게로 마음이 간다. 꽉 찬 충만함의 도도함에서 비워내고 덜어낸 모습에서 편안함이 보인다. 조금은 빈틈이 보여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구석도 있구나 할 때 어쩐지 더 사람다워 보일 때처럼. 온 누리에 봄볕을 쏴아~ 뿌리며 달큰한 꽃향기와 보드라운 꽃잎을 흩날리더니, 이젠 다 털어버리자 가볍게 훌훌 날려버리자 하며 봄바람에 몸을 맡기며 비워내는 마음, 그게 더 아름답다. 아련히 마음이 간다. 빈틈없이 가득 채운 완성보다 더러더러 비어 있는 자리, 그 빈자리가 더 강한 생명력을 만들어낼 차례다. 곧 신록으로 가득할 것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고개 들어 눈부시게 바라보던 벚꽃보다 발아래 이슬 머금고 수줍게 피어난 자잘한 들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즈음이다. 봄꽃들이 끊임없이 피고 지고 하는 봄날이다. 여전히 예서제서 꽃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에 봄꽃이 지천이다. 고궁에서도 봄날의 운치는 넘친다. 서울 봉은사에서는 홍매화가 봄소식을 전해왔다. 암벽 아래로 가끔씩 지나가는 기차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던 응봉산의 노란 개나리 물결도 빼놓을 수 없다. 윤중로의 벚꽃도 한창이다. 물론 동네 뒷산이나 공원에서도 이 계절을 누려볼 수 있다. 며칠 전 들렀던 현충원에서는 폭포수처럼 늘어진 수양벚꽃이 화려했다. 수양벚꽃은 효종대왕이 북벌정책의 일환으로 활 재료로 심은 나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 가신 분들의 영령이 모셔져 있는 현충원과 잘 어울리는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물선 그리듯 늘어진 벚꽃과 그 아래 키 작은 풀꽃들이 봄볕을 받고 있었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한 현충원을 돌아보며 봄날 하루 힐링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꽃에게로 다가서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한 시인이 이렇게 꽃을 노래했다. 이 봄, 실컷 꽃침을 맞아보고 그 속이야기까지 들어볼 일이다. 또 한 번 우리의 봄날이 간다.
- 2017-04-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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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온 상승으로 위협받는 북방계 희귀식물, 갯봄맞이
- 어느덧 5월입니다. 꽃피는 춘삼월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숲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변해갑니다. 통상 3월부터 5월까지를 봄으로 분류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인해 몇 년 전부터 종종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등 봄이란 말이 무색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나 몰라라 하겠다는 배짱인지, 5월 중순의 시기에 ‘봄맞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야생화가 여전히 피고 있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만나러 갔습니다. “그래, 귀하다는 꽃, 나도 좀 자세히 보자.” “뭐야? 이것 보자고 이 무더위에 서너 시간 달려왔단 말이야?” 꽃 보러 가는 길, 가끔 “바람이나 쐬러 가자. 아주 귀한 꽃 보여주겠다”며 친구들을 설득해 동행합니다. 짙푸른 바다도 보고, 시원한 바람이나 맞자며 즐겁게 떠났습니다. 다만 멀리 동해까지 가는 동안 내심 실제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텐데, 공연히 귀한 시간 빼앗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정말 귀한 꽃이야. 원래는 북한 땅에 가야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최근 남한에서도 동해안 서너 곳에서 자생하는 게 확인됐어. 워낙 희귀종이어서 국가에서 보호 대상 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어.” 갯봄맞이의 희귀성, 중요성 등을 애써 강조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심드렁합니다. “그런데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듯, 5월 중순이면 봄이라기보다 여름이라고 할 수 있잖아. 실제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날씨인데, 식물명에 ‘봄맞이’가 들어 있으니 어째 어색하지 않니? 그게 바로 이 꽃의 유별성(類別性), 즉 주로 북한 지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거야. 옛날 봄이 늦은 함경도 바닷가에서 5~6월에 피는 이 꽃을 보고 갯봄맞이란 이름을 붙인 거라고….” 나름대로 설명을 이어가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열심히 보고 사진 많이 찍어라” 하며 응원합니다. 먼 길 오느라, 찾느라 바빴던 마음을 진정하고 찬찬히 꽃을 들여다봅니다. 바다와 분리되어 있다지만 비바람이 강하게 불면 바닷물과 모래가 수시로 넘어올 성싶은 해안 호수, 이른바 석호(潟湖) 가장자리 모래밭에 핀 갯봄맞이. 키가 작은 건 5cm 안팎이고, 제법 큰 것은 20cm를 넘을 정도이지만 무리 지은 모습은 영락없이 ‘잡초’처럼 보입니다. 통통한 줄기에 잎이 좌우로 다닥다닥 달리고, 줄기와 잎 사이 겨드랑이마다 아주 옅은 붉은색이 도는 흰 꽃이 역시 다닥다닥 돋아나 있습니다. 꽃 색이 아예 흰 것도 있다고 합니다. 새끼손톱만 한 꽃은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운데 수술 다섯 개와 암술 한 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잎과 꽃 모두 자루 없이 줄기에 바싹 달라붙어 있어 개개의 꽃을 예쁘게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생지는 극히 소수이지만, 자생지에서 만나본 갯봄맞이의 개체는 수백, 수천을 넘을 만큼 풍성해 멋진 군락 사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식물 1, 2급으로 지정된 77종 가운데 광릉요강꽃과 털복주머니란 등 대부분이 자생지와 개체 수가 극히 적은 데다 빼어난 관상 가치에 따른 남획 등 인위적인 위협 요인이 더해지면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면, 갯봄맞이와 같은 일부 북방계 식물은 지구온난화 등 자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남한 땅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어, 종 다양성 유지 차원에서 각별한 보전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Where is it? 갯봄맞이는 황해도와 함경도 등 주로 북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북방계 자생식물로 알려져왔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강원도 고성과 경북 포항, 울산 등 동해안 일대 서너 곳에서 자라는 것이 확인되자 환경부가 2012년 7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남한에서 가장 북쪽인 고성에서는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어 염담호(鹽淡湖)라고도 불리는 송지호의 가장자리 일부 모래밭에서 자생한다(사진). 밑으로 내려와서는 포항의 구룡포 인근 해안, 그리고 최남단인 울산 북구 해안에서 각각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2017-04-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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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새 봄
- 새봄이 찾아온 4월 초 휴일 진달래ㆍ개나리ㆍ벚꽃이 앞 다투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친구들과 봄 향기에 취해 경기 수리산 등반을 즐겼다. 모두가 초보 은퇴기를 지나서 뭔가 경륜이 붙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다. 뒤풀이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자연스럽게 ‘시니어 새봄’ 이야기로 이어졌다. 제일 먼저 조심해야 하는 일이 주위의 ‘유혹’이다. 은퇴 초기에는 이른바 모시기 유혹이 하늘을 찌른다. 좋은 자리, 고수익 등 이른바 공짜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요사이는 정부의 창업지원정책에 따라 묻지마 창업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헤어나기 어렵다. 은퇴준비를 돈 문제로만 생각하고 있으면서 정작 중요한 건강문제를 별로 중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치매로 장기간 고생한 부친의 상을 치른 한 친구가 불치병에 걸리면 연명차료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강 건너 산불처럼 쉽게 말하지 말자. 막상 닥치면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다. 막상 은퇴 후 필요한 돈에 대해 계산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한 생활비가 얼마인지 조달방법은 어떠한지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장기적인 수지균형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의사소통이 부족하여 한 사람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흔히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일방의 결정으로 예기치 않는 손실을 보아 만회하지 못한다. 자산관리 정보와 기법은 날로 변하고 있는데 부동산이나 증권 투자는 과거방식을 믿다가 낭패 보기 일쑤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의사결정을 해두지 않는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더 오래 살 것이다. 국민연금 유족연금도 상속된다. 부부 재산공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다. 양도소득세, 상속세 등에도 유리하고 상호신뢰가 생겨서 좋다. 상속재산의 처리 등 사후분쟁 예방을 위하여 유서가 필요한 대목이다. 젊은 시절의 건강을 영원하리라 착각하고 치료비 및 장기 간병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수입과 지출은 줄어들지만 몸은 점점 쇠약해져서 의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퇴세대의 치명적인 단점이 자녀지원을 우선하고 자신의 노후준비를 잊는 경우가 많다. 먹이 구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먹이를 입에 넣어주기까지 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과잉보호로 자생력을 잃으면 허깨비를 만들 뿐이다. 취업절벽, 결혼절벽이 부모들의 탓이 아닌지도 곰곰이 살필 필요가 있다. 세상에 일확천금은 함정이다. 삶길 70년처럼 살길 30년을 뚜벅뚜벅!
- 2017-04-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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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댄스 첫날
- 일 년 쉬고 다시 장애인댄스 강습에 참여했다. 한창 뛸 때도 힘들었지만, 과연 일 년이나 쉬고도 다시 댄스 강습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우선 다른 스케줄로 일상이 채워져 그 스케줄을 뒤로 하고 장애인댄스에 시간을 내야 하니 어려웠다. 봄꽃이 한창이라 밖에서는 나오라고 유혹하는데 눈 질끈 감고 지하 연습실로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고민은 과연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었다. 걷기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댄스 근육과 걷기 근육은 쓰임새가 다르다. 오히려 걷기 운동 때 빙판에서 삐끗했던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었다. 단순히 가르치기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서울시 대표로 경기대회에 같이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니 연습량도 살인적이다. 보통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을 하는데 짧게는 하루 2시간, 보통 서너 시간, 길 때는 하루 종일 10시간 정도 한다. 점심 먹고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한번은 저녁 식사 후 그만 끝났는지 모르고 반주를 곁들였다가 다시 몇 시간 더 춤을 추는데 곤욕을 치렀다. 장애인과도 같이 붙잡고 춤 연습을 하지만, 장애인과 파트너 역할을 할 비장애인들과도 같이 연습을 한다. 대부분 고등학교, 대학교 재학 중인 아마추어 여자 선수들이다. 몸이 가벼워 춤추기는 좋지만, 요즘 학생들은 키가 보통 170cm에 육박하므로 같이 붙잡고 춤을 추기에는 아무래도 버겁다. 이 날은 왈츠, 비에니즈 왈츠 안무를 새로 짜서 연습했다. 경륜이 있으니 안무는 금방 체득했지만, 이제 두 종목만 끝낸 셈이다. 탱고가 템포가 빨라 새로 익히기가 만만치 않고, 퀵스텝도 난관이다. 폭스트로트부터 했으면 좋겠는데 폭스트로트는 여성이 가장 어려운 종목이라 혼자 잘 해봤자 소용없고 왈츠부터 차차 익히기를 기다려야 한다. 키가 큰 남자 시각장애인을 붙잡고 가르쳤다. 왈츠는 높낮이가 있는 춤인데다 다리를 11자로 가지런히 해야 한다. 그러나 팔(八)자 걸음으로 굳어진 장애인을 데리고 춤을 추려니 무릎이 수없이 와서 부딪혔다. 스텝이 틀려서 그렇고 회전량이 모자라다 보니 각도가 안 맞아서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파트너와 춤을 출 때 발이 서로 교차되지 않고 같이 전진하다가 엄지발톱이 뒤집히는 사고이다. 재작년에 일반인과 연습하다가 발톱끼리 부딪혀서 발톱이 새카맣게 변하는 바람에 지난 일 년 간 엄청 고생했었다. 당장 6월 초 전국대회부터 출전해야 하는데 여성파트너가 정해지지 않았다. 대상으로는 여러 명이라는데 이런 저런 사유로 결석을 하니 파트너를 정할 수도 없었다. 먼저 몸을 만들고 어떤 파트너가 되더라도 리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날도 옷을 따로 한 벌 준비해 갔다. 연습이 끝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기 때문에 갈아입어야 한다. 연습장에 샤워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뒤풀이 할 동안은 그냥 입어서 말려야 한다. 9월에 전국체전이 있어서 올해는 그때까지 5개월만 열심히 하면 된다. 단체전도 준비해야 하는데 올 여름은 춤 연습으로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할 판이다.
- 2017-04-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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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알리는 4月 벚꽃축제 베스트5
- 매년 4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벚꽃이 피어나면서 봄을 알린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4월 중순까지 벚꽃으로 이름난 곳에는 벚꽃 구경과 놀이가 펼쳐진다. 그 중 5곳을 소개한다.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4월 1~9일)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는 도시 속에서 한강과 벚꽃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봄마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 마포대교 사거리에서 여의도 교차로 내 하늘 무대와 꽃잎무대에서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며 전시, 홍보, 체험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석촌호수 벚꽃축제 (4월 1~9일) 석촌호수를 따라 피어난 벚꽃과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공연, 전통공연, 콘서트가 열린다. 특히 올해는 롯데월드 타워의 ‘스위치 스완(Sweet Swans)’ 프로젝트로 탄생한 거대한 백조 가족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벚꽃 그리기, 벚꽃 사진전 등이 열린다. ◇경포대 벚꽃축제 (4월 6~12일) 경포대를 중심으로 경포호수를 둘러싼 벚꽃과 봄꽃이 꽃 세상을 이룬다.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으며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는 올해 바우길 걷기, 벚꽃 축하 하늘쇼 등 특별이벤트를 개최한다. ◇팔공산 벚꽃축제 (4월 12~16일) 대구 동구 불로동에서 팔공산 동화사 옆 동화지구까지 길을 따라 펼쳐진 벚꽃터널은 드라이브하기 좋은 장소이다. 팔공산이 연출하는 봄 풍경 속 봄나물 비빔밥 축제와 벚꽃가요제가 펼쳐진다. ◇용인에버 벚꽃축제 (4월 13~16일) 에버랜드가 벚꽃이 만발한 호암호수 주변을 무대로 를 개최한다. 축제동안 호암호수 일대에는 대관람차, 열기구 등 벚꽃을 활용한 다양한 포토스팟이 조성된다. 방문객을 위해 에버랜드 정문 셔틀버스 하차장에서 호암호수 입구까지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 2017-04-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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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속 미아리고개
- 필자는 어릴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오랜 시간을 돈암동에서 살았다. 당시 돈암동의 랜드마크는 태극당이라는 제과점이었다. 친구들과 약속을 할 때 늘 ‘태극당 앞에서 몇 시’ 하면 다 통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규모도 상당히 컸고 빵도 맛있었고 고급 이미지까지 있어 자주 이용했다. 그때는 데이트를 제과점에서 하는 게 보통이었다. 중학교 때 필자는 전차를 타고 통학을 했는데 전차 종점도 태극당 바로 앞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요즘엔 성신여대 입구 역이 있어 젊은이들로 명동 못지않은 복잡하고 화려한 거리가 되었다. 지금도 태극당 제과점은 그 자리에 여전히 있지만 규모가 이전의 반 정도로 줄어서 아쉬운 기분이 든다. 이 태극당에서 미아리 쪽으로 넘어가는 곳에 미아리고개라 불리는 언덕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는 미아리고개에는 ‘한 많은’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있다. 한때 지자체에서 한 많은 미아리고개라는 이미지를 없애려고 언덕 양편 축대 담벼락에 샛노란 개나리를 잔뜩 심어 개나리고개로 부르기도 했다. 봄이 되면 언덕 양편에 흐드러지게 피어 늘어져 있는 개나리꽃이 보기 좋았고 한 많은 미아리고개보다는 예쁜 개나리고개로 변신한 것이 즐겁기도 했는데 요즘은 아파트 공사가 많아서인지 봄이 돼도 개나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미아리고개는 노래에도 나오듯 그야말로 한 많은 미아리고개였다. 한이 많다는 표현이 붙게 된 데에는 정말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가 있다. 필자는 6·25 전쟁 이후에 태어나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닌데, 6·25 전쟁이 끝날 무렵 퇴각하던 북한군이 우리나라의 고위인사와 죄 없는 사람들을 북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그때 이 미아리고개를 통해 넘어갔다고 한다. 끌려가는 가족을 이 언덕에서 가족들이 지켜보았다니 정말 단장(斷腸)의 고개였을 것이다. 그 당시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노랫말을 들어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슬픈 마음이다. 그러나 필자에겐 미아리고개가 그렇게 슬픈 정서로만 남아 있는 건 아니다. 중·고교 시절 미아리고개 넘어가면 삼류극장인 미도극장이 있었다. 동시상영 극장이었는데 한 번 들어가면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학생은 출입 불가였지만 변두리 극장인 특성으로 무사통과가 돼 자주 영화를 보러 갔던 곳이다. “선도부 선생님이 떴다!” 하면 화장실과 계단 뒤로 도망 다니기도 했던 짜릿하고 신나는 추억도 있으니 필자에겐 미아리고개가 그렇게 슬프기만 한 고개는 아닌 것이다. 또 다른 기억 속에는 돈암동 쪽에서 바라다보이는 미아리고개 왼쪽 언덕 위에 양옥집이 있다. 그 집은 귀신이 나오는 흉가라고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했다. 그 집을 싸게 사들이려는 사람의 음모였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어쨌든 필자와 친구들은 언덕 위의 그 양옥집을 보면서 오싹함을 즐기기도 했다. 지금은 그 자리에 구름다리와 아리랑 아트홀이라는 문화공간이 들어서 있다. 미아리고개를 넘으면 바로 길음 뉴타운이 있는데 멋진 모습의 고층 아파트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유명 여고를 유치하는 등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 이상 슬픈 동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필자의 집으로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길목인 미아리고개가 한과 슬픔의 이미지를 벗고 더욱 발전된 예술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2017-04-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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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꼽은 서울 최고의 벚꽃명소
- “현충원에 벚꽃 필 때가 됐을 텐데...” 올해도 어김없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3년 전 현충원에 벚꽃 구경을 다녀온 후,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수양벚꽃 보러 가자고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처음 현충원에 꽃구경 가자고 했을 땐 묘지에 웬 꽃구경이냐고 손사래를 치더니 한번 와보곤 홀딱 빠지고 말았다. 전화기를 타고 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4월이 되자 여기저기서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 중 으뜸은 벚꽃이다. 여의도 윤중로나 남산길, 석촌호수 등 벚꽃 명소에는 벚꽃나무 아래서 꽃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만큼 벚꽃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서울 최고의 벚꽃 명소로 꼽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국립현충원이다. 우리나라 벚꽃은 대부분 왕벚꽃나무인데 비해 국립현충원의 벚꽃은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수양벚꽃이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수모를 겪은 효종이 북벌 계획의 일환으로 활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양벚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봄꽃을 즐기기에 국립현충원이 좋은 이유가 있다. 우선 현충원에 들어서면 묘역을 감싸고 있는 산 위에 형형색색의 꽃들에 눈호강이 시작된다. 벚나무 외에도 진달래, 개나리, 철쭉, 산수유, 목련 등 알록달록한 꽃들이 가득하다. 국립묘지이긴 하지만 43만 평이나 되는 넓은 곳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20km 제한 속도를 지키면 승용차를 타고 현충원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어 나이 드신 부모님도 만족해 하신다. 게다가 넓은 주차장이 곳곳에 있으니 벚꽃축제가 한창일 때도 주차 걱정이 전혀 없다.현충원을 한 바퀴 돈 후엔 수양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정문 근처 충무정을 찾아간다. 수양벚꽃이 무리지어 심어져 있는 데다 벚꽃의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어 숨막히게 아름답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충무정 앞은 늘 붐빈다. 필자와 부모님도 이 곳에서 인증샷은 필수다. 널리 알려진 벚꽃 명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파에 휩쓸리느라 꽃구경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국립현충원은 대지가 워낙 넓으니 사람이 많아도 인파가 분산돼 호젓하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어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산책하기 참 좋다. 이번 주말 쯤 벚꽃은 만개해 장관을 이룰 것이니 서둘러 나들이를 계획해야겠다.
- 2017-04-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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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 다른 계절
- 시골의 봄은 담장 너머에서 오고, 도시의 봄은 처녀의 옷차림에서부터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 이젠 바꿔야겠다. 도시의 봄을 알리는 중년의 패션 그리고 컬러. 요즘 속속 론칭되는 브랜드들을 보면 유난히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뷰티는 물론이고, 패션, 주얼리 업계에도 ‘에이지리스(Ageless)’라는 단어가 브랜드 소개에 꼭 들어간다. 전통적으로 패션을 구분하던 ‘나이’라는 것을 없애고, 20대이든 60대이든 공히 즐길 수 있는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시니어들이 트렌디해졌다! 몇 해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윤여정에게 패션의 비결을 묻자 그녀는 “김민희와 같은 옷을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에이지리스 브랜드들은 20대가 입어도 전혀 촌스럽거나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고, 60대가 입어도 딸 옷을 입고 나온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을 원한다. 이 둘 사이의 교집합에는 ‘컬러’가 있다. 중년의 패션 그리고 컬러 “젊은 사람들이 메이크업으로 피부 혈색을 돋운다면, 시니어들은 옷으로 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에이지리스 브랜드, 모에(MOE)의 패션 정보팀 김록현 팀장의 말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립스틱 컬러를 꼽으라면 단연 ‘말린 장미빛’이다. 전지현이나 송혜교 같은 톱스타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립스틱 컬러는 젊은 여자들 사이에서는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레드보다는 우아하고, 핑크보다는 성숙한 이 컬러가 이번엔 패션으로 왔다. “꽃을 좋아하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여자들의 공통된 코드인 것 같아요. 소녀적인 감성을 즐길 기회가 제대로 없는 시니어들에게 이번 봄에는 말린 장밋빛 컬러를 립스틱이 아닌 옷으로 추천해요.” 김록현 팀장의 말처럼 이 미묘한 핑크 컬러는 마치 핑크빛 브러셔를 바른 것처럼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중학생에게나 어울릴 법한 치기 어린 핑크가 아니다. 마치 세라믹에 도색을 한 듯 우아하게 스며들어 있는 말린 장밋빛의 옷들은 기존의 옷들과도 여유롭게 매치된다(옷장을 열어봐라. 대부분의 옷이 그레이, 베이지, 화이트 같은 뉴트럴 계열이라면 이 말린 장밋빛이 스며들기에 어색하지 않다). “사실 시니어층은 트렌드에 맞춰 많은 양의 옷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옷을 수년간 입는 쪽이죠. 이럴 때는 시즌 컬러를 잘 골라서 스카프나 아우터, 카디건 정도로 추가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이 합리적인 쇼핑의 팁이에요.” 이번 봄 외투 쇼핑에 나서기 전 뷰티숍에 가서 ‘말린 장밋빛’의 정체를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가길. 그 옷이 매장 포스터 속 어여쁜 모델보다 당신을 더 싱그럽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의 컬러는 무엇일까. 패션 매거진 의 임건 에디터는 ‘올리빈(olivine) 그린’이라는 낯선 컬러를 추천했다. 감람석이라 불리는 올리빈은 쉽게 설명하면 물 빠진 카키 컬러와 유사하다. “한국 남자들이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컬러가 네이비와 그레이죠. 그 컬러들에서 한발 나아가려면 올리빈은 탁월한 선택이에요.” 얼핏 군복을 연상시키는 컬러이지만 그보다는 덜 ‘야생적’이다. 종종 날것과 같은 컬러는 사람 몸에 붙질 않아 옷과 사람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 그린은 누가 입든 수년간 같이 살아온 옷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다. “이번 봄 아웃 포켓이 달린 셔츠나 블루종 재킷, 치노 팬츠에 이 올리빈 컬러가 많이 활용됐어요.” 매해 가장 유행할 만한 컬러를 꼽는 팬톤(미국 색채 전문 기업) 역시 2017년의 컬러로 그리너리(greenery)를 선정한 바 있다. 식상한 네이비와 그레이의 조합에 이 발음도 우아한 올리빈 컬러를 스포이트처럼 떨어트려보자. 분명 화사한 봄을 처녀들보다 빨리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조금씩 다름’의 멋을 알게 된다. 느리지만 약간씩 방향을 틀어가며 도전해나가는 것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이번 봄 당신의 컬러 팔레트에 이 미묘한 컬러가 더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 2017-04-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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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한 달 걷기
- 4월의 ‘한 달 여행’ 시리즈는 ‘길 위에 오두막 별장 만들기’다. 한 달간 스페인의 ‘순례자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그 시작점은 피레네 산맥을 등에 기대고 사는 프랑스 산간 마을, 생장피에드포르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설 준비를 한다. 생장피에드포르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전 세계의 ‘시니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프랑스 페이 바스크의 아름다운 소읍, 생장피에드포르 프랑스의 남서부, 스페인과 이웃한 작은 도시가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다. 이 산간 마을의 이름은 페이 바스크(Pays Basque)다. 분명 프랑스령이지만 국가에 완벽하게 귀속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전통 색깔을 강하게 지켜나가는 바스크인의 영토다. 이들은 피레네 산맥 지역에 사는 소수 인으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이다. 1000년도 넘은 천년고도 ‘생장’에는 바스크 지방의 특색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암 벽돌로 지은 바스크식의 아름다운 가옥들. 건물마다 이름을 새겨놓은 것도 바스크의 전통이다. 마을은 그림 같다. 성당의 종탑에서는 미사의 종소리가 울리고 맑은 니베 강이 마을을 가로지른다. 이 마을엔 사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야고보의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순례자들은 피레네 산맥을 넘을 준비를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산티아고’까지 총 800㎞를 걷는 대장정을 시작하는 순례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필자가 머물던 숙소지기는 “완주하고 나면 다시 태어날 것이다”라는 말로 격려한다. 고산에 피어난 야생화에 고단함을 푸는 시간 ‘생장’을 벗어나 ‘운토’ 마을에 이르면 넓은 호밀밭이 펼쳐진다. 야트막한 푸른 언덕에 그림 같은 집들이 군데군데 들어선 모습은 가히 아름답다. 이 지역은 고도여서 사람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지만 자연 조건이 좋아 일찍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 초기에는 유목민이었다가 서서히 정착생활을 해나갔다. 아름다운 고원의 풍경에 빠져 걷다 보면 첫 번째 사설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전용숙소)인 ‘오리손(Orison, 770m)’을 만난다. 올드 팝이 들리는 깔끔한 바다를 마주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의 휴식을 가진 뒤에는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까지 가는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민가 한 채 없는 허허벌판과 가파른 산길만 있다. 걷는 길이 힘겹지만 가끔 벗이 되는 것들이 있다. 군데군데 피어난 야생화 군락지다. 4월에는 주목나무 잎을 가졌지만 골담초처럼 노란 꽃을 피워내는, 가시 박힌 나무가 온 산하에 펼쳐진다. 벤타르테아 언덕(Collado de Bentartea, 1344m)의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서면 깜짝 놀란다. 한국의 깊은 산에서만 보던 얼레지와 흡사한 야생화가 피어 있기 때문이다. 피레네 산맥에 피어난 아름다운 보랏빛 꽃은 여린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다. 봄의 잔설과 약수터에 서린 ‘롤랑’의 전설 이 고갯길부터는 우측 능선이 확 트여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운무 자욱한 평원과 저 멀리 있는 고산의 산정엔 봄철까지 눈이 남아 하얗다. 넓은 초지 사이로 몇 채의 목장 건물이 들어앉아 있고 고원의 바람 따라 구름도 함께 춤을 춘다. 행여 산정을 못 넘는 순례자를 위해 바위 틈새에는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들고 휴식을 취하는 곳. 체하지 말라는 듯 ‘롤랑(Roland)의 샘’이 반긴다. 롤랑 백작이 이 산맥을 넘을 때 마셨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약수터 이름이다. 이 약수터를 기점으로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이 나뉜다. 롤랑은 11세기(혹은 12세기 초)에 씌인 중세 유럽 최대의 서사시인 ‘롤랑의 노래’에 등장하는 비극적 영웅이다. 롤랑은 프랑스 샤를마뉴(742~814) 대제의 군대를 이끌고 론세스바예스 요새로 가다가 미리 매복하고 있던 바스크족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후 샤를마뉴 대제가 바스크족을 전멸했다는 게 이 서사시의 주요 스토리다. 이 작품이 전설인지 실화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롤랑이 패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아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바스크족의 요새, 론세스바예스 수도원 약수터를 지나면 피레네 순례길에서 가장 높은 레푀데르 언덕(Collado de Lepoeder, 1430m)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의 내리막길. 고갯길을 조금 내려오면 두 갈래로 길이 갈라지고 팻말이 나온다. 한쪽은 3km이고 다른 길은 3.6km. 어느 쪽을 선택하든 론세스바예스 수도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이 길은 일기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정도로 힘겹다. 딱 봐도 롤랑 장군이 단련된 바스크족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고개를 내려서면 산맥의 협곡 깊숙한 곳에, 외따로 자리한 론세스바예스 수도원이 있다. 여전히 요새와 같은 곳. 안내소와 두 동의 알베르게, 식당 두 곳, 서점 등 여러 동의 건물이 있다. 어쨌든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일단 발을 뗀 이상 포기할 수도, 되돌아갈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오직 두 다리로 걷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변화무쌍한 이곳의 봄 풍치는 평생 기억에 남는다. Travel Data 교통편 파리로 입국하는 게 가장 좋다.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바욘 역까지 테제베를 이용하고, 바욘 역에서 생장피에드포르까지 가는 두 량짜리 기차로 갈아타면 된다. 걷는 코스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운토(Hunto, 5km)-오리손(Orison, 3km)-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17km). 총 25km. 현지 정보 ‘생장’에 도착해 ‘산티아고 협회’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순례자 증명서를 준다. 협회에서는 그날 묵을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도 정해준다. 피레네 산맥은 고지대라 거의 산행에 가까우므로 트레킹화보다는 등산화가 좋다. 해빙기 때는 눈이 남아 있고 길도 질퍽거리는 데다 기후 변화도 잦다. 또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는 빵, 음료 등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일요일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영 자신이 없다면 스페인 론세스바예스까지 이동한 뒤 순례를 시작하면 된다. 배낭은 절대적으로 가벼워야 하고 힘들 경우 배낭을 미리 보내면 된다. 순례자의 길 산티아고의 길(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은 생장~산티아고까지 총 800km다. 완주하는 데 한 달 정도 예상하면 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카미노(camino)’ 한마디면 다 통한다. 카미노는 스페인어로 ‘길(road)’이라는 뜻이다. 카미노 여행의 매력적인 장점은 기간 대비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내 발로 걸으니 교통비도 들지 않고,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 사용료도 매우 싸다. 이곳에서 취사, 세탁 등을 다 해결할 수 있다. 여행 적기 ‘산티아고 성인의 날’은 7월 25일. 이때는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온다. 봄과 가을이 가장 좋다. 겨울은 절대 ‘비추’다. 많은 한국인이 준비 없이 떠나 고립되었다는 사실을 스페인 친구가 전해주었다. 시니어 여행 포인트 이 여행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빨리 완주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속성이다. 욕망이 앞서면 결코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없다. 힘들면 코스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가장 좋은 10일 코스를 선택하고 스페인 일반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페인은 한 달 이상 여행할 가치가 있는 나라다.
- 2017-03-31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