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얼마나 잘났으면 세계적인 노벨상이 시큰둥할까? 그것도 소설, 수필, 시, 희곡 이외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필자는 노벨문학상이 다른 분야, 즉 의학상이나 물리학상 같은 과학 분야와 달리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와 가치를 담고 있어 특히 그 명예가 높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상이다. 그런데 그 상이 시큰둥하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지수이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노벨문학상이 그를 기쁘게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만의 방법으로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둔해서인지 보이지 않는 그 마음을 읽어보려니 머리가 어지럽다.
경쟁은 발전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인간은 경쟁할 때 늘 유혹을 받는다. 아무리 그 목적이 좋은 것이라 해도 경쟁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성 파괴는 현대에 와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우리 사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경쟁이었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부작용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조금씩 고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필자 아이들을 영국 학교에서 공부를 시켰다.
그런데 어느 날 학기말도 아닌데 선생님은 아이들이 배운 것들을 총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몇 명 안 되는 아이들이 상을 받았다. 첫 번째 상을 받는 아니는 필자의 아이였다 필자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뛸 뻔했다. 다행히 빠르게 작동한 이성이 막아줘서 창피함은 면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1등을 한 거라고 순간 착각한 것이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아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분도 안 됐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아이들 이름을 불렀고 상은 반 아이들 모두가 골고루 받았다. 좀 부끄럽기도 해서 필자는 내 아이가 받은 상이 제일 값지고 좋은 상이라고 생각했다.
무안한 마음은 오래갔다. 아이가 상을 받는다고 좋아하고 흥분한 것은 평소 필자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필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상을 주면서 과도하게 경쟁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해왔던 것이다. 게다가 반 전체 아이들이 골고루 상을 받았다는 사실과 상 받는 순서에까지 예민하게 반응했던 필자의 모습은 평소의 생각과는 너무 동떨어진 행동이었다.
필자에게 노벨상은 분명하게 관계가 없는 상이다. 다만 기대가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받았으면 하는 희망뿐이다. 내 가족도, 내 동문도, 내 친지도 아닌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이 수상자이기를 바라는 큰 상이다. 과학이나 의학이라면 우리가 뒤떨어져 있어 양보도 가능하지만 유서 깊은 역사와 고도의 정신문화를 지닌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쯤은 하나 받아도 되는 게 아닐까 한다. 슬프게도 우리나라는 피정복의 역사를 안고 있는 나라라서 내적인 아픔이 많다. 기나긴 떠돌이 생활을 한 유태인 못지않게 서로의 손을 형제의 피로 물들인 뼈저린 역사적 경험이 있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문학상을 누가 받을까 관심이 많다. 그 상을 받았는데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밥 딜런이라는 사람은 어떤 인간일까. 무척 궁금해지는 하루다.
필자는 꼭 명품 옷이나 백을 들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거나 좋아하는 색상이면 싸구려라도 즐겨 가지고 다닌다. 때로는 필자가 입은 옷이나 가방이 비싼 게 아닌데도 명품으로 오해해주는 친구가 있어 즐거울 때도 있다.
우리 집 옷장 안에는 내 핸드백이 10여 개 들어 있다. 최근엔 핸드백을 구매하지 않지만 젊었을 때는 명품을 몇 개 사기도 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선물 받은 상품권으로 구매한 금강, 에스콰이어, 엘칸토 등 우리나라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다. 마음에 들긴 해도 내게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의 핸드백을 장만한 날에는 며칠 동안 끙끙대며 후회하기도 했다. 매스컴을 통해 명품만 선호하는 여성들에 대한 비난과 아무 거리낌 없이 비싼 물건을 산다는 일명 된장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심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물론 여유가 있어 고가의 물건을 살 수 있으면 괜찮겠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인데도 비싼 명품을 장만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곱게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들기 편하고 마음에 들면 되지 꼭 그렇게 비싼 명품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막냇동생이 사는 동부이촌동에는 가끔 가짜 명품 가방을 파는 트럭이 온다고 한다. 비록 짝퉁이지만 동네 멋쟁이 여자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구경한다고 하니 A급, B급부터 특A급까지 진짜 명품과 똑같은 모양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가보다. 진품이면 몇백만 원을 호가하지만 비슷한 제품을 이삼십 만 원에 살 수 있으니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막냇동생도 구경하다가 가짜 고급 브랜드 제품을 하나 샀는데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며 내게 주었다. 디자인이 세련되고 좋아서 얼른 받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동창 모임에 그 핸드백을 들고 나갔더니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백화점 매장에서 보았다면서 아는 체하며 예쁘다고 했다. 필자는 그냥 “으응.” 하며 어색하게 웃고 말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영 가볍지 않았다. 진품이 아니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아닌 척하고 온 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까는 말 못했는데 그거 가짜야.”라고 말했더니 “어쩜 매장에서 보았던 것과 그렇게나 똑같니.” 하면서 자기도 사고 싶어 한참을 봤지만 너무 비싸서 눈요기만 했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우리나라 짝퉁 제품 생산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뉴스를 보다가 엄청난 물량의 가짜 명품을 폐기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보았는데 끊이지 않고 적발되는 걸 보면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짝퉁이란 가짜, 모조품, 유사품, 이미테이션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로 너무 비싼 가격, 한정된 공급 등의 문제와 공급 면에서 이익에만 몰두하는 얄팍한 상인들의 상술, 그리고 정교한 이미테이션의 기술이 어울려 탄생한 가짜 상품을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위조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전문가조차 진위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남이 어렵게 이루어낸 업적을 손쉽게 베껴 싼 가격에 파는 행위는 도둑질과 다름없다. 그래도 여전히 짝퉁 제품이 유통되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면과 겉치레를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는 결코 명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명품이 싫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품을 가지려고 무리해서 빚까지 내는 여성들도 있다 하니 걱정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TV를 통해 어마어마한 물량의 짝퉁 제품을 소각 폐기하는 장면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저 물건들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언젠가 관세청에서 진품과 가짜를 구별하는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데 짝퉁 의류와 신발 등에 그림을 직접 그려 넣어 다른 나라에 기증하는 재활용 행사도 있었다고 하니 좀 더 생각해볼 일이다. 위조 상품은 폐기가 원칙이지만 자원 낭비와 오염 유발의 문제점이 있어 상표를 제거한 후 원래 상품권자의 동의를 얻어 국내 사회복지시설에 나누기도 했고 새롭게 디자인해서 캄보디아나 리비아 등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나라에 보내주기도 한단다. 그냥 태워서 없애는 것보다는 나은 방법이지만 아예 위조품이 없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다.
그래도 기왕 공짜로 얻었으니 오늘 외출에 이 짝퉁 핸드백을 들고 나가려 한다. 꼭 명품을 좋아해서가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나 자신에게 변명해본다.
그동안 내가 알던 ‘혼’의 개념은 ‘혼식(混食)’, ‘혼숙(混宿)’ 등 'Mixed'의 개념이었다. 혼식은 섞어 먹는다는 뜻이고, 혼숙은 같이 잔다는 뜻이다. 혼식 운동은 쌀이 모자랄 때 보리쌀이나 다른 잡곡을 섞어 먹으라는 운동이었다. ‘혼숙’은 남녀가 섞여 잔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 단어다.
동네 먹자골목에 얼마 전부터 “혼밥, 혼술 환영”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혼’을 다른 것과 섞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아리송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술을 섞다니? 밥을 섞다니? 그러나 여기서 ‘혼’은 혼자의 약자다. ‘혼자 먹는 술’, ‘혼자 먹는 밥’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술집은 혼자 가서 마시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남자는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여자는 실연을 당했거나 남자를 유혹하러 온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자카야나 칵테일바처럼 혼자 술 마시기 편한 술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술집의 바테이블에 앉으면 주방장 또는 사장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즐길 수 있다. 또 옆자리의 다른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심야 식당 같은 개념이다.
지인들과 어울려 마시는 일이 피곤하다고 생각될 때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량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혼자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과 술자리를 하면 힘들다. 이럴 때 혼자 술집에 가면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자기 양껏만 먹고 나오면 그만이다. 코드가 맞으면 옆에 앉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
‘혼밥’도 주목해야 할 추세다. 편의점 도시락 부문 매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바로 혼밥족의 증가 때문이다. 음식점에 혼자 가면 홀대받기 일쑤다. 대부분 4인용 테이블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바쁜 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다며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배짱 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나는 그래서 오전 11시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 그 시간이면 혼잡하지 않고 직장인들이 몰려오기 이전이므로 음식점에서도 싫어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도 오후 6시 이전에 가면 한산하다.
‘나홀로가구’가 전체 27퍼센트로 우리나라 대표 가구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이혼이나 사별 등 불행한 일의 결과가 나홀로족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독립적 생활 선호, 결혼 기피 등 자발적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홀로족’의 특징은 자유다. 이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 이전에는 남들의 시선도 따가웠고 본인의 외로움도 심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혼자 사는 걸 더 선호한다. 남들의 시선 같은 건 무시해버린다. 그보다는 본인의 자유가 방해받는 걸 더 두려워한다. 이러한 ‘나홀로족’의 증가에 따라 ‘혼밥’, ‘혼술’도 자연스러운 추세가 되었다. 아니 대세라고 봐도 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고 활용한다면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부터 인가 영화를 보면 당연히 팝콘 통을 끌아 안고 한손에는 콜라를 든 모습이 극장의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 거의 빠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극장으로 데이트를 가서 팝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 서로 손이 닿는 장면이다.
첫 데이트의 설렘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트 하는 연인이 극장에서 영화 볼 때 팝콘을 안 먹는 커플은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영화 보면서 팝콘 꼭 먹어야 하나?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팝콘세트 가격이 8천원 내외로 영화 티켓 가격과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한 끼 식사도 아닌 주전부리 값으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이다.
극장의 수익이 영화보다 팝콘이 더 많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고 공공연한 사실이다.
가격 뿐 아니라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칼로리도 매우 심각하다.
소비자보호원의 올해 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극장의 팝콘 세트를 성인 2명이 먹으면 열량은 1일 권장량의 42%에 달한다. 이 뿐 아니라 당류 229.8%와 포화지방 74%로 과하게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두 가지 부정적인 부분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팝콘과 콜라를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을 한다.
언젠가 부터 극장에 가면 영화. 팝콘. 콜라를 패키지로 인식하는 이런 사람들의 기호를 무작정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확 풍겨오는 고소한 팝콘 냄새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는 않다.
꼭 먹고 싶다면 예의를 갖춰라.
천만 영화의 시대인 요즘은 중. 장년들도 많이 극장을 찾는다. 천만이 되기 위해서는 중. 장년이 극장을 찾아야 만 가능하다고 한다.
시니어 들 역시 대부분 팝콘 통을 안고 영화감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차피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한 정서가 되었다면 다른 사람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팝콘 통에서 꺼내는 부스럭 소리, 입안에서 팝콘 부서지는 소리, 콜라를 빨대로 쭉쭉 빠는 소리가 주위 사람에게는 몹시 거슬리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코미디나 가벼운 액션 영화를 볼 때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간 또는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는 팝콘 먹는 소리는 몹시 몰입에 방해가 된다.
영화에 몰입한 사람에게는 작은 소음, 작은 불빛조차 방해가 되어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먹는 팝콘 소리 하나에도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글 소설가 윤정모
‘여성’,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출판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다양한 관련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는 레슬리 모건 스타이너, 그녀 자신이 겪은 가정폭력의 피해 보고이자 에세이다. 하버드대 졸업, 와튼스쿨 MBA 수료, 워싱턴 포스트 근무 등등 그녀는 미국에서도 소위 엘리트라고 불릴 경력을 가졌고 그럼에도 연인의 폭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고통 받는다.
인류역사상 거의 모든 세월 동안 여성은 약자였다. 현대에 이르러 다소 나아졌다고는 해도, 사회적 지위, 신체적 조건에서도 여전히 약자일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절대다수의 피해자는 항상 여성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정폭력은 피해자를 가리지 않으며 규칙적인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깨달음 하나를 증언한다. 사회적 원리 구성인 ‘타인’,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나를 구해준 사람들이 타인이라는 것, 일상에서는 항상 먼 거리에 있는 그들이, 별일 없으면 만날 일조차 없었던 그들이 경찰, 법정 대변인, 동창, 이웃의 누구라는 실명으로 나타나서 나를 돕고 보호해주었다는 것이다. 이웃과 타인, 그들이 바로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자 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저자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사랑은 진실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은 헤어진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 처음 자기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상대를 유혹하고 있음을 보면서 복잡한 마음에 휩싸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당한 폭력만큼이나 그녀의 진실하고 예쁜 사랑이 짓밟힌 것이 내내 가슴 아팠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사랑법에 서툰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해 ‘올바른 사랑법에 대한 교과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저자 레슬리 모건 스타이너는 워싱턴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와 와튼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첫 직장 생활을 10대를 위한 메이저 잡지인「세븐틴」에서 시작하였으며 이후 존슨앤존슨, 워싱턴 포스트 등을 거쳤다. 또한 가족과 자신의 인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을 위한 앤솔로지 『Mommy Wars』의 편집자이자 대리모 현실에 관한 책 『The Baby Chase』의 저자이다. 현재 세 아이 들, 네 마리의 고양이, 한 마리의 개와 함께 워싱턴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 시니어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시니어 10명중 1명은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경험이 있고, 1000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 이면에는 우울증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생각은 다르다. 시니어의 우울증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심각한 병이다. 따로 이 부분만 연구하는 학회가 존재할 정도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의 이동우 홍보이사를 통해 시니어의 우울증에 대해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시니어의 우울증 무엇이 문제일까? 이 질문에 대해 이동우 이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젊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여기저기 몸도 많이 아프며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쉽게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으레 좀 우울해지는 법’이라고 치부하면서 쉽게 간과해 버립니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과 기력이 떨어져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우울증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고 적절하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니어의 우울증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내 건강상태에 대한 걱정이다. 걱정이 많아지다 보면 불면, 초조, 신체적 불편감 등의 증상이 따라온다.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양상도 흔하다. 망상 증상은 특정 사안에 대한 죄책감이나 건강염려증, 피해망상, 질투망상(의처증) 등을 보이기도 한다.
신체적인 이상도 원인이 된다.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뇌졸중을 앓은 환자 중 20~60%는 우울증을 겪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뇌졸중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발성 뇌경색과 같은 미세혈관 순환장애로 인한 뇌조직의 변화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환자를 억지로 집밖으로 끌어내면 ‘독’
시니어의 우울증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심한 경우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치매가 원인이 되어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와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는 다소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누군가의 질문에 끝까지 답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이고, 대답을 하려는 의욕이 없거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는 경우는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는 발생 시점이 분명하고, 가족들이 그 시점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우울증이라 할지라도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동우 이사는 경고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다른 사람도 많이 만나고, 사회적 활동이 많아야 하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종일 우두커니 앉아 있기 일쑤거든요. 치매가 더 잘 생길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선 안 됩니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자신의 모습이 남 앞에 드러나면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끼기 쉬우니까요. 힘내라는 응원만으로는 안 되요. 정상적인 치료를 통해 기력을 차리고 나서 운동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항우울제 복용 미루면 안 돼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많이 알려진 것처럼 우울증의 치료는 항우울제 복용이 기본이다. 우울증 환자 중 3분의 2 정도는 항우울제만 적절히 복용해도 치료가 가능할 정도. 일부에선 무조건 약에만 의지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오해라고 이 이사는 설명한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수영부터 가르치는 일은 없잖아요. 일단 구명환을 던져 놓고, 안정을 취하도록 한 다음에 물 밖으로 꺼내거나 수영을 가르치는 게 순서죠. 우울증 치료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항우울제를 통해 안정을 시킨 후, 다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대뇌의 화학 불균형이 일어나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항우울제는 뇌의 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는 이밖에도 정기경련요법, 경두개자기자극요법, 정신역동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이 존재한다.
이렇듯 우울증은 ‘마음’이나 ‘의지’로 해결될 수 없는 병이다. 만약 주변의 환자에게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의지를 갖고 참아 보라고 권유한다면, 환자를 해치는 것과 다름없다. 심리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면 병원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을 이기는 생활습관
1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2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 니코틴은 뇌를 스트레스로부터 취약하게 만든다.
3 균형 있는 식사를 하되, 식단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4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5 자주 웃는다. 억지로 웃거나 웃는 흉내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6 울고 싶을 땐 실컷 운다. 울음은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1 병원 방문일자를 챙겨 준다.
2 처방받은 약을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하도록 한다.
3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에 대한 유혹을 떨쳐 낸다.
4 환자와 지속적인 연락을 유지한다.
5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한다.
6 환자와 함께 운동을 한다.
7 환자의 식사를 챙겨 준다.
8 환자가 예전에 좋아했던 일을 할 수 있게 격려한다.
9 환자의 우울증 때문에 당황하지 말고,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10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을 비난하지 않는다.
11 환자가 자신의 일을 잘 해내지 못해도 다그치지 않는다.
12 우울증 증세가 호전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한다.
책 속에서 사람이 난다는 말도 있다. 책과 함께하는 습관은 남달라 보이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이 사람들의 인생을 우지 좌지 하기도 한다.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책을 본다. 예전처럼 독서실이나 도서관이 아니다. 음악이 살아있고 비싼 커피와 분위기가 있어야 더 머릿속에 잘 들어가는 모양이다. 하기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타벅스나 카페 빈 같은 카페에는 누구나 노트북을 지니고 홈 워크(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널려진 책들의 현주소
어느 집이나 책들과의 전쟁이다. 이사할 때마다 소동이 벌어진다. 어느 것을 버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부부싸움이 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 박스 속으로 다소곳이 들어간다. 당연히 책이 들어간 박스가 가장 무겁다. 책에 대한 넘치는 욕심이었지만 결코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안을 갖기도 한다.
필자에게도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한 권 두 권 쌓이는 책들이 수없이 짐이 되어갔다. 사전에서부터 학습서, 각종의 어학 책, 문학 책들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종류의 다양한 책들이 여기저기 공간을 차지했다. 물론 서재 방을 만들어 한 곳으로 몰아 놓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필자는 사방이 책으로 가득한 서재와, 음악과 커다란 스크린이 함께하는 감상실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책은 늘 영혼을 풍성하게 해주니 가난이 무섭지 않았고, 음악은 듣고 있으면 마음을 치유해주니 더 없는 삶의 약이었다. 또 하나, 그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소중한 바람이었다.
이사를 다니고 결국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그동안 간직해온 수많은 책들을 시댁에 맡기고 떠났다. 거기에는 고급 오디오 세트와 그 옛날의 레코드 원판, 엘피 판 그리고 백판 등 몇 트렁크를 고이 모셔놓았다. 필자의 남편도 음악에는 조회가 깊어 취미가 같았고, 집에만 들어오면 음악을 틀어 감상하는 것이 생활의 시작이며 공동의 관심사였다.
*북 카페로 변신을
오랜 세월 후 고국으로 돌아와보니 모든 것들이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 필자가 직접 관리를 못했으니 어디 하소연을 할 데도 없다. 미국에서도 이삿짐을 싸면서 미국에서 사온 오디오 세트와 가장 먼저 귀한 책들을 챙겨왔다. 지금은 나름대로 간직한 책들과 구형 오디오, 흘러간 메모리 음악이 담긴 CD들이 필자의 소중한 재산이다.
아이들이 남겨놓은 책들과 필자의 책들이 정신없이 널려져 있다. 거실의 한쪽에 다행히도 공간이 있었다. 필자는 오디오가 자리 잡고 있는 거실 옆으로 빈 공간에 책방을 만들었다. 음악과 책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언제라도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이름하여 멋진 북 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남편과 함께 한쪽 벽면에 선반을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장르별로 책들을 분리하며 정리를 했다. 예를 들면 여행에 관한 책들은 한 곳으로 몰아놓아 언제라도 꺼내어 볼 수 있는 간편함이 있도록 했다. 그 옆에는 여행을 하면서 수집해온 소품으로 군데군데 디스플레이를 해놓았다.
창가에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넓은 소파도 마련해놓았다. 영락없는 카페가 되었다. 언제든지 책과 함께하는 분위기가 넘치는 북 카페가 만들어졌다. 이제 모든 것들은 분위기가 좌우하는 세상이고, 무엇보다 책을 읽고 싶은 충동적 분위기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면, 그곳이 가장 먼저 발길을 유혹하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 꾸며 놓은 책들과 소품들이 마치 훌륭한 카페 같다며, 이 책 저 책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모두가 최고라고 했다.
분위기가 흐르는 필자의 북 카페에서는 오늘도 은은한 음악과 함께 마음의 글을 써 내려간다.
눈을 떠보니 여린 햇살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어느새 베란다 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고통스럽던 여름의 이별을 고한다. 오고 가는 계절, 또 보내려니 아쉬움도 곁든다.
또다시 찾아온 새 달의 첫날 아침이다. 엊그제까지도 그렇게 숨통을 조이더니 잘 참아온 덕에 겨우 살만하다. 참기 힘들었던 시간들만큼이나 새 아침에 햇살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창문을 활짝 열어 싱그러운 바람을 한 아름 안아보았다.
사람은 어쩌면 이리도 간사한 것 일가. 창밖으로 묵은 숨을 길게 내뿜으며 신선한 공기 속에 넋두리를 해본다. 견뎌낸 고통의 대가로 찾아온 축복 같은 계절의 ‘화려한 아침’이다. 향기 진한 모닝커피가 설익은 아침미소로 유혹의 손짓을 한다.
날씨가 추우면 소름이 끼치도록 춥다고, 더울 때는 끔찍하게도 더워서 안달을 했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참지 못하고 지냈던 지난 시간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다 살기 마련이라고 늘 마음먹어왔는데 여지없이 또 참지 못 했다.
지난해 여름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그러나 올여름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도저히 못 참고 곧 죽을 것만 같아 정신을 못 차렸는데 결국은 또 지나간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어딘가 모를 아쉬움도 남는 것 같다. 아마도 곧 다가올 혹독한 겨울이 남아있기 때문인가 보다.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람이 성격에 따라 더 못 참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에어컨이 있어도 선풍기로만 살려고 하고, 아는 지인은 아예 에어컨도 없다. 참는 법도 살아가는 지혜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훗날의 세금 폭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은 살고 보자며 에어컨 바람을 끼고 살기도 한다. 어느 누가 참된 삶의 방법인지는 그 향방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들 삶의 방향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이고 모두가 그런대로 다 잘 살아가고 있다.
날씨도 참으로 제멋대로다. 바람이 불고 싶으면 이리저리 불어 마구 흔들어대고, 하늘에서 태양을 내리쬐고 싶으면 힘없는 땅에 맘대로 퍼부어, 찌는 더위로 하소연을 한다.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날씨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단지 변덕스러운 그것들에 맞추어야만 살아갈 수가 있다. 추우면 입어야 하고 더우면 벗어야 하며,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고 눈이 오면 하얀 눈을 밟아대면서도 쓸어서 깨끗이 치워야 한다. 그것이 조화롭게 대비하는 자연의 순응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도 날씨처럼, 그저 상대에 대한 적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이런저런 사람 생긴 대로, 날씨와 같이 맞춰가며 그럭저럭 살다 보면, 또 한세상 모가 남이 없이 잘 사는 것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면서, 날씨처럼 맘대로 변화하는 온갖 역경에도 잘 맞추어 묵묵히 살아간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솔한 마음을 가져본다. 생각과 현실은 결코 쉽지 않은 파트너이지만, 생각의 차이가 현실을 또 이끌어갈 것을 믿으며, 모든 것들은 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이리라.
싱싱한 햇살이 반기는 이 ‘화려한 아침’에 모닝커피의 미소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2012년 대한민국 전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은 농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인 ‘마실 물’의 부족이었다. 당시 가뭄과 극심한 더위로 팔당호와 북한강에 남조류가 대량 번식하면서, 이곳의 물을 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엔 ‘수돗물이 정말 안전할까?’하는 의문이 커져갔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이런 의문은 실제 숫자로도 증명된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수돗물을 끓이지 않은 채 마시는 서울시민의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그만큼 수돗물을 믿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려 2020년까지 개인·공동주택 37만 가구의 수도 노후관을 전량 교체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 역시 대안을 내놨다. 각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정수장에 고도 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했고, 녹조가 발생해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의료단체에서 추진 중인 수돗물 불소화사업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수돗물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역할만 하는 셈이 됐다. 불소가 함유된 물이 충치 발생을 막고, 건강에도 해가 없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선 반대하고 있어 논란만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선 불소 투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 논쟁은 수십 년 전 미국에서 점화된 역사 깊은 수돗물 관련 논쟁 중 하나다.
결국, 수돗물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이 물음표와 함께 성장한 것이 정수기 시장이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규모는 2014년에 1조95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2조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대로 성장이 이뤄진다면 2011년 1조7004억원에서 5년 만에 시장규모가 30%가량 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지난 7월에 있었다. 국내 정수기 대여 1위 업체로 손꼽히는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것.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가루가 보인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당시 코웨이는 시중에서 수거한 얼음정수기 29개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검토 결과 일부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 벗겨지면서 금속가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로 인해 코웨이는 공식 사과 후 리콜과 피해 보상 등으로 분주했다.
제품군 다양해 선택의 폭 넓어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정수기들은 업소용 대형 제품을 제외하면 크게 네 가지이다.
가장 일반적인 제품은 널리 쓰이고 있는 냉온정수기다. 정수기 본체 안에 작은 물통이 있어, 정수된 물이 수조에 담기면, 이를 차갑게 하거나 뜨겁게 가열해 냉수와 온수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얼음을 얼리는 제빙기가 합쳐진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얼음정수기. 최근 중금속 논란이 있었던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가 모두 가진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초창기 제품들이 과냉각이 잦아 써선 안 될 곳에 도금 부품을 사용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문제로 확대되진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검찰도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일반 냉온정수기나 얼음정수기는 문제가 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그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최근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가 직수형 얼음정수기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던 얼음정수기가 의외의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는 사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정수기들이 있다. 직수형 정수기다. 직수형 정수기는 자체에 수조 없이 순간적인 냉각이나 가열시스템으로 온도조절을 하기 때문에 수조에서 세균이 번식 가능한 일반 냉온정수기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양매직이 사용하는 광고 문구 “이제 고인 물 말고 새물 드세요”에서도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구조도 비교적 단순해져, 크기가 작아진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직수형 정수기는 LG, 쿠쿠전자, 동양매직, 교원웰스와 같은 정수기 시장의 후발주자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분야다.
이외에 언더싱크형 정수기도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물건 구매를 즐기는 ‘직구족(族)’이나 설치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자 하는 ‘DIY족’들이 주로 애용하는 형태다. 싱크대 밑에 설치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공사’가 필요하고, 밸브 관리가 까다롭다. 온수와 냉수 기능 없이 오직 ‘정수’만 가능하다. 하지만 필터 용량이 커 필터 교체 주기가 길고, 싱크대 아래에 숨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전기소모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내시장에선 주로 워터피아, 3M, 에버퓨어, 듀벨 등의 제품이 사랑받고 있고, 일부 다단계 기업의 인기 아이템이기도 하다. 상당수 사용자는 필터와 같은 소모품은 아마존과 같은 사이트에서 직구하는 경우가 많다. 샤오미 정수기도 직구족들에게 최근 주목받는 제품이다.
접 관리가 어렵다면 대여형 서비스가 간편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직접 정수기를 설명서대로 일부 부품을 꺼내 청소하거나, 필터 교체를 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언더싱크형 정수기는 대부분 설치까지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만사가 귀찮거나 정수기 관리가 어렵고 복잡하다면 대여형 서비스가 답이다. 정수기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다루는 제품인 만큼 세균 번식도 쉽고, 물을 걸러 내는 필터의 경우 제때 교체해 주지 않으면 되레 물을 더럽힐 수도 있다. 그만큼 정수기는 구매보다는 사후 관리가 중요한 품목이다. 대부분의 대여서비스의 경우 계약 기간 내 정기적으로 업체 직원이 방문해 청소나 필터 교체 등의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특히 시니어에겐 유리하다. 일부 회사의 경우 필터 교체는 소비자에게 맡기는 대신 가격을 깎아 주기도 한다.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직수형 정수기가 월 3만~4만원 수준이고, 얼음정수기는 월 5만~6만원 정도에 대여가 가능하다. 일반 냉온정수기는 보통 월 2만원 이하 수준이다. 계약조건은 3년 혹은 4년 약정 계약에 사용 기간이 5년이 넘으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형식이다.
소음과 전기 사용량도 따져 봐야 할 부분. 사시사철 시원한 얼음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얼음정수기는 아무래도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여름 이상고온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사회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화두가 되면서 정수기도 냉장고만큼 전기 먹는 제품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냉장고와 비교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항변한다.
의외로 소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용하지 않아도 자체 살균이나 청소 등의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제품이 일부 있어, 사용자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 시 계약조건 잘 따져 봐야
마지막으로 따져 봐야 하는 부분은 대여서비스가 합리적인가 하는 부분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대여서비스 민원을 분석했는데, 전체 대여서비스 중 정수기 관련 불만이 50.7%를 차지했다. 그만큼 사용자도 많고, 불합리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원 유형은 계약 내용 불이행이 44.9%를 차지했고, 품질 불만이 20.3%, 안내 고지 미흡이 14.3%를 차지했다.
정수기를 고르기 어렵다면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현재 10여 개가 넘는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는데, 여러 업체의 제품들의 가격이나 대여조건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런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들은 엄밀히 말하면 가격비교가 목적이 아니라, 사이트 스스로가 각 회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는 양판점 형태의 대리점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회사 제품의 경우 같은 제품도 계약조건이나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갖고 있어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사은품 역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요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나 제조회사뿐만 아니라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의 사용 후기, 회사 사업자번호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수기 대여는 3~4년의 장기 계약이고, 약속한 사은품 증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회사(대리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여러분들도 알고 계셨는지요? 영화도 VIP 영화관에서 보면 마음만은 부자가 따로 없다는 것을. 한 번쯤은 푹신한 의자에 누워 대형 스크린을 즐겨 보니 상류사회의 재미도 그럴듯한 것 같았다.
필자는 미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한국에 와서야 영화관람에도 격식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지난겨울, 큰딸은 아직 한국이 낯선 필자에게 영화티켓 예매 문자를 보내왔다. 바깥바람도 쏘일 겸, 남편과 함께 명동에 있는 한 시네마로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전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갔다.
그 옛날의 명동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고층 빌딩들도 군데군데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달라진 것들이라면 유난스럽게 많아진 동양의 외국인들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중국인들이었다. 상점 앞에는 중국어를 해대는 안내원들의 호객행위가 즐비했다. 그들은 얼굴이 비슷하니 한국 사람인지 중국인들인지는 도통 구분할 수가 없었다.
영화관 건물 밖을 내다보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두 줄로 늘어선 대기 차량들이 꼼짝도 못하고 늘어서 있다. 대체로 고급스러운 외제차량들이었다. 유독 외제차가 아주 많았다. 시간이 남아 건물 안에 있는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 안에도 명품 관과 일반 점이 있었다. 명품 관은 그나마 발레파킹을 해주니 주차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듯했다.
명품관 안에는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눈이 부신다. 모두가 외국 브랜드 명품들로 기가 막힌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가 필자의 눈을 유혹한다. 가격대가 보통 몇 백만 원을 넘어 몇 천만 원 짜리도 있다. 백수생활의 필자에게는 어마어마한 가격이라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매장 안에는 거의가 젊은 남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복한 모습으로 물건들을 고르고 있다. 한국이 어느새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부가 넘치는 곳으로 변해있는 것에 필자는 만감이 교차했다.
서둘러 시네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화관으로 올라와 핸드폰의 문자 내용을 보여주니 필자 부부를 정중하게 안내했다. 소위 VIPROOM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음료와 다과가 준비되어있고, 고급스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영시간이 되어가니 안내원이 다시 안내를 했고, 따라 들어갔다.
독립된 커다란 영화관 안에는 안락한 큼직한 소파가 둘씩 짝을 지어 나란히 있었다. 번호를 찾아 안내원은 정중하게 안내를 하고 인사를 하며 나갔다. 필자와 남편은 갑자기 상류계급이 된듯한 마음으로 우아하게 의자에 앉았다. 스위치를 눌렀다. 푹신한 안락의자가 몸을 푹 감싸준다. 갑자기 황홀하게 다가오는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온통 부자가 된듯했다.
필자는 눈이 휘동 그래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이 쑥 들어가 깊이 파묻혀있으니 다른 좌석은 보이지도 않았다. 참으로 신기했다. 조금 후에 안내원은 맛난 음료와 고소한 쿠키를 가져왔다. 극진한 대우와 함께 130도 가까이로 펴지는 안락의자에, 누워진 몸속으로 묘한 기분이 타고 흘렀다. 잠시 상류사회의 느낌 같은 고급스러운 생각이 스쳐 필자도 부자가 된듯했다.
처음 맞보는 비싼 값의 자리는 아주 편하고 기분을 상승시켜 주었다. 일반 영화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했으니 비싸다고 생각을 했으나, 결코 아깝지가 않았다. 역시 빈과 부의 차이는 충분히 있었다. 비록 딸에 의해 선물 받은 부의 가치였지만, 잠시나마 그 세상은 처음으로 맛보는 고급 세계의 느낌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부가 주는 안락은 너무나 편한 나머지 필자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잠깐이나마 평화로운 부의 세계로 빠져들어 한잠을 푹 자고 나니, 결국 영화는 맥이 끊기고 말았다. 너무나 짧게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몸은 편안하고 개운하니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또 하나의 세상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가끔씩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격식을 갖춘 영화관람으로 새로운 엔도르핀을 창출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빈과 부의 차이, 그것도 별것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억지로 라도 값을 치르며, 그 맛을 느껴보는 것도 새로운 값진 일이었다.
가끔씩은 시니어들도 일부 젊은이들이 즐기는 부의 세계를 누려보는 것도, 평범한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