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보면 참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조선시대의 초상화가 지닌 세계 미술사적 의미를 되새기면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한다.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가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진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상화가 삼국에서 시공간을 달리하면서 각기 다른 문화 양식으로 자리 잡은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은 미술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몽골인이 세운 원(元) 왕조(1271~1368)가 쇠퇴하고 한족(漢族)이 명나라를 세우면서 원나라 문화와 거리를 두려고 시도한 차별화 정책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맛난 음식부터 먹고 나서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맛난 음식을 제일 나중에 먹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후자에 속한다. 각자 음식에 대한 자기 철학이 있으니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요즘 ‘휴가’라는 단어는 ‘여름 휴가’를 줄인 말처럼 사용된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사람들은 메뚜기 떼가 이동하듯 도시를 떠난다. 집 떠나면 고생인 것은 다 알고 있다.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불쾌지수를 높이는 요인들이 많지만 그래도 무리를 하며 떠난다. 물론 이때 휴가를 떠나지 않으면 갈 시간이
영화로 보는 오페라가 있다. 처음엔 실제 무대에서만 보았던 오페라를 영화 화면으로 본다는 게 탐탁지 않았다. 몇 번의 큰 무대 오페라 작품을 보았던지라 그 생생함을 어떻게 화면으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로 보는 오페라 두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가진 후 그런 기우는 말끔히 사라졌다. 와 를 보았는데 두 작품 다 아는 내용이었고 실제로 보는 무대는 아니었지만 오페라 실황을 그대로 촬영한 거라 느끼는 감동은 같았다. 오히려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 부분에선 좀 전까지 연기하던 배
나이 들어가면서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가 주거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집에서 이웃과는 어떻게 지낼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최근에는 주택의 형태 중 하나로 땅콩 주택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땅콩 주택은 하나의 필지에 닮은꼴의 주택 두 채가 들어서 있는 집을 말한다. 대문도 하나이고, 마당도 하나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한 채의 집처럼 보인다. 땅콩 주택은 미국에서 시작된 친환경적 주택의 일종으로 듀플렉스홈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그 모양새가 마치 땅콩을 닮았다 하여 ‘땅콩 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필자는 현재 땅
아름다운 섬 제주. 최근 이곳은 플리마켓(Flea Market), 즉 벼룩시장의 성지가 된 듯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장(場)이 ‘섰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그런데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비누, 방향제, 액세서리 등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는 10월호에 이어 농산물과 사람들의 웃음이 함께하는 도시장터를 제주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투박해 보이지만 주민들의 정이 물씬 넘치는, ‘플리마켓’보다는 ‘도시장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지꺼진장’에서 지꺼지게(?) 놀아봤다. 제주시 아라동 휴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나에게 어떤 동물이 맞는지 모르겠다면 집중해보시라. 적극적인 반려견, 자기중심적인 반려묘. 성격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개와 고양이에게도 성격이 있다. 알듯 말듯한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알아보고 난 뒤 나에게 맞는 반려동물을 식구로 맞아들이면 어떨까?< 편집자 주> 자료제공 웹진 눈치가 있다, 없다?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반려견. 반려인의 기분이 어떻든 무얼 하든 상관없이 놀아달라며 달라붙는다. 이런 천진스런 모습 때문에 보다 빨리 친근함을 느낄
나이가 들수록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국장’이 아닐까 싶다. 쿰쿰한 냄새 때문에 꺼리다가도 그 참맛을 알고 나면 구수한 향에 밥 생각이 절로 난다. 청국장 특유의 맛뿐만 아니라 색다른 풍미까지 즐길 수 있는 ‘물꼬방’을 소개한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느림으로 먹는 밥상 ‘물꼬방’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터를 잡은 물꼬방은 한적한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한옥이 돋보인다. 서울시 명륜동에 있던 오래된 한옥을 통째로 뜯어와 현재의
수십 년에 걸친 오랜 회사 생활. 규율과 답답함으로 채워진 오랜 시간을 보낸 끝에 마침내 은퇴한 남자는 그동안 품었던 꿈과 모험을 즐기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시도한다. 소설과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꿈과 모험과 도전의 이야기가 예술작품의 소재로 끊임없이 사용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길 그토록 열망하지만 막상 실현시킨 사람들은 그만큼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문광수(文光洙·72)씨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래서 68세의 나이에 바이크 면허를 땄다. 그가 향한 곳은 유라시아.
글 박원식 소설가 지리산 자락,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산야에 살포시 내려앉은 9월의 소슬한 가을빛. 한낮이지만 핼쑥한 가을볕을 받은 능선도, 숲도, 나무도 덩달아 수척하다. 연신 허리를 틀며 휘어지는 언덕길 양편엔 상점이 즐비하다. 사람들의 발길도 연달아 이어진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의 무대이자 드라마 촬영장인 ‘최참판댁’을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다. 언덕 끝자락 외진 곳엔 ‘박경리문학관’이 있다. ‘최참판댁’ 일대엔 들고나는 사람들로 바글거리지만
바람길 매서운 제주도 서귀포의 고요한 마을 ‘대정’.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모슬포’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바람이 너무 강해 ‘못살(사람이 살지 못할)포, 유배자들이 너무 많아 살 수 없어 ‘못살포’라고 불렀단다. 그렇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이곳은 과거 유배지의 땅이다. 176년 전,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876∼1856) 또한 유배자의 신분으로 이 척박하고 만만치 않은 땅에 닿았다. 8년 3개월간 추사의 유배생활 흔적이 깃든 제주추사관, 여전히 바람이 세고 쓸쓸한 이곳에서 추사와 마주했다. 추사관(제
정년퇴직을 하고 뒤를 돌아보니 직장에서 정년퇴직 때까지 롱런하는 사람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보통 사람입니다. 너무 똑똑한 사람 중에는 회사의 기술이나 영업 비법을 빨리 터득하고 뛰쳐나가 자기 사업을 해보려다 의욕이 너무 앞서 실패를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보통 사람은 특출한 공도 세우지 못하지만 눈에 띄게 잘못도 하지 않습니다. 상사는 자기보다 더 똑똑한 부하를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속마음은 눈엣가시처럼 생각합니다. 자칫 범을 키우는 우를 범할지 모르고 언제 자기 어깨 위로 올라설지 몰라 의심 반 두려움 반의 사시 눈을 하고 봅니다
한때 우리나라 코미디계를 주름잡던 베추머리 김병조 씨가 요즘 시니어 강사로 나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동작 50플러스센터의 초빙 강사로 초대되어 시니어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는 자신이 과로로 한쪽 눈을 실명한 사실과 코미디계에서 은퇴한 사유 등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면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웃, 즉 다른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논어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그동안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던 일들의 해답이 문득 찾아왔던 것이다. 필자는 반가운 마음에 고양이 세수를 서둘러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글로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필자의 생활을 바로잡기 위해 이 글을 꼭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필자의 잘못된 습관이 필자 인생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필자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가족, 그중에서도 두 아들에게 죄를 짓게 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울에는 내사산과 외사산이 있다. 내사산은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싸고 있던 서울 4대문 안 4개의 산을 말한다. 북쪽의 북악산,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남산이다. 한 바퀴 돌면서 건강다지기 딱 좋은 계절이다. 수도 서울의 유래 서울은 조선 태조 3년(1394) 10월 25일 지금의 수도로 정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600여 년 세월이 지났다. 영역·규모·기능에 있어서도 많은 변천이 있었다. 이러한 변천을 평면적으로 보면 현재의 광화문 비각을 기점으로 하는 북위 37도 34분, 동경 126도 59분의 위치를 중심으
어젯밤에는 ‘이자카야’ 데이트 나갔던 아들, 며느리가 들어오는 걸 모르고 잠이 들었다. 팔짝거리며 뛰어다니는 아기들 때문에 잠이 깼다. 17개월 된 손자가 누나가 하는 대로 따라서 뒤뚱뒤뚱 쫓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오늘도 역시 화창하고 환한 바깥 풍경이 감동을 준다. 베란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은 그림같이 예쁘다. 가끔 뎅 뎅 종소리가 울리는 하얀 교회당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결혼식을 주로 한다는데 이곳에서 결혼한 부부는 평생 평화롭게 잘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옆으로 수영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