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상점이 많기로 유명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평일 점심시간이었지만 가로수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듣던 대로 각양각색의 개성들이 넘치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그중 ‘한복 팝니다’라는 네온사인이 기자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 너머로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문 흑인 모델 사진이 보였다. 외국인과 곰방대 그리고 한복과의 조화라니. 이곳의 이름은 ‘ㄹ(리을)’, 전통 한복이 아닌 ‘네오(NEO, 새롭다는 뜻) 한복’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21세기 한복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 “저희는 대학교 선후배도, 원
한낮에도 그저 적요한 읍내 도로변에 찻집이 있다. ‘카페, 버스정류장’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버스정류장’이란 떠나거나 돌아오는 장소. 잠시 머물러 낯선 곳으로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리거나, 마침내 귀환하는 정인을 포옹으로 맞이하는 곳. 일테면, 인생이라는 나그네길 막간에 배치된 대합실이다. 우리는 모두 세월의 잔등에 업히어 속절없이 갈피없이 흔들리며 먼 길을 가는 나그네가 아니던가. 저마다 여정을 손에 쥔 순례자이며 여행자! 상호에 서린 서정을 음미하며 찻집으로 들어선다. ‘카페, 버스정류장’ 주인 박계해(57)씨는 5년여 전까진
어린 시절 학교에서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며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카네이션을 만들어 가슴 한 쪽에 달아드리면 그게 효도라고 말입니다. 나머지 364일은 그저 철없는 자식이었습니다. 속없는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이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사는 형편이 어렵다 생각하시는 부모님은 당신의 무능력 때문에 자식까지 고생한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자연히 부모님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끝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어느 날 부모님은 안 계셨습니다.
이번 주는 별 약속이 없어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약속이 많을 때는 일 주일 내내 외출할 때도 있어 그럴 때는 몸이 피곤하니 불만이었는데 이렇게 너무나 여유시간이 많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편하기도 하다. 소파에 앉았다가 팔걸이를 베개 삼아 길게 눕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보고 싶은 드라마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한가로워도 되는 걸까? 하는 조바심이 난다. 필자 자신이 너무 나태한 것 같아 걱정되기까지 했다. 친구와의 약속이나 여행갈 일이 있어 이른 시간 집을 나서본 적이 있다. 새벽 버스 안에 그렇게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속초에 갔습니다. 소금내음 물씬한 속초앞 바다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물고기 중에 참 못생긴 놈이 가끔 눈에 띱니다. 아귀, 삼식이, 곰치 그리고 뚝지가 그렇습니다. 정말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못생겼습니다. 그 중에도 뚝지는 정말 못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이런 물고기는 잡았다가도 재수 없다고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속초에 가면 가끔 수조에 복어처럼 생긴 물고기가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물고기가 바로 강원도에서는 보통 도치 또는 심퉁이라고도 하지만
여의도에서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체력을 보충하겠다며 고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강 건너 유명한 고기집을 필자가 안내하겠다고 했다. 그 동네가 재개발이 되는 바람에 어디로 옮겼는지 몰라 일단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도 모른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과연 그 집의 위치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장사가 잘돼 번듯한 건물을 짓고 간판도 크게 달아놓았다. 그런데 좀 일찍 가기는 했지만,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데이트 족 한 팀이 더 왔을 뿐 손님이 안 오는 것이었다. 다른 한 팀은 종업
바둑판에 반집은 없지만 반집승, 반집패는 있다. 바둑은 흑이 먼저 둔다. 먼저 두면 유리하다. 흑의 유리함을 상쇄시켜주고 승부의 공정성을 위해 백에게 6.5집을 더해준다. 여기서 0.5집은 무승부를 방지 하기위해 만들어낸 실체가 없는 가공의 집이다. 반상에 없는 반집이 반집승과 반집패의 근거가 된다. 6.5집으로 하는 근거는 이미 두어진 수많은 바둑판을 면밀히 검토해 보니 먼저 두는 흑의 기득권이 6.5집에 해당한다는 통계에서 산출됐다. 백이 이기려면 반상에서 7집은 남겨야 반집승이 되고 흑은 6집이 부족해도 반집승이 된다.
TV뉴스를 보던 중 그래피티(graffiti)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어떤 호주인이 우리 지하철에 들어가 전동차에 낙서를 하고는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그래피티는 건물 벽이나 교각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서 그리는 그림과 낙서를 말한다. 우리 동네 산책길의 다리 밑 한쪽 벽면에도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필자는 몰랐는데 손녀와의 산책길에서 아기가 그 벽면의 그림을 보더니 “할머니 원더 볼즈에요!” 라고 해서 그 그림이 어린이용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라는 걸 알았다. 그림이 있기 전보다 화사해진 다리 밑은 보기에 좋아서 이
지하철보다 버스를 탄 이유는 버스가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혼자 생각에 푹 잠겨 가기엔 버스에 앉아 창밖을 조용히 바라보며 가는 게 좋은 걸 필자는 잘 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가는 길에 혼자 많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번거로움이 날 더 심란하게 하는 것 같아서 30분쯤 더 걸리는 버스를 타기로 한 것이다. 친구는 항암치료를 잠깐 멈추고 혈소판 수치를 높이기 위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한없이 생각에 잠긴 필자를 태운 버스
어느 날, 배우자가 나의 괴팍한 면까지 닮아버린 걸 보고 심장이 덜컥할 때가 있다. 하물며 옷 입는 스타일까지 비슷해지는 건 부부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여기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 커플들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벌의 패션으로 부부애를 과시하는 커플룩의 선구자들. 글 김민정 프리랜서 패션에디터 사진 instagram.com/bonpon511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에서 중년 부부로 분한 고두심과 장용의 대화가 떠오른다. 사기를 당할 뻔한 이 시대의 대표 중년남 장용이(
“여기가 수원인가? 어디니?” “엄마, 이천이야.” 휠체어에 앉아 바람과 소통하고 계시던 엄마의 쓸쓸한 뒷모습을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집으로 모셔가라는 서울 S병원의 통보를 받고, 막내는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어머니를 이천 D병원으로 모셔갔다. 밖에서 마지막 식사로 평소 좋아하시던 우리밀국수를 드셨다. 엄마는 세상과의 이별을 그렇게 시작하셨다. 자식들이 오는 날이면 푸짐히 음식을 준비하셔서는 자식들 트렁크에 가득 채워 보내시곤 했던 엄마, 겨울철이면 손수 지으신 채소로 집집마다 김치냉
송파 구청장 배 당구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동네 당구장 5명 대표인 것이다. 5명이 출전해야 팀 등록이 가능하단다. 3 쿠션 1명, 4구 250점 1명, 200점 2명, 300점 1명이 경합 종목이다. 원래 필자의 당구 실력은 200이다. 당구 좀 쳤다하면 누구나 200 선에 머문다. 150점대가 가장 많고 그 중 승률이 좋은 사람이 올려서 200점을 놓게 된다. 그런데 우리 동네 당구장은 200이 4명이나 된다. 다른 부문은 적임자가 있는데 300점을 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필자는 실력이 뒤진다며 다른 사람들을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지난 달 초, 이달에 종료되는 산정특례 종료예정 통지를 받았다. ‘졸업’이라고 되뇌고 나니 가슴이 벅찼다. 우수한 학생은 월반하여 일찍 졸업하였지만, 취업절벽에 막힌 요즘 대학생은 유급을 자청하여 지각 졸업한다. 암환자가 뛰어넘어야 할 5년은 월반도 유급도 없다. 한 달여 전부터 대장암 ‘5년 졸업검진’이 시작되었다. 양팔에 번갈아서 주사기가 꽂히고 체혈, C/T촬영, 비수면 내시경 검사가 여느 때처럼 반복되었다. 지난 5년처럼 병원에 갈 때는 뱃속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처럼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무엇
필자가 여기저기 활동하며 바쁘게 산다고 하면 “돈 되냐?”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돈 안 되는 일에 왜 굳이 뛰어 다니느냐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댄스에 관해서 보면, 매주 하루는 댄스 클럽 시니어들에게 무료 강습을 해준다. 돈을 받을 수는 있으나 돈을 받으면 부담스럽다. 시설은 서울시에서 무료로 사용하고 있고 강습실 예약, 회원 관리 등은 클럽에서 회원들이 배분하여 한다. 댄스 강습을 한다고 하여 돈을 받는다는 것은 직업이 된다. 그렇다고 아는 처지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렇게 급속한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이유는 수명연장의 측면도 있지만 출산율 감소도 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침체의 늪으로 빠르게 빠져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그동안 건축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니어들에게 주거문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장에서 만나는 시니어들 중에는 70대 어르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