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녹지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 겨울이 깊어지면 그야말로 잿빛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나마 눈이라도 내리면 잠시 낭만에 빠져보지만, 촘촘히 늘어선 시멘트 빌딩과 앙상한 겨울나무는 이내 삶의 활기를 앗아가기 일쑤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제주는 보석 같은 섬입니다. 한겨울에도 상록의 싱그러움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정상이 흰 눈으로 덮여 있는 1, 2월에도 중산간 아래 숲과 들에는 동백나무와 종가시나무, 자금우, 백량금과 같은 늘 푸른 나무들이 푸름을 잃지 않고 있고, 동백나무는 물론 매실나무, 수선화는 ‘모든 생장 활동
용필씨는 며칠 전, 지인들끼리 공유하는 SNS에 올라온 다급한 메시지를 봤습니다. “랩탑에서 아침부터 업데이트한다며 전원을 끄지 말라더니 106/155에서 꿈쩍도 안 합니다. AS센터에 전화했더니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기다리라는데, 이거 왜 이러죠? 당장 작업해야 하는데 미치겠다 꾀꼬리. 방법 아는 사람 도와달라 꾀꼬리!” 연세가 좀 있는 선배의 꾀꼬리 절규에 후배들의 답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도움은 못되면서 그 심정만 이해할 뿐인 경험자들의 답글이 먼저 등장했습니다. “업데이트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보세요. 저도 가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인물사진을 하며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아름다움을 비교 전시하는 일을 위해 그랜드캐년과 요세미티 국립공원 하프 돔을 촬영할 때였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웅장함에 매료되어 낮뿐 아니라 밤의 신비한 달빛으로도 그 풍광들을 담아보았다. 하늘도 구름도, 심지어 휘영청한 보름달과 바람까지도 잘생긴 그랜드캐년과 요세미티의 아름다운 선을 기꺼이 받쳐 주었다. 특히 하프 돔은 태양이나 달의 각도에 따라 색과 질감을 바꾸며 그 자태를 뽐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아무리 작은 어린아이라도 그 멋진 풍광에
2016년이다. 좋은 것들을 보고, 맛보고, 즐기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한 영화 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 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모험심을 끌어 모아 생에서 가장 설레는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여행자들은 누구나 가봤고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숙박시설들을 원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w
유난히 겨울이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 그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태백시다. 고원의 도시 태백의 겨울은 지루할 만큼 길다. 겨울밤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밤새 사락사락 눈이 내리는 날, 석탄가루에 뒤범벅된 도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설원에 감싸인다. 설원은 고산 밑에 납작납작 엎드려 있는, 지붕 낮은 집들의 때 묻은 몸을 잠시 숨겨준다. 글·사진 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태백산 당골 눈축제장에서 신나게 놀고 광산 갱도 체험 해발 600m에
올해는 원숭이해인 병신년(丙申年)이다. 영리한 동물의 상징인 원숭이의 해를 맞아 포부와 각오가 남다른 스타들이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하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 기분이 좋아요.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행복하게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백일섭), “올해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지요. 후배나 선배 연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유동근), “늘 그런 것처럼 영화나 연극을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관객의 과분한 사랑에 정말 감사해요.”(
골퍼라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플레이를 즐기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연습하려고하지만 현대사회의 구조적 특성, 즉 가족관계, 직장, 개인적 일상사로 연습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골프는 개인의 성취욕을 충족하고,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 친구들과의 사교적 모임으로 우의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시간이 주어지면 즐기고 싶은 중독성을 가진 스포츠다. 함께 자주 플레이하는 친구의 핸디캡이 자신보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 대등하게 플레이하기 위한 계획이
얼마 전, 필자는 지난 50년간 패션계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를 해외의 한 패션 디자이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마 ‘미니스커트’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예상 외의 답이 돌아왔다. “블루진(blue jeans).” 의상 패션은 예로부터 왕족이나 귀족사회, 즉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점유물처럼 자리매김해왔고 어떤 의미에서 지금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블루진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국 서부 개발기 광산촌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시작해 카우보이(cowboy)를 상징하는 의복으로 진화하더니 한국전쟁 때 미국 해군 사병들
겨울은 눈의 계절이다. 온 천하를 하얗게 덮는 눈, 이 눈을 노래한 글에 어떠한 작품이 있을까? 유구한 중국의 문장들 중 눈을 노래한 최고의 문장은 단연 남북조시대 사혜련(謝惠連)이 지은 이다. ‘(흰 눈이 천지를 덮으니) 뜰에는 옥 섬돌이 늘어서고, 숲에는 옥 나무가 솟아나, 백학(白鶴)이 그 깨끗함을 빼앗기고, 백한(白鷳: 흰 꿩)이 그 색을 잃어버린다(庭列瑤階 林挺瓊樹 皓鶴奪鮮 白鷳失素)’란 표현이 압권으로 꼽힌다. 그 다음, 눈을 노래한 한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당송팔대가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영화 을 보고 나오면서 문득 ‘이 영화의 감독은 분명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주인공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는 혼자 살면서도 자신의 집과 주변을 매우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특히 회전식 넥타이 걸이와 잘 다려진 셔츠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는 걸 보는 순간 ‘아~ 이건 여자의 시각이 만들어낸 장면’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낸시 마이어스라는 꽤 나이(1949년생)가 있는 여자 감독이었다. 벤은 ‘바람직한
이재준 안네 소피 무터(Anne Sophie Mutter, 1963~ )의 바이올린 독주회 맨 앞자리에 김영태 시인과 나란히 앉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e단조 k.304를 들었다. 41개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의 선율은, 봄밤을 깊은 심연의 사색에 잠기게 하였다. 연주가 끝나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휘적휘적 걸으며 잠시 하늘을 보았다. 아련한 산사나무 꽃향기 사이로 멜로디의 여운이 눈물 되어 흘렀다. 긴 계단을 내려와 차도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 부군을 사별한 안네의 망부곡 같았어요.
필자가 기억하는 첫 탱고는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1959)’에서 여자로 변장한 잭 레먼이 코미디언 조 E. 브라운과 함께 입에 물고 있는 꽃을 바꾸어 물어가며 춤추던 불후의 명곡 ‘라 쿰파르시타’이다. 그 후 카테리나 발렌테가 부르는 ‘불의 키스(Kiss of Fire/El Choclo)’에 매료되어 여러 장의 탱고 판을 사서 듣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6·25 전에 들은 현인의 ‘추억의 꽃다발’(카네이션)과 ‘서울야곡’이 탱고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필자가 좋아하는 국내 가요 중
겨울은 모든 골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코스에서 직접 플레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간을 잘 이용한다면 아무리 주말골퍼고 시니어 골퍼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수준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원한다면 겨울철에 자신만의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세워보자.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시즌 오프, 시즌 전,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계획을 세운다. 겨울철은 시즌 오프, 봄은 시즌 전, 그리고 늦가을까지는 시즌
꽃은 환희의 절정이며,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축복이다. 인간 세상에 꽃이 없다면 단 며칠도 생명을 유지할 식량을 구할 수조차 없다. 꽃은 지극히 소중하고 귀하면서도, 너무 흔하게 널려 있다. 아기가 연필을 잡으면서 제일 먼저 그리는 것도 꽃이며, 출생의 축하 꽃다발에서 생일, 입학, 졸업, 결혼, 그리고 이 세상을 하직할 때에도 꽃송이로 추모한다. 모든 화가들이 꽃을 그리는 데는 어떤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일까? 갓 피어오르는 꽃봉오리에서 마른 꽃묶음까지 다양한 형태의 꽃그림을 보며 우리는 화가들의 속내를 엿보려 한다. 여
지난 여름 파리 피카소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가 1951년에 그렸다는 과 다시 만났다. 순간 20세기 거장의 작품을 보며 왠지 씁쓸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필자의 국적 때문은 아니었다. 이념의 덫에 걸린 예술 문화 작품을 다시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원로 서양화가 김병기(金秉騏, 1916~) 선생이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중 피카소의 한 작품을 보고서 피카소와 굿바이했지”라는 글을 읽은